연인 그리고 시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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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푸른안개
그림/삽화
자욱한 안개
작품등록일 :
2024.08.13 16:31
최근연재일 :
2024.09.19 01:0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984
추천수 :
3
글자수 :
272,503

작성
24.08.13 16:33
조회
211
추천
2
글자
8쪽

프롤로그

DUMMY

알프스 깊은 산 속, 거대한 돔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그 안 중앙에 대형 스크린에는 ‘EARTH MANAGEMENT’라는 고딕 문자가 깜빡깜빡인다. 정면 광장에 백여명 사람이 모여 있다. 그들은 모두 노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단상 앞에 호랑이 탈을 쓴 사람이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우리는 수시로 광분하고 영악해지는 지구인들을 잘 통제하며 지구를 지켜왔습니다. 지구인의 관리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도 강력한 힘과 보호가 필요합니다. 그걸 얻기 위해 하르신에게 인신공양을 올리고자 합니다.”

열 두명의 사람들이 한오라기도 걸치지 않은 나체로 단상에 올랐다. 두 손은 묶여 있었으며 눈동자는 풀린 상태였다. 곰마스크의 덩치가 작두형 칼을 들고 나왔다. 호랑이마스크가 눈짓하자 그는 차례차례로 그들의 목을 치기 시작했다. 목이 댕그르 굴러 땅에 떨어지면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호랑이마스크는 아주 경건하고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르신이시여, 우리를 보살피시고 힘을 주소서.”

군중들도 큰 소리로 따라 말했다.

“하르신이시여, 우리를 보살피시고 힘을 주소서.”

열두 번의 외침이 끝나자 그들은 줄지어 단상으로 올라가 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 순간 단상 아래에서 여성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이놈 사탄들아, 사람을 죽여 그 피를 마시다니. 썩 물러가지 못할까!”

곰마스크는 그녀를 잡아서 제단으로 끌고 갔다. 호랑이 마스크는 말했다.

“이 여자는 신성한 하르신을 욕하고 거룩한 우리행사를 모독했다. 인신공양으로 죄를 갚아야 한다. 다른 의견 있는 분?”

그는 단상아래 왜소한 체형의 마스크을 바라보았다. 그 옆에 어린애가 말했다.

“우리 엄마가 몸이 아파서 그래요. 용서해주세요.”

그는 어린애를 보며 말했다.

“애가 어려서 이번만큼은 용서한다. 다음 실수 때에는 용서없다.”

그는 다시 왜소한 체형의 마스크를 보았다. 어린애 입을 막고 있는 그는 벌벌 떨고 있었다. 그걸 본 중년 여성은 당당하게 말했다.

“빨리 내목을 쳐라. 이 사탄아.”

곰마스크는 중년 여성을 사정없이 베었다. 그녀의 머리는 데구르르 굴러 어린애 앞에 떨어졌다. 애는 엄마의 머리를 들었다. 그는 이빨을 악물고 근엄한 엄마의 얼굴을 지켜보았다. 피는 뚝뚝 떨어져 애의 옷과 신발을 적셨다. 이윽고 어린애는 까무라쳤다. 엄숙하고 거역할수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런 짓을 다시는 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는 하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는 천년이상 카르마로 지구질서를 창조하며 음지에서 지배하여 온 카르였다. 호랑이 마스크와 곰 마스크는 당당히 카르를 보며 말했다.

“하르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것은 저희들의 거룩한 사명입니다.”

순간 둘의 목은 땅에 떨어졌다. 카르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 누군가 떨리는 소리가 들렸다.

“카르광검.”

카르는 우렁차고 단호하게 말했다.

“카르마를 어기는 두 놈을 응징했다. 앞으로 이런 짓을 하면 누구든 목을 베겠다.”

피를 먹었던 백여명의 마스크는 바들바들 떨며 용서를 구했다.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겠습니다.”


그로부터 몇 십년이 지난 어느날 이제 대형 스크린에는 ‘EARTH REORGANIZATION’ 붉은 고딕 글자가 깜빡인다. 홀스트의 행성 중, ‘목성‘이 잔잔하게 때로는 웅장하게 흐르며 붉은 글자에게 힘을 불어주고 있다. 단상에 하얀 마스크를 쓴 카르가 묵직히 앉아 깊은 명상에 잠겨 있다.


지구인의 의식구조는 선중심의 우리와는 달리 파동중심이다. 그럴듯한 데이타에 쉽게 선동되어 돌연 변한다. 특정 데이터가 자리를 차지하면 그에 반하는 것은 배격하고 부합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아주 강하다. 시간이 지나면 데이터들은 의식덩어리를 형성한다. 그 의식덩어리가 너무 단단해지면 그 속에서 도무지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도 파동의식은 무제한적인 팽창 본질을 가지고 있어 자기 존재감을 높이는데 안달이 나 있다. 덩어리 특성으로 이들은 쉽게 패를 만들며 살아간다. 파동의식은 쉽게 자기도취가 가능하다. 파르르, 그는 최고조의 도취를 순식간에 느낄 수 있다. 덩어리는 강력한 신념으로 전환되면 세찬 공격에도 버틸 수도 맞대응할수 있다.


과거 지구인은 도덕과 종교가 찾아낸 사랑을 윤활유로 삼아 훈훈한 정신적 자유를 누렸다. 물질 풍요시대가 도래하며 달콤한 물질적 쾌락을 맛보았으나 물질만능주의가 퍼지면서 그들은 도덕과 종교로부터 멀어졌고 의식방어기제는 취약해졌다. 교활한 선동가는 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고도의 선동프레임을 동원하여 절제하지 말고 분노하라고 은밀히 조종했고, 안달난 과시욕과 피해감으로 무장한 의식도 적극 동조했다. 분노의 선동데이타까지 의식덩어리에 박히면서, 공감과 배려의 원천인 사랑이라는 윤활유의 유출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제 의식덩어리는 사소한 일에도 서로 비난하고 분노하며, 종종 사랑마저 이기적 기치로 삼아 상대를 이용하려 한다.


물질에서 유래된 인간의식도 당연히 물질 소비를 통하여 최고로 즐거울 수밖에 없다는 논리는 물질만능주의를 더욱더 신봉하게 만들었다. 달콤한 물질적 자유를 맛본 지구인은 과거의 정신적인 자유로 되돌아가기는 쉽지 않다. 과거가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한지도 오래되었다. 물질적 소비를 통하여 자유를 추구하려는 그들의 행보는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지금 지구인은 더 큰 자유 쪽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하여 어떤 윤활유를 붓고서 어느 방향으로 운전해야 할지 허둥지둥하고 있다. 어쩌면 이 갈팡질팡 혼란은 진정한 자유를 찾기 위한 몸부림일지 모른다.


우리의 핵심추론모델이 지구인에게 넘어간 이후 그들의 AI는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끝없는 지구인의 탐욕과 파동중심의 의식구조에 내재하는 변동성이 가장 큰 이유이다. 이들의 AI기술이 순식간에 특이점을 넘을 수 있다는 징후가 여러 곳에서 감지되었다. 통제 안되는 지구인이 특이점을 넘은 AI를 손에 쥐게 되면 서로를 무차별 공격할 수도, AI에게 지배당할 수도, 우릴 공격하여 우리마저 지구인의 AI에게 종속될 수 있다. 어린애에게 원자폭탄을 쥐어준거나 다름없다. 안정적인 지구를 위하여 카르는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기로 결정했다.


지구인은 약간만 정신적 충격을 주어도 팔딱거리고 분노하므로, 오늘 지배전략 회의에서 무력 사용대신 의식을 공격하거나 조종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로 결의했다. 사용 중인 분노파장을 최고조로 올리고 막 개발이 끝난 아이엠파장, 마이크로칩, 그리고 생식능력을 줄이는 초식화 파장, 3초안에 스스로 자기를 파괴하는 텔레파시 발사병기인 샤르흘까지 대대적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다만 생체합체용 샤르흘을 사용할 수 있는 영능자가 거의 없다는 게 걱정되었다.


갈수록 영악해지고 난폭하며 종잡을 수 없는 지구인을 리딩하며 살아갈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파온다. 카르마의 기치로 척박한 지구의 질서를 창조하면 존재의 궁극에 도달할 것이라고 그는 지금껏 믿고 살아왔다. 수천 년이 지났지만 그의 영혼은 한 번도 존재의 궁극에 도달했다고 속삭인 적이 없었다. 그곳에 도달하기 위하여 그는 환혼대법(換魂大法)으로 계속 살아왔다. 그는 갈구하는 말투로 무심히 중얼거렸다.


”지구인의 사랑과 자유는 붕괴직전이다.

혹시 나의 카르마와 질서 창조도 궁극이 아니라면

도대체 뭣이 존재의 궁극일까?“


본 소설에서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물, 회사나 단체, 역사,사건 및 이에 준하는 모든 고유명사는 사실이 아닌 허구로서 실제와 전혀 관련 없슴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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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제14장 X맨 24.08.24 20 0 13쪽
13 제13화 달콤한 지배 24.08.23 23 0 13쪽
12 제12화 천일도 24.08.22 22 0 22쪽
11 제11화 네가 왜 24.08.21 22 0 17쪽
10 제10화 너도 죽어 24.08.20 21 0 14쪽
9 제9화 단단한 데이타덩어리 24.08.17 29 0 16쪽
8 제8화 1의 백만승 24.08.17 28 0 23쪽
7 제7화 프렌치키스 24.08.17 21 0 17쪽
6 제6화 고토수복 24.08.17 21 0 21쪽
5 제5화 백설공주 24.08.13 28 0 12쪽
4 제4화 Human Contents Planning 24.08.13 38 0 20쪽
3 제3화 병사의 집 24.08.13 32 0 26쪽
2 제2화 너 때문이야 24.08.13 48 0 25쪽
» 프롤로그 +1 24.08.13 211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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