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발론 - 첫 번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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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섭마린
작품등록일 :
2024.08.15 14:54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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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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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

DUMMY

전설의 장소에서 목격한 신비한 자연 현상···

후배들은 다소 흥분해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댔지만, 왜일까? 괜스레 마음 한 구석에서 이유 없는 불안함이 고개를 드는 것이 느껴졌다.


우리가 멈춰서 한참 동안 그 현상을 바라보며 서로 이야기하는 동안, 마찬가지로 신비한 현상에 놀라 하던 다른 관광객들의 떠드는 소리가 안갯속으로 서서히 멀어져 갔다.

그들을 따라 서서히 셔틀버스 정류장 쪽으로 이동하며 오늘의 남은 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드론 촬영과 항공 측량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강윤찬이 내일 다시 한번 와봐야 한다면서 다른 녀석들을 선동했다.

그렇게 자욱한 안갯속을 한 10분쯤 걸었을까··· 다들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내가 운을 띄웠다.

“이상한데··· 셔틀버스들이 이렇게 멀리 있었나?”

“아뇨, 이상해요··· 길을 잃었나?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러게요. 하지만, 아직 길이 끝나지 않았잖아요 좀 더 가보죠.”

모건이 답했고, 이도현이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을 가리켰다.

“그런데, 아까부터 좀 울렁거리지 않아요?”

“나도 그래. 나는 이 안개 때문인가 했는데···”

홍수빈과 장유나가 두런거렸다.

맞다··· 나도 아까부터 가슴이 좀 울렁거리던 참이었다.

다른 녀석들을 보니, 특히 강윤찬의 얼굴이 허옇게 뜬 게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였다.


막 녀석에게 괜찮냐고 물어보려던 찰나, 나는 갑자기 현기증을 느끼고 잠시 비틀거렸다.

누군가 팔을 붙들길래 돌아보았더니, 모건이었다.

“어디 편찮으세요?”

“아뇨, 어 잠깐 어지럼증이 와서요.”

나는 대답하면서도, 엉뚱하게 이 영국 아가씨의 한국어 어휘력이 정말 대단하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순간 모건이 인상을 심하게 찌푸렸다.

“재희 씨도 느꼈군요. 저도 뭔가··· 어지럼증이··· 지진인가?”

어 그런가? 그럴 수도 있겠구나···


그때, 앞에 가던 강윤찬이 풀썩 쓰러졌고, 갑자기 구토를 시작했다.

“우웩!”

어, 왜 저러지?

“어, 윤찬 오빠?”

“윤찬아!”

홍수빈이 외치고, 이도현이 강윤찬을 붙잡고 부축하려는 순간,

하늘이 번쩍거리는 동시에 냅다 굵은 빗방울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나는 소름이 팔에 좌악 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모건을 돌아보았다.

그녀 역시 마침 나를 돌아보다 서로 눈이 마주쳤다.

“방금, 봤어요? 아니, 느꼈어요?”

“아··· 예, 느꼈어요.”

그러자, 이도현이 돌아보며 툴툴거렸다.

“아이, 선배 느끼긴 뭘 느껴요? 야 윤찬아, 이 자식은 또 왜 이래?”

“어, 으~ 이제 괜찮어. 내가 일어날랑께”


강윤찬이 정신을 추스르며 일어나자, 이도현이 녀석을 부축하며 다시 말했다.

“아 놔 오늘 고생길이 훤하네. 선배 왜요?”

모건이 그런 이도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한 순간에 날씨가 바뀌었잖아요, 모르시겠어요?”

나도 고개를 주억거렸지만, 이도현은 뭔 소리냐는 얼굴이다.

“영국 날씨 변덕스럽다고 모건 양이 그랬잖아요. 그나저나 우산도 없는데 이거 우짜지?”

빗줄기가 제법 굵었다.


모건이 자신이 가져온 우산을 사양하는 홍수빈에게 주었고, 홍수빈이 다시 강윤찬과 그를 부축하고 있는 이도현에게 씌워주었다.

키가 작은 홍수빈이 발돋움하면서까지 선배들에게 우산을 씌워주려고 낑낑대는 것이 좀 웃겼는지, 박정우가 피식 웃고는 대신 우산을 들어주면서 말했다.

“저도 느꼈어요. 순간적으로 놀이공원 롤러코스터 탄 느낌?”

“맞아요, 저도··· 그리고 비도··· 너무 한 순간에 내리기 시작한···”

장유나가 맞장구를 쳤다.

“소나기인가 보죠, 뭐. 이 빗소리 들어보세요. 어유 다 젖겠네.”

투덜이 오준서가 받았다.

확실히 한국의 여름철 장맛비처럼 쏟아지는 것이 심상치 않았다.


그런데, 주변이 뭔가 어수선했다.

천둥 번개 때문인가?

아니 좀 달랐다···

“잠깐! 모두 조용해 봐.”

“아니, 천둥이 이렇게 심한데 어떻게 조용해요?”

“쉿!”

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윽박지르자, 모두들 의아해하면서도 어느덧 말을 그쳤다.


귀를 기울이던 나는 벼락이 다시 하늘을 가르는 순간, 멀리 보이는 구릉 위에 알찐거리는 그림자들을 발견했다.

같은 것을 봤는지, 홍수빈이 새된 소리를 질렀다.

“어? 말 탄 사람들?”

그래··· 말 탄 사람들로 보였다.

하지만, 그게 말이 되나?


그것도 잠깐, 다시 주변은 어두워졌고 억수같이 내리는 비와 천둥소리가 주변을 잠식했다.

그러고 보니··· 오로라처럼 보였던 현상도 사라지고, 그토록 심했던 안개도 어느덧 사라졌다.

이렇게 비가 내리니 당연한 건가?


그보다, 뭔가 강렬한 위화감이 머릿속을 관통했다.

뭐지? 뭔가 이상한데?


“아니, 뭔 소리예요? 그 보다 지금 이렇게 비가 오는데, 빨리 차 타고 숙소로 들어가야지!”

오준서가 말하는 순간, 이제 모두들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소음들이 빗소리를 뚫고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비명 소리 같은데요?”

“그리고, 뭔가 묵직한··· 어 이거 말발굽 소린가요?”

그래, 말발굽 소리였다.

게다가 쇳소리에 사람들의 비명 소리도 이제 분명히 들려오고 있었다.


우리는 이제 다들 긴장해서 모여들었다.

“뭔가 영화 촬영이라도 하나?”

“아뇨, 그런 일정은 없었어요.”

태평한 오준서의 말에 모건이 강하게 반박했다.

“소리들이 가까워지고 있어요.”

장유나의 말대로였다.

이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분명하게 아까의 소리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당황한 후배들을 보며 안심시키고 싶었지만 나 자신부터 주변의 갑작스러운 변화가 혼란스러운 터라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그때,


어둠과 폭우를 뚫고 사색이 된 중년의 백인 여성 관광객이 비명 소리와 함께 튀어나왔다.

“Oh, God! Help···”

어, 이게 무슨··· 하지만, 반응할 틈 따위는 없었다.

그 관광객을 따라 곧바로 시커먼 말을 탄 기수가 빗속을 뚫고 나오더니, 허리를 낮추고는 커다란 칼을 횡으로 휘둘렀다···

관광객의 머리가 분리되어 촤악~ 피를 뿌리며 날아가는 광경은 그로테스크하면서도 비현실적이었다.


비명은 뒤늦게 나왔다.

“꺄악!”

홍수빈이 목이 찢어져라 비명을 지르고, 장유나가 자기 입을 틀어막는 모습이 보였다.

그 순간 비현실은 현실이 되었고, 현실은 우리의 머리 위로 공포를 동반하고 강림했다.


다들 어떻게 반응하기 어려운 순간이었다.

당황한 우리 무리와 달리 말을 멈춘 검은 기수는 우리를 보더니 무시무시한 웃음을 짓고는, 관광객을 도살하느라 멈춘 말을 채근해서 다시 달려들 준비를 했다.

흑마가 푸르릉 거리며 콧김을 내뿜고 뒷발을 땅에 구르는 그 순간,

나는 현실을 인식했다.

“다들 도망쳐!”

다들 움찔하면서도 얼어서 그런지 움직이는 녀석이 없었다.


하지만, 우리 중에 아직 현실을 인식하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오준서가 건들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에이, 영화 찍는 거 맞네. 그쵸? Hey, is this for a movie? 아저씨, 겁나게 실감 나네. 근데 카메라는 어디 있지?”

“준서! 다가가지 마!”

오준서가 아랑곳하지 않고 검은 기수에게 다가가자, 그는 다시 돌격할 타이밍을 놓쳤는지 잠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자신의 앞까지 다가온 상대를 내려다보고는,

다시 칼을 들어 오준서의 머리를 내리쳤다···

평범한 이들이, 사람의 머리가 수박 쪼개지듯 하는 광경을 볼 일이 있을 턱이 없다.


순간 내 마음속에서도 무언가 툭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의 비명 소리와 함께 홍수빈이 눈을 까뒤집고 뒤로 넘어가고 강윤찬은 부축하던 이도현과 함께 다시 한번 주저앉았다.

“정신 차려! 도망쳐서 도움을 청해!”

나는 내 입에서 무슨 소리가 나오는지도 모르고 소리를 지르고는, 공황 상태에 빠진 후배들의 앞을 막아섰다.

장유나와 박정우가 주춤거리더니 뒤로 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조심해요, 형! 사람들을 불러올게요!”

박정우의 다급한 목소리만 뒤에 남았다.


어디 무기가··· 하고 주변을 둘러봤지만, 있을 리가 없다. 내팽개쳐진 우산만이 멀리 구르고 있었다.

모건이 기절한 홍수빈을 부축하는 것이 보였다.

검은 기수는 오준서의 뇌수가 묻은 검을 허공에 몇 차례 후리고는 다시 우리를, 아니 나를 바라보았다.

씨익 하고 입꼬리를 들어 올리는 것이 쉬운 먹이를 발견한 포식자의 모습이었다.


그 순간 나도 모를 증오와 살기가 함께 치솟았다.

“개자식, 죽여버린다!”

순간,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하는 의문을 뒤로하고, 나는 옆걸음으로 슬쩍 위치를 바꾸고는 도발을 시작했다.

“이 개새꺄! 덤벼! 나한테 덤비라고!”

손짓발짓을 해가며 욕을 해대자, 놈도 뭔가 내가 자신에게 아름답지 못한 소리를 하는 것을 알았는지 시선이 나를 따라왔다.


옆 눈으로 슬쩍 보니, 모건이 몸집이 작은 홍수빈을 아예 둘러업고 나와 눈을 마주치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잰걸음으로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래··· 잘하고 있어···

하지만, 이도현과 강윤찬이 아직 망설이고 있었다.

“형···”

“도현아! 빨리 가! 신고해!”


이도현마저 엉거주춤 일어난 강윤찬의 손을 이끌고 돌아서서 도망치기 시작한 그 순간,

“□□~~~”

검은 기수가 엄청난 고함을 지르며 말과 함께 닥쳐왔다.


기마가 닥쳐오는 것은 그 소리와 함께 압박감이 상상을 초월했다.

나는 감히 맞붙을 생각 따윈 엄두도 못 내고, 놈이 칼을 휘두르는 순간 옆으로 몸을 날렸다.

어··· 근데 생각보다는 몸이 가볍다.

무기만 좀 있으면··· 계속 주변을 둘러봤지만, 이제 너무 어두워지고 폭우 속이라 보이는 것이 없었다.


‘철퍽’하는 소리에 다시 적을 바라보니 놈이 말에서 뛰어내리고 있었다.

어라, 이러면 이야기가 다르지. 나를 얕보고 있구나···

하긴 무방비 상태의 관광객들을 죽이고 다녔으니 얕보는 마음을 가질 수밖에···

말에서 내린 기수는··· 생각보다는 키가 작았다.

아니 나와 비슷한 키로 보였지만, 말을 탄 상태의 위압감을 덜어내고 보니 한번 붙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지 모를 짐승의 가죽으로 된 옷을 입고, 빡빡 민 머리에 덥수룩한 수염까지···

‘야만인 코스프레? 미친놈인가?’

하여튼 놈은 이미 사람을 죽였고, 나는 곱게 죽어줄 생각은 없었다.

“드루와~ 드루와~ 새꺄!”

나는 손짓으로 도발했고 놈은 나를 바라보더니,

“□□ □ □□□ □□?”

하고 말했다.

어··· 이게 영어? 뭔가 많이 다른데? 암튼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미친놈아, 개소리 말고!”

하고는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내 말을 알아듣겠냐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놈에게는 그렇게 안 보였나 보다.

놈의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한 차례 고함을 지르고는 폭발적으로 짓 쳐들며 나를 두 쪽 낼 기세로 칼을 들어 내리쳤다.


나는 최후의 순간까지 기다렸다가, 살짝 몸을 비낀 다음 몸을 숙이며 놈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이미 휘둘러진 놈의 팔을 걷어내며 정권으로 오른쪽 복부를 가격한 후, 고통에 수그러진 놈의 머리를 부여잡고 무릎으로 두 번 올려쳤다.

그것으로 승부는 났다···

놈은 허수아비처럼 빗물이 고인 웅덩이 속으로 쓰러졌다.


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짧은 대결이었지만 아드레날린이 폭주해서인지 가슴이 들썩였다.

승부가 나는 순간, 여러 가지 생각들이 몰려왔다.

단순히 ‘미친놈’의 일탈로 생각했는데, 아까 보았던 말 탄 기수들의 실루엣이 여러 명이었던 것에 생각이 미쳤다.

그리고 비명이나 쇳소리, 그리고 말발굽 소리도 한두 명의 소리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앞을 바라보니, 참담한 기분이 몰려왔다.

뇌수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오준서와 목이 잘린 채 나동그라진 관광객의 시체가 오늘의 악몽이 현실임을 뼈저리게 일깨우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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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트롤 24.08.16 30 1 12쪽
5 대결 24.08.15 3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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