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어쩌다 이렇게 되었더라
0.
성도의 후미진 구석에 자리한 작은 다관(茶館).
백운관(白雲館)이란 이름이 고풍스럽게 걸려 있는 이 작은 찻집은 찾는 사람만 찾고, 아는 사람만 안다고 할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다관의 주인 사내는 조금 전까지 쏟아지던 빗물이 온통 튄 땅을 보며 혀를 찻다.
“날씨 한번 요란스럽군. 비가 내렸다 그쳤다, 변덕이 죽 끓는 것 같으니···.”
보기만 해도 피곤해질 정도로 빗방울이 쏟아지는가 싶더니, 그게 언제냐는 듯이 순식간에 밝아진 하늘이 얄미울 정도라고 해야 할까.
땅은 이미 흠뻑 젖어 웅덩이가 생겨 있을 정도니, 이 정도면 변덕 수준도 아니다.
천변지이(天變地異)라도 일어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다.
“날이 별로네요.”
날카롭게 느껴지는 미성(美聲)이다.
고개를 든 주인 사내의 눈에 녹색 궁장을 걸친 여인이 들어왔다.
그녀를 본 사내가 고개를 숙였다.
“오셨습니까, 당 소저.”
“날이 변덕스럽더군요. 괜히 백운관의 차가 생각이 났어요.”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영광입니다만.”
주인 사내, 백서군의 너스레에 당 소저라 불린 여인이 살짝 웃었다.
그녀는 백서군의 다관, 백운관에 틈만 나면 발을 들이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래서, 오늘 제가 마실 차 정돈 남겨두셨겠죠?”
“물론이지요. 금방 준비해 올리겠습니다.”
“다과 기대할게요.”
“오늘도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백서군은 주방으로 발길을 돌리며 생각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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