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축구 게임이 뇌에 이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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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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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8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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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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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웅이가 저런 중거리슛을 하던 선수였던가...?

DUMMY

철-썩!



태웅의 원더골이 골망을 가르는 순간이었다.



"으아아아아!"


"강태웅! 대박이다아아!"



관중석에서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과 함께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경기장은 순식간에 함성으로 가득찼다.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리는 관중석.


심지어 상대팀 팬들조차 태웅의 슈팅에 감탄할 정도였다.


"와 씨... 방금 뭐야?"


"진짜 미친 골이다. 와..."


"와 이건... 아무리 골을 먹은거라지만 이건 진짜 좋은 구경 했는데."


"하, 강태웅 슛이 저렇게 좋았나? 진짜 저걸 어떻게 막아..."




이윽고 경기장 전광판에 재생되는 슛 장면 리플레이.


골이 들어간 지 3분여가 흘렀지만, 해설자들은 여전히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다시 봐도 정말 놀라운 골입니다! 2라운드밖에 안 됐는데 올해의 골 후보가 나왔네요! 제가 해설을 본 지 20년이 넘었지만, 이런 골은 K리그에서 정말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해설자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 옥타브 높아져 있었고, 말의 속도도 빨라져 있었다.


"맞습니다. 유럽이었으면 푸스카스 상 후보였을 겁니다. 아니, 어쩌면 수상까지 가능했을지도 모르겠어요. 강태웅 선수, 대체 저 각도는 어떻게 본 겁니까?"


"부상 복귀 후 첫 골인데, 이렇게 멋진 골을 넣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드네요. 강태웅 선수가 원래 중거리 슛을 즐겨 하던 선수는 아니었거든요. 데이터를 보면, 강태웅 선수는 중거리 슛을 시도조차 거의 안하던 선수입니다."


"맞아요. 강태웅 선수의 장기는 스피드였죠.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이 일품이었는데, 오늘은 그런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어요. 대신에 이런 놀라운 중거리 슛을 보여줬네요. 부상 후 플레이 스타일에 변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해설진의 열띤 토론과 함께, 리플레이 화면에서는 태웅의 골 장면이 여러 각도에서 반복해서 보여지고 있었다.



한편, 김갑훈 감독은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태웅이가 저런 중거리슛을 하던 선수였던가...?'




* * *




삐-익!


이윽고 후반 종료.


결국 경기는 태웅의 골로 1:1 무승부.



강남FC, K리그 2라운드 종료. 누적 0승 2무 0패.




경기 후 수훈선수 인터뷰.


기자들은 태웅에게 쏟아지듯 질문을 던졌다.



"강태웅 선수, 부상 회복을 축하드립니다! 복귀전에서 멋진 골을 보여주셨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뭐,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평소에는 보여주지 않던 중거리슛인데요. 새로운 무기로 장착한 겁니까?"


"사실 부상 재활 기간 동안 다양한 훈련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몇 가지 새로운 면을 발견한 것 같습니다."



그 때, 한 기자가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스피드가 눈에 띄게 느려진 것 같은데요, 부상 여파가 아직 남아 있는 건가요?"



잠시 굳어지는 태웅의 표정.


태웅의 머릿속으로 지난 경기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자신보다 느렸던 수비수에게 쉽게 따라잡히던 순간, 동료가 찔러 준 공을 따라잡지 못하던 순간.


하지만 태웅은 곧 밝은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네, 아직은 그럴 수 있지만, 서서히 좋아질 겁니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지켜봐 주십쇼."




* * *




며칠 후, 강남 FC의 훈련장.


두 팀으로 나눠서 하는 연습 경기가 한창이었다.




태웅의 상대팀 공격수는 최병훈.


최병훈은 태웅이 부상으로 빠져있는 동안 스트라이커 자리를 맡았던 선수.


태웅보다 7살 연상에, 국가대표 상비군 급의 실력자.


하지만 늘상 태웅에게 밀려 국가대표 주전 공격수 자리도, 강남 FC 공격수 주전 자리도 꿰차지 못하던 선수.


즉, 항상 태웅의 백업을 하던 선수였다.



"병훈이 형, 오늘도 날아다니시네요."


"에이, 그래도 부상 당하기 전의 너만큼은 아니지."



하지만 말과는 달리, 최병훈은 연습 경기에서 놀라운 스피드를 보여줬다.


원래는 태웅보다 느렸지만 지금은 팀 내 가장 빠른 선수.


비록 지난 경기에서는 컨티션 난조로 부진해 태웅과 교체되었지만, 그 교체로 인해 체력을 좀 아낀 덕분인지, 확실히 오늘 연습경기에서는 굉장히 가벼운 모습.



"우와, 오늘 병훈이형 스피드 봐라."


"최근들어 더 빨라진 것 같네."


동료들의 감탄이 이어졌고, 태웅은 그 말을 들으며 가슴이 살짝 아려왔다.



"들어가!"


"태웅아, 더 빨리!"


태웅은 지난 경기에서 원더골을 넣긴 했지만, 여전히 느린 스피드로 자신의 장점을 되찾지 못하는 모습.



태웅은 이를 악물고 달려봤지만, 예전의 그 폭발적인 스피드는 나오지 않았다.


태웅의 얼굴에 진득한 실망감이 스쳐 지나갔다.




벌써 스코어는 0:2.


연습경기였지만, 태웅은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릴적부터 또래 중 누구보다 빨랐던 태웅.


태웅은 자신이 그 스피드에 굉장히 의존적인 축구를 하고 있었음을 이제서야 새삼 깨달았다.


'속도가 안 나오니까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구만.'


태웅은 부랴부랴 상태창과 맵을 살펴봤지만, 스피드와 관련해 태웅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지켜보던 김 감독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직 태웅이의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아. 선발은 어려워도 후반전 투입은 가능할 줄 알았는데..."


"맞습니다. 조커는 빠른 스피드로 지쳐있는 상대 진영을 휘저어 줘야 하는데, 태웅이의 현재 상태로는 어려워 보이네요. 지난 경기에서 어쩌다 원더골을 넣긴 했지만..."


옆에 있던 수석코치의 대답.



김 감독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속도가 돌아오기 전까진, 태웅이를 후반 조커로 기용하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군."




곁눈질로 어렴풋이 김 감독의 반응을 눈치챈 태웅.


하지만 태웅은 포기하지 않았다.


'좌절하고 있을 수만은 없어. 이가 없으면 잇몸이다. 속도가 느려졌으니, 어떻게든 개인기로 돌파해 봐야 돼.'


오히려 자신의 장기인 스피드를 잃으면서, 자신을 막으려고 다가오는 수비수들을 더 세심히 살피게 된 태웅.


태웅은 수비수들의 헛점을 유심히 살펴보며 연습에 임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귓가에 들리는 익숙한 시스템 음성.



- [선수 상태 파악] 액티브 스킬이 활성화 되었습니다.



'선수 상태 파악? 이건 또 뭐지?'


잠시 고민하는 태웅.



'이런 건 일단 써 보는게 최고지.'


태웅이 최병훈을 바라보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선수 상태 파악."



- [선수 상태 파악] 스킬을 시전합니다.


- 스킬 포인트가 1이 차감됩니다. 남은 스킬 포인트 19/20




-------------------------------

< Football Sense: 타 선수 정보 >

-------------------------------

이름: 최병훈

소속팀 : 강남 FC

포지션 : 중앙 공격수(CF)

상태:

[체력: 85/100],

[파워: 29],

[스피드: 69],

[컨디션: 최상]

-------------------------------




'하. 어쩐지 날아다니더라니. 병훈이 형, 오늘 컨디션이 최상이었구나.'


태웅은 이 새로운 스킬에 짐짓 놀랐지만, 동시에 자신의 현재 상황을 더욱 실감하고 있었다.




-------------------------------

< Football Sense: 내 정보 >

-------------------------------

이름: 강태웅


[파워: 28],

[스피드: 53]

-------------------------------



최병훈과 비교도 되지 않는 태웅의 상태.


파워도 스피드도, 그 어느것 하나 최병훈에게 뒤지지 않는 것이 없었다.


특히 스피드 수치의 차이가 크게 눈에 띄었다.



태웅은 그 둘의 차이를 비교하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이래서 내가 따라잡지 못하는 거였군. 그래, 어차피 낮아진 스피드에 집착할 게 아니라, 다른 방법을 찾아야 돼.'




* * *




5일 후.


K리그 3라운드 시작.


성남 FC대 안양 스타즈.



태웅은 아예 엔트리에서 빠져 있었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복잡한 감정에 휩싸인 태웅.


'해야 할 게 산더미인데, 이렇게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하나...'


자괴감이 밀려왔지만, 태웅은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최대한 얻을 건 얻어봐야지. 축구 센스."


조용히 중얼거리는 태웅.


- <풋볼 센스>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여느때처럼 [전지적 시점] 패시브 스킬이 자동으로 활성화되고, 순간 태웅의 시야가 확 넓어졌다.


마치 경기장 전체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



상태창도 여느때처럼 우측 상단에 나타났다.


상태창을 다시 한 번 훑어보는 태웅.


- 이름: 강태웅

- 나이: 21

- 최적포지션: 공격형 미드필더(AM)



'최적 포지션 공격형 미드필더...'


태웅은 상태창에 표시되는 정보를 새삼 진지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처음 태웅의 눈 앞에 떠올랐을 때부터, 상태창은 계속 최적 포지션이 공격형 미드필더라고 표시하고 있었다.


'난 때려죽여도 공격수라고 생각해서 그동안 애써 무시하고 있었지만...'


머릿속에서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결국 필사적으로 기회를 쟁취하기 위해,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결론을 내린 태웅.


'...일단 경기에 결장한 김에, 한 번 쯤 새로운 관점에서 경기를 바라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태웅은 미드필더의 관점에서 경기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이런 기회들이 있었다고...?'



태웅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마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탐험가처럼 흥분한 태웅의 눈빛.



"저기서 스루 패스를 찔러주면 바로 골각이잖아."


계속해서 중얼거리는 태웅.


선수들의 움직임, 공간의 활용, 패스 루트... 모든 것이 새롭게 보였다.



"아...병훈이 형, 거기서 페널티 박스 안으로 뛰어들었어야지. 그래야 공미가 패스를 줄 거 아냐."


이전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기회들.


태웅의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전술과 플레이가 그려졌다.



"그냥 미드필더 입장으로 보기만 한건데 시야가 이렇게 넓어지네. 이걸 공격수일때도 알았더라면..."


미드필더 입장에서 경기를 보는 것이 공격수로서의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은 태웅.


태웅은 미드필더로 경기 흐름을 읽는 일에 점점 더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그때, 경기장에서 갑작스러운 소동이 일어났다.



퍼어어억!


"으아아악!"


강남FC의 미드필더 김장환이 위험한 태클을 시도했고, 상대팀 선수가 무릎을 부여잡고 잔듸 위로 뒹굴고 있었다.



"안 돼!"


태웅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강남FC 김장환, 퇴장!"


망설임 없이 레드카드를 꺼내 든 주심.



"우우우우!"


관중석에서 야유와 탄식이 터져 나왔다.



"김장환 선수, 레드카드로 퇴장입니다. 이건 정말 큰 위기상황이네요. 게다가 다음 경기 결장이에요!"


강남FC의 미드필더 김장환, 레드카드로 퇴장 및 다음경기 결장.



"이러면 안 되는데. 지금 미드필더가 한 명 빠져버리면..."


태웅은 고개를 저었다.


미드필더의 시선으로 경기를 줄곧 바라보던 태웅.


여기서 미드필더 한 명이 빠지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지, 태웅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잠시 후.


예상대로 완전히 바뀐 경기 양상.



미드필더의 커버력이 큰 영향을 발휘하는 경기 후반.


1-0으로 간신히 앞서가던 강남FC는, 수적 열세 속에서 연달아 실점을 허용했다.



"골! 안양 스타즈의 역전골입니다!"


해설자의 흥분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2-1 역전.


태웅은 벤치에 앉은 채 고개를 숙였다.




경기 종료.


강남 FC 패배.




강남FC, K리그 3라운드 종료. 누적 0승 2무 1패.




* * *




경기가 끝나고, 태웅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구경하느니, 공격수를 잠시 쉬는 한이 있더라도 피치 위에 서고 싶다...'



다음 날, 태웅은 용기를 내어 김갑훈 감독을 찾아갔다.



똑똑.


"안녕하십니까 감독님! 강태웅입니다."


"응, 들어와."



책상에 앉아있는 김갑훈 감독에게 무거운 발걸음으로 다가가는 태웅.


"감독님."


결연한 표정의 태웅.


"그래. 무슨 일로?"


"...포지션 변경을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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