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축구 게임이 뇌에 이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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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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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그리고 축구 센스

DUMMY

"골! 골입니다! 강태웅! 일본을 상대로 한 4강전 후반 41분에 결승골!”


“이렇다 할 전술 하나 없이, 경기 내내 답답한 모습을 보여주던 한국 올림픽 대표팀! 막혀 있던 혈을 강태웅 선수가 시원하게 뚫어주는 모습입니다!”


“강태웅 선수가 가진 강력한 피지컬과 빠른 속도, 이 선수 자체가 그냥 전술이에요!"



해설가의 흥분된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며,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벌써 1년 전 일이지만, 2012년 런던올림픽 4강전에서 넣었던 그 결승골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의 환희, 그때의 열정, 그리고 그때의 나.




'또 이 꿈이네.'


병상에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며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너무도 큰 현실과 꿈의 괴리.



나, 강태웅. 21살의 축구 선수. 정확히는 부상 입은 축구 선수.


난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K리그 강남FC의 최고 공격수였다.


리그 8골 째를 기록하고 K리그 상반기 득점 선두로 올라선 그 날, 모든 것이 변했다.


십자인대 파열. 축구 선수에게는 최악의 부상.


팀닥터 오피셜, 6개월짜리 부상.


그 큰 부상을 당한 지 이제 겨우 한 달이 지났다.



"쳇..."


혀를 차며 병실 벽에 걸린 달력을 바라봤다.



그 빽빽한 일정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내가 부상을 입은 직후, 언론은 나에 대한 온갖 비관적인 추측들을 쏟아냈다.


선수 생명 위기설부터, 복귀해도 기존의 폭발적 스피드는 없을 거라는 악담까지.



처음에는 그런 기사들을 보며 분노했다.


하지만 고작 한 달.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이제는 나에 대한 기사조차 나지 않는다.



병상에 기대 세워져 있는 목발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은 목발 신세지만... 재활 잘 받고 다시 돌아가서, 내가 누군지 보여준다.'


그렇게 다짐하면서도,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불안감.



문득 최도형 박사의 말이 떠올랐다.


"강태웅 선수, 수술 경과는 좋습니다. 너무 불안해하기보다는, 차근차근 재활을 시작해나가 보시죠. 좋은 결과가 있을겁니다."


최도형 박사는 구단에서 소개해 준 담당 재활 의사.


수많은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을 재활에 성공시킨 베테랑.


실력도 실력이지만, 언제나 친절하게 조언을 해주는 고마운 분.


최도형 박사의 조언에, 어쩐지 조금은 안도가 되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잡은 불안함.




'안 되지, 안 돼. 불안감에 잠식되지 말자.'


자책하듯 고개를 저으며 TV를 켰다.


축구 경기 중계가 나오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경기를 보며 즐거워했겠지만, 지금은 그저 부러움만 가득했다.


화면 속 선수들이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똑똑.



"누구세요."


"나야."



김준호. 내 스포츠 에이전트.


벌써 두 명의 축구선수를 유럽 무대에 안착시킨,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축구 에이전트.



"재활은 잘 하고 있지?"


"네, 뭐 그럭저럭..."


"최 박사 만나고 오는 길이야. 다른 건 몰라도 스피드 하나만큼은 꼭 회복해야 된다고 신신당부 하고 왔어. 잘 될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재활에 전념해."




누구보다 빠른 순간 속도로 뒷공간을 부수는 라인 브레이킹이 나의 장기.


속도를 잃으면 나는 끝이다.


평소 긍정적이었던 성격도 이젠 모르겠다. 내가 긍정적이었던가?


김준호 에이전트의 얼굴을 보니, 무조건 데려가겠다며 오퍼를 주던 독일의 도르트문트가 떠올랐다.


이적설이 없던 일이 되어버린 지금의 상황.


한때는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유럽 무대.


이제는 그저 멀어져 가는 꿈일 뿐...



"저... 에이전트님."


"응? 왜. 뭐 필요한 거 있어?"


"게임 한 판 하시죠."


"...게임?"



Football Strike 2013.


실제 축구를 게임기 안으로 옮겨왔다는 평가를 받는 명작 축구 게임.


누워있는 동안, 답답한 마음에 뭐라도 해보려고 축구 게임을 해왔다.


현실에서 뛰지 못하는 만큼, 게임 속에서라도 최선을 다했다.


하루에도 수 시간씩 시간을 들여 팀을 변경하고 전술, 전략을 새롭게 설정하면서 게임을 했다.


때로는 밤을 새워가며 게임을 했다.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가상 세계에서나마 해보려는 몸부림이었다.


그렇게라도 축구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었다.



"...그래 뭐. 이렇게라도 축구 해야지. 난 바르셀로나."


피식 웃으며 팀을 선택하는 김준호 에이전트.




* * *




한 달 후.



재활팀은 나보고 훌륭히 잘 소화하고 있다고 했지만, 사실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매일 반복되는 재활 운동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고통의 연속이었다.


아침마다 눈을 뜨기조차 싫었다.


하루의 시작과 함께 찾아오는 현실의 무게.


그래도 이를 악물고 이겨내기 위해 노력했다.



"태웅 선수, 오늘도 열심히 하고 있네요. 그래서인지 재활 훈련의 성과가 아주 좋아요."


재활 트레이너의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구분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말에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나갔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그라운드로 돌아갈 날만을 떠올렸다.


때로는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액체가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것은 고통의 증거이자 희망의 징표였다.




오늘은 강남 FC의 홈 경기가 있는 날.


모처럼 경기장을 찾기로 했다.


걱정하는 팬들에게 얼굴도 보일 겸, 내 존재를 다시 한 번 되새겨 줄 겸...



목발을 짚고 천천히 걸어 경기장으로 향하는 동안,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익숙한 냄새와 분위기.


잔디 향기, 관중들의 환호성, 코치들의 호각 소리.


나에겐 너무나 그리웠던 것들.




"아..."



눈앞에 펼쳐진 푸른 잔디를 보는 순간,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졌다.


저 곳이 내가 있어야 할 곳인데.


천천히 걸음을 옮겨 관중석 한 켠에 자리를 잡았다.


관중석에 자리잡은 팬들이 하나둘 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야, 저거 봐. 강태웅이다."


"오, 진짜네. 근데 아직도 목발 짚고 다니네. 부상당한지 몇 달 되지 않았나?"


"야 조용해. 듣겠다."


남 일인 듯 무심코 내뱉는 말들이 가슴을 찔러왔다.



'하긴 뭐. 남 일 맞지.'



처음에는 작은 속삭임으로 시작된 팬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강태웅!"


"꼭 회복하세요!"


"빨리 돌아와! 강태웅 화이팅!"



순식간에 주변으로 팬들이 모여들었다.



"태웅선수, 우리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천천히 회복해요. 무리하지 말고."


"진짜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어요. 태웅선수가 없으면 강남 FC가 아니지."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래도 아직 나를 기다려주는 팬들이 있구나.



그때였다.



누군가 작게 "강 태 웅"이라고 부르는 소리에 이어, 점점 커지는 응원가 소리.



"강-태-웅! 강-태-웅!"


처음에는 몇몇 팬으로부터 시작된 응원가가 순식간에 전체 관중석으로 퍼져나갔다.


경기장에 모인 수천 명의 홈팬들이 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외치고 있었다.



<♬ 우리의 영웅, 강태웅!

푸른 잔디 위의 번개,

강남FC의 자랑 강태웅! ♪>


그토록 듣고싶던 응원가.


여기서 눈꼴사납게 울 수는 없지.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아냈다.



'반드시 돌아와야 해. 이 팬들을 위해서라도.'



* * *




삐익!


경기 시작을 알리는 호각이 울리고 선수들이 빠르게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 눈을 부릅뜨고 집중했다.


그러다 문득, 상대팀 공격수의 어설픈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올림픽 대표팀에서 내 백업이었던 서민우.


순간 속도와 피지컬 하나는 나와 맞먹을 정도로 괴물이지만, 어쩐지 축구 지능이 떨어져 언제나 나에게 대표팀 주전 공격수 자리를 내주던 놈.


역시나 무식하게 힘만 믿고 내달리다가, 협력 수비를 당해 공을 뺐기고 만 서민우.



"어휴, 저기선 이대일 패스를 했어야지. 저놈의 축구 센스는 좋아질 기미가 안 보이는구만..."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튀어나왔다.


그 순간, 갑자기 이상한 기계음이 들려왔다.



- 플레이어로부터 "축구 센스" 키워드가 입력되었습니다.


- <풋볼 센스 Football Sense>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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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축구계의 이치로 NEW +1 5시간 전 548 19 12쪽
31 침대 역전 세계 +1 24.09.16 1,926 38 15쪽
30 태웅아? 너 무슨... +3 24.09.15 2,662 40 14쪽
29 이란의 주먹감자 +4 24.09.14 2,676 38 12쪽
28 중국은 쿵푸축구, 이란은 침대축구 +1 24.09.13 2,764 36 11쪽
27 공한증은 없다고? +2 24.09.12 2,927 36 13쪽
26 국대 버프 특전, [철강왕] +3 24.09.11 2,926 41 12쪽
25 동해물과 백두산이 +2 24.09.10 2,986 39 11쪽
24 쟤 그래봐야 K리거잖아...? +2 24.09.09 2,989 41 10쪽
23 국대 버프 +1 24.09.08 3,011 42 13쪽
22 International class +2 24.09.07 3,081 42 12쪽
21 K리그 최종전 +2 24.09.06 3,190 40 12쪽
20 익숙한 기계음 +1 24.09.05 3,168 43 9쪽
19 레이트 커브 +2 24.09.04 3,182 43 12쪽
18 그런 대비, 너네만 했던 게 아니야. +1 24.09.03 3,228 42 12쪽
17 누가 프리킥 스페셜리스트라고? +3 24.09.02 3,372 46 13쪽
16 팀 상태 파악 +1 24.09.01 3,465 40 14쪽
15 독대 +3 24.08.31 3,682 48 10쪽
14 Good game +2 24.08.30 3,832 54 11쪽
13 저 선수는 도대체...? 24.08.29 3,816 54 10쪽
12 K리그 올스타 vs FC 바르셀로나 +2 24.08.28 3,952 53 12쪽
11 새로운 스킬이 활성화되었습니다. +1 24.08.27 4,036 56 11쪽
10 트라우마 +3 24.08.26 4,166 59 13쪽
9 첫 선발 +3 24.08.25 4,423 64 13쪽
8 호드리구, 오늘의 호구는 너다. +3 24.08.24 4,688 74 14쪽
7 첫 빅게임 +2 24.08.23 5,146 74 13쪽
6 축구도사 +7 24.08.22 5,535 88 14쪽
5 공격수가 아니라, 공격형 미드필더? +8 24.08.21 5,847 86 11쪽
4 태웅이가 저런 중거리슛을 하던 선수였던가...? +4 24.08.20 6,338 8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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