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 후 선을 넘고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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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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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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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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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04화-패스파인더3

DUMMY

배를 타기도 전부터 공격하던 말벌들은 섬에 도착할 때까지 한 마리도 나오지 않았다.


“일단 벌집을 찾아야겠소!”


베니는 방패를 들고 앞장섰고 그 뒤에 쇠뇌를 든 세 명이 따랐고 나는 그 뒤에서 사과나무들을 훑어보며 천천히 따라갔다.


파란색 선은 가려는 방향이나 대상이 명확할 때 나타난다.


청동 사과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니 관찰하는 수밖에 없지만 나중에 단계가 올라가면 조금 더 수월해진다.


“안 보이네요.”

“소리도 없이 숨은 걸 보면 너무 깊숙이 들어가면 포위될 겁니다.”


나무 위를 경계하는 앨버트와 조시의 말에 베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중앙으로 가기보다는 외곽으로 돌아서 들어가겠소.”


나무들이 거대 말벌의 방패가 될 수 있으니 신중하게 접근하려는 베니의 판단이 맞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돌아서 가야 한다.


신중하게 천천히 돌아서 중앙으로 접근하는 것도 시간이 지나면 경계심이 느슨해진다.

오후 늦은 시간 서쪽 하늘에 노을이 지고 있다.


빨리 말벌이나 벌집을 찾아내지 못하면 밤에는 완전히 숨어 버릴 것이다.


그건 아는 베니도 마음이 급해졌는지 중앙으로 방향을 조금 틀었다.


멀리 거대 말벌의 날갯짓 소리가 들렸다.


애애앵!


다들 소리를 듣고 무기를 꺼내고 재어 놓은 볼트를 확인했다.

나도 숏소드 꺼냈다.


스릉―!


사과나무들에 가려진 벌집이 드러났고 일행들은 숨을 삼켰다.


땅위에서 위로 솟아 오른 거대 말벌의 벌집은 높아질수록 넓게 퍼진 게 탑을 뒤집어 놓은 것처럼 보였다.


벌집의 크기가 생각보다 컸다.


나는 조용히 긴장한 베니에게 다가갔다.


“저 쇠뇌에 불을 붙여서 발사할 수는 없나요?”

“볼트의 촉이 너무 짧아서 불을 붙이는 건 어렵소.”


베니의 시선에 뒤에서 있던 앨버트가 대신 대답 했다.


벌집에 불을 붙이면 적들을 혼란 시키고 안에서 죽는 말벌도 있을 텐데 아쉬웠다.


“말벌을 퇴치하러 왔으면 벌집을 태울 기름은 들고 오셨죠?”

“우리한테 있어요.”


조시와 사라가 가죽 주머니를 들어 올렸다.


“하나만 주세요.”


사라에게서 가죽 주머니를 받아서 뚜껑을 열고 독한 기름 냄새를 맡았다.

나는 기름 주머니를 뒤로 멨다.


“가서 벌집에 불을 붙일 테니 엄호해 주세요.”

“조심하시오!”


베니의 당부에 고개를 끄덕이고 벌집을 향해 걸었다.

처음 몇 걸음은 말벌들이 나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러다가 벌집을 향해 걸어가는 나를 보고 거대 말벌 한 마리가 날아 올라서 날아오는데 바로 속도를 올려서 달리기 시작했다.


애애애앵!


비상 신호라는 되는 듯 날갯짓 소리가 커졌고 밤을 준비하던 말벌들이 벌집에서 나와서 나를 향해 날아오는데.


쐐애애액!


뛰어가는 내 뒤에서 볼트가 날아와 엄호해 주었다.

계속 움직이는 말벌들에게 파란색 선은 시시각각 바뀌면서 이어지고 이어진 선을 따라 베면서 벌집을 향해 달려갔다.


애애애앵!


뒤에서 계속 엄호를 하니까 한 무리의 말벌들이 뒤의 용병들에게 날아가서 나를 공격하는 벌의 숫자가 줄었다.


나는 한 손으로는 날아드는 말벌의 날개를 베고 한 손으로는 기름 주머니를 열어서 벌집에 기름을 뿌리며 한바퀴를 돌았다.


“키에엑!”


독한 기름 냄새에 말벌들이 놀라서 달려드는데 벌집을 등에 지고 있어서 오히려 상대하기 편했다.

기름을 다 뿌린 후에 손가락을 튕겼다.


“이그니스!”


손끝에서 작은 불꽃이 튀었다.


칙―! 치익―!


아직 단계가 낮아서 작은 불꽃 밖에 만들지 못하지만 불을 붙이는 데는 이 정도로 충분했다.


화아아악―!


기름에 불이 붙어서 불길이 솟아 올랐고 아직 벌집 안에 있던 말벌들도 깜짝 놀라서 밖으로 튀어나왔다.


“키에에엑!”


튀어나온 말벌 중에 거의 사람만 한 여왕벌이 보였다.

말벌 집 앞에 있는 나를 보고 여왕벌이 괴성을 질렀다.


“크에에에엑!”


여왕벌의 명령인지 말벌들이 쐐기 같은 진형을 만들어서 날아왔다.


애애애앵!


하지만 이렇게 진형을 갖춰서 날아 오면 파란색 선은 단순해진다.


선을 따라 움직이는 숏소드는 한 번에 여러 마리의 날개를 잘랐다.


“키에에에엑!”


여왕벌의 명령이 바뀌고 거대 말벌들이 나를 둥글게 둘러쌌다.


후아아앙!


둘러싼 말벌들이 동시에 독침을 찔러오는데 당황하지만 않으면 먼저 찔러오는 침을 피하고 검을 내밀면 자연스럽게 날개가 잘린다.


슈아악―!


한 마리씩 쓰러트리는 내 모습을 보고 여왕벌이 다시 괴성을 질러 말벌들을 불렀다.


“케에에에엑!”


나는 용병들을 슬쩍 봤다.

나무를 등지고 서서 거대 말벌들을 하나씩 줄이고 있었다.


공중에 머물며 말벌들에게 명령하던 여왕벌은 괴성을 지르고 한꺼번에 나에게 날아왔다.


“키이이이익!”


여왕벌은 나를 향해 크게 날갯짓했다.


후와아아악!


바람이 강하게 불어오고 흙먼지와 벌집의 불길이 더 불타오르며 시커먼 연기까지 더해져서 내 시야를 가렸다.


애애애앵!


알고 한 짓인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시야를 가리면 파란색 선도 사라진다.


나는 잠시 먼지와 연기의 움직임을 노려보다가 정면을 향해 뛰어오르며 그대로 숏소드를 찔러넣었다.


쉬아악―!


숏소드는 여왕벌의 머리에 그대로 박혔다.


콰드득―!


“키에엑!”


내 시야를 가려 놓고 공격하려던 계획이었겠지만 날갯짓하는 소리가 너무 컸다.


여왕벌의 머리에 박은 검을 그대로 한바퀴 돌리고 뽑았다.


“키이익!”

“케에엑!”

“케엑!”


여왕벌이 바닥에 떨어지자, 말벌들은 공격을 멈추고 자기들끼리 괴성을 지르며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죽은 여왕벌과 불타는 벌집을 두고 멀리 날아갔다.


용병들은 아직 바닥에서 기어다니는 말벌들의 숨통을 끊고 꽁무니의 벌침을 뽑아냈다.

말벌의 사체는 쓸만한 부산물이 없으니 저 침이 토벌의 증거가 될 것이다.


벌집은 계속 불타고 있어서 주변이 밝았다.


용병들이 벌침을 채취하는 동안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청동 사과를 찾았다.


***


마나 이상 현상은 예전부터 있어 왔던 현상이지만 연구되거나 추적된 적은 별로 없다.


앞으로 더 연구되어야 하겠지만 지금은 자연스러운 자연 현상 중의 하나라고 알려져 있다.


지반 아래 수분이나 지하수가 뭉쳐있다가 솟아 나오면 샘물이 되듯이 마나도 뭉쳐있는 곳이 있고 부족한 곳이 있기 마련이다.


특정 장소에서 마나가 넘쳐흐를 때 이상한 현상이 발견되고 그걸 마나 이상 현상이라고 말한다.


민간에서는 기적이라고도 하고 특정 종교에서는 악마의 짓이라고 경원시하기도 한다.


리머린 영지의 청동 사과 이야기도 버딩턴의 바위산처럼 몇 년 뒤에 소문으로 알려진다.

용병의 토벌 이야기는 못 들은 걸 보면 용병들은 청동 사과를 발견 못하고 거대 말벌만 퇴치한 것 같다.


하늘은 이제 어둑어둑해지고 있어서 내일 찾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용병들이 있는 장소로 돌아왔다.


불타던 말벌 집의 불도 다 타서 연기만 피어오르고 있었다.


불탄 벌집은 많이 무너져 내렸다.


맨바닥에서 위로 올라간 건 중 알았는데 사과나무 몇 그루를 기둥 삼아서 벌집을 지었다.


자세히 관찰하는데 불타서 시커멓게 변한 사과나무 줄기에서 무언가 반짝였다.


“···!”


나는 바로 까맣게 그을린 사과를 따서 옷에 문질러 닦았다.


검댕을 닦은 사과는 녹슬기 전의 청동의 원래 색깔인 붉은 기가 살짝 도는 누런색으로 보였다.


마나가 사과 한 알에 집중되어서 만들어진 청동 사과가 자란 나무 위에 거대 말벌들이 집을 지은 것이다.

이런 마나 이상 현상 자체가 몬스터를 부르는 모양이었다.


사과를 닦고 아공간 가방에 넣으려는데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게 무엇이오?”


베니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고 다른 용병들도 내 손에 들린 청동 사과를 보고 눈을 빛냈다.


“제가 찾으려던 물건입니다.”

“잠깐만!”


베니의 외침에 앨버트와 조시, 사라 남매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쇠뇌를 잡았다.


“보통의 사과가 아닌 것 같은데 혼자 차지하시려고?”


용병들은 나를 둘러쌌다.


“특이한 물건이기는 하지만 그리 비싸게 팔리는 물건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벌집도 여왕벌도 제가 처치한 것인데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용병은 아니지만 용병들도 자신이 처치한 적의 물건은 처치한 사람에게 우선권이 있다.

지금 용병들의 행동에는 용병의 기준에도 문제가 있었다.


거기에 나무에 달려있을 때면 모르겠지만 나무에서 딴 사과는 자연스럽게 그 안의 마나가 사라지면서 평범한 사과로 변한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섭취해야 한다.


그리고 마법사가 아니라면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한다.


나는 마법적으로 신체를 개조한 상황이라 이런 물건에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는 몸이라서 나만큼 가치 있게 쓸 사람은 없다.


용병들이 섭취하면 몸이 조금 건강해지는 정도다.

마나가 집중된 청동 사과는 신기하고 대단하기는 하지만 많은 돈을 얻을 수는 없다.


“가치는 알아보면 되는 것이고 같이 움직이다가 얻은 아이템은 나눠야 하지 않겠소?”

“그러면 이 말벌들을 토벌한 의뢰비를 저도 똑같이 나눠 주실 생각입니까? 기여도를 생각하면 제가 조금 더 많이 받아야 할 것 같은데요?”


베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건 사전에 이야기한 바가 없어서 안 될 것 같소.”

“이 사과도 사전에 이야기한 일이 없는 건 같습니다.”

“경고하겠소. 그 사과를 내놓으시오.”


뭔가 대단히 가치가 있는 물건으로 단단히 착각하고 있다.


세 명은 쇠뇌를 겨눴고 베니는 숏소드와 방패를 들었다.


나는 얕게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욕심이 나더라도 네 명이 다 덤벼도 실력이 부족한 걸 본인들도 봐서 알 텐데 왜 무리를 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이 사과는 여러분이 목숨을 걸고 싸울 정도로 가치 있지 않습니다. 이러시면 실수 하시는 겁니다. 가서 토벌 의뢰를 완료하고 의뢰비를 받으세요.”

“그건 안 될 것 같소.”


내 말을 들은 베니가 거절하며 고개를 가로저었고 세 명의 쇠뇌에서는 동시에 볼트가 발사됐다.


쐐애액!


나는 몸을 옆으로 한바퀴 회전하며 볼트를 피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옆으로 걸음을 옮기며 이어지는 베니의 숏소드도 피했다.


나는 대거를 꺼내서 염소발로 볼트를 장전하는 앨버트의 목을 베고 지나갔다.


스컥―!


조시와 사라 남매는 쇠뇌를 던져 버리고 숏소드를 뽑으려고 하는데 그 전에 조시의 가슴에 구멍을 내고.


푸욱―!


사라의 턱밑에 대거를 박아 넣었다.


콰득―!


“끄윽!”


그리고 몸을 돌리면서 숏소드를 뽑아서 이마에 박았다.


슈아악―!


“크헉!”


이마에 박힌 숏소드 뽑자, 베니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베니의 옷에 숏소드에 묻은 피를 닦은 뒤 검집에 넣고 사라의 턱밑에서 대거를 빼낸 뒤 닦고 집어넣었다.


용병들의 몸에서 값나가는 것들을 찾아서 아공간 가방에 넣은 뒤에 시체를 한 군데에 모았다.


그리고 아까 주변을 둘러봤을 때 찾은 바닥이 반듯한 자리로 가서 앉아서 청동 사과를 한입 베어 물었다.


물컹한 느낌과 함께 그대로 녹아서 목구멍으로 꿀꺽 넘어갔다.

금세 아랫배로 흘러내린 액체는 뱃속을 뜨끈하게 만들었다.


이럴 때 무엇을 하라고 따로 배운 적은 없지만 그저 정신을 집중하며 깊은숨을 쉬었다.


***


어렸을 때 처음 패스파인더가 되기 위해 수련을 시작할 때는 기대가 컸다.


엄청 대단한 검술을 배우거나 마나를 이용한 호흡법 같은 걸 배워서 강철을 맨손으로 구부리고 그렇게 될 줄 알았다.


대단한 검술도 없었고 호흡법도 없었다.


가장 기본적인 가로 베기와 세로 베기, 찌르기에 응용 동작, 그리고 막기를 배우고 그다음부터는 반복해서 연습하고 대련했다.


호흡도 마찬가지다.


평상시뿐만 아니라 뛸 때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쉬는 거다.

이게 실제로 해보면 말처럼 쉽게 되지 않았다.

그리고 검을 휘두를 때는 힘을 쓸 때처럼 숨을 내쉬고 검을 회수할 때는 짧게 숨을 들이마신다.


이것도 계속 반복하고 대련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몸에 익게 된다.


이외에 다른 훈련은 받지 않았다.


기사들도 내가 받은 훈련과 기본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은 훈련을 받는다.


다만 조금더 몸을 혹사하고 대련하는 상대들도 다 전투의 전문가들이라서 결과물이 달라지는 것이다.


청동 사과를 먹고 뱃속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계속 코로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입으로 길게 내뱉었다.


뜨거운 기운은 호흡을 따라서 몸 전신으로 퍼졌다.

바위산 샘물 속에서 마나를 흡수할 때와는 또 달랐다.


전신에 퍼진 기운이 몸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때까지 호흡을 집중하다가 노곤해짐을 느끼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

·

·


“후우···!”


나는 숨을 길게 내쉬고 눈을 떴다.


청동 사과를 먹었을 때는 분명 저녁이었는데 지금은 햇빛이 쨍쨍한 낮이다.

하루가 지난 건가?


일어나는데 몸이 찌뿌둥한 게 하루는 더 지난 것 같다.

나와서 한군데 모아둔 용병의 시체를 보니 사흘에서 나흘 정도 지난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몸의 균형이 조금 이상했다.


나는 시체 썩은 내가 나지 않는 위치로 가서 숏소드를 휘둘렀다.


슉―! 슈아악―!


아무 목표도 없으니까, 눈앞의 파란색 선은 나타나지 않았다.


어릴 때 수련하던 것처럼 가로 베고 세로 베고 찔렀다가 응용 동작을 하고 다시 막는 걸 반복했다.

살짝 몸에 열이 오를 정도로 검을 휘두르다가 검집에 넣으며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몸의 균형이 달라졌다.

나는 사과나무에 등을 대고 키를 대거로 표시했다.

키가 컸다.


패스파인더는 천천히 늙는다.

인간 대부분은 100년도 못 살고 죽지만 우리는 200년 정도를 산다.

물론 마경에서 죽지 않으면 수명이 그 정도이지만 거의 그전에 죽게 된다.


아무튼 현재 내 나이는 16살인데 40살이 될 때까지 조금씩 자라서 180cm 정도까지 키가 큰다.


그렇게 키가 크는지도 모를 만큼 조금씩 자랐었는데 지금은 며칠 만에 몸의 균형에 이상을 느낄 만큼 컸다.

1, 2cm지만 우습게 볼 정도는 아니다.


이런 식으로 마나를 흡수해서 신체를 활성화하면 예전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그게 나쁘지는 않다.


빨리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좋다.


나는 결론을 내리고 사과나무를 돌며 잘 익은 사과를 따서 아공간 가방에 넣고 나룻배를 타고 호수를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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