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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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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de
작품등록일 :
2024.08.26 09:03
최근연재일 :
2024.09.1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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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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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388

작성
24.08.30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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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삿된 것이 오는 날

DUMMY

이헌이 정신을 잃은 뒤, 힐러 동명은 그의 몸에 그의 수호신을 불러왔다. 이헌의 수호신과도 같은 할머니가 불려왔고 수호 신령 할머니는 그의 현재 상황을 그들에게 설명해 주었다. 수호 신령 할머니의 혼이 빙의된 채로 이헌은 엄기동 사장의 근로 계약서에 지장을 찍었다. 


그 이후는 다들 알겠지?


엄기동 사장은 본인들이 하는 일을 좀 더 천천히 최대한 쉬운 말로 그에게 설명해 주었다. 귀신 들린 사람들을 치료해 주고, 악귀에게 시달리는 사람들을 구해주는 일명 퇴마사 그룹이었다. 다만 사업자등록에 그러한 명목이 없어 서비스업으로 등록 하느라 웰빙 힐링 서비스로 등록했다고. 그들이 그가 지금 겪는 것들을 치료해 주기 위해선 손대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라고 한다. 그 모든 비용을 정산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여겨 차라리 그의 귀신 보는 능력을 그들의 퇴마 업무에 제공하면 그 대가로 이헌을 치료해 주기로 계약 했다는 것이다.


모든 설명을 듣고 나니 엄기동 사장이 왜 그리 꼬치꼬치 영혼을 보는 것에 대해 물어봤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들 중에는 종종 영혼을 느끼고 보고 감지는 해도 나처럼 언제나 정확하게 보는 사람은 없었던 모양이다. 무당인 차이레를 제외하곤 힐러인 동명은 흐릿한 그림자로, 도술사인 탁이 조차 스스로 기운이 센 영혼 외에는 영혼을 정확히 보기보다 빛의 형상으로 본다고 한다. 


나쁜 조건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는 엄기동 사장에게 최소한의 급여는 달라고 요청했다. 그도 먹고는 살아야 뭘 같이 하든가 할 것이 아닌가. 이헌의 야무진 요청에 잠시 고민하던 엄기동 사장은 탁이와 뭔가 은밀하게 대화를 주고받더니 그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 그룹의 입사 조건은 명확했다.


첫 번째, 일 년간 정이헌은 인턴으로써 최저임금을 받으며 능력을 제공한다. 


두 번째, 근무시간과 요일은 대중없다. 일이 발생하면 끝날 때까지 일한다.


세 번째, 팀의 막내 인턴으로써 모두의 수발을 든다.


마지막 조건이 영 맘에 안 들긴 했지만, 그로 말할 것 같으면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 공채 합격자로써 어디서든 최고의 적응력과 사회성을 발휘하는 그야말로 인싸중에 인싸. 정이헌이란 말씀.


그가 해내지 못할 일은 없다 이 말이지. 


그런 그의 앞에 정말 머리털 나고 못하는 일도 있구나 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해 준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




——————————



비가 억수로 내리던 금요일 오전, 출근 한 뒤로 내내 창 밖만 보던 엄기동 사장이 갑자기 점심때 회식을 선언했다. 보통 회식은 업무 끝나고 저녁에 하는 거 아닌가··· 이헌이 의아한 얼굴로 엄기동 사장을 바라보니 그의 표정을 보고 엄기동 사장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비 오는 날엔 아무래도 우리 같은 업종의 사람들이 제일 바쁜 날이거든.”


“사장님- 그럼 더 사무실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손님 오시면 어떡해요?”


의자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며 동명이 큰 소리로 말했다.


“이런 날 오는 손님은 대부분 불길한 사람이 많아요! 우리 얼른 나가요 사장님!”


이헌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후다닥 가방을 챙기며 사무실을 박차고 나가기 시작했다. 이헌도 조급한 마음에 같이! 같이 가요!를 외치며 헐레벌떡 따라나섰다. 엄기동 사장이 앞장서서 간 점심 회식 장소는  V 패밀리 레스토랑이었다. 예전에 종종 여자친구랑 왔던 곳이라 문득 예전의 향수 같은 것이 떠올라 말수가 적어졌다가 전투적으로 뷔페를 퍼먹기 시작하는 멤버들을 보고 정신이 차려졌다. 다들 몇 날 며칠간 밥이라도 굶은 것처럼 먹어대는 통에 그 모습을 보고 웃느라 우울한 기분이 싹 사라져버렸다. 도도해 보였던 차이레는 일주일 같이 지내보니 생각보다 소탈하고 털털한 매력이 있는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동갑내기 동명은 생각보다 패션에 대한 감각이 좋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명과 조만간 월급 받으면 같이 쇼핑을 가기로 약속도 했다. 탁이는 말수는 적지만, 주변 사람을 엄청 잘 챙기는 스윗함이 있는 남자였다. 뭔가 미묘하게 돈이 많은 느낌이지만 겸손한 건지 어떤 건지 뭘 물어봐도 답을 해주지 않는다. 


엄기동 사장이 제일 미스터리하다. 여전히 이헌에겐 엄기동 사장이 제일 파악하기 힘든 존재였다. 화술이 엄청나게 좋아서 그런지 사기꾼 느낌이 아주 낭낭한데, 가끔 진지한 모습을 보면 어떤 뭐라 말할 수 없이 진한 과거나 사연이 있을 법한 느낌도 아주 강하다. 아직은 뉴페이스인 그가 그런 깊은 사연을 물어보는 건 실례인 것 같아 그도 굳이 묻지는 않았다.


주식회사 엄청나의 점심 회식이 끝나고 다 같이 건물 1층에서 긁는 복권을 하나씩 충동적으로 구매한 뒤, 설레는 마음으로 사무실로 돌아갔다. 이헌도 다들 사길래 하나 같이 사긴 했는데 원래 이런 거 당첨 운이 없는 편이라 별 기대도 없었다. 사무실에서 도착하자 차이레가 외쳤다.


“당첨된 사람~ 우리 100만 원씩 나눠주기~!”


“에이~100만 원은 약하지! 천만 원 가즈아~~~!”


동명이 낄낄대며 차이레의 말을 받아쳤다. 잠시 몇 분간 신중히 다들 긁기 시작했고, 뭐 당연히 그렇듯 실망한 차이레의 한숨소리와 동명이 바로 쓰레기통에 던져 넣는 모습이 보였다. 이헌도 뭐 당연히 꽝. 


엄기동 사장은 여전히 알 수 없는 표정이었고, 말없이 긁던 탁이가 복권을 들고 일어났다.


“나 2등 당첨- 1억 원이네요···다들 천만 원씩 나눠줄게요."


“네···.. 네?! 우아아아악!”


마치 점심 메뉴 말하듯 덤덤한 그 목소리에 별 생각없이 네-하고 대답했다가 용수철 튀어 오르듯 이헌이 괴성을 지르자 차이레와 동명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무려 탁이가 긁은 복권엔 같은 모양이 일 억이라는 글자와 함께 탁이 손에 들려있었다.

엄기동 사장이 벌떡 일어나 탁이 옆으로 가서 비굴한 포즈로 매달렸다.


“탁이 형님~! 주식회사 엄청나의 주주가 되어보시는 것은 어떠십니까?”


“싫습니다.”


“꺄아아앙! 탁이씨! 저 카카오 페이로 보내주세요!”사랑해요! 탁이씨~~”


“아싸! 이헌아! 우리 이번 주말에 백화점 쇼핑 가즈아~!”


환호성을 지르는 차이레와 동명과 함께 눈물이 날 것 같은 기쁨을 누리며 얼싸안고 행복의 무반주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괴성을 지르고 허공에 기쁨의 어퍼컷을 날리며 빙그르르 도는데 갑자기 그의 뒤에 서있던 누군가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으아아앗! 뭐야? 뭐야?”


제풀에 놀라 엎어진 이헌이 정신을 차리고 올려다보자 현관 앞에 서있는 한 여자가 보였다.


어둠과 다를 바 없는 검은 원피스의 그 여자는 저승사자처럼 창백한 얼굴에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핏기 없는 얼굴을 감추기라도 하듯 새빨갛게 바른 레드 립스틱이 그녀의 모습의 유일한 컬러였다.


“실례합니다... 여기가 퇴마 전문 기업 엄청나 맞나요?”


이헌은 그 자리에서 얼음처럼 굳어버렸다. 


삿된 것이 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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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수살귀 24.09.02 7 1 11쪽
5 MZ무당 등장이오! 24.08.31 13 1 8쪽
» 삿된 것이 오는 날 24.08.30 15 2 7쪽
3 도사님이 뿔나셨다 24.08.28 16 2 11쪽
2 금지된 꽃차라 하여 금화수라 +1 24.08.26 18 2 7쪽
1 아홉 수보다 무섭다는 일곱 수 +3 24.08.26 44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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