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 아웃소싱 전문기업 엄청나입니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공포·미스테리

새글

호류당
그림/삽화
mongde
작품등록일 :
2024.08.26 09:03
최근연재일 :
2024.09.19 14:53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154
추천수 :
17
글자수 :
66,388

작성
24.09.13 09:19
조회
3
추천
0
글자
11쪽

전생의 비밀

DUMMY

우리 같은 멤버들을 총괄 지휘하는 엄기동 사장은 왜 저리 허약할까.. 전생을 봤을 땐, 우리 중에 가장 영적인 힘이 셀 것 같은 사람인데 이유가 뭔지 이헌은 갑자기 궁금해졌다. 이헌은 멤버들을 따라 맨 뒤에서 걸으며 용용이를 살짝 불러보았다.


“용용아- 나 궁금한 것이 있어”


[형아는 뭐가 궁금한데?]


용용이가 냉큼 대답한다. 빙의가 되지 않은 채로 이헌과 대화하는 용용이의 말은 마치 귓가에 가까이 대고 말하는 듯 선명했다.


“우리 엄기동 사장님은 예지몽이란 능력이 말고는 정말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분이시거든. 그런데 전생을 봤을 땐 공부를 정말 많이 하신 분인 것 같은데 그런 것치곤 기가 정말 약하신 거 같아서 이상해..”


[그 아저씨는 이번 생에 태어나기 전 직접 그것을 원했어]


“본인이 원한 거라고? 그럴 리가?.. 어째서 그런 것을 원하지?”


[업장을 소멸하는 건 다양한 방법이 있지. 그중에 하나이기도 해]


“업장 소멸? 그건 뭐야?”


[형아는 아는 게 왜 그리 없어? 아휴 참 답답해]


이헌은 머쓱함에 입이 합죽이가 되어버렸다. 정말 자신은 아는 것이 너무 없다는 생각과 공부를 뭘 어떻게 어디서부터 해야 하는지 감도 안 잡혔다. 용용이의 핀잔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모르는 게 많아서 미안해.. 흑.. 쉽게 얘기해 주면 안대?”


[더 이상은 얘기할 수 없어. 마고 할머니한테 혼난단 말이야]


“왜 혼나?~”


[천기누설했다고 혼이 나지. 인간들은 몰라도 되는 것들이 참 많거든~]


“천기누설이라.. 흐음. 알았어. 나도 그 부분은 더 물어보지 않을게"


이헌은 신의 세계는 참 단순한듯하면서도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신이나 귀신에 대해 모르고 살아가지 않는가? 정작 이헌 본인도 귀신이나 영혼이 보이지 않을 땐 전혀 이쪽으론 관심조차 없었으니 말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회사로 출퇴근하며 매일매일 일하느라 신과 영혼의 세계에는 정신이 없었던 자신이 떠올라 이헌은 마음이 복잡해졌다. 


“휴.. 그때 같이 일했던 동기들은 아직도 열심히 일하느라 바쁘겠지?”


이헌은 예전을 떠올리며 우울해지려는 자신을 알아차렸다.


‘그래.. 그래도 지금은 내 곁에서 날 지켜주려는 사람들과 신들이 있잖아. 난 혼자가 아니야. 힘내자! 정이헌!’


멤버들의 뒤를 따라걸으며 멤버들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다.


*******************


숙소에서 한동안 누워있다가 정신을 차린 엄기동 사장은 안색이 창백했다. 기껏 예지몽으로 자신이 피 흘리며 쓰러지는 것을 봐놓고도 조심성 없이 건물에 발을 들인 본인의 실수였다. 두통으로 머리가 지끈 지끈거린다고 머리를 감싸고 소파에 누워있던 엄기동 사장은 멤버들에게 본인이 찾은 자료를 메시지로 공유했다. 


“내가 아까 찾은 뉴스 기사랑 관련 자료들 단톡방에 공유했으니 확인 좀 해 봐..”


차이레가 엄기동 사장의 머리맡에 앉아 살을 풀어주는 비방을 하는 동안, 나머지 멤버들이 단톡방의 자료들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대략 3년 전 일어난 사고였다. 대학생들이 한 겨울에 강원도 바닷가 펜션으로 엠티를 왔다가 술에 취해 같은 과 남학생 한 명을 우발적으로 죽인 사건이었다. 뉴스에 보도된 것과 그 당시 국민 청원 내용에 의하면 술에 취한 대학생들이 2층짜리 펜션 옥상에서 남학생 한 명을 밀어 추락 시켰고, 추락한 학생은 목뼈가 부러져 움직이지 못했지만 살아 있었다. 다들 술에 취해 추락한 그 학생이 죽은 줄 알고 그대로 줄행랑을 치는 바람에 의식을 잃고 추락한 그 학생은 한 겨울 추위에 동사한 것이 원인이라고 하였다. 첨부된 사진에 부러진 뿔테안경 등을 보아하니 낮에 보았던 그 펜션 건물의 대학생 영가가 확실해 보였다.


“아.. 너무 안타깝다. 그 자리에 같이 있었던 사람 중 한 명이라도 119에 신고해 주었다면 죽진 않았을 텐데..”


뉴스 기사를 읽으며 동명이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치며 한숨을 쉬었다. 탁이가 스마트폰으로 자료를 읽다 의아한 표정으로 폰을 내려놓았다.


“이상해.. 아까 그 영가의 한과 분노를 보았을 땐, 단순히 이렇게 죽었을 거 같지 않은데..”


동명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니까. 좀 더 자세히 파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어? 여기 청원글에 그 피해자 부모님 연락처가 있어요! 부모님께 연락해서 대화를 해보면 어떨까요?”


이헌이 내놓은 아이디어에 동명이 반색을 했다가 금세 풀이 죽었다.


“그런데 3년 전에 죽은 아들에 대해 물어보는 걸 수상하게 여기지 않을까?..”


“흐음.. 그렇네요.. 어떻게 하지?..”


소파에 누워있던 엄기동 사장이 눈을 감은 채로 대꾸했다.


“그거라면 나한테 방법이 있지..”


**************************


원주 시내의 한 아파트 현관 앞, 대한 일보사 기자와 카메라맨과 함께 이헌과 동명이 벨을 누르기 전 미리 가방에서 수첩과 펜을 주섬주섬 꺼내고 있다.


“아.. 너무 떨려요.. 동명 씨”


그런 이헌을 동명이 눈을 흘기며 투덜댔다.


“그래도 사장님이 친한 신문사 기자분 불러주셔서 다행이지.. 안 그랬음 우리 둘만 왔을 걸.."


기자 신분증을 목에 걸고 있던 앳된 얼굴의 여 기자가 이헌과 동명을 돌아보며 웃었다.


“이제 벨 누를게요~ 두 분은 저희 신문사 인턴이라고 할 테니 그냥 조용히 뒤에 계시면 됩니다.”


“넵~! 알겠습니다.”


띵-동


문을 열어 준 것은 40대로 보이는 남자였다. 본인을 큰 아들이라 소개한 그 남자가 열어 준 문을 통해 집으로 들어가니 거실에 노부부가 소파에 앉아있었다. 수척한 얼굴의 80대 노부부는 얼굴에 그다지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무덤덤한 건지, 지친 건지 알 수 없는 안색에 4인조 방문객들은 어색함에 삐거덕 거리며 거실로 들어섰다.


“그래서.. 대한 일보사에서 오셨다고요?"


“네 네.. 아드님 이야기에 대해 두 분 말씀을 좀 듣고 기사를 실어드리려 합니다.”


“이미 범인들이 다 벌받고 끝난 일을 뭐 하러..”


시큰둥한 노부부의 말에 여기자가 힘을 주어 말했다.


“이런 일이 다신 생기면 안 되잖아요.. 그리고 그런 일을 당한 사람이 여기 있다고 알아달라고 목소리를 내는 것도 저희 할 일입니다.”


그 말에 노부부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옆에 있던 큰아들이 인상을 쓰며 언성을 높였다.


“전에 그렇게 여기저기 언론사에 기사 좀 실어달라고 연락했었는데.. 다 관심 없으셨는데..”


책망하는 듯한 큰아들의 말에 할머니가 얼른 말을 덧붙였다.


“지금이라도, 우리 아들 억울한 마음을 사람들이 알아준다면 저흰 여한이 없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혹시 소송하실 때 자료 안 버리고 갖고 계시죠?”


“네- 아직 안 버리고 보관 중입니다. 잠시만요..”


안방 장롱 안에서 노란 보자기에 싸인 서류뭉치를 가져오신 할아버지는 사건 사진부터 부검일지까지 손수 하나하나 다 공들여 정리를 해놓은 자료를 꺼내 보였다.


“제가.. 이걸 버릴 수가 없어서.. 갖고 있기를 잘했네요..”


너무도 적나라한 고인의 상흔 사진들이 주르륵 보인다. 전부 차마 고개를 돌리지도 못하고 고스란히 그 사진들을 볼 수밖에 없었다. 동명이 사진을 보다가 이헌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은 고인의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부러진 검은색 뿔테안경 사진이었다.


“검은색 뿔테안경.. 그 상가에서 본 영혼 맞지?”


“맞아요..”


 고인의 이름은 표지성이었다. 군 제대 후 복학한 학교에서 겉돌던 그는 아버지가 갖고 있던 원룸 건물을 관리 청소하는 알바를 하며 착실하게 적응을 해나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하필 포악한 성격의 대학 선배가 그 원룸 건물로 이사를 오면서부터 그의 평온한 일상이 깨지기 시작했다. 과 후배인 지성 군이 자신의 원룸 건물주 아들인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월세도 제대로 내지 않고, 김지성을 만나기만 하면 자기 집도 청소하라며 행패를 부렸다. 싸우기가 싫었던 지성 군이 몇 번 방 청소를 해준 것이 화근이었다. 툭하면 전화로 호출하여 자기 몸종처럼 부려먹고 괴롭히는 그 선배를 보고 다른 학생들도 그를 만만하게 여겨 똑같이 괴롭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이 모든 이야기들은 같은 과 친구의 증언으로 지성 군이 죽은 뒤 낱낱이 밝혀졌다고 한다. 겨울방학 때 일부러 후배들을 소집해 억지로 엠티를 가자고 우겨서 간 것이 강원도 그 건물이었는데, 술에 취한 선배들이 지성 군을 구타하다 그를 2층 건물 옥상에서 아래로 밀어버렸던 것이다. 


끔찍한 사건 기록을 보여주면서 설명하는 그의 부모의 울음 섞인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이헌은 끔찍하고 참담한 기분이었다. 이헌은 그때 건물에서 보았던 표지성의 영혼을 떠올렸다. 창가에서 서성이며 좌불안석처럼 보이던 그.. 그리고 사라졌다가 옥상 모퉁이에서 포효하던 모습들..


“지성 군을 그렇게 괴롭히던 그 선배란 사람은 어떻게 되었나요?”


“소송을 2년 동안 했는데, 계속 항소를 하다가 결국 마지막에 4년형을 받고 지금 교도소에 있을 겁니다..”


“아휴.. 사람이 죽었는데.. 4년형이라니.. 너무 적은데요?”


“그놈이 술에 취해있어서.. 법이 뻔하죠.”


“그 사람이 고작 4년 감옥에 있다 출소해도 30살도 안 되는데.. 어휴.. 정말 분통터지네요..”


제 일처럼 화를 내는 기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할머니가 갑자기 기자의 손을 잡았다.


“그래도.. 우리 아들 기사도 써준다 하고.. 우리 얘기도 들어주고.. 그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워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아녀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이런 것밖에 없어서 너무 죄송하죠..”


뒤에서 지켜보던 이헌의 눈에 그 기자의 뒷모습이 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두 어르신께 작별 인사를 드리고 나오다 마주친 그 기자의 눈을 본 순간 그녀의 전생이 몇 가지 스쳐 지나갔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는 흰코뿔소의 모습과 분쟁지역에서 종군기자로 활약하는 모습이 보였다. 지금 그녀의 인생은 아마도 전생에 종군 기자로 못다 한 인생의 나머지 부분을 채워가는 듯했다. 이헌은 그녀라면 분명 김지성 군의 기사를 그 누구보다 잘 써줄 최적의 인물이라는 확신이 생겨서 안도감이 들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며 무심코 거울을 들여다보게 된 이헌은 그제야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본인의 전생을 본 적이 없다는 것.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며 혹시나 자신의 전생을 볼 수 있을까 싶었지만 보이지 않았다. 


나의 전생은 무엇이었을까.

혹시 전생에 나는 큰 죄를 지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이번 생에 이렇게 귀신을 보는 벌을 받나.. 


이런 이헌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동명은 이헌을 차에 태운 뒤 멤버들이 있는 숙소로 복귀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퇴마 아웃소싱 전문기업 엄청나입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 금화수의 위력 NEW 3시간 전 2 0 12쪽
13 영가의 정체를 밝혀라! 24.09.18 2 0 11쪽
» 전생의 비밀 24.09.13 4 0 11쪽
11 예지몽 24.09.11 7 1 14쪽
10 푸른기운의 눈동자 24.09.09 6 1 12쪽
9 동해바다에는 용궁신이 산다 24.09.07 6 1 11쪽
8 바리공주 납시오-! 24.09.06 8 1 13쪽
7 넋건지기 굿 24.09.05 7 1 11쪽
6 수살귀 24.09.02 7 1 11쪽
5 MZ무당 등장이오! 24.08.31 13 1 8쪽
4 삿된 것이 오는 날 24.08.30 15 2 7쪽
3 도사님이 뿔나셨다 24.08.28 16 2 11쪽
2 금지된 꽃차라 하여 금화수라 +1 24.08.26 18 2 7쪽
1 아홉 수보다 무섭다는 일곱 수 +3 24.08.26 44 4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