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후네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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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부태랑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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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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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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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DUMMY

프롤로그


소녀는 양손으로 잡고 있는 상자 위로 자신의 얼굴 턱밑에 맺힌 땀방울이 떨어지지 않게 걷지도 달리지도 않는 묘한 걸음걸이로 진열대를 향해 가고 있었다.


칸다바시(神田橋 에도의 다리 명칭)에서 이곳 카야바초(茅場町 에도 시내의 지역 명칭)로 가게를 이사한 첫날. 아직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짐과 주류들을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둥글고 앳된 얼굴의 소녀는 동그란 볼에 옅은 홍조를 띤 채 상자를 조심스레 정해진 제자리에 올려놓았다.


"성공이야!"


그녀는 아직 떨어지지 않고 턱밑에 이슬처럼 맺혀있는 땀을 먼지 묻은 긴소매로 닦으며 가게 앞길 쪽으로 나왔다. 이제 막 추위가 가시고 봄이 시작될 무렵인 지금도 아직은 오후 5시가 지나면 벌써 해가 지려고 주변이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최근 이곳 카야바초에 하나둘씩 이사해온 많은 주류도매상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길 한가운데를 전력으로 달려오는 사람의 형태가, 아니 분명 사람이 빠른 속도로 달리며 소녀의 바로 앞을 지나갔다.


"아앗!"


소녀는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그로 인해 일어난 흙먼지를 그대로 뒤집어쓴 채 머리 위로 가렸던 팔을 내렸다. 가뜩이나 땀을 흘린 탓에 얼굴은 흙먼지로 덮인 채였다.


초시치로는 전력으로 달리면서 주변이 점점 어두워 지며 해가 지고있는 것을 느꼈다.


"이러다 늦겠어."


"센, 타쿠지이(たくじい 타쿠 할아범)는 아직인가?"


정확히 누구를 불러 어디를 보며 묻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혼잣말이었다. 그때 허공에서 들려오듯 젊은 여성의 목소리로 대답이 돌아왔다.


"네, 하초보리(八丁堀)의 단나(旦那)의 일로 아직 그곳에······."


"하지만 늦지 않고 도착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이어 말했다.


"토노(殿 나으리), 곧 니혼바시(日本橋 에도의 다리 명칭)입니다."


해가 질 무렵이지만 니혼바시에는 아직도 다리 밑에 배들이 가득 차 있었다. 이른 새벽부터 시작되는 고깃배들의 하역 작업부터 정오에는 시장이 문을 닫으며 시작되는 멀리서 온 작은 상선들로 인해 온종일 배들이 끊이지 않고 강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오우~샤, 오우~샤"


머리에 흰 천을 돌돌 말아 묶은 건장한 남성들이 정박해 있는 배에서 정해진 장소까지 짐을 옮기며 소리를 내고 있었다. 리듬을 타듯이 가볍게 달리며 한쪽에서 한 여성이 열심히 만들고 있는 손가락만 한 흰 쌀밥 위에 생선 조각을 올린 것을 오며 가며 하나씩 집어 먹고 있었다. 그들은 늦은 저녁이 되면 에도성을 중심으로 한 시타마치(下町 성밑에 서민들이 모여 사는곳)를 돌며 화재에 대비하는 10여 개의 소방 조직 중 한 팀이기도 했다.


이곳 니혼바시의 무로마치 1초메(1丁目 주소의 번지수)는 수산물 시장으로 점점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었다. 이제는 니혼바시 주변뿐만 아니라 길게 에도바시(江戸橋 에도 다리의 명칭)까지, 그 시장이 형성되어 남쪽으로는 교바시(京橋 에도 다리의 명칭)까지의 시타마치를 경계로 에도 최고의 번화가로 변해가고 있었다.


"센! 바로 들어간다."


조금은 한산해진 니혼바시의 시장을 뒤로하고 바둑판처럼 작은 상점들이 모여있는 길목으로 달려들어 가며 초시치로는 나지막이 이어 말했다.


"분키치, 살아있어다오."


그새 완전히 해가 진 것처럼 어두컴컴해진 그곳엔 오밀조밀하게 벌써 문을 닫은 상점들이 모여 있었다. 이곳의 가게들은 전부 에도성에 정해진 물건을 납품하는 대표 상점들이다.

곧 오가초(大鋸町 큰 톱)라는 간판과 사야초(鞘町 도검의 칼집)라는 간판의 가게들 사이로 들어가자 작은 수로를 배경으로 적당한 크기의 정원이 있는 집 한 채가 초시치로의 눈에 들어왔다.


달리기를 멈춘 초시치로는 낮은 담 밑에 서서 숨을 고르며 조용히 속삭이듯 말했다.

"센, 넌 기다렸다 타쿠지이가 도착하는 대로 바로 들여보내라."


"쇼치!(承知 알겠습니다.)"


그녀의 대답과 동시에 초시치로는 단숨에 담을 넘어 정원 쪽으로 들어가 대청마루 앞 작은 연못에 도달했을 때 마루 앞 정원 바닥에 널브러져 쓰러져 있는 피투성이의 한 남성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분키치!"

놀란 초시치로는 달려가 분키치의 상체를 들어 안았다.


"단나······ 헤헤······. 죄송합니다."


"됐다. 더는 말하지 마."


초시치로는 바로 대답했다. 분키치의 상처가 깊어 가망이 없다는 건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단나, 저 봤습니다요······그 보물이라······ ㄴ 쿨럭"


칼에 베인 내장의 상처로 인한 것인지 분키치는 넘어오는 피를 뱉어내며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대청마루 양쪽으로 있던 방 한쪽의 문이 열리며 서너 명의 무사들이 나오며 소리쳤다.


"웬 놈이냐!"

"누구냐!"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초시치로는 분키치를 내려놓으며 그를 보며 말했다.

"조금만 더 견뎌 주게."


"웬 놈이냐고 묻지 않았느냐!"

나와 있는 무사들의 가운데를 가르며 나온 그중에서 제일 연장자로 보이는 자가 말했다.


"로주(老中 막부의 고위 공무원)의 한 명인 대신이 왜 이런 곳에서 수상한 놈들과 같이 등장하는지 먼저 알고 싶은데."

초시치로는 분키치의 피로 덮인 자기 손을 바라보다 그 자리에서 일어나며 고개 들어 말했다.


"네놈이구나, 그 쥐새끼를 이곳에 들여놓은 것이."


"네놈이 죽으려고 작정했구나! 감히 누구 앞이라고 그런 말을!"

화려한 기모노의 로주의 말을 거들며 옆의 무사가 이어서 말했다.


"네놈들 전부 용서하지 않겠다."

그리고 초시치로가 살짝 옆으로 고개를 틀며 이어 말했다.


"늦어! 타쿠지이."


갑자기 정원 연못 옆 작은 나무들 사이 어둠 속에서 조용히 모습을 드러내는 형체가 금세 초시치로의 앞으로 다가와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는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이 남성은 고개 숙여 말했다.


"토노, 용서를. 하초보리의 일로 늦어졌습니다."


"확인했는가?"


"네, 로주 타하라 모토타로 확실합니다."

초시치로의 물음에 타쿠 할아범은 확신하듯 대답했다.


"네놈들이 죽으려고 작정했구나! 감히 이곳이 어디라고!"


한쪽 끝에 상대적으로 젊어 보이는 무사 한 명이 앞으로 내려오며 발도하려는 듯하자 로주의 대신이라는 자가 막아서며 말을 이었다.


"네놈들의 정체를 밝혀라 당장. 죽고 싶지 않다면."


그때, 초시치로의 하오리(羽織 겉옷)가 벗겨져 바닥으로 떨어지며 안쪽의 기모노(着物 일본의 모든 전통의상의 통칭)의 양쪽 가슴에 수놓인 금장의 잎사귀 세 개가 드러났다.


"허헉!"


순간 로주를 비롯한 모든 무사가 놀라며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이······."


그들이 말을 잇지 못하는 그 순간 미야케 타쿠베에(三宅宅兵衛 타쿠지이 본명)는 자리에서 일어나 외치기 시작했다.


"에잇! 이 어리석은 것들! 여기에 계신 분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네놈들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바로 우에사마(上様 막부의 쇼군을 칭한다)의 조카이신 마츠다이라 초시치로 나가요리님이시다!"


달빛 아래 초시치로의 양쪽 가슴에 금장으로 수놓아진 도쿠가와가(徳川家)의 접시꽃 문양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로주 타하라 모토타로, 네놈만큼은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매섭게 변한 눈빛의 초시치로가 말했다.


당황하며 웅성거리던 무사들 사이에 로주 타하라 모토타로는 소리쳤다.


"에잇, 이놈은 가짜다. 나가요리님을 사칭하는 가짜다!"


"여봐라!"


순간 로주의 외침에 응답이라도 하듯 가옥을 지키고 있던 무사들이 정원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언뜻 봐도 스무 명 이상은 되어 보인다.


"상관없다. 이 가짜를 베어라! 감히 쇼군 가를 사칭한 역적들이다!"


"결국 망설임 없이 지옥으로 떨어질 것을 택한 게냐! 타하라 모토타로!"


초시치로는 양손을 허리에 두 검의 츠카마키(柄巻 손잡이를 감싸는 매듭 끈)에 손을 얹었다.


"에잇!"


로주의 바로 옆의 무사가 발도하며 초시치로 쪽으로 달려들었다.


순간적으로 미야케 타쿠베에는 한 손으로는 발도를, 다른 손으로는 달려들며 발도하려는 상대 검의 카시라(頭 도검의 손잡이끝 머리덥게)를 막아 그대로 다시 칼집에 밀어 넣으며 발도와 동시에 아래에서 오른쪽 위쪽으로 베어버렸다.


"스으, 스슷"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가택의 무사들이 동시에 검을 뽑아 들어 올리는 소리가 들렸다.


초시치로는 와키자시(脇指 짧은 검)까지 두 개의 검을 동시에 뽑아 들고 오로지 타하라 모토타로만을 응시한 채 앞으로 나아갔다.


중간중간 앞으로 끼어들어 막는 상대를 하나씩 베어가며 전진하던 초시치로의 곁에 어느샌가 한 명의 쿠노이치(くノ一 여성 닌자를 칭한다)가 나타나 초시치로가 지나간 뒤쪽에 계속 덤벼드는 적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빰~♪ 빠빠♪"


웅장하면서도 조금은 경쾌한 음악이 초시치로의 싸움을 배경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다녀왔습니다."


"할머니~! 또 오후 3시의 시대극 재방송이에요?"


미야케 칸나(三宅栞奈)는 가방을 그대로 거실의 소파 위에 놔둔 채 부엌 쪽으로 달려가 냉동칸의 문을 열며 아이스크림을 꺼냈다. 그리고 다시 할머니가 계신 거실 쪽으로 걸어가며 한입 베어 물며 말했다.


"흠, 난 아바렌보 쇼군의 음악이 더 좋더라. 뭐, 어찌 됐든 상관없지만."

그녀는 이어서 아바렌보 쇼군의 BGM을 입으로 흥얼거렸다.


"바바바♫ 바바바바♫"


"호호호, 아라마(あらま 어머나)"


할머니는 고개를 돌려 소매를 입에 가져가며 그냥 웃으셨다.

평소 염색을 하지 않으셔서 그대로 백발의 머리를 하고 계신 할머니는 대신 집에 계실 때도 정갈하게 머리를 쪽지어 위로 올리고 계셨다.

할머니는 이어서 말씀하셨다.


"녹봉 3만 석 이상의 로주 타하라님이 오늘 드디어 초시치로 토노에게 발각되어 타테(殺陣 단체 검투씬)가 마침 시작되었어요. 호호호"


할머니는 계속 TV 속 검투 장면을 응시하며 이어 말했다.


"그런데 타하라님 뒤에 더 큰 배후가 있는 것 같네요. 그리고 그 보물이란 게 무엇일까요."


정말 궁금해하는 표정인지도 알 수 없는 그저 온화한 표정에 할머니의 웃는 눈이 칸나는 그저 좋았다.


"할머니도 참~"


아이스크림을 입에 문 채로 칸나는 생각했다. 시대극을 볼 때의 할머니는 간혹 실제처럼 이야기하실 때가 있으시다. 분명 손녀딸에게 할머니가 흔히 하는 말들은 아니었다. 그냥 할머니의 혼잣말이라고 생각하지만, 또 무어라 꼭 짚어 말할 수는 없지만 이럴 때 나누는 할머니와의 대화는 살짝 위화감이 들었다.


이제 중학교 2학년 소녀인 칸나에게 시대극이란 할머니만 아니었다면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 아니 아예 볼 일도 관심도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런 칸나에게 10대라면 누구에게나 찾아올거같은 사춘기가 특별히 없었던 것도 할머니 덕분이지 않을까 라고 본인이 생각할 정도였다.


"늦어! 타쿠지이!"

칸나는 허공에 대고 아이스크림을 한입 베어 문 채 외쳤다.


"아라마~ 호호호"


할머니가 또 그녀를 보며 활짝 웃으셨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먼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작의 배경은 문화가 다른 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로인에 앞으로 연재에 있어서 본문에 대한 추가설명이 필요할 경우가 발생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각종 설정과 해설 추가 설명등을 제 블로그 의 [미후네 처럼] 카테고리를 통해 연재와 함께 업데이트를 하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본문과 함께 하기의 블로그에서 추가적인 내용도 함께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https://blog.naver.com/saintle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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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화 미야케 칸나 하 三宅栞奈 下 24.08.28 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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