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후네 처럼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현대판타지

삼부태랑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8
최근연재일 :
2024.08.30 20:15
연재수 :
6 회
조회수 :
32
추천수 :
0
글자수 :
34,617

작성
24.08.30 20:14
조회
2
추천
0
글자
12쪽

4화 이치노세키 카에데 하 一関かえで 下

DUMMY

4. 이치노세키 카에데 하 一関かえで 下


그녀의 동작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잡아챈 목검 끝을 그대로 『콘도』라 불리는 사내의 명치를 정확히 가격했다. 상대는 한순간 숨이 멎은 듯이 고요하다가 마치 처음 듣는 짐승의 소리와 같은 가쁜 날숨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명치에서 떨어진 검은 그대로 반대쪽의 이제 막 케이스에서 허둥지둥 목검을 빼기 시작한 상대에게 그 끝이 향했다.


복부의 어딘가를 목검 끝에 찔린 채 그 역시 순간적으로 복근 쪽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통증을 느낄 찰나, 그녀의 검은 또다시 반대쪽 세 번째 상대를 향해 아래에서 위쪽으로 베듯이 올려쳤다. 이때 빠른 속도로 벽에 부딪힌 듯한 간결하면서도 둔탁한 소리를 내었다.


"탁"


목검은 막힘없이 그 끝이 하늘 위로 향해 올라가 원을 그리며 방금 전 복부의 어딘가를 찔리듯이 맞아 고통속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상대의 목 주변을 향하여 가차 없이 내려왔다. 이번 역시 검이 닿는 순간 소리가 났다. 더욱 둔탁하고 무거운 소리가.


무리의 리더로 보였던 사내는 바로 앞에서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대해 그의 눈이 적응할 찰나, 이미 그녀의 목검이 그의 바로 눈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에잇······."


거의 반사적으로 손에 쥐고 있던 부러진 대걸레 자루를 들어 어떻게든 막아보려 휘두르는 순간 그의 눈앞에 세상은 온통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순백의 세상, 그것이 그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이아이도(居合道)······."


매구로역을 가로질러 시로가네로 가기 위한 고급 세단 한 대가 삼거리 패밀리마트 앞에서 신호대기 중이었다. 혼잣말을 한 앞자리 조수석의 여성이 이어서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와카도노의 학교, 게다가 검도부입니다."


그녀는 백미러를 통해 뒷자석의 뱀과 같이 매서운 이미지의 남자에게 보고했다.


뒷자석 창을 통해 보던 메이슨은 마치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이 다시 앞을 보았다.


신호가 바뀌며 세단은 천천히 출발했다.


"에······ 시호기리(四方切り 사방 가르기)······."


"그런데······. 더 간결해······."


마리나의 말에 칸나가 대답했다.


역에서 내린 후 편의점부터 찾던 마리나를 위해 맞은편 길목으로 내려오며 편의점에 가기 위해 건널목에서 신호등의 파란불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건너편 정면에서 마리나와 칸나는 순식간에 일어난 눈앞의 일에 놀란 듯 보고 있었다.


행위 자체는 되려 놀랍지 않았다. 지겹게 봐오던 목검과 식(式)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이 놀라웠던 건 바로 교복 입은 양갈래 머리 소녀의 민첩함 이였다. 바로 앞에서 일반인이 두 눈 크게 뜨고 목격한다 하여도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난 건지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칸나가 놀란 건 빠른 몸놀림에 하나 더 특이한 점이 있었다.


키리오로시(切り下ろし)를 반복하거나 히타기리(直ぎり)의 행위도 없다. 츠카아테(柄当)나 히키미(引身) 같은 시작 동작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게 잘 응용되어진 행동이었고 게다가 동작 하나하나 간결하게 군더더기가 없었다.


‘원래의 동작에 지름길을 잘 찾은 듯한 간결함’


칸나의 눈에는 양갈래 소녀의 모든 행동이 머릿속에 들어와 흔들어 대었다.


"그런데 말이야, 부활동에 검도부가 있었나?"


전철에서 내려 방금 백에 넣었던 스이카(교통카드)를 다시 찾으려 가방을 뒤적이며 마리나가 말했다.


눈앞에 일어난 일이 믿겨지지 않는지 한동안 멍하게 있던 칸나는 정신을 차리듯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그런 거 없어."


이미 신호등의 파란불은 그녀들 앞에서 한번 바뀌어 다시 점멸하고 있었다.


"뛰어, 마리링!"


칸나는 언니의 옷을 잡아 끌며 점멸하는 신호가 꺼지기 전에 달리기 시작했다.


민희는 프리스크(Frisk)와 민티아(ミンティア, 캔디의 상품명)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어차피 민티아를 선택한다면 또 바로 칼피스(カルピス, 음료수의 상품명) 맛으로 할지 다른 과일 맛으로 할지를 고민해야 했다.


프리스크를 선택한다면 민희는 언제나 블루베리 맛을 고른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음에 잠시나마 고심했던 캔디를 들고 요즘 부쩍 늘어난 무인 계산대로 향했다. 아직까지는 사람들이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용기 있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귀찮다는 이유로 익숙한 점원이 있는 쪽에 줄을 서 있었다.


이제 16살의 민희의 눈에는 항상 새로운 것이 생기면 일본인들은 처음에 기피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걸 일본에 와서 한 해 두 해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받은 느낌대로 인식하게 되었다. 물론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두들 자연스레 적응하고는 한다.


불과 4년 전 한국과 다르게 일본에서는 많지 않은 점포를 가진 외국 상표의 햄버거 체인점에 무인 키오스크가 생긴 걸 보고 민희는 반가웠다. 엄마를 따라 뒤늦게 일본에 온 민희는 한국에서 많이 보던 무인 결제기계에 반갑게 사용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역시 이때만 해도 일본인들은 무인 키오스크보다는 점원이 직접 주문을 받는 곳으로 줄을 서고는 했다. 4년이나 지난 지금은 양쪽 다 줄 서서 붐비지만 그녀가 일본으로 오게 된 지 만 5년째가 되어가는 지금도 그녀의 눈에 비친 일본은 매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학교로 진입하는 입구에서 만나기로 한 친구와의 약속으로 민희는 서둘렀다. 직접 POS로 찍고 알뜰하게도 포인트까지 알차게 챙기려 하고 있었다.


"파미마(ファミマ, 패밀리마트 줄임말) 뭐였지? 폰타(ポンタ, 포인트카드의 일종)였나?"


"아아, T포인트다."


그녀는 빠르게 스마호(スマホ, 스마트폰의 줄임말)에서 구글페이 안에 등록되어 있는 각종 포인트 카드를 손가락으로 분주히 넘기고 있었다.


"종료(終了)"


스이카로 결제까지 마친 민희는 서둘러 편의점 문을 열고 나가다 발끝이 살짝 걸려 넘어질 찰라 가까스로 잡은 중심으로 다행히 넘어지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손에 들고 있던 프리스크가 완전히 대자로 뻗어있는 한 남자의 머리 근처로 떨어져 버렸다.


"아악!"


떨어뜨린 프리스크 때문이 아니었다. 이미 불편해 보이는 두 명의 교복을 입은 소년들이 거의 정신을 잃은 듯한 다른 두 명의 소년들을 각자 부축하려던 참이었다. 그들은 바로 앞에 한 양갈래 머리의 작은 소녀를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민희는 너무 놀라 뒷걸음질을 치다 뒤쪽에 서 있던 또 다른 같은 교복의 소녀와 닿게 되었다.


"아, 미안."


미처 사과할 정신도 없는 먼저 다가온 민희에게 상대 소녀가 사과를 건넸다.

그녀 역시 양갈래머리 소녀에게 시선이 가 있었다.


목검을 들고 있던 양갈래 머리 소녀는 쓰러져 있던 동료들을 챙긴 소년들 앞으로 손에 들고 있던 목검을 던지며 말했다.


"이거, 가지고 가야지."


무엇인가 묻었있다는 듯이 양갈래 머리 소녀는 치마를 두 어번 털어내더니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학교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거······. 네 거지?"


정신이 나간 듯이 그 자리에 서 있던 민희에게 또 다른 소녀가 말을 걸어왔다. 손에는 방금 구입해 떨구었던 프리스크 캔의 모서리가 아스팔트 바닥에 의해 찌그러진 채 그녀의 손에 들려 있었다.


"어······아, 고마워."


민희의 감사 인사에 상대 소녀도 조금은 멋쩍은 듯이 미소를 지었다.


"칸나, 가자."


그때 편의점 문을 열고 용건을 마친 마리나가 나오며 칸나를 불렀다.


"곤니치와(こんにちは, 안녕)."


칸나는 마리나에게 시선만 한번 주고 자신으로 부터 캔디를 건네받고 있는 소녀에게 인사도 같이 전했다.


"고······ 곤니치와."


얼떨떨한 상태로 민희도 대답했다.


"괜찮아? 같이 갈래?"


"어······어, 괜찮아. 고마워."


소녀들은 학교 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좀 더 걸어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학교 건물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나는 칸나”


“미야케 칸나."


자신의 이름을 밝힌 그녀는 뒤를 돌아 따라오고 있는 마리나를 보며 말을 이었다.


"이쪽은 우리 언니 마리링."


"어허, 안녕. 난 마리나야."


칸나에게 엄한 표정 한번 지어주고는 그녀 자신을 소개했다.


"벌써 친구를 사귀었네."


마리나가 기특하다는 듯이 칸나를 바라본다.


"나······ 난 박 민희."


"응?"


칸나와 마리나의 눈이 잠깐이지만 커졌다가 돌아왔다.


"미니?"


"민.희."


"ミンヒ(민히)."


칸나가 자신 있게 말했다.


"응, 박 민희 맞아."


"그럼 박상(朴さん) 잘 부탁해."


칸나는 입학식 날부터 친구가 생겼다는 생각에 정말 온몸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았다. 부디 같은 학급이기를 바라기도 했다.


"나도 잘 부탁해."


"그런데 아까 그건 뭐지? 사고 아니었을까?"


계속 신경이 쓰였던 민희는 칸나에게 물었다.


"글쎄, 나도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어."


"갑자기 순식간에 그렇게 된 일이라······."


칸나가 이어 말했다.


"첫날부터 대단한 환영식인걸."


뒤따라오던 마리나의 말에 앞서 가던 칸나가 살짝 뒤로 째려보았다.


"그렇구나, 미안. 갑자기 조금 무섭다고 생각돼서."


풍성해 보이는 머리숱에 반곱슬로 어깨 너머까지 내려온 웨이브 머리, 그 사이로 조금은 통통한 달걀형 얼굴을 드러내며 민희는 칸나를 쳐다봤다.


점점 시야에 학교 건물이 들어왔다. 교문까지 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걸어온 큰길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길 안쪽으로 들어가야 한다.


"미밍(みみん)."


"치이짱."


수수한 모습의 한 소녀가 불러 세우자 민희가 바로 반응했다.


‘미밍?’


아마도 민희의 별명이겠구나, 칸나는 생각했다.


"아, 이쪽은 같은 중학교의 와타나베 치하루."


"치짱, 이쪽은 미야케 상."


"안녕, 난 미야케 칸나."


민희가 신속하게 중간에서 서로를 소개한 뒤 오늘 처음 보는 세 명의 소녀는 다시 한번 서로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나누었다. 이어서 민희는 치하루에게 방금 전 보았던 이상한 일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놀라 가슴이 뛴다는 둥 시시콜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는 칸나는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 자신에게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친구들과 별거아닌 이야기를 떠들며 맛있는 거나 먹으러 다니는 그런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학창생활이 자신에게도 찾아왔음을 실감하는 기분이 들었다.


칸나는 뒤처지지 않게 빠른 걸음으로 두 소녀 옆으로 붙었다.


"칸나, 있다가 봐."


대충 고개 돌려 끄덕이기만 한 칸나를 보며 마리나는 작은 교정에 입간판으로 안내되어 있는 학교 사무처로 향하기 시작했다.


"녀석, 멋대로 신나서는."


『사립 에드워드학원』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사립고등학교.

칸나가 들어간 국제 커리어 코스를 비롯해 총 5개의 특수 교육과정으로 나누어져 있고 매년 모집인원 350명에서 500명 사이의 학생들을 받는 크진 않지만 작지도 않은 곳이다. 아무래도 정시 고교입시에서 공립이나 원하는 곳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이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칸나 역시 정해진 학교를 두고 급하게 학교 변경이 가능했던 이유도 이런 점에 있었다. 전형 역시 일반적인 입시고보다 기간이 늦다.


언니 세리나가 아버지 아키타에게 칸나의 변덕스러운 학교 변경에 대해 조용히 넘어갈 수 있게 도와준 게 마리나는 의아했다.


"누구보다 차가운 여자가······."


칸나에 대해서는 정말 뜬금없는 타이밍에 세리나는 너그러울 정도로 관대할 때가 있는 것이 항상 의아했다. 아니, 이상했다.


마리나 본인도 어렴풋이 기억에 있다. 비록 5살의 어린 나이였지만 어느 날 저녁 여느 때처럼 해외에서의 일을 마치고 귀국한 할아버지 품에 들려온 간난아기.


성인이 된 세리나와 마리나, 이제 만15세가 되어 고교생이 되는 칸나. 누구도 입 밖으로 꺼내고 있지는 않지만 이미 얼굴에서 아버지의 인상이 나오기 시작한 두 딸에 비해 막내인 칸나는 확연히 언니들과 다른 인상이 커가면서 얼굴에 올라오고 있었다.


마리나는 인형 같이 큰 눈으로 웃고 있는 칸나가 항상 가슴에서 아렸다.


작가의말

4화 5화 동시 올렸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미후네 처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미후네 처럼 추가정보/ 설정/ 케릭터 에 관하여 24.08.27 3 0 -
6 5화 검도부 24.08.30 4 0 13쪽
» 4화 이치노세키 카에데 하 一関かえで 下 24.08.30 3 0 12쪽
4 3화 이치노세키 카에데 상 一関かえで 上 24.08.29 4 0 14쪽
3 2화 미야케 칸나 하 三宅栞奈 下 24.08.28 5 0 13쪽
2 1화 미야케 칸나 상 三宅栞奈 上 24.08.27 9 0 13쪽
1 프롤로그 24.08.27 8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