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후네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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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부태랑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8
최근연재일 :
2024.08.3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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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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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검도부

DUMMY

5. 검도부


시라야 나기사(白谷凪咲)는 아침부터 분주했다. 봄방학의 마지막 날인 오늘, 그녀는 서둘러 학교로 향하고 있었다. 신학기가 시작되는 내일 확인해도 되지만, 그녀는 기다릴 수가 없었다. 아니, 참을 수 없었다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무려 두 명이나 들어온다고," 나기사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겨울방학이 끝나고 수험이 끝났다. 3학년이었던 학생회 선배들에게 3학기 전부터 업무들이 넘어왔기에, 작년 말에는 길지도 않은 겨울방학을 학교에서 보낸 적도 많았다. 당장 신학기에는 새로운 학생회의 체육, 풍기, 업무 등 5가지 각 부의 임원들이 새로 선출되고, 신학기 첫날 조회부터 인사와 각 부의 활동을 위한 발표가 있을 예정이었다. 나기사 역시 문화위원회 부회장으로 학생회에 합류하게 된 이상 손 놓고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다른 학교보다 늦은 전형 일정과 며칠 후 바로 교내에서 치러지는 수험 일정은 빠듯한 만큼 교사들과 학생회 임원들 전원이 붙어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었다.


올해는 모집 총인원 250명. 이중에는 여러 사정에 의해 이미 수험과 관계없이 입학이 정해진 부유한 집안의 사고뭉치부터, 또 수험에는 임하지만 어느 정도 나름의 학교 측과 연결된 고리로 입학하게 되는 아이들이 있었다.


봄방학조차 반납한다는 기분으로 며칠 뒤 수험이 치러질 교실 정리와 안내 데스크의 설치 등 오전부터 몸을 움직여 일한 나기사는, 아직은 추운 겨울인데도 마치 땀이 나는 양 젖은 듯한 모습으로 학생부실로 돌아왔다.


"어머, 혹시 땀이야?"

부시시한 곱슬머리의 안경 낀 여학생이 나기사를 보며 적지 않게 놀라고 있었다.


"응? 아, 아니. 세수 좀 했어,"

나기사가 대답했다.


"아침부터 이거 너무 힘든데,"

짧은 한숨과 함께 말을 마친 나기사는 곱슬머리 소녀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이게 다 뭐야?"

나기사는 눈앞에 쌓여있는 종이들을 몇 장 들추어 보며 물었다.


"스기우라 선생님이 정리를 부탁하셨어. 선생님께 받은 리스트별로 분리 중이야,"

곱슬머리 소녀가 대답했다.


"무슨 리스트?"


"글쎄, 혹시 빽으로 들어오는 애들 리스트?"

곱슬머리 소녀는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나기사를 바라보았다.


"아하, 지방 유지의 따님이신 우리 사야 양처럼요?"

나기사는 받아치듯 짓궂은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난 아니거든! 당당하게 시ㅎ... 앗!"


리스트에서 본 이름과 같은 종이 한 장을 찾아낸 사야는 자신의 가슴 앞에 모아둔 종이들 쪽으로 집어 옮기는 중이었다.


"뭐하는 거야? 그러다 찢어지겠어,"

자신의 손에서 갑자기 급하게 종이를 채 가간 나기사에게 화를 내듯 말했다.


나기사는 눈앞의 자신의 손으로 들고 있는 종이에 작성되어 있는 입학전형 양식 속에 적혀있는 이름과 사진이 믿어지지 않아 눈을 비비고 두 번 세 번 확인하였다.


『이치노세키 카에데』


눈을 다시 뜨고 쳐다보아도 이미 적혀 있는 이름은 바뀌지 않았다.


"아니... 왜? 왜! 우리 학교에?!"


나기사는 맞은편의 사야를 쳐다보며 놀란 듯이 물었다. 그곳엔 이미 삐져있는 얼굴의 사야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나기사를 보고 있는 중이었다.


나기사는 그런 사야의 표정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질문을 이어갔다.


"우리 학교 검도부 있어?"


나기사의 어이없는 질문에 사야가 포기했다는 듯이 긴 한숨을 쉰다.


"있을 리가 없지. 없으니까 나기사가 1년 동안 학생회에 건의하고 들락날락거리다가 결국 문화위원회 부회장까지 맡게 된 거 아냐. 그 굳은일 전부 도맡아 하더니."


삐진 표정이라고는 온데간데없이 마치 나기사의 지난 고충을 다 알고 있다는 듯 안쓰러워하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스기우라 선생님 말로는 설립 기준에도 맞추기 힘들 거라 하시던데,"

사야가 이어 말했다. "인원수도 못 맞추니까."


잠시 실망한 듯한 표정으로 바뀌었지만 금세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방금 희망이 생긴 것 같아. 리스트 잠깐 볼게."


부탁하듯 말은 했지만 이미 손은 리스트를 집어든 상태였다. 나기사는 맨 위부터 천천히 시선을 내려가며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읽어 나갔다.


"카토 신고, 카네코... 이 한자 뭐라고 읽는 거지, 나카가와 유리코,... 토모야 사스케, 와타나베 코하루, 미야케 칸나, 타무라 요시... 에?"


계속 이름을 읽어 내려가던 나기사는 갑자기 한 사람의 이름을 보고는 읽는 걸 멈추었다.


"미야케 칸나," 나기사는 반복해서 말했다. "미야케 칸나... 그 미야케 쥬베의 손녀이자 '미야일전류' 미야케 아키타의 셋째 딸인 그 미야케 칸나?"


마치 무언가에 미쳐있는 매니아처럼 말을 마친 나기사는 입을 벌린 채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고 있었다. 순간 정신을 차렸다는 듯이 쌓여있는 종이들 사이에서 서둘러 찾기 시작했다.


"사야, 너도 빨리 찾아봐!"


"뭘? 갑자기 왜 그래, 뭘 찾는 거야?"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사야의 손도 무슨 일인지도 모른 채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미야케 칸나, 후리가나로 찾아봐."

그녀의 손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때 나기사의 얼굴 앞으로 종이 한 장이 불쑥 들어왔다.


"이거 맞지? 미야케 칸나."


나기사는 또 한 번 눈앞에 나타난 이름과 사진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니, 눈에는 이미 살짝 눈물이 고여 있는 듯이 보이기도 하였다.


"사야, 드디어 될 것 같아..."


"뭐가? 시라야 상, 괜찮아?"


나기사의 시선은 계속 입학전형 서류 안의 사진을 향해 있었다. 동그랗고 조금 커 보이는 눈은 젖은 듯한 눈동자를 담고 있는 게 사진에 그대로 나타나 있었다. 어깨 밑까지 내려와 있는 머리와 눈 밑까지 갈라져 뻗어 내려와 있는 앞머리 사이로 보이는 진한 눈썹은 아직 빠지지 않고 남아있는 젖살과 함께 사진 속의 그녀를 더욱 어려 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구세주 둘이 한 번에 이렇게 나타나도 되는 건가," 나기사는 혼잣말을 했다. "아니지, 쇼타 선생님께 말씀드려야지. 모르고 계시겠지 아직?"


나기사의 혼잣말이 계속되자 사야가 엄격한 표정을 지었다.


"시라야 나기사 상."


"시라야 나기사 상!"


"네!"


한 톤 높아진 사야의 부름에 나기사는 정신이 들었다는 듯이 대답했다.


"시라야 상은 지금부터 사야의 일을 도와주지 않을 거면 귀가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계속 이 사야의 일을 도와주고 싶다면 들고 있는 서류를 모두 제자리로 돌려주십시오. 그리고 분류 작업을 계속해서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 시라야 상, 알겠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손안에 서류를 사야의 앞으로 모아두며 나기사는 대답했다.


"미안, 삿짱. 내가 너무 흥분했어."


미안한 표정인 나기사를 살짝 째려보듯 보더니 금세 미소를 지으며 사야는 아무 말 없이 정리를 계속했다.


리스트에 있는 이름을 보고 모여있는 종이 속에서 찾고 있는 나기사의 머릿속은 애써 진정하며 친구 사야를 도와주고 있는 침착한 모습과는 반대로, 온통 그동안 그토록 바래왔던 새로운 부의 탄생, 바로 검도부의 창설이 가능해졌다는 기대감에 가득 차 있었다.


'쇼타 선생님께 알려야 해. 그리고 오빠에게도...'


나기사는 그날 바로 선생인 카츠라기 쇼타(葛城翔太)에게 알리는 것은 포기했다. 아무리 그래도 아직 전형이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학생이 입시 관련 정보를 알고 먼저 떠들 수는 없는 것이다. 애초에 이런 일을 학생에게 지시한 스기우라 선생에게 무조건 책임은 있지만, 현실은 사립학교로 입학, 입시 전형을 함께 준비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결국 학생회와 선생님들이 함께 전부 방학 동안 학교에 나와 준비해야 하는 일이 매년 벌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선생님들은 입시 정보에 관한 보안에 관해서는 만전을 기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었고, 결국 준비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학생들과 조금은 업무를 분담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나기사는 전형이 끝날 때까지, 아니 신학기가 끝날 때까지 모르는 척 혼자만 알고 있기로 했다. 일부러 선생님들에게 자신이 이런 정보를 알고 있다는 걸 알리는 건 "지금 우리 모두가 잘못을 저지르고 있습니다"라고 건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린다.


그녀는 신학기 시작 하루 전인 입학식 당일인 오늘, 지금까지 참아왔던 자신이 조금은 대견한 듯 생각하며 서둘러 학교로 향하고 있었다.


많은 신입생들이 비명 한 번 안 지르고 그저 그 자리를 떠야지 하는 마음에 서둘러 그곳을 벗어나는 모습 속에서 그녀는 보고 말았다. 정확히는 큰길과 반대쪽인 길목 안쪽에서 오던 그녀의 눈앞에 마음의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그 사건을 보게 되었다.


"이치노세키 카에데..."


소설에나 나올 법한 표현인 전광석화 같다는 말이 딱 어울릴 것이다.


"분명히 사방기리야."


그리고 그녀는 학교에 도착도 하기 전에 그 둘을 거리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정면에서 한 구도 안에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아마 서로 모르겠지."


카에데는 시크하게 먼저 가버리고 칸나라는 소녀는 그 모습을 처음부터 본 후 길을 건너와 신입생인 듯한 다른 한 소녀와 함께 학교 쪽으로 향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기사는 좁지만 존재하고 있는 운동장 쪽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골목 쪽으로 들어갔다.


학생부실로 바로 향한 그녀는 플라스틱 서랍식 정리함에서 무언가를 찾는 듯 여러 번 이곳저곳 열었다 닫기를 반복하더니 드디어 발견한 듯 종이 한 장을 꺼내 가져온 배낭 안의 노트에 조심히 껴넣었다.


「서클활동 단체 신청서」


양식 밑단에는 부원들 리스트를 적는 곳이 보였다. 입부 희망서도 오늘 저녁 만들어 버릴 생각에 그녀는 살짝 들뜨기 시작했다.


시라야 켄타(白谷健太)는 방금 막 부주장인 코헤이에게서 온 전화를 받은 참이었다. 예상 밖의 소식에 그는 조금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잘못된 정보였나..."


켄타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계속 생각에 빠져 있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그의 여동생 나기사로부터 한 가지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뭐?! 그 둘이 한 번에?"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목검용 기름을 옆에 놓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 없어. 분명 이치노세키 카에데는 우리 학교에, 또 미야케 칸나는 다이토쿠코우 학원에 입학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뭐야, 오빠 벌써 알고 있었어?"


나기사는 그 둘이 이 근처 학교로 온다는 걸 알고 있다는 자체에 놀라면서 얄밉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말도 나한테 안 해준 거네."


"검도부도 없는 작은 국제학교에... 그 둘이 원래 알고 지내던 사이인가?"


나기사의 말에 아랑곳없이 켄타는 생각에 빠져 자기 말만 전하고 있었다.


"서로 모르는 것 같던데. 오늘 아침 일어난 일로 봐서는..."


"아 몰라, 말 안 해줄 거야? 치사하게 여지껏 자기만 알고 있었다는 거네."


그녀는 하려던 말을 자르고 자신도 더 이상 오빠에게 말하지 않겠다고 잠시 생각했다.


"둘 다 검도를 관뒀다는 건가... 아니, 그건 불가능할 텐데."


"오빠!"


그의 생각을 멈추기라도 하듯 나기사는 소리 높여 불렀다.


"카에데 상의 남친이 다이토쿠코우 학원에 재학 중이야."


"에? 갑자기?"


"갑자기는 아냐. 한 반년 전부터 유명한 이야기야."


"하지만 다이토쿠코우 학원은 아무리 전국대회 우승자라 해도 쉽게 진학이 가능하지 않지. 그래서 공립인 우리 학교로 추천을 받고 오는 형태로 들어오는 걸로 알고 있었어."


켄타는 모든 것을 말해 줄 듯 진지하게 동생을 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야마나카 타쿠야(山中拓哉), 녀석의 이름이야. 검도부 에이스이기도 하고. 그 녀석들 분명 그 사건하고 관계가 있어."


"응? 무슨 사건?"


오랜만에 오빠의 말을 집중해서 듣던 나기사였다.


"메구로 강변 여고생 피살 사건."


눈빛이 바뀐 켄타는 덤덤하게 그녀를 향해 말했다.


"작년 가을에 발견됐던..."


"에? 뭐?... 설마."


나기사의 왼손에 들려있던 종이가 그녀의 손의 악력에 의해 구겨져 있었다. 방금 오빠 방으로 문서를 가지고 작성이 잘 되었는지 확인받고 싶어 방으로 온것이다.


「서클활동 단체 신청서」였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4,5화 동시 업로드 입니다.

6화는 월요일 저녁 8시 정각에 업로드 예정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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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화 이치노세키 카에데 상 一関かえで 上 24.08.29 4 0 14쪽
3 2화 미야케 칸나 하 三宅栞奈 下 24.08.28 5 0 13쪽
2 1화 미야케 칸나 상 三宅栞奈 上 24.08.27 9 0 13쪽
1 프롤로그 24.08.27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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