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조의 배우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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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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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하늘이 내려주신 캐스팅

DUMMY

조성일이 서범수 원장에게 물었다.


“어디 앉을까요?”

“그냥 아무 대나 앉으시면 될 것 같은데······.”


서범수 원장이 적당한 자리를 살펴보는 때다.


-스윽.


20대 중반의 여자 수강생이 손을 들었다.


“윤지나 원생, 옆자리에 앉아도 된다는 건가?”

“아니요, 저는 새로운 수강생이 특별반에 들어올 자격이 되는지 궁금하군요.”


서범수 원장은 조성일의 눈치를 보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여기는 등록만 하면, 자격이 되는 건데.”

“저는 그렇게 안 들었는데요?”

“무슨 소리지?”


윤지나는 특별반 수강생의 의견을 대변하듯 말했다.


“우리는 모두 서 원장님과 상담하면서 들었어요. 특별반은 상위 0.01%를 위한 고품격 연기연습 반이라고요. 수준 차이가 나는 수강생은 절대 받지 않는다고요.”

“내가 그런 말도 했었나?”

“매우 강조하셨지요. 그래서 저는 새로운 수강생이 특별반 수준에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요.”

“미안한데, 그건 좀 곤란······.”


조성일은 윤지나를 만류하는 원장을 만류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정말이요?”

“네, 저 역시 함께 연기를 실습할 수준이 되는지 확인이 필요해서요. 아니면, 저도 비싼 돈 주고 여길 다닐 이유가 없지요.”

“······.”


조성일이 윤지나와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


“어떡해야 수준을 증명하는 거지?”

“직업이 뭐예요?”

“지금 배우 지망생. 예전에는 실력이 뛰어난 외과 의사였지.”

“왜 의사를 관두고 배우가 되려고 하지요? 혹시 불법적인 일 때문에 의사 면허가 박탈된 거 아닌가요?”

“아니, 나는 희귀병에 걸려서 뇌수술을 받아야 했어. 수술 부작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은퇴해야 했지.”


조성일은 고개를 끄덕이는 윤지나에게 물었다.


“그쪽은 직업은 뭐지?”

“우리 아빠가 국내 최고 로펌 대서양의 대표에요.”

“나는 그쪽의 직업을 물었는데? 아버지 직업이 아니라.”

“우리 집안은 대대로 법조인이에요. 엘리트 코스로 판검사가 되지 못하면, 사고 치지 않는 게 도와주는 거지요.”

“결국 백수라는 거잖아.”


윤지나가 반박하여 말했다.


“여자한테는 백조라고 그러는 거예요.”

“연기에 재능은 좀 있나? 돈 낭비하는 거 아니냐고?”

“우리 엄마가 예전에 유명한 여배우였어요. 유전자는 거짓말하지 않죠.”

“맞아, 타고난 재능은 노력으로 이길 수 없지. 그런데 그쪽은 얼굴부터 이점을 못 물려받은 것 같은데. 그 나이에 벌써 몇 군데나 칼 댄 거야?”

“세상에, 티 나요?”

“나는 최고 실력의 외과 의사였어. 어떤 방식으로 수술했는지 척 보면 알아.”

“대박 날카로워······.”


이어 조성일은 그녀의 옆에 있는 노신사에게 물었다.


“어르신은 분은 뭐 하시는 분입니까?”

“나?”

“네, 방금 나냐며 반문하신 분이요.”


서범수 원장이 대신 대답해 주었다.


“김정구 회장님이세요. 우리나라에 가장 유명했던 투자회사의 대표이셨지요. 다재다능하신 분이라 음반도 내시고, CF도 찍으셨던 경험이 있으세요.”

“허허허, 연예계에서 엄청나게 사기도 많이 당했었지.”


김정구가 미소 짓는 얼굴로 조성일에게 인사했다.


“같은 남자끼리 나중에 술 한잔합시다.”

“저는 술 안 마십니다. 음주는 뇌하고 간을 고문하는 거나 마찬가지이지요.”

“······.”

“하지만 사이다로 기분은 맞춰드리겠습니다.”

“이 친구 카리스마가 있어······ 순간 ‘고맙습니다’ 하면서 고개 숙일 뻔했어.”


조성일은 단아한 이미지의 중년 여인에게 물었다.


“직업이 뭡니까?”

“저는 평범한 가정주부인데요.”

“평범한 가정주부가 수천만 원짜리 연기학원에 다닙니까? 뭐, 카바레 다니는 것보다 낫기는 하지만이요.”

“저는 여기 수강생이 아닌데요.”

“그럼, 왜 여기 앉아 있는 거지요?”

“원래는 제 아들이 졸라서 끊어 놓은 건데, 그놈이 이틀 다니더니 적성에 안 맞는다며 포기하더라고요. 아까워서 제가 대신 다니고 있는 거예요.”


서범수 원장이 추가 설명했다.


“강소영 주부님은 조 박사님하고 동갑입니다. 우리나라 대표 현모양처라 해도 무방하지요. 연기 재능이 아주 남다릅니다.”


조성일은 그녀 옆에 있는 고등학교 남학생에게 물었다.


“너는 엄마 대신 온 거냐?”

“네, 맞아요. 우리 엄마는 하루 다니고 만세 부르더라고요.”

“정말이야?”


@


강남에 있는 월드 스튜디오.

이연희가 포즈 연습하고 있는 조성일에게 말했다.


“배우에게 프로필 사진은 엄청 중요해요. 신경 좀 써주세요.”

“나도 알고 있어. 그러니까 아무 불평 없이 여기까지 따라왔잖아. 난 사진 찍는 게 진짜로 싫었어.”

“맞아요. 오죽했으면 수술 마스크를 쓴 사진을 영정 사진으로 썼겠어요. 외려 그게 닥터 조에게 더 잘 어울린다는 평가도 있었지 만이요.”

“내 얼굴 드러내지 않으려는 꼼수였잖아? 찾아보면 얼굴 나온 사진도 있었을걸.”

“아니요, 진짜 쓸만한 게 없었어요. 간혹 건진 사진은 격하게 화를 내는 장면이었거든요. 그걸 어떻게 써요.”


조성일이 미리 선수를 쳐서 말했다.


“왜 사진 찍는 게 싫으냐는 질문은 사양할게. 그냥 싫은 거야. 특별한 이유 같은 건 없다고.”

“저는 다른 질문 하려고 했어요. 연기학원은 다닐만해요?”


조성일은 다른 포즈를 연습하며 대답했다.


“응, 처음에는 기어오르더니 지금은 얌전해졌지. 그리고 나 특별반 반장 됐어.”

“축하해요! 사회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증거겠지요. 최 이사장님도 매우 기뻐하실 거예요.”

“노벨상도 거부했던 난데, 반장 된 게 뭐 대수라고······.”


-띠리리링~ 띠리리링~.


이연희가 영업용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네~ 김우상 캐스팅 디렉터님.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지금 통화 가능하십니까?


“당연히 가능하지요. 무슨 일로 전화 주신 거예요?”


-이 대표님께 신세 진 걸 갚으려고요.


이연희는 기억나지 않는 반응이다.


“어떤 신세요?”


-위험한 스턴트 장면을 해결해 주셨잖아요. 베테랑 스턴트맨들도 혀를 내두르던 고난도였지요. 그때 발목까지 삐끗하시지 않았습니까?


“아······ 이제 기억 나네요. 달리는 버스 위에서 뛰어내리는 장면 말씀하시는 거죠?”


-저한테는 신경 쓰지 말라 하시고, 이 대표님도 잊겠다고 하시더니, 진짜로 잊으셨나 보네요.


“그때 김우상 디렉터님이 너무 미안하게 저를 쳐다봐서요. 그런데 어떻게 신세를 갚겠다는 것인지 호기심이 생기네요?


-‘하늘빛 미이어’에서 새로 들어가는 드라마 알죠?


이연희는 목소리 톤을 높여 대꾸했다.


“그럼요! 흥행 보증 수표 최승희 작가님 작품이잖아요. 의학 드라마라고 하던데요?”


-맞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병원이 배경이고요. 많은 단역 배우가 필요합니다. 이 대표님 회사도 참여할 거죠?


“두말하면 잔소리지요. 어떤 배역이든 참여하겠습니다.”


-조연에 버금가는 중년 남자 배역이 있어요. 시즌이 끝낼 때까지 계속 출연할 고정 단역입니다.


이연희는 기분 좋게 놀라며 반문했다.


“정말이요?”


-신경외과 과장 역할인데요, 기억력이 좋아야 할 겁니다. 의학 전문용어를 막힘없이 사용해야 하거든요.


“저희 기획사의 1호 배우가 적합할 거 같네요.”


“1호 배우요?”


“프로필을 제출하기 전에 말씀드리면, 진짜 의사 선생님이었다는 거지요.”


-정말 다행이네요. 연출을 맡은 송영철 피디님이 어떤 성격인지 잘 아시지요?


“극사실주의 연출을 표방하는 분이잖아요. 사소한 부분도 그냥 넘어가지 못한다고 하던데요?”


-맞아요. 제가 송 피디님과 세 번째 작품을 하게 되었는데요, 사극 찍을 때는 진짜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이연희는 어떤 심정인 알겠다는 목소리로 위로했다.


“저는 말만 들어도 끔찍할 거 같아요. 김우상 조연출님이니까 버티는 거지요.”


-내일 3시까지 회사로 오십시오. 송영철 피디님과 작가님이 직접 오디션을 볼 겁니다.


“오디션 보러 몇 명이나 오게 되지요?”


-글쎄요······ 네다섯 정도인가? 예정된 배우가 갑자기 못하게 되어서 많지는 않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내일 늦지 않게 가겠습니다.”


이연희가 통화를 마치고 조성일에게 말했다.


“내일 오디션이 있어요.”

“나도 들었어.”

“이걸 보고 하늘이 내려준 캐스팅이라고 하지요. 조 박사님의 예전 직업이니, 훨씬 유리할 거예요. 자신 있지요?

“당연하지. 나는 자신감 빼면 시체야.”


@


다음 날 오후.

이연희가 운전하여 ‘하늘빛 미디어’로 가는 길이다.


조수석의 조성일이 물었다.


“왜 나한테 대본을 안 주는 거지? 이미 대본이 나와 있는 드라마잖아.”

“대본은 오디션 볼 때 그 자리에서 준대요. 배우의 순발력과 암기력을 테스트하려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별걸 다 테스트하려고 하는군.”

“송영철 연출의 성격이 좀 그래요. 작품마다 디테일에 엄청나게 신경 쓰는 스타일이에요.”

“아무리 엄청나도 고장호 감독만 할까.”

“그건 그렇지요······.”


이연희가 수긍하여 고개를 끄덕이는 때다.


-웨엥, 웨엥, 웨엥, 웨엥.


뒤쪽에서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차들이 일제히 서행하고 길을 비켜주었다. 이연희가 운전하는 차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갓길에 차를 몰았고,


-웨엥, 웨엥, 웨엥!


구급차는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며 사거리는 지나가는데,


-쿠앙!


고가의 외제 차량이 과속으로 구급차를 들이받는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허이!”


이연희는 깜짝 놀라 차에서 내렸다.

시민들도 황급히 사고지점으로 몰려가서 외제차와 구급차에 있던 부상자들을 끌어냈다.


이연희가 다급한 목소리로 조성일을 불렀다.


“조 박사님!”

“가고 있어······.”


조성일은 필요한 의료 장비를 챙겨서 부상자들에게 다가갔다.


“환자는 6명이 전부야?”

“네, 구급차에 4명, 외제 차에 2명이요. 누구부터 치료하실 거예요?”

“그보다 먼저······ 오늘 오디션 연기할 수 있겠어?”


이연희가 부정적으로 고개 저었다.


“아니요, 어떤 피치 못할 사정이라도 힘들 거예요. 송영철 연출의 성격이 좀 그래요.”

“나는 좋은 일 하고, 피해를 보고 싶지 않아.”

“어쩌시려고요?”

“나는 어떡하든 여기 있는 교통사고 환자들을 살릴 거야. 그러니까 이 대표도 무슨 수를 쓰든지 오디션 볼 수 있게 만들어.”

“······.”

“싫으면 반대로 할까? 이 대표가 교통사고 환자들을 살려. 내가 오디션을 연기하게 만들 테니까.”

“알았어요! 제가 오디션 시간을 최대한 연기해 볼게요.”

“정신 사납지 않게 구경꾼들부터 뒤로 물려. 그리고 구급대 도착하면 내가 말하는 순서대로 이송해.”


@


하늘빛 미디어 건물.

드라마와 예능 방송을 찍는 전문 제작사다.


최승희 작가의 신작 ‘기적의 병원’ 오디션 현장.

연출을 맡은 송영철 PD는 꼼꼼한 성격으로 유명했다. 주연이나 조연은 물론, 비중이 있는 단역 배우도 직접 오디션을 보고 뽑았다.


송영철이 시계를 보고 캐스팅 디렉터에게 물었다.


“이제 단역 배우 오디션은 끝난 건가?”


김우상이 간곡히 말했다.


“아직 한 명이 남았는데요. 제가 추천하는 배우입니다. 조금만 기다려 보시지요?”


“김 실장도 내 성격 알잖아. 무슨 이유든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배우는 필요 없어.”

“오디션 보러오는 길에 교통사고가 나서······.”

“그만!”


송영철은 김우상을 조용히 시키고 말했다.


“교통사고는 지각의 단골 소재지. 전혀 신선하지가 않네.”

“그게 아니라······.”


송영철은 눈빛으로 강력히 경고했다.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덜컹!


조성일과 이연희가 다급히 오디션장으로 들어왔다.

곧이어 온몸이 피투성이인 조성일이 송영철을 향해 말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단역 배우를 지원한 조민식입니다. 위급한 환자를 살리고 오느라 오디션에 지각하고 말았습니다.”

“호~ 연출이 좋은데요.”


조성일이 송영철을 바라보며 말했다.


“연출이 아닙니다. 진짜로 사람을 구하고 왔습니다. 제 옷에 묻은 것은 사람 피고요.”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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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화-하늘이 내려주신 캐스팅 24.09.09 145 5 12쪽
15 15화-특별반 24.09.08 162 5 11쪽
14 14화-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24.09.07 161 6 11쪽
13 13화-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법 24.09.07 168 6 13쪽
12 12화-갑시다. 24.09.06 184 5 10쪽
11 11화-1호 배우 24.09.06 239 6 12쪽
10 10화-새로운 시작 24.09.05 248 8 11쪽
9 9화-종교의 탄생 24.09.04 249 9 12쪽
8 8화-금단의 수술 24.09.03 268 9 13쪽
7 7화-로또 24.09.02 294 10 11쪽
6 6화-정신 개조 24.09.01 294 9 12쪽
5 5화-척살 +1 24.09.01 301 8 12쪽
4 4화-천재만 걸리는 병 +1 24.08.31 328 7 12쪽
3 3화-소원 풀이 24.08.31 388 9 12쪽
2 2화-상담 +1 24.08.30 440 10 13쪽
1 1화-닥터 조 24.08.30 530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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