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조의 배우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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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30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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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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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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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전설

DUMMY

신관 로비에 있는 이연희가 휴대전화 했다.


“네, 저희 도착했어요.”


-벌써요?


김우상 캐스팅 디렉터는 가볍게 놀라는 반응이다.


“우리 배우님이 빨리 가자고 졸라대서요.”


-제가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현대물이니까, 미리 분장하고, 기다리고 계십시오.

“네, 그럴게요.”


이연희가 통화를 마치고 고갯짓했다.


“가지요.”

“어디?”

“분장하러요. 우리 촬영 때까지 어떡하든 시간을 보내야지요. 저기네요.”


엑스트라들이 줄 서서 분장을 받고 있었다. 조성일도 맨 끝에 줄을 섰는데,


“조 박사님은 이쪽이요.”


이연희는 배우 대기실 쪽으로 걸어갔다.


“촬영이 없을 때는 여기서 쉬세요.”

“와, 영화 엑스트라 때는 대기실이 따로 없었는데.”


조성일은 이연희를 따라 대기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른 시간이라 다른 배우들은 없었다.


“여기에 앉으세요.”


이연희는 화장대 거울 앞에 조성일을 앉혔다.


잠시 후,


-똑똑.


형식적인 노크를 하고,

메이크업 가방을 든 여자가 들어왔다.


이연희가 환하게 웃으며 그녀에게 인사했다.


“와주셔서 고마워요, 언니.”

“고맙기는, 나야 약속을 지키는 건데······ 이분이 이 대표 회사의 1호 배우님?”


조성일이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신경외과 과장 역을 맡은 조민식입니다.”

“반가워요. 저는 이번 작품의 분장팀장 홍민주예요.”


조성일도 영화와 드라마 촬영 세계 얻어들은 지식은 있었다.


“팀장님이면, 주연급만 분장해 주지 않나요?”

“제가 이 팀장한테 신세 진 게 있어서요. 첫 촬영이니까, 오늘은 제가 특별히 신경 써서 봐줄게요.”


이어 그녀는 조성일의 머리를 살피며 물었다.


“일부러 머리를 이렇게 한 건가요?”

“······.”


이연희가 대신 대답했다.


“아니요, 미용실에서 예상 못 한 사고가 있었어요. 다행히 원장님에 최대한 수습해 주셨고요.”


분장팀장이 메이크업을 시작하며 물었다.


“미용실에서 어떤 사고가 있었는지 궁금하네.”

“너튜브 채널 <날개 잃은 천사>을 보세요. 어떤 일이 벌어졌었는지 생생하게 담겨 있으니까요.”

“나 그 채널 예전에 본 적 있어. 닥터 조에게 수술받아 다시 걷게 되었다고 하던데.”

“맞아요. 바로 그 채널이요.”

“나도 닥터 조 같은 의사에게 진료받고 싶다.”

“왜요? 어디 아파요?”

“과민 대장증후군이 더 심해지는 거 같아. 약을 먹어도 소용없고 더 아파.”

“혹시 ‘셀리악병’ 아니에요?”


분장팀장은 현란하게 손을 놀리며 물었다.


“그게 뭔데?”

“곡물 단백질 성분인 글루텐이 면역체계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거지요. 예전 제 직원이 그거였어요. 과민 대장 증후군으로 오진을 많이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나중에 정밀검사 한번 받아봐야겠네.”


분장팀장은 신들린 손길로 메이크업을 금방 끝냈다.


이어 그녀는 의사 가운을 조성일에게 내밀었다.


“이거 입어 보세요. 소품팀에서 받아온 거예요. 전체적인 느낌을 보려고요.”


조성일은 그녀의 말대로 의사 가운을 입었다.

<기적의 병원> 배경인 ‘태양 병원’ 로고가 위쪽 주머니에 선명했고, ‘신경외과 과장 강민수’란 이름도 적혀 있었다.


“이게 촬영 때 제가 입을 건가요?”

“맞아요. 와~ 이렇게 의사 가운이 잘 어울리는 배우는 처음이네요. 다시 앉아 볼래요. 최종적으로 스타일링 잡게요.”


분장팀장은 능수능란한 손길로 조성일의 분장을 끝냈다.

깐깐한 조성일도 매우 마음에 드는 기색이다.


“고맙습니다. 역시 전문가의 손길은 다르군요.”

“아니에요. 제가 빚지는 못 사는 성격이라. 이 대표에게 신세 진 걸 갚은 것뿐이에요.”

“나도 빚지고 못 사는 성격입니다. 여기에 앉아 보십시오.”


조성일은 화장대 의자에 분장팀장을 앉혔다.


“뭐 하시려고요?”

“닥터 조에게 진찰받고 싶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네?”


이연희가 재빨리 말했다.


“우리 배우님에 미국에서 유명한 의사였었어요.”

“그래~? 어쩐지······ 가운을 입는 순간, 압도적인 아우라가 확 풍기더라고.”

“감사의 의미로 진찰을 해주시겠다는 거죠. 실력은 제가 보증할게요.”


조성일이 청진기를 착용하고 말했다.


“숨을 천천히 내뱉고 스톱. 다시 숨을 들이마시고······.”


잠시 후.

차분하게 진찰을 끝낸 조성일이 결과를 밝혔다.


“과민 대장증후군이 맞습니다.”

“정말이요? 왜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거죠?”

“의사의 처방대로 따르지 않으니까요. 약 꼬박꼬박 먹고, 술을 줄이세요.”

“······.”

“방금처럼 비전문가의 말에 현혹되지 말고, 의사를 믿으세요,”


-띠리링, 띠리링.


비전문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


발신 번호를 확인한 이연희는 목소리를 확 낮춰 통화했다.


‘여보세요. 그건 걱정하지 말아요. 괜찮아요. 네, 알았어요. 지금 바로 만나죠. 끊어요.’


조성일이 못마땅한 기색으로 물었다.


“왜 그렇게 전화를 받지?”


이연희는 귓속말로 대답했다.


‘제가 몰래 심은 첩보원이거든요.’


“뭘 심었다고?”

“저는 잠시 나가봐야겠어요. 조 박사님은 대기실······ 아니, 신관 밖으로 절대 나가기 마세요. 알았죠?”


이연희는 단단히 당부하고, 홍민주 분장팀장과 함께 대기실에서 나갔다.


조성일은 거울에 비친 자기의 모습을 보았다.


“이만하면 완벽해. 대본도 다 외웠고, 캐릭터 분석도 끝냈고······ 이제 뭐 하지?”


조성일은 아직 휴대전화로 시간 보내는 게 익숙지 않았다.


“가만히 앉아 있기도 뭐하고······,”


잠시 고심하던 조성일이 대기실에서 나왔다.


“신관만 벗어나지 않으면 되는 거잖아. 여기서는 특별히 사고 날 것도 없고.”


***


조성일이 다시 로비로 나왔다.

대기실이 없는 보조출연자들과 촬영팀의 세팅과 맞물려 혼잡하게 느껴졌다.


“비켜주세요! 응급입니다.”


-촤라라락.


119구급대가 응급환자 이동 침대를 밀면서 뛰어왔다.


진짜가 아니다.

구급대 보조출연자들이 연습하는 거였다.


이내 그들과 조성일은 눈이 마주쳤다.


“어, 아저씨?”

“너희들······.”


고장호 감독 영화에서 국군 엑스트라로 만났었다.


“탈주 마렵다는 놈과 그 친구네?”

“네, 맞습니다. 저는 강지훈이고요. 얘는 고희동에요. 아저씨는 여기 웬일이세요?”

“고정 단역 맡았어. 신경외과 과장 역이지. 조단역에 가깝다고 하더라고.”

“축하드려요! 역시 전설은 다르네요.”

“전설?”


강지훈이 무용담처럼 말했다.


“미친 듯이 NG가 났는데, 아저씨의 설명 듣고 OK 떨어졌잖아요. 고장호 감독이 먼저 캐스팅 제안한 것도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그것도 보조출연한테요.”

“그래?”


조성일은 자신도 모르게 우쭐하는 반응이다.


“그런데 너희는 보조출연 아르바이트 다시는 하지 않는다고 이를 갈지 않았나? 더럽고, 치사하고, 짜증 난다고.”


고동희가 대답했다.


“지금 저놈 더운물, 찬물 가릴 때가 아닙니다. 무슨 수를 써서던지 돈을 벌어야 합니다.”

“무슨 사고 쳤나?”


강지훈이 울먹이는 목소리도 말했다.


“혜미가······ 많이 아픕니다.”


고동희가 추가 설명을 했다.


“혜미는 사람이 아니고, 애완견입니다. 게다가 수컷이지요.”


조성일이 관심을 가지고 강지훈에게 물었다.


“어떤 병에 걸렸지?”

“암입니다.”

“수의사는 뭐라는데?”

“수술해도 가망이 없답니다. 헛돈 쓰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혜미는 제 가족이나 다름없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제가 살려낼 겁니다.”


친구인 고동희도 이해를 못 하겠다는 듯 고개 젓는 때다.


“내가 혜미를 고쳐줘도 될까?”

“아저씨가요?”

“응.”

“어떻게요?”

“내가 수술해서 고쳐주면 돼.”

“아저씨 수의사였어요?”

“실력 있는 의사이면서 수의사지. 사람이든, 동물이든 내가 수술해서 못 고친 적은 없었어.”


고동희가 맞장구치며 말했다.


“맞아, 아저씨가 황달이 의심된다면 병원에 가보라고 했었는데, 진짜 황달이 맞았다고.”


강지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수술비는 얼마나······.”

“필요 없어.”

“정말이요?”

“치료비를 받지 않는 대신, 내 일 한 가지를 도와줘야 해.”


강지훈은 불안한 기색으로 물었다.


“혹시 다른 사람들 사기를 치려고······.”

“그런 거 아니야. 너의 개를 수술해서 내 실력을 인정받으려는 거지.”

“오늘 당장 수술하시죠!”

“그건 안 될 것 같고. 확실한 날짜 정해지면 연락할게.”

“꼭 연락해 주셔야 합니다. 아저씨 전화 좀······.”


강지훈은 조성일의 휴대전화를 받아 직접 번호를 입력했다.


“혜미를 고쳐주시면, 평생 은인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럴 필요는 없고. 내 전화나 잘 받아.”


조성일은 그들과 헤어져 출입문 쪽으로 걸어갔는데,


-지이잉.


자동문이 열리면서 꼬마 아이가 들어왔다.

조성일은 아역 배우인가 했는데······.


꼬마 아이가 덥석 조성일의 손을 잡았다.


“뭐 하는 거지?”


꼬마 아이는 아무 대꾸 없이 조성일을 잡아당겼다.


“이놈 왜 이리 힘이 센 거야?”


조성일은 아이에게 이끌려 본관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그만, 아저씨가 힘이 약해서 끌려가는 거 아니야. 무슨 일인지 말하지 않으면, 아저씨 화낸다.”

“······.”


조성일이 경고해도 소용이 없었는데,


“!”


신관 뒤편 화단에서 사람이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조성일은 황급히 달려가 중년 여자의 상태를 살폈다.


“이거 안 좋은데······.”


그는 곧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네, 아저씨. 혜미 수술 날짜가 결정되었나요?


“시끄럽고! 여기 신관 뒤편에 있는 화단이야. 당장 응급환자 이송 침대 가지고 뛰어와! 얼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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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진심 어린 충고 24.09.16 97 5 10쪽
22 22화-면접 +1 24.09.15 101 5 10쪽
21 21화-치사함의 끝판 24.09.14 107 5 15쪽
20 20화-죽이는 타이밍 24.09.13 120 7 13쪽
19 19화-촬영은 계속되어야 한다. 24.09.12 128 6 11쪽
18 18화-미끄러지다 24.09.11 136 6 11쪽
17 17화-그놈의 향기 24.09.10 141 7 13쪽
16 16화-하늘이 내려주신 캐스팅 24.09.09 147 5 12쪽
15 15화-특별반 24.09.08 163 5 11쪽
14 14화-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24.09.07 162 6 11쪽
13 13화-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법 24.09.07 172 6 13쪽
12 12화-갑시다. 24.09.06 186 5 10쪽
11 11화-1호 배우 24.09.06 243 6 12쪽
10 10화-새로운 시작 24.09.05 250 8 11쪽
9 9화-종교의 탄생 24.09.04 251 9 12쪽
8 8화-금단의 수술 24.09.03 271 9 13쪽
7 7화-로또 24.09.02 297 10 11쪽
6 6화-정신 개조 24.09.01 296 9 12쪽
5 5화-척살 +1 24.09.01 303 8 12쪽
4 4화-천재만 걸리는 병 +1 24.08.31 330 7 12쪽
3 3화-소원 풀이 24.08.31 389 9 12쪽
2 2화-상담 +1 24.08.30 443 10 13쪽
1 1화-닥터 조 24.08.30 533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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