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대신 소설 좀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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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웅
작품등록일 :
2024.09.01 23:31
최근연재일 :
2024.09.02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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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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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내 이름은 한시웅

DUMMY

내 이름은 한시웅.

웹 소설 작가다.


2005년, 판타지 소설 열풍에 탑승해 양판소로 업계에 발을 들였다.


내가 싸지른 양판소 이름은 '이미지월드'였다.

초판 3000부를 보장하는 계약으로 출간했고, 3200부를 팔았다.


이후 문예창작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했고 군대도 다녀왔다.

군대에서 틈틈이 신작을 썼고, 그렇게 완성한 다섯 권의 노트는 전역 후에 출간했다.


‘운명의 기사’라는 이름으로 책이 나왔다.

판매 부수는 모른다. 슬슬 종이 책 업계가 몰락하던 시기라서 성적은 시원찮았다.

1권은 원고료를 받았는데, 2권은 못 받았다.


출판사에서는 책이 잘 안 팔려서 줄 돈이 없다고 했다.

일단 3권 원고를 주면 나중에 일괄 정산하겠다 약속했다.

그러나 3권 원고료도 나오지 않았다.


출판사에서는 4권 원고를 요구했고, 나는 거절했다.

돈을 안 주면 원고도 없다.

그렇게 ‘운명의 기사’는 3권에서 미완으로 종료되었고,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군대에서 보물처럼 껴안고 나온 다섯 권의 노트는 잃었다. 몇 번 이사를 했는데 그 와중에 사라진 것 같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회사원으로 살았다.

강남의 모 병원에서 영업 사원으로 일했는데, 2년 정도 일하다가 취미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뜻밖에도 과분한 인기를 얻었다.


그렇게 세상으로 나온 녀석이 ‘대역배우 레벨 업’이다.

새롭게 만난 출판사는 무척 마음에 들었다. 대우도 좋았고, 원고료 입금이 단 하루도 늦는 법이 없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글에 집중하기로 했다.


게임만 해도 강해지는 헌터

어서 와 내 던전은 처음이지

활써클 대마법사

퇴마사는 귀신을 찢어

몰락한 가문의 진법 천재


줄줄이 써 제꼈다. 성적은 제각각이었다. 종이 책으로 출간된 녀석도 있고, 온라인에서만 그친 놈도 있다.

그 중 가장 아픈 손가락을 꼽으라 한다면 단언컨대 ‘퇴마사는 귀신을 찢어’다.


내 입으로 말하기 민망하지만 꽤 잘 쓴 글이다.

명작은 염치없고, 수작 정도는 붙여주고 싶다.

집필에 앞서 공부도 열심히 했고, 내가 쓴 글 중에서 가장 개성이 있다.


독자 분들도 한번 읽어 보시길 권한다. 재미있을 거다.


실제 작품을 언급해도 되냐고?

뭐 어떠냐. 내가 쓴 글인데. 뒷 광고도 아니잖아.


여하튼, ‘퇴마사는 귀신을 찢어’와 ‘몰락한 가문의 진법 천재’의 연이은 흥행 참패로 나는 궁지에 몰렸다.

신작을 준비 중인 지금, 나는 뼈아픈 심정으로 인정한다.


창의력이 고갈되었다.

더는 새롭고 재미있는 글을 쓸 자신이 없다.


"후우, 쓰긴 써야 할 텐데. 요즘은 어떤 글이 잘 나가지?"


요즘은 어떤 작품이 먹힐까.

여러 플랫폼을 오가며 염탐을 시작했다.


“이거 너무 엉터리인데 왜 인기가 많은 거지?”

“이건 재밌네.”

“와, 결제 마렵다. 돈 벌어야 되는데, 오히려 다른 작가한테 돈을 퍼주게 생겼네."


열흘 넘게 염탐에만 매달렸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카페에 나와서 아메리카노 한 잔 시켜 놓고 눈이 벌게지도록 휴대폰 화면만 쳐다보았다.


몇 작품이나 읽었을까. 이젠 모르겠다. 초반 부만 보다가 넘긴 작품도 있고, 흥미를 가지고 오랫동안 지켜 본 작품도 있었다.

이 중에 내게 영감을 주는 작품이 있으면 좋겠는데······.


그때였다. 북적이는 카페에서 누군가 내 등을 툭 치고 지나갔다.

SS급 거북목을 앞세우고 휴대폰을 바라보던 나는 졸지에 화면에 코를 박고 말았다.

이 정도야 흔한 일이다. 그런데······.


"어으으으."


어지럽다. 평생 느껴본 적 없는 현기증이 일었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면서 휴대폰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과장이 아니다.


스아아아.


진짜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사람 살려요! 휴대폰이 사람을 잡아 먹고 있잖아요!


아찔한 현기증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 겨우 눈을 떴을 때.


"뭐야? 여기 어디야?"


나는 낯선 장소에 놓여 있었다.

일견하기에도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니다.

어떻게 확신하냐고?


"태양이 두 개잖아! 이거 빼박 이세곈데?"


이런 전개 낯설지 않다.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받아들일 수 있다.

수많은 판타지 소설을 읽었고, 직접 쓰기도 했다. 오히려 익숙하기까지 하다.


그나저나 휴대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휴대폰 속 세상일 리는 없고, 설마 소설 속으로 들어온 건가?


도대체 어떤 소설로 들어와 버린 것일까.

워낙 많이 읽은 탓에 헷갈린다. 초반만 보고 넘긴 소설도 부지기수라서 특정할 수가 없었다.


아니 남들은 소설 속으로 들어가면 변태같이 문장 하나까지 기억해 내던데.

나는 이게 뭐야! 이세계에 와서도 퇴물이야?


이래서 소설은 글자 하나까지 씹고 뜯고 맛봐야 하는 법인데.

쯧. 내가 덜 변태 같았던 것이 이렇게 후회될 줄이야.


일단 주변을 살펴보자. 대략적인 상황이라도 파악을 해야겠는데······.

멍하게 눈만 끔뻑거리다가 엉거주춤 몸을 일으켜서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았다.


"이런 곳에서 사람을 만날 줄이야."


그때 별안간 낯선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분명히 아무도 없었는데 도대체 언제 나타난 것일까.


낯선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서 홱 고개를 돌렸다.

얼굴 하나가 내 코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


[작가의 창의력이 고갈된 이유로, 독자님들에게 이야기를 맡깁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한시웅’은 앞으로 독자가 조종합니다.]

[가장 많은 댓글, 또는 가장 추천을 많이 받은 댓글이 다음 이야기를 만듭니다.]


[주인공이 발견한 사람. 누구일까요?]

[본격, 장르부터 떠넘기는 무책임 양판소. 댓글을 기다립니다.]


작가의말

띠링.

-성좌 ‘궁지에 몰린 퇴물 작가’가 ‘퇴마사는 귀신을 찢어’를 추천합니다.

-당신은 거절할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 검색창에 검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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