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펑크 속 현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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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준홍
작품등록일 :
2024.09.06 19:02
최근연재일 :
2024.09.06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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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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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DUMMY

내 유일한 취미는 게임이었다.

남들이 불금이라고 말하는 금요일 저녁.

방구석에 박혀서 컴퓨터를 하는 건 그런 이유다.


‘불금이 뭐 별 거 있나? 이게 바로 불금이지.’


나는 바탕화면에 설치된 ‘사이버판타지’를 보면서 눈을 빛냈다.


‘···재밌겠군.’


사이버판타지는 오픈월드 RPG로 사이버펑크와 판타지가 섞인 세계관이라고 한다.


이른 바, 퓨전펑크다.


퓨전펑크는 많은 게임을 했던 내게도 꽤나 낯선 세계관.


그래도 딱히 걱정은 되지 않는다.

만약 재미가 없다?

안 하면 그만이다.


‘게임은 이래서 좋아.’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

현실과는 다르게 말이다.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게임을 실행했다.


그러자 화면에 판타지스러운 풍경이 나오더니, 굵은 목소리의 나레이션이 울려 퍼진다.


「︎머나먼 옛날, 검과 마법의 시대가 존재했다. 그 영원할 것 같은 시대는 시간이 지나면서 과학의 발전으로 천천히 변화를 맞이했다.」︎


그러고는 사이버펑크 느낌이 물씬 풍기는 도시들과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 반대편에는 기사와 마법사들로 보이는 존재들도 있었다.


세계관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보니 더 신기하다.


‘사이버펑크와 판타지라··· 묘하군.’


그 순간, 커다란 폭발음이 헤드셋을 통해 들려온다.

그와 동시에 다시 한 번 울려퍼지는 나레이션.


「︎충돌은 필연적이었다.」︎


이윽고 화려한 연출이 돋보이는 전투씬이 나타난다.


기계로 몸을 개조한 인간과 기사의 육탄전.

중무장한 군대와 화력전을 펼치는 마법사.

성층권에서 떨어지는 핵미사일을 바라보는 드래곤의 눈동자.

거대한 검을 휘두르며 도시 하나를 파괴하는 날개가 달린 악마 등.


보는 맛이 있었다.


그렇게 화려한 전투씬을 보여주던 인트로는 의미심장한 나레이션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그렇게 기나긴 혼돈의 시간이 지나고, 전쟁은 막을 내렸다. 하지만 여전히 그 불씨는 남아 있다. 당신은 어느 불씨에 속하는가?」︎


그리고 화면에 떠오르는 문구.


[종족을 선택하세요.]


종족 선택의 시간이었다.


‘인트로를 이런식으로 연결하는군.’


나는 피식 웃으며 화면에 집중했다.

문구 아래로는 무려 7개의 선택지가 존재했는데, 그 목록이 참신했다.


인간.

안드로이드.

엘프.

드래곤.

악마.

천사.

초월종.


하지만 이런 참신한 선택지들이 무색하게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인간밖에 없었다.

다른 종족은 DLC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이거 참.”


대충 현질 하라는 뜻.

역시 요즘 게임들은 무섭다.

패키지 게임에서도 현질을 유도하다니.


“에휴.”


나는 별 수 없이 인간을 선택했다. 시작부터 현질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인간’을 선택하셨습니다.]

[출신을 선택하세요.]


출신에 대한 선택지는 기업, PMC, 갱단, 퓨어올더, 픽서로 총 5개였다.


나는 천천히 각각의 설명을 읽어내려 갔다.


[기업]

자본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기업은 압도적인 자본을 바탕으로 전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PMC]

PMC는 군사활동을 하는 전문 인력으로, 강력한 전투력을 지녔으며 군사공급, 군사 컨설팅, 군납, 경호, 특수경비, 공작 등으로 전세계 곳곳에서 활동합니다.


[갱단]

갱단은 도시의 무법자입니다. 그들의 역량은 천차만별이지만, 강력한 갱단의 경우에는 기업과 PMC조차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퓨어올더]

퓨어올더는 검과 마법의 시대를 근간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과학이 발전한 지금의 시대에도 결코 찬란한 과거를 포기하지 않았으며,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기사와 마법사들은 아직도 전세계를 주름 잡는 강력한 인간병기입니다.


[픽서]

그들은 오직 계약으로만 움직이는 해결사입니다.


픽서를 끝으로 모든 설명을 읽은 나는 잠깐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흐음.”


우선 내 선택지에서 갱단과 픽서는 제외였다.


갱단은 무법자들이라는 설정도 마음에 안 들었지만, 역량이 천차만별이라는 것도 거슬린다.

물론 강력한 갱단은 기업과 PMC도 두려워하지 않는다지만··· 애초에 이런 TMI가 붙는 것부터가 갱단의 근본적인 약함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픽서는 말할 것도 없지.”


계약으로만 움직이는 해결사?

그냥 이름만 다를 뿐 완전히 용병 아닌가.

내 취향은 아니었다.


“흠.”


그렇다면 남은 건 기업, PMC, 퓨어올더였다.


자본주의의 기업.

강력한 전투력의 PMC.

인간병기, 퓨어올더.


각자 나름의 장점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퓨어올더가 내 마음을 확 끌어 당기는 건 왜일까.


“사이버펑크 세계관에서 날뛰는 기사와 마법사라.....”


나는 상상해봤다.

기사 혹은 마법사가 되어서 사이버펑크 세계관을 누비는 모습을.


‘낭만 있네.’


출신은 퓨어올더로 가야겠다.

마음의 결정을 내린 나는 퓨어올더를 선택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육성으로 욕이 나왔다.


“아니, 시발. 이것도 DLC가 필요하다고?”


그렇다.

또 DLC였다.


“염병.”


나는 혹시나 해서 다른 선택지들도 전부 확인해 봤다.

아니나 다를까, 갱단과 픽서를 제외한 모든 출신이 DLC를 필요로 했다.


즉, 현질 안 할 거면 갱단, 픽서나 하라 이거다.


‘하필이면 내 선택지에 없던 그 두 출신이라니···’


이걸 운이 없다 해야하는 건지, 게임사의 상술이 좋은 건지.

그냥 내 운이 없다고 생각해야겠다.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사람들 중 하나가 나였으니까.


나는 그렇게 합리화를 하고 두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했다.

그런 고민 끝에 내가 내린 선택은 픽서였다.


[출신으로 ‘픽서’를 선택하셨습니다.]


이유는 별 거 없다.

픽서가 갱단보다는 나을 거 같았다.


‘양아치보다는 청부업자지.’


출신을 선택하고 나니, 이름·성별·얼굴·키·몸무게 같은 것들을 커스텀마이징하는 창이 떴다.


‘설마 이것도 현질을 유도하지는 않겠지?’


키 180 이상이면 DLC, 풍성한 헤어스타일이면 DLC 이런 것처럼 말이다.


‘그건 아니군.’


다행히도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준수한 키와 덩치에 남자답게 잘생긴 캐릭터를 만들 수 있었다.


특이점이라면 콧등에 추가한 칼자국과 같은 흉터.


“좀 까리한데?”


뭔가 베테랑 용병과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마음에 들었다.

이제 남은 건 게임을 즐기는 것 뿐.


“자, 그럼 어디 한 번 즐겨볼까.”


그렇게 난 ‘시작하기’를 눌렀고··· 게임 속 캐릭터가 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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