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구했는데 회귀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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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혐
작품등록일 :
2024.09.07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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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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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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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DUMMY

이야기의 주인공, 그러니까 이상민은 딱히 특별한 인간은 아니다.


평범하게 노력하는 만큼 결과가 나오는 사람. 노력이 크게 배신하지도 않고, 예상보다 크게 결과를 가져오지도 않는 그저 평범한 대한민국의 시민 1이었다.


남들이 봤을 때 '저 정도면 평타지'라고 들을 만한 사람.


심지어 그나마 가진 취미라고 한다면 인기도 없는 오프라인 게임 하나.


[칸 영웅기].


'칸'이라는 주인공이 아카데미에 입학하면서 생기는 일들을 다룬 게임으로, 만약 성공적으로 아카데미를 졸업한다면 그것이 게임의 엔딩이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게임에선 평범한 재능이 적용되지 않았고, 덕분에 남들보다 훨씬 늦게 클리어를 향해 달려나갸야 했다.


급기야 캐릭터를 새로 키워야 할 때도 많아졌지만, 그는 그럴수록 오기가 생겨 더더욱 그 게임에 대해 알아보고, 더 매달렸다.


아무리 게임의 난이도가 어려워도, 아무리 계정을 삭제하고 다시 만들어야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았다.


남들이 보기에는 재미도 없고 그닥 인기도 없는 망겜 1이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시간을 쌓아갔다.


아무튼 계속해서 이 게임을 즐기다 보니, 바로 오늘 이 게임의 최종 보스를 만날 시간이 왔다.


"후우, 진정하자 진정..."


그는 작은 목소리로 폰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사실 여기까지 오는 건 오늘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러나 저번에는 올 때마다 최종보스에게 죽었고, 죽으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로그라이크 게임 특성상 그는 처음부터 게임을 다시 해야했다.


그렇기에, 지금 그는 아주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게임을 클리어하고 드디어 길고 긴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느냐, 아니면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이 기나긴 여정을 이어가는가.


"제발, 이번에는 깨 보자고."


그는 '마지막 전투에 입장하시겠습니까?'라는 문구를 뒤로하고 보스방으로 들어섰다.


익숙한 보스의 컷신은 바로 넘겨버리고, 곧장 보스와의 전투에 돌입했다.


쾅! 콰아아앙!


요란한 소리가 자그마한 폰 안에서 울려퍼졌다. 어느덧 그의 시선은 게임 캐릭터와 하나가 된 것만 같았다.


다행히 걱정했던 것보단 보스를 잡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고, 그는 그렇게 게임을 클리어했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죽을 순 없다아!"


갑자기 들리는 보스의 절규. 그리고 피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곧바로 날아온 공격을 맞고 죽어버린 캐릭터.


절망을 하기에는 충분한 사유다.


"으아아아! 이대로 죽는다고? 진짜!?"


말도 안 된다. 지금까지 엔딩 하나 보려고 낮이나 밤이나 시간을 쓴 게임이다. 그런데 고작 이딴 이유로 죽는다니!


당장이라도 혈압때문에 쓰러질 것만 같은 상황을 뒤로하고, 그는 계속 휴대폰 화면을 보았다.


주인공이 죽어가는 컷신에선, 보스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정말 이대로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말도 안 된다!


너무 화가 나 폰을 던져버리려던 그 순간, 갑자기 폰이 밝아지며 이상한 화면이 보였다.


스마트폰 화면에선 주인공이 믿는 '여신'이라는 존재가 서 있었다. 지금까지 주인공이 기도하는 장면만 보였지, 딱히 여신이 직접적인 도움을 준 적이 없어 그저 그런 종교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당황했다.


'여신이 진짜 이 게임에 있기는 했구나.'


여신은 죽어가는 주인공에게 이상한 기운을 불어넣으며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이게 마지막이란다.' 라는 말을 했다.


그러자 죽은 주인공의 심장이 다시 뛰는 연출이 나오더니, 주인공이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라? 그러면 계속 싸울 수 있으려나?


그의 예상은 정확히 적중했다. 그렇게 그의 캐릭터는 그대로 살아나 다시 보스와의 전투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여신은 '회복의 대가로 나의 억제력이 약해져 몬스터들이 더 강해졌다.' 라는 짧은 말을 남기고 다시 사라졌다.


처음부터 다시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런 걸 할 리가 없지. 이미 깰 스펙은 충분한데 왜 그런 걸 하겠는가.


아무튼 강해진 걸 증명하기라도 하듯 보스 몬스터는 훨씬 빨라지고 공격력도 강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리어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애시당초 죽을 위기는 보스의 필중패턴이었을 때 뿐, 그의 캐릭터는 이미 보스 몬스터를 잡기에 충분한 오버 스펙이나 다름 없었다.


"잡았따아아아!"


작은 스마트폰에는 'CLEAR!'이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 있었고, 그는 이 기쁜 소식에 덩실덩실 뛰어다녔다.


오늘 휴일에 하루종일 게임만 하느라 많이 피곤한 상황. 그는 신나서 춤을 추다가 그대로 잠에 들었다.


그리고 잠에서 깼을 때, 그는 지금까지 겪었던 것 중에 가장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 * *


"으음.... 왜 이렇게 덥지?"


그는 더움을 잘 타는 편이라 겨울에도 선풍기를 약하게 틀고 잔다. 자고 일어나서 이렇게 땀이 나는 건 거의 없는 경우였다.


감기에 걸리기라도 한 걸까.


뭐가 됐든 일단 상황을 확인해야 할 터. 그렇게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에게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펼쳐져 있었다.


"여, 여기가 어디야?"


일단 덮고 있는 이불부터 이상하다. 무슨 중세시대 귀족이나 쓸 법한 붉은 색에 금색 레이스가 달려있는 이불. 배게도 똑같은 장식이다.


무엇보다 밖을 내다보니 퀘퀘한 매연냄새와 높디높은 건물들이 아닌, 상쾌한 바람과 아래로는 마치 그림같은 숲들이 늘어져 있었다.


일단 이 곳이 뭐하는 곳인지는 몰라도, 자신이 살던 곳은 아니라는 걸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한 여성이 들어왔다. 분명 그는 그녀를 처음 보는 것임에도, 그녀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칸 영웅기'에 나오는 칸의 어머니니까.


"칸~ 오늘 입학식인 건 알고 있지? 네 부탁대로 난 1시간 일찍 깨웠다?"


"호, 혹시 입학식이라면 어떤...."


"응? 너가 그렇게 기대하던 리월 아카데미 입학식을 까먹은 건 아니지? 준비하렴~"


그는 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지만, 칸의 어머니인 '메헤르'는 그대로 방을 나가 콧노래를 부르며 집안일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그제서야 자신이 지금 있는 곳이 지구가 아닌 '칸 영웅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딱히 걱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이 곳에서 일어날 일들과 히든 피스들은 다 알고 있으니까.


그는 그냥 천천히 모든 걸 클리어하며 보스를 잡기로 계획했다.


"한 번 클리어한 거 다시 하는 게 어렵겠어? 당근 쉽겠지."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을 때, 메헤르가 고함을 질렀다.


"빨리 깨워줬더니 밍기적거리니? 준비 시작해라!"


"죄, 죄송해요!"


그렇게 그는 지구의 이상민으로써가 아닌, 칸 여행기의 칸으로써 살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없이 많은 시간이 지났을 때, 마침내 보스를 잡을 수 있었다.


이건, 보스를 잡고 남은 여생을 편히 보내던 그의 이야기이다.


* * *


그는 일어나자마자 옆에 있는 술을 한 잔 마시고, 숨을 크게 내쉬며 술병을 다시 내려놓는다.


아카데미를 잡고, 마지막 보스를 잡으며 이 게임의 엔딩을 본 뒤 죽지 못해 살아가는 것도 어느덧 40년.


빙의했을 때의 활발한 10대의 칸은 어디로 가고 어느덧 60대를 앞두고 있는 노인이 되었다.


참 안타까운 점은, 이 세계의 의술이 거의 발달하지 않아 50대가 넘어가면 언제 죽을 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흐아아, 이제는 이렇게 하루종일 심심하게 사는 것도 지겹네."


차라리 목숨이 오가는 그 때가 더 즐거웠다, 라는 그는 생각했다.


최소한 그때에는 해야 할 일이 명확했고, 하는 행동에 따라 바로바로 결과가 따라왔으니까.


허나 지금은 그저 죽지 못해 살아가는 늙은 독거노인일 뿐이었다. 물론 이 게임에도 히로인은 많았으나,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 히로인과의 관계는 내팽게치고 훈련만 하다 보니 여자복이 있을리가 없었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한 명 정도는 붙잡는 건데."


이제와서 한탄해봐야 이미 지나간 일일 뿐. 그는 술을 한 입 더 들이키더니 다시 침대에 누웠다.


오늘은 무언가 특별히 하고 싶은 것도, 의지도 없는 날이다. 그대로 잠에 들었다.


하지만 잠에 들고 나서 나타난 것은 꿈같은 게 아닌 여신이었다.


"뭐야, 여신이 나타난 건 내가 죽기라도 한 건가? 세상을 구한 것 치고는 생각보다 지루한 죽음이네. 그럼 난 이제 어떻게 되지?"


하지만 여신은 내 물음에 답이 없었다. 그러더니 내게 이상한 기운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이게 마지막이란다...."


순간 그의 머릿속에 불안함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마지막 보스와 싸울 때 게임에선 맞고 죽었어야 할 필중공격을 동료가 대신 맞아 죽어주었다.


즉, 게임상에선 부활해야 했을 상황에서 그는 부활하지 않고 그냥 보스를 잡은 것이다.


'만약 부활을 1번 반드시 시킨다면, 그렇다면 나는....'


불안은 곧 현실로 다가왔고, 그는 곧장 여신을 붙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머, 멈춰! 제발 멈추라고! 나 살아나고 싶지 않아!"


하지만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신은 계속해서 기운을 불어넣을 뿐이었다.


"안돼! 멈춰! 멈추란 말이..."


그는 계속 멈추라고 소리치고 싶었으나, 뒷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곧장 실명할듯한 밝은 빛이 그를 감싸고, 그만 정신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시 눈을 떴을 때, 왜인지 모르게 익숙한 상황이었다.


익숙한 풍경, 익숙한 잠자리, 그리고 익숙한 문열림.


"칸~ 오늘 입학식인 건 알고 있지? 네 부탁대로 난 1시간 일찍 깨웠다?"


똑같다. 빌어먹을 정도로 똑같은 상황에 그는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혹시 모른다. 혹시 그냥 꿈이거나, 어쩌면 여신이 보여준 환상일지도 모르는 것 아닌가.


"호, 혹시 제가 지금 가야 하는 곳이 리월 아카데미 맞나요...?"


"응? 얘가 너무 긴장해서 이상해졌나? 당연한 거 아니니? 그렇게 가고싶다고 노래를 불러놓고 이제와서 싫다는 건 아니겠지~?"


맞다. 돌아와 버린 것이다. 그것도 보스 잡기 직전이 아니라 아카데미 입학식때로.


아무것도 모른 채 방문 밖으로 나가 집안일을 시작한 그녀를 뒤로하고 그는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질렀다.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이럴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설마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그는 당장이라도 다시 천장에서 뛰어내려 죽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서 하고 싶은 것과 다르게 몸은 아픔과 죽음을 동시에 맞이할 자신이 없었다.


그냥 똑같은 난이도라면 그가 걱정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몬스터들이 더 강해졌다니 더럽게 짜증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는 세상을 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회귀하여 세상을 구해야 했다.


"하하.... 이렇게까지 울고 싶은 날은 처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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