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힘만 무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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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여우
작품등록일 :
2024.09.09 12:51
최근연재일 :
2024.09.15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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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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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 대충 망한 세상에서

DUMMY

아마 이제는 모두가 인정할 사실이 하나 있다.


세상이 대충 망했다는 것을.


그 이유를 굳이 길게 늘어놓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테니까.


[최근 서울 근교에서 발생한 연이은 게이트 발생. 이에 자극된 과격 컬트 단체에 의한 테러 행위가······.]


“또야? 아니, 이런 시국에 다들 그렇게 할 일이 없나?”


게이트, 몬스터, 그리고 그런 혼란에 편승해서 보잘것없는 제 이득을 취하려 하는 인두겁을 뒤집어쓴 쓰레기들까지······.


소설이나 만화에서나 보던 것들이 현실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현실의 상황은 그런 곳에서 나오던 것들과는 조금 다르기는 했지만, 참으로 개 같은 상황이라는 것 만큼은 똑같았다.


[분위기를 바꿔서 좋은 소식입니다. 경기도 고양 시내에서 발생했던 게이트의 처리에 나섰던 헌터 김신아가 이끄는 길드, 백광이 드디어 복귀했다는······.]


“오, 백광이 드디어?”


그렇게 세상은 망했지만, 그들과 함께 나타난 헌터라는 존재가, 망하기는 망해도 완전히 망하게 되는 것을 막아주었다.


하지만 망한 것은 망한 것. 수많은 곳이 엉망이 되고 말았다.


펑!


그 엉망이 된 곳 중 하나를 꼽자면 종류불문 격투기 체육관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게이트라는 전대미문의 사태와 헌터라는 초인의 등장에 수많은 직업이 그 의미를 잃었지만, 그 중 대표적인 것 하나를 꼽자면 역시 프로 격투기 선수를 꼽을 수 있지 않을까?


펑!


사람의 한계까지 단련한 투사인 격투기 선수들이 싸우는 모습 따위, 사람의 한계 따위 시작부터 벗어난 초인 헌터들이 싸우는 모습에 비하면 애들 장난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당연히 그런 격투기 선수들을 육성하는 곳 역시 그 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물론 다이어트나 건강을 목적으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장사는 이어가고 있었으나, 과거에 비해 활기는 확실히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펑! 펑!


철컹! 철컹!


그런데 오늘, 원래는 한참 한산했을 체육관을 채우는 것이 있었다. 격렬한 타격음과 함께 샌드백이 상하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한 청년이 쉬지 않고 샌드백을 두들기고 있었고 이에 호응한 굉음이 한산한 체육관 전체를 뒤흔들었다.


“샌드백이 원래 저렇게 흔들리는 거였나?”


“보통은 불가능하지? 여기서 저러는 걸 보면 헌터는 아닌 것 같은데······.”


격투기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 봐도 한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청년의 펀치에 흔들리는 샌드백의 출렁거림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후우······.”


그렇게 한참을 샌드백을 두들긴 청년은 드디어 만족한 것인지 드디어 샌드백을 두들기는 행위를 멈췄다.


“윽!”


아니, 사실은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멈출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청년은 바닥에 주저앉아 자신의 가슴팍을 움켜쥐었다.


“찬아?! 괜찮냐?”


“큭! 아, 견딜만합니다.”


“네가 보기엔 아닌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는데?그놈의 지병은 낫기는 커녕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다? 암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샌드백을 두들기다 몸이 상하면 본말전도지. 무리는 하지 마라.”


청년은 관장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인 것인지, 운동을 멈추고 잠시 벤치에 앉아 숨을 골랐다.


그리고 쉴 만큼 쉰 것인지, 청년은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나서 관장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오냐.”


그렇게 청년이 나가고 그런 청년과 관장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최근에 다이어트를 위해 등록한 관원이 관장 옆으로 왔다.


“관장님. 방금 그 사람은?”


“음. 선우찬이라고, 예전에 프로 지망으로 여기 다니던 놈이다. 아마 세상이 망하지 않았다면 완전 유명인이 됐을 거고.”


관장의 말에 관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지병이 있다고 했잖아요? 잘 모르는 제가 봐도 꽤 심해 보이던데······. 그런 병이 있으면 선수 되기도 힘들었을 거고, 되도 롱런 하기는 힘들지 않나?”


“그걸 다 포함해서 한 말이다.”


지병이 있다는 것은 관장은 이미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선우찬을 오랫동안 봐왔던 만큼 선우찬이 가진 지병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관장은 알고 있다.


그것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그렇게 말한 것이다. 그만큼 선우찬의 재능은 뛰어났다.


“롱런이고 자시고, 저놈에게 딱 1년만 시간이 있었다면 진짜 세상을 뒤흔들어 놓았을 거다.”


하지만 선우찬이 프로 격투기 선수가 되기 전에, 선우찬이 세상을 뒤흔들기 전에 세상 쪽이 멋대로 망하고 말았다.


세상이 망해 인생 망친 것은 관장 포함 이 세상 어디에나 있다. 하지만 관장은 자신이 망한 것도 안타까웠지만, 선우찬, 저 녀석을 볼 때마다 더욱 안타까웠다.


세상이 멀쩡했다면 프로 격투기계를 평정했을 것이고,


‘그리고 만에 하나 저 녀석이 헌터가 됐다면······.’


그렇다면 분명 금방 헌터로서도 그 이름을 널리 알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세상이 그에게 준 것은, 빛나는 재능을 발휘할 무대도 아니고, 헌터로서의 기회도 아니었다. 세상이 그에게 준 것은 그저 그를 괴롭히는 지독한 지병뿐이었다.


“쯧쯧, 하늘도 무심하시지.”


* * *


“콜록! 윽!”


최대한 버텨보려고 했는데, 슬슬 한계였다. 집이었으면 그냥 쓰러지면 그만이지만 밖에서 쓰러질 수는 없는 노릇.


나는 주머니에서 급히 약을 하나 꺼내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읍! 후우······.”


잠시 후, 약효가 돌며 통증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약이 있었지만, 나는 가능하면 먹고 싶지는 않았다.


부작용이나 내성을 걱정한 것도 있지만······.


“후······. 이거 한 알에 30만원이나 한다니······. 아무리 헌터용이라고 해도, 진통제 하나 주제에 너무 비싼 거 아닌가?”


게이트의 등장 이후, 박살 난 인프라 덕분에 약값은 천정부지로 솟구쳐 올랐다.


게다가 현대 의학으로도 그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었고 그저 유전적 결함이 원인일 것이라 추측되는 이 지병은,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져서 이제는 평범한 약은 듣지도 않았다.


하지만 약값 상승의 이유이자 내 생명줄. 헌터가 게이트에서 가져온 약재로 만든 헌터용 진통제는 비싸기는 해도 다행히 효과가 있었다.


“정작 헌터들은 이런 약 따위는 쓰지도 않는다고 하는데······.”


그들은 어지간한 고통 따위로는 꿈쩍도 않는 초인적인 육체를 가지고 있고, 혹여 그런 그들마저 고통스러울 상처는 회복 마법 등을 구사해 빠르게 치유했으니까.


대부분의 경우 그들에게는 진통제 따위는 불필요한 물건이었다. 그러나 그런 헌터들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 진통제가 지금의 내 생명줄이었다.


하지만 그 생명줄이 지금 거의 다 타고 들어갔다.


딱히 돈을 헤프게 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세상은 엉망이 되어가 점점 돈을 벌 방법을 줄어가고 있고, 아무리 아낀다고 아껴도 이 빌어먹을 약값이 모든 노력을 허사로 만들었다.


요즘 같은 시대, 한 알에 30만원이나 하는 약을 살 수 있는 것은 헌터나 헌터 관련 사업을 하는 사람 말고는 없을 것이다.


“헌터라······.”


하지만 어디 헌터가 되고 싶다고 될 수 있는 것이던가? 생각만이라면 하루에도 골백번은 되뇐다. 그러나 내가 헌터가 되는 행운은 나를 찾아 오지 않았다.


“음?”


그렇게 집으로 가던 도중의 길바닥에서 궁상이나 떨고 있자니, 내 귀에 절대 들려서는 안 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에에에에에에엥!


과거에는 민방위 때나 쓰이는 사이렌 소리. 허나 요즘 시국에 이렇게 사이렌을 울릴 이유는 하나뿐이다.


“서, 설마······. 게이트가 폭주했다고?”


최근 뉴스에서 서울 인근에서 게이트가 다발하고 있다고는 했지만, 설마 정말로 서울 한복판에서 게이트가 폭주하다니······.


그리고 설마는 설마에서 끝나지 않았다.


“꺄아악!”


“게, 게이트가······!”


과연 저 모습을 게이트, ‘문’이라고 불러도 좋은 것일까?


폭주한 게이트의 모습은 문 따위의 온건한 것이 아니었다.


갑작스럽게 대기를 가르는 균열. 절대 찢어질 수 없는 공간이라는 것이 물리 현상을 무시한 채 찢어지며, 본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물질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키이이이익!”


“우워어어어!”


“모, 몬스터다!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몬스터. 게이트가 인류에게 있어 위협시 되는 그 이유가 지금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곳이 다른 곳도 아닌 서울이니만큼 헌터들 역시 금방 올 것이다.


‘몬스터는······. 저건 고블린에 코볼트?’


그리고 몬스터를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것만큼 멍청한 짓도 달리 없겠지만, 보이는 것만 따지자면 저놈들은 그리 강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괴물은 괴물. 괴물이 왜 괴물인가?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으니까 괴물이다. 아마 헌터들이 올 때까지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다.


“꺄아아아악!”


“도, 도망쳐!”


사람들은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일제히 게이트 반대편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털썩!


“으악!”


그 필사적인 과정에 누군가 넘어지는 일 따위 일상다반사. 그리고 그렇게 넘어진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 따위 원래는 남아있을 리가 없었다.


“사, 살려주세요!”


하지만 넘어진 소년은 필사적으로 팔을 뻗었다. 지병 때문에 가슴을 부여잡고 있어서 도망치는 것이 늦어진 청년을 향해.


‘어, 어쩌지?’


이제와서 소년에게 달려들어 봐도 돕기에는 너무 늦었다.


그렇다고 몬스터를 상대한다? 헌터가 아닌 사람이 몬스터에게 달려들어 본들 의미는 없다. 그것은 그저 개죽음에 불과하다.


두근!


“!”


그 순간 빛무리가 나에게 몰려드는 것이 보였다. 반응으로 보아 소년에게는 보이지 않는 듯 했다.


이런 반응. 나는 이 반응이 어떤 반응인지 알고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가 한 번쯤은 들었을 일.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은 동경했을 일.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일.


심장이 두근거렸다.


“서, 설마?”


각성.


평범한 인류가 괴물들과 싸우기 위한 존재로 선택받는 현상.


‘게이트가 폭주하면 그에 반응해 각성의 가능성도 올라간다는 말은 있었는데, 그게 진짜였다니······.’


헌터가 아니라면 달려들어 봐야 무의미한 일. 하지만 지금, 헌터라면······. 이제 한 명 있지 않은가?


헌터라고는 해도 막 각성했을 뿐. 무언가 크게 바뀐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싸울 수 있을 것이다.


“발을 묶는 정도라면······.”


갑자기 헌터로 각성해서 몬스터를 일격에 쓸어버린다? 그런 것은 바라지도 않았다.


하지만 저 소년 쪽으로 가지 못하게 할 정도는 될 것이다.


“일어나! 그리고 도망쳐!”


그렇게 외치며 나는 몸을 반대편으로 날렸다. 그리고 소년을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으로 정해 달려들던 고블린을 후려쳤다.


급하게 후려치느라 제대로 노리지도 못했기에, 내가 내지른 주먹은 급소는 고사하고 몸통 부근에 간신히 적중했다.


펑!


“어?”


경황이 없었기에 내 일격은 제대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허나 그것만으로 충격을 버티지 못한 고블린의 몸은 붕 떠 뒤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고블린은 건물의 벽에 부딪혀 그대로 땅으로 떨어졌다.


“뭐, 뭐지?”


아무리 성인 남성과 비교해 작다고 해도 저 정도 사이즈의 것이 주먹질 한 방에 날아가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그야말로 만화나 영화에서나 볼 법한 물리법칙을 무시한 광경이 순간 내 눈앞에 펼쳐졌다.


‘내가 잡은 건가?’


고블린은 약하다고 하지만 일반인이 싸울 수 있는 부류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지금 그 괴물이 내 앞에서 쓰러졌다.


‘이게 헌터의 힘?’


엄청나다.


‘이 정도 힘이라면 확실히 상대가 저런 몬스터라고 해서······.’


저도 모르게 놀라 전율할 수밖에 없는 힘.


하지만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 그런 것에 하나하나 놀라는 것은 방심이며,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 방심을 하면 안 됐다.


“끼이이익!”


지금 게이트에서 쏟아지는 몬스터는 그놈 한 마리가 전부가 아니었다.


동료의 원수를 갚기 위함일까, 아니면 그냥 눈앞에 멍청한 먹잇감이 보였기 때문일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갑작스럽게 고블린이 한 마리 더 모습을 드러냈다. 명확한 적의를 나에게 드러내면서.


“!”


눈치 챈 순간, 피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큭!”


나는 급한대로 팔을 들어 올려 그 고블린이 휘두르는 단검을 막아냈다.


푹!


‘어?’


다시 한 번, 나는 내 눈 앞에서 벌어진 일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블린이 휘두른 단검은 너무나 간단하게 내 팔을 꿰뚫었다.


‘아파! 아파!! 아파!!!’


순간 나는 고통에 정신을 잃을 뻔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 팔을 꿰뚫고 뇌리에 꽂힌 격통과, 그리고 그런 통증이 일어난 이 상황 그 자체에.


‘뭐지? 초인이라 어지간한 공격은 견디는 것 아니었나?’


실제로 이런 식으로 찔려 본 적은 없기는 하지만, 이 통증은 진짜 칼에 찔리는 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뭐, 뭐지?’


만약 방금 내가 고블린 하나를 곤죽으로 만들어 놓지 않았다면 나는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칼에 찔리면 뚫리고 아픈 것이 당연하니까.


허나 나는 방금 초인다운 힘으로 괴물을 한 방에 때려잡지 않았던가?


아무리 약하다고 해도 몬스터를 순식간에 때려잡은 힘과 그런 몬스터에게 한 방에 꿰뚫리는 방어력은 뭔가 괴리감이 느껴졌다.


까놓고 말해 방어력에 관해서라면 아마 일반인과 다를 바가 없을 것 같았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뭐하나 알 수 없는 이 상황. 허나 이것 하나는 확실했다.


나는 이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에 방심했고, 치명적인 공격을 허용했다는 것.


그리고······.


“키이이익!”


방심한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고블린은 먹잇감을 꿰뚫는 단검의 감촉이 마음에 든 것인지, 그 기형적인 입가를 비틀어 흉측한 미소를 그리고 있었다.


‘이 정도면 치명상이라는 거겠지?’


나도 방심했지만 고블린 역시 방심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되돌려 줘야 하지 않겠는가?


“핫!”


오른 팔은 못 쓰게 되었지만, 나에게는 아직 왼 팔이 있다.


양손으로 단검을 움켜쥐고 있느라 완전히 무방비한 보디에 훅, 바로 이어서 턱을 노리는 간결한 어퍼.


나는 오랜 세월 단련하며 몸에 베어 있던 기술을 고블린을 상대로 피로했다.


빠각!


복부도 그렇지만, 턱 쪽을 얻어맞았을 때 절대 나서는 안 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감촉이 내 주먹에 느껴졌다.


뼈가 부러지는 정도로는 이런 감촉이 나지 않는다. 박살. 고블린의 뼈는 산산조각났을 것이다.


털썩.


사람이었다면 기절은 당연, 목숨을 걱정해야 하는 중상이다.


그것은 몬스터도 마찬가지였을까? 어퍼를 정통으로 허용한 고블린은 내 앞에서 무너져내렸다.


‘이겼다······.’


허나 더는 방심하지 않는다.


나는 시선은 사방을 둘러보며 나에게 달려오는 몬스터가 없는지 확인했다.


그와 동시에 내 발은······.


“흡!”


콰직!


내 앞에 쓰러진 고블린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고블린은 이제는 경련조차 보이지 않았다. 고블린이 턱이 박살나고 두개골이 함몰되어도 움직이는 괴물이지 않는 이상, 이만한 타격을 받고 일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끽!”


“끼익!”


다른 몬스터들은 자신들의 동료가 일격을 쓰러진 것을 보고 긴장한 것인지 방금처럼 나에게 접근하지 않았다.


‘그래. 그렇게 노려만 봐라!’


팔을 다친 이쪽에서도 먼저 달려갈 생각은 없었다.


짧은 대치.


쾅! 쾅!


그리고 그 짧은 시간만으로도 충분했다.


갑작스럽게 하늘을 수놓은 화염과 빙정의 비. 현실 감각의 의심케 하는 그 몽환적인 광경이 내 뒤에서 몬스터들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왔구나!”


역시 서울이라 그런지 출동이 빠른 모양이었다. 헌터들이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


헌터들이 왔으니 이제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나는 몬스터들을 향해 달려드는 헌터들과 반대편으로 나아갔다.


그곳에서는 헌터와 함께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부상자들을 옮기고 있었다.


“헉! 그 상처는······!”


그들은 아직도 단검이 꽂힌 채 붉게 물든 내 오른 팔을 보고 기겁했다.


“아, 괜찮습니다. 아프긴 한데 아직 버틸 만합니다.”


“괜찮으시다는 건······. 역시 헌터신가요?”


헌터.


그 단어을 들은 순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남아 있던 협회측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내 쪽으로 왔다.


“막 각성한 헌터십니까?”


“아, 네.”


“혹 몬스터를 잡으셨다면 그에 대한 정산은 나중에 협회에서 할 것입니다. 일단 저희쪽에서 치료와 상황의 확인을 하시는 것이 어떨까요?”


이 제안을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그 제안에 따라 구급차에 타려고 할 때였다.


“가, 감사합니다! 헌터님!”


한 소년이 달려나와 내 앞에서 꾸벅 고개를 숙였다.


내 앞에서 쓰러졌었던 그 소년이었다.


“몸은 괜찮니?”


“네. 헌터님 덕분에!”


소년은 그렇게 말하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건 그렇고 헌터인가······.’


구급대원도 협회의 직원도 이름 모를 소년까지도 모두 나를 헌터라 부른다.


나 혼자만의 착각이 아니었다.


그렇다. 나는 헌터가 된 것이다.


* * *


“상처는 완전히 아물었습니다. 그래도 이제 막 각성한 헌터면 아직 적응이 필요하고 만에 하나의 경우도 있으니 조금 쉬시다가 가시면 될 겁니다. 뭐, 묻고 싶은 것 있으시면, 침대 옆의 이 버튼을 눌러주시고요.”


“······.”


눈 앞에 의사를 겸업하는 헌터의 말에 나는 잠시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조잡한 칼에 팔이 뚫리는 중상. 치료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높은 확률로 후유증도 남는다.


허나 지금의 나는 아니다. 헌터에 의한 치료 마법.


실제로 마법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효과는 그야말로 마법 그 자체였다.


통증도 없고, 아무런 불편함도 없다. 지금 당장 싸우러 갈 수 있을 것 같은 만전의 상태.


평범한 사람은 받기 힘들지만, 헌터라면 이리 간단히 이런 엄청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나는 그런 헌터가 된 것이다.


“자, 그럼······.”


나는 만에 하나의 사태를 위해 기다리는 이 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하기로 했다.


“그걸 확인하지 않을 수 없지.”


헌터로 각성 한 사람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


“사, 상태창?”


처음이라 그런지 조금 어색하게······. 그렇게 나는 상태창을 불러내 헌터로 각성한 나의 능력을 확인했다.


“응?”


막 게이트 문제가 터졌던 예전이라라면 모를까, 이제 세상은 헌터라는 존재에 적응했다. 헌터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헌터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상식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 상식에 비추어 볼 때,


“뭐여, 이건?”


내 스테이터스는 뭔가 이상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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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002. 이레귤러 +1 24.09.10 243 7 14쪽
» 001. 대충 망한 세상에서 +1 24.09.09 298 7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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