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헌터전문 한방병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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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민
작품등록일 :
2024.09.11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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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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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DUMMY

며칠 전, 태강캐피털 직원들을 처음 봤을 때는 깜짝 놀랐다.


당시에도 그들이 어떻게 내 행방을 알았는지 궁금했는데 지금 보니 김태식 부장이 언급했던 믿을만한 정보통이 노경호였다.


“안 그래도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중간에서 장난친 놈이 바로 너였구나.”


“내가 뭐······뭘?”


“끝까지 아닌 척하네. 태강캐피털 빚은 며칠 전에 다 갚았는데 그 사람들이 니네 병원을 왜 찾아가?”


“빚을 다 가······갚았다고?”


“왜? 장기라도 하나 털리거나, 최소한 손목은 날아갈 줄 알았는데 멀쩡하니까 섭섭하냐?”


“무슨 소리야? 그런 것 아냐!”


“내가 너희 부자, 속내를 모를 것 같아? 당장 꺼져! 경고하는데 다시는 내 눈에 띄지 마라.”



***



게이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봄과 가을이 훨씬 짧아졌다더니 오늘 아침은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


아직까지는 난방 없이 견딜만 하지만 날이 더 추워지면 원룸이라도 구해서 병원을 벗어나야 할 것 같았다.


세면을 마치고 경계구역에 자리한 오래된 기사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잎사귀를 떨구면서 부쩍 홀쭉해진 가로수를 지나치다 보니 어느새 병원 주차장 진입로에 들어섰다.


‘아침부터 무슨 차가?’


주차장에는 다섯 대의 차가 늘어서 있었다.


그중에는 길드 마크가 부착된 승합차도 두 대 있었다.


‘혹시 환자들일까?’


기대감과 궁금함을 동시에 품은 채 허둥지둥 병원 안으로 들어가니 복도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 십여 명의 헌터들이 보였다.


그들 사이에는 어제 진료를 받은 홍준호와 김형태도 있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김형태님, 아침 일찍 무슨 일이세요?”


“우리 길드 사람들인데 다들 몸이 불편하다기에 제가 선생님을 소개했습니다.”


“선생님, 저도 지인들을 데려왔는데 진료 봐주실 수 있죠.”


“그럼요. 그런데 이쪽 분들은?”


“우리는 헌터넷에 올라온 후기 글 보고 왔습니다.”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생님, 어제 동영상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동안은 아파도 참고 견뎠는데 제 팔만 고쳐 주시면 사례는 확실하게 하겠습니다.”


“선생님, 우리도 곳곳에 적극 소개해 드릴 테니까 몸만 낫게 해 주십시오.”


“선생님, 잘 부탁합니다.”


환자들이 아침부터 찾아오다니 당혹스러우면서도 기뻤다.


다만 아무리 바쁘게 움직여도 조무사도 없이 혼자 하면 일이 더딜 수밖에 없기에 미리 양해를 구했다.


“선생님, 그런 것은 신경 쓰지 마시고 치료만 잘해 주십시오.”


“맞습니다. 차례는 우리가 알아서 잘 기다릴 수 있습니다.”


“여러분, 그럴 게 아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알아서 하는 게 어떻습니까?”


“좋습니다.”


“선생님, 환자 기록부를 주십시오. 우리가 알아서 환자들에게 작성 받겠습니다.”


어제 왔던 홍준호와 김형태가 나서서 이것저것 거들며 많이 도와줬다.


두 사람의 도움으로 진료가 빠르게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도 새로운 환자들이 한두 명씩 야금야금 들어온 통에 환자의 숫자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물어보니 김태식의 소개로 왔거나 헌터넷이나 SNS에 올라온 후기를 보고 찾아왔다고 했다.


문제는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어서 점심때가 되었어도 차마 밥 먹으러 갈 수가 없었다.


“선생님, 점심은 중국집에 배달시킬 건데 뭐로 드시겠습니까?”


“여기는 배달이 안 될 텐데요?”


“인원 얘기하니까 배달 가능하다고 하던데요?”


“네?”



***



오전보다는 덜하지만 오후에도 환자들이 제법 찾아왔다.


진료대에 누워있는 김태식에게 다가가서 오른팔의 유침을 뽑으면서 팔목 주변을 눌러봤다.


제법 단단했던 지난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저항감이 전혀 안 느껴지면서 오히려 푸석거렸다.


신성력이 마기를 철저하게 깨트린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단 두 번 만에 이 정도라니 기대 이상이었다.


“어떻습니까, 선생님?”


“예상보다 치료 효과가 훨씬 좋아서 덩어리 상태였던 마기가 전부 깨졌어요.”


“그 말은 마기를 전부 축출했다는 겁니까?”


“한 번만 더 침을 맞으면 될 것 같아요.”


치료 직전까지 연한 파란색이었던 오른쪽 팔뚝은 어느새 본래의 피부색을 되찾았다.


또 문신처럼 뚜렷했던 무늬는 완전히 희미해져서 겨우 흔적만 남아 있었다.


“그러면 그때가 완치되는 겁니까?”


“네. 그리고 지금 상태에서도 팔이 괴수로 변신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


“진짜요? 정말로 안 변하는 거죠?”


“마기가 아직은 몸에 남아 있지만 힘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라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어요. 사실 괴수병 자체는 오늘로 완치된 거나 다름없는데, 굳이 몸에 마기를 남겨둘 필요가 없기에 완벽하게 제거하려는 겁니다.”


“그런 거였군요.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불안한 마음에 그동안은 여자 친구는커녕 친한 친구들도 제대로 만나지 못했었습니다.”


괴수병과 헌터 폭주병은 중증상태에 돌입하면 이성을 상실하면서 타인을 살상하기도 하기에 발병 사실이 확인되면 강제 격리된다.


물론 강제 격리된다고 해서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구금된 상태에서 죽음을 기다리거나 또는 비밀리에 처형된다.


괴수병이나 헌터 폭주병 환자들의 상당수가 발병사실을 숨기다가 적발되어서 강제 구인되는 경우가 그 때문이었다.


“이제 완치되었으니까 맘 편하게 만나세요.”


“감사합니다. 여기 아직 지급하지 않은 치료비입니다. 정말 살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치료할 수 있는 병인데 당연히 치료해야죠. 치료비는 감사히 잘 받겠습니다.”


“어휴-! 제가 더 고맙죠. 참! 우리 태강캐피탈만이 아니라 계열사에도 두루두루 소개했으니까 앞으로도 환자들이 계속 찾아올 겁니다.”


“안 그래도 어제는 손성호 님과 김형근 님이 지인들을 모셔왔고 오늘은 이주학 님이 많은 분과 함께 왔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올 겁니다. 그리고 선생님께 침을 맞아본 환자들은 그 빼어난 실력에 감탄해서 우리처럼 스스로 홍보도우미 노릇을 하게 될 겁니다.”


“제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분명 그렇게 될 겁니다. 그러고 보니 벌써부터 환자들이 꽤나 있던데 간호사를 구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저도 그럴까 싶은데 병원 위치가 이런 곳이다 보니 오겠다는 간호사가 있을지 모르겠어요.”


“아차! 차원 스모그가 문제군요.”


“다 헛소리예요! 제가 단언하는데 차원 스모그는 일반인에게 무해할 뿐만 아니라 원천적인 마력이 담겨 있어 환자들에게는 회복력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어요.”


“그렇습니까? 저는 선생님 말이라면 무조건 믿습니다만 앞으로 환자가 더 많이 올 텐데, 혼자서 어떻게 하실지 걱정스럽네요.”


“정 안되면 여직원이라도 뽑아서 접수와 수납 및 예약업무라도 맡겨야죠.”


“일반 여직원이라면 저도 여기저기 알아보겠습니다.”


“그렇게까지 신경 써 주시다니 너무 감사합니다.”


“제 생명의 은인인데 당연히 그래야죠. 그것 외에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뭐든 얘기하십시오.”


“흠-! 실은 김태식 형제님께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뭡니까? 말씀만 하십시오.”


“오늘도 두 분에게 주논님을 알리셨는데 선교를 어떻게 하시는지, 그 요령을 알고 싶네요.”


“그냥 틈나는 대로 주변 사람들에게 주논님을 얘기했습니다.”


“그다음에는요?”


“주논님을 믿고 따르겠냐고 물어보면 다들 그렇게 하겠다고 하던데요?”



***



제법 번화한 곳에 자리 잡은 12층짜리 태강빌딩은 태강그룹의 사옥이었다.


태강그룹은 유도 상비군 출신 유태강이 보안회사인 태강시큐리티를 창립하면서 시작했고, 현재는 태강캐피털 외에 주류를 유통하는 태강유통과 태강건설까지 4개사로 불어난 상태였다.


사옥에는 이들 4개사가 전부 입주해 있었는데 가장 높은 12층에는 대회의장과 함께 그룹 회장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 이곳 회장실에는 태강캐피털의 김태식 부장이 유태강 회장과 독대하고 있었다.


“김 부장, 요즘 왜 그래? 무슨 일 있지?”


“네? 별일 없는데요.”


“며칠 전에는 사내 대출 신청했다면서?”


“그건 급히 쓸데가 있어서 신청했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엉?”


“그게 말씀드리기가 좀 그렇습니다.”


“나한테도 말 못해?”


“죄송합니다.”


“민정이 말이 사실인가 보네. 너, 새 여자 생겼냐?”


“네-에! 아닌데요?”


“뭐가 아냐? 민정이가 만나자고 해도 온갖 핑계를 대면서 거절한다면서? 심지어 둘이 얼굴 본 지도 오래되었다던데?”


“그건 최근 들어 업무가 많아서 그랬던 건데, 오늘은 만나서 오해를 풀 생각이었습니다.”


“김태식, 장난해? 내가 널 몰라? 대체 무슨 문제인지 빨리 털어놔!”


그룹 회장과 계열사의 부장 관계를 떠나서 유태강은 어릴 적부터 존경하고 따랐던 운동 선배이자 사랑하는 여자 친구의 하나뿐인 오빠였다.


그가 이렇게까지 얘기하는데 마냥 숨기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다.


게다가 단단히 토라진 여자 친구의 오해를 풀기 위해서도 어차피 고백할 예정이었다.


“실은 제가 그동안은 병에 걸려 있어서 민정이를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무슨 병에 걸렸기에, 민정이를 피해?”


“괴수병이었습니다.”


“뭐······뭐! 뭐라고?”


“괴수병이요. 그래서 오른팔이 괴수로 변해서······”


“진짜야?”


“그런 걸, 거짓말하겠습니까?”


“하-아! 네가 어쩌다가? 이걸 어떡하지? 언제부터 그랬어? 병원, 병원은 가 봤어?”


“회장님, 진정하십시오. 지금은 괜찮습니다.”


“네가 불치병에 걸렸다는데 내가 어떻게 진정해? 앞으로 시간은 얼마나 남은 것 같아?”


“진짜로 다 완치되었습니다.”


“얌마, 괴수병을 무슨 수로 완치해? 어쩐다, 고향에 계시는 어머님은 뵙고 왔어?”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완치되었습니다. 사내 대출은 치료비 때문에 신청한 겁니다.”


“진짜, 어떻게?”


“얘기가 긴데 처음부터 설명하자면······”


“흠-!”


“그게 그렇게 되어서 이후에는······”


“오오!”


“일이 그렇게 된 겁니다.”


“태식아, 그런 어마어마한 의술을 가진 한의사가 실존하고 있다니, 나는 지금도 안 믿긴다.”


“저도 꿈만 같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의술은 진짜여서 고질병을 앓고 있는 헌터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고질병이라면 어떤 거?”


“대형병원에서 수술을 해도 재발이 반복되는 헌터들의 직업병 있잖습니까?”


“그걸 침으로 고친다고?”


“그러니 당대 최고의 명의가 아니겠습니까?”


“그만한 분이 왜 아직껏 알려지지 않았지?”


“저도 그게 궁금해서 오늘 치료받은 김에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얼마 전까지는 실력이 별 볼 일 없었는데 주논님을 믿고 따르면서 침술이 일취월장하고 신성력이란 신비한 힘을 얻었다고 했습니다.”


“주논이 누군데?”


“태양신입니다. 저도 주논님을 믿고 따르면서 큰 힘과 용기를 얻었습니다.”


“흠-!”


“회장님도 괴롭고 힘들 때는 주논님을 믿고 의지하십시오. 자애로운 그분은······”


“태식아, 잠깐만.”


“넵!”


“이수호 선생의 의술이 그토록 뛰어나다면 다른 게이트 역병도 고칠 수 있는 것 아닐까?”


“음······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요?”


“총재님에게 연락해 볼까?”


“맞다! 총재님 외동딸이 마석병이라고 했죠.”


“대한민국의 밤을 지배하는 총재님의 딸을 살리기만 하면 이수호 선생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야.”


“은원이 확실한 총재님의 스타일을 생각하면 무조건 그렇게 되겠죠. 회장님, 제가 선생님에게 연락해 보겠습니다. 아마 이 시간이면 병원에 있을 겁니다.”


“얼른 연락해 봐.”


“받았습니다. 선생님, 접니다. 간호사 없이 혼자서 하려니까 바쁘시죠? 제가 연락한 이유는······”


“태식아, 뭐래?”


“잠시만요. 옙! 선생님, 병명은 마석병입니다. 발병시기가 언제냐면?”


“얼추 8개월쯤 됐어.”


“선생님, 8개월쯤 됐답니다. 네, 네. 진료를 해 봐야 알겠지만 딱히 못 고칠 것도 없다고요? 알겠습니다. 그쪽에 연락해서 조만간 병원을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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