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준비하는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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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太影)
작품등록일 :
2024.09.1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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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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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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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히든 직업 ‘아포칼립스 서바이벌 서버 운영자’

DUMMY

“하아암! 와, 벌써 밤이네? 하루를 꼬박 잔 건가?”


눈을 떠보니 벌써 밤 10시.


대충 씻은 후, 냉장고 속 편의점 도시락을 데워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올겜프 카페 채팅방에 들어가보니 일주일 째 ‘메시아’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카페 회원들이 얘기중이었다.


- 포가튼아재 : 금마 어데 갔는데? 와 내 섭은 안 오는데?

- 메탄사랑 : 아재햄 섭은 저라도 안 갈 거 같은데요?

- 프린세스퀸 : 올···ㅋㅋㅋ 메탄님 오늘 또 한 잔 하심?


그때 내가 내 서버에 메시아가 나타난 사실을 알려줬다.


- 아포칼 : 메시아 제 섭 왔다 갔음요. 지난주말부터 일주일 넘게 있다가 오늘 새벽에 마지막 단계까지 다 깨고 로그아웃 하더라구요.

- 포가튼아재 : 와? 진짜요? 아포칼님 오랜만이네요. 님네 서버 그 아포칼립스 어쩌고 하는 난이도 헬 게임 아닙니까?

- 메탄사랑 : 아재함, 그럴걸요? 아포칼립스 서바이벌이라고 저도 오픈 베타 때 해봤는데, 그거 한번만 죽어도 처음부터 다시 해야 돼서 개 헬 난이도라 초반에 저도 접었던 기억이···

- 프린세스퀸 : 와···ㅋㅋㅋ 대박! 그걸 일주일만에 다 깨고 갔다구요? 무슨 AI야?

- 아포칼 : 그러게요. 진짜 무슨 핵 쓰는 것 같더라구요.


내가 던져 놓은 새로운 떡밥에 올겜프 회원들은 한동안 열을 올리며 메시아가 누군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 뒤로 이따금 서버컴의 로그를 확인하였지만 주말 동안 메시아는 다시 접속하지 않았다.


녹화된 메시아의 플레이 영상을 돌려보다 보니, 주말은 훌쩍 가서 어느 덧 월요일 아침이 되었다.


“아쒸··· 벌써 월요일이네. 주말은 왜 이렇게 빨리 가는 거야.”


출근 준비를 하며 서버 컴을 살피는데, 갑자기 화면이 먹통이 되어 있었다.


“뭐야? 갑자기 왜 이래?”


꾸욱! 우우우웅-


몇 번 껐다 켜보니 겨우 부팅은 되는데 윈도우가 열리지 않았다.


안전모드로 접속해서 윈도우로 겨우 들어가보니 갑자기 검은 화면 한 가운데 이상한 글씨가 떠 있었다.


[서버 오픈 준비중입니다. 현재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뭐야? 대체 이런 글씨가 왜 떠 있는 거야?”


의아하여 다시금 서버 컴을 껐다 켜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시야에 뭔가가 아른거리더니, 허공 중에 글씨가 나타났다.


[시스템 알림 : 아포칼립스 서바이벌이 오픈 됩니다. 남은 시간 – 30일 23시간 59분]


“뭐, 뭐어?”


쓱쓱.


헛것을 본 건가 싶어 눈을 비비고 또 비볐다.


하지만 허공 중의 시스템 메시지는 여전히 떠 있었다.


“뭐야? 내가 설마 미친 건가? 요새 메시아 플레이 지켜보느라 아써 영상을 많이 보긴 했는데···”


환각, 망상···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조현병이란 것의 주요 증상이었다.


누가 VR 게임을 오래 한 유저는 조현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더니···


TV를 켜서 뉴스 채널로 돌리며, 핸드폰으로 네XX 검색창을 띄웠다.


뉴스에도 별다른 내용이 없었고, 네XX나 SNS에도 별다른 얘기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나한테만 이 현상이 일어났다는 건데···


“아씨··· 진짜 내가 미친 건가? 진짜 정신과 진료라도 받아봐야 되나? 진짜면 상태창이 떴겠지!”


그렇게 중얼거릴 때였다.


돌연 허공 중에 진짜로 상태창이 나타났다.


띠딩!


< 상태창

- 이름 : 김민수

- 레벨 : 1

- 근력 : 5

- 체력 : 5

- 민첩 : 5

- 잔여 포인트 : 0

- 직업 : 아포칼립스 서바이벌 서버 운영자

- 특수 스킬 : 운영자 전용 방 lv1 >


“와씨! 진짜네? 이거 아써 상태창이랑 똑같네?”


혼자 중얼거린 ‘상태창’이란 말에 반응하여 다시금 상태창이 사라졌다.


“에이, 귀찮게! 상태창!”


다시 상태창을 불러낸 후, 천천히 읽어 내렸다.


상태창을 보자 어쩐지 VR 게임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마음이 차분해졌다.


캐릭터 생성 시, 아써의 능력치는 각각 평균 5에서 10사이로 랜덤하게 설정된다.


그런 면에서 내 근력과 체력, 민첩은 어느 하나 특출나지 않게 딱 평균이었다.


지금껏 적어도 백 번 이상은 아써의 캐릭터를 생성해 봤다.


하지만 이렇게 딱 5로만 떨어지는 것은 본 적이 없었다.


보통 아무리 쓰레기 스탯이 나와도 7이나 8짜리는 하나 껴 있었는데.


이건 지금껏 본 적 없는 쓰레기 스탯이었다.


“아씨··· 설마 이거 딱 지금 내 상태 아냐?”


어쩐지 평범 그 자체인 현실 속 내 상태를 그대로 반영한 것 같아 위화감이 들었다.


그러다 직업에 시선이 닿았다.


“어라? 직업이 벌써 선택되어 있잖아? 아포칼립스 서바이벌 서버 운영자?”


직업은 튜토리얼 1단계 진입 시, 랜덤하게 주어지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아직 튜토리얼 진입도 하지 않았는데 직업이 정해져 있다니?


그리고 아써의 직업 중 이런 직업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설마 내가 아써 프리 서버 운영자라고 이런 직업이 주어진 거야?”


이번엔 특수 스킬을 확인했다.


운영자 전용 방이라.


아까 직업과 마찬가지로 처음 보는 특수 스킬 이름이었다.


특수 스킬 설명을 읽어봤다.


[특수 스킬 : 운영자 전용 방 lv1 – 운영자만의 개인 공간, 크기 3평, 운영자 본인만 출입 가능, 한 시간 이상 체류 시 모든 체력, 상태 이상 회복]


3평이면 겨우 누워서 발을 뻗을 수 있을 만큼 좁은 공간이었다.


하지만 운영자 본인만 출입 가능과 한 시간 체류 시 모든 체력, 상태 이상 회복이란 설명에 눈이 갔다.


“와··· 이 정도면 사기급인데? 몬스터 잡다가 여기 들어와서 회복하고 다시 나가면 되잖아?”


이 정도만 해도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아써의 특성상 상당히 유용할 것 같았다.


“좋아! 특수 스킬 사용 방법도 똑같겠지? 운영자 전용 방!”


스으으윽-


그렇게 외치자 허공 중에 방문 같은 네모난 하얀 구멍 같은 것이 나타났다.


“한번 들어가볼까? 숨은 쉴 수 있겠지?”


슬쩍 허리를 숙여 공간으로 머리를 넣어봤다.


아무것도 없는 흰색 방이 보였다.


따로 광원이 될만한 전등 같은 것이 있지는 않았지만 그 3평 공간은 백열 전등이 켜진 방처럼 밝았다.


“어디··· 후우후우···”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어 보자 아무런 지장이 없었고, 어떤 냄새도 나지 않았다.


“좋아, 일단 숨은 쉴 수 있다는 거지? 이건 나중에 다시 살펴보고···”


다시 그 공간에서 나온 후 TV 뉴스와 SNS를 다시 살펴봤지만, 여전히 별다른 얘기는 없었다.


허공을 올려다보니 허공의 시스템 창의 시간은 5분 정도가 줄어 들어 ‘30일 23시간 54분’이 남아 있었다.


“아! 혹시 올겜프에 올라온 건 없을까?”


혹시나 싶어 ‘올겜프’ 카페에도 들어가 봤으나 아직도 메시아가 그 뒤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얘기만 올라와 있었다.


“아씨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일단 출근부터 하자!”


벌써 출근 시간이 다 되었기에 부리나케 집을 나선 후 회사로 향했다.


회사 근처에서 자취 중이었기에 뛰어가면 오 분도 걸리지 않았다.


사무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고 시계를 보니 다행히 아직 업무 시작 5분 전이었다.


‘휴··· 다행히 지각은 면했네.’


좋소기업에서 지각은 자살 행위나 다름 없었다.


1분이라도 지각했다 하면 그날부터 일주일은 무슨 업무를 하든 정신 머리가 빠졌다며 까이기 일쑤였다.


뭐, 신입때는 최소 30분전 출근하지 않으면 매일 까였었으니 그나마 정시 출근 보장해 주는 것도 세상 많이 좋아진 거지만.


가쁜 숨을 돌리며 가방을 내려놓는데 옆에서 태석이형이 작게 말했다.


“민수야, 차 한 잔 하자! 탕비실 고고씽!”


“좋죠.”


태석이 형, 차태석은 나보다 오 년 선배로 직급은 과장인데 워낙 사람이 좋아서 입사 때부터 꽤 나를 잘 챙겨주던 선배였다.


탕비실에 가니 태석이 형이 믹스커피 두 잔을 타서 한 잔을 내밀었다.


“민수, 너 임마 요새 뭔 일 있냐? 지난 주부터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뭔 일은요. 그냥 요새 좀 몸이 안 좋았어요.”


믹스커피를 홀짝이면서 태석이 형을 보는데, 딱 형 머리 위 쯤에 아른거리는 시스템 창이 눈에 거슬렸다.


‘아까 상태창도 그렇고 운영자 전용 방도 그렇고 아무래도 진짜 같은데?’


이제는 미쳤다는 생각보단 아써가 현실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뭐 보냐? 여기 뭐 있어?”


“아뇨? 그냥 딴 생각 좀 했어요.”


“얌마, 힘든 일 있음 형한테 얘기하고! 아무튼 조만간 퇴근하고 술 한 잔 빨자!”


“네엡! 그러시죠!”


자리로 돌아와 컴퓨터를 켜고 모니터를 보는데, 딱 모니터의 상단에 시스템 창이 걸려있었다.


‘아씨··· 오늘 할 거 많은데 정신 사납게···’


출근 전에 상태창과 특수 스킬까지 사용해봤기에 이제 저게 환각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서 뭐?


그래서 달라질 게 뭔데?


나는 오늘도 좋소기업에 출근했고, 금요일에 있을 프로젝트 발표를 야근하며 준비해야 한다.


달라진 거라곤 오늘 아침에 남들 없는 상태창과 운영자 전용 방이라는 잡기술이 생겼다는 것 뿐.


‘후우···’


복잡한 머리를 식힐 겸, 인터넷을 켜 네XX 뉴스를 눌렀다.


즐겨 보는 ‘세계’나 ‘경제’ 카테고리를 눌러보니.


여전히 중동이나 러시아쪽 전쟁 얘기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뭐 새로운 건 없나?’


몇 페이지를 넘겨보다 이번엔 ‘사회’면을 눌렀다.


살인 사건 기사나 날씨 기사 그리고···


‘뭐야, 이건?’


문득 ‘지구 멸망을 대비하는 10가지 방법’이라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흔히 보이는 어그로성 기사가 분명했지만, 나는 마치 홀린 듯 그 기사를 눌렀다.


[지구의 멸망이 머지않았습니다. 스마트한 현대인이라면 미리 준비해야 할 10가지 방법을 지금 바로 알려 드립니다. 첫번째는 태양열 발전기! 화석 연료가 고갈되어 가고 있는 지금 태양열 발전기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요? 단돈 350만원짜리 패널로 3KW의 전력을 생산하는 쏠라XX사의 태양열 발전기 SW-XXXX···..]


‘아씨··· 역시 어그로성 광고였네!’


기사에서는 지구 멸망 전에 준비해야 할 10가지의 제품들을 링크까지 친절하게 제공하며 광고하고 있었다.


태양열 발전기에 빗물 정화 정수기에 쉘터를 빙자한 전원주택까지.


이게 왜 사회면에 있는 건지.


역시나 댓글에는 온갖 욕이 도배되어 있었다.


나도 속으로 욕이 치밀었다.


‘에이, 씨발! 제대로 낚였네!’


하지만 속으로는 그렇게 욕하면서도 이상하게 눈으로는 계속해서 기사에 소개된 제품들을 하나하나 보게 되는 것이었다.


‘지구의 멸망이라··· 아써가 현실이 된다면 진짜 멸망이나 다름없게 될 텐데···’


다시금 시선을 드니 모니터 상단에 떠 있는 시스템 창이 보였다.


어느 새, 그 사이 거의 한 시간이 줄어 ‘30일 23시간 9분’이 남아 있었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봤다.


하지만 아무리 돌려봐도 눈 위의 한 지점에 계속해서 시스템 창이 떠 있었다.


순간 강한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 이럴 때야? 이제 한 달 뒤면 아써가 현실이 되는데? 아포칼립스가 열린다고!’


폐허로 변한 황폐한 도시와 그 속을 활보하는 수많은 몬스터들.


바닥에 온통 널린 시체들의 모습이 차례로 스쳐갔다.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게임 답게.


오픈 당시에도 메인스트림 1단계에서만 절반 이상의 유저가 사망했다.


당시 서버 게시판이 마비가 된 건 당연했다.


‘근데 현실이 되면 오죽하겠어? 아무리 고인물이라도 평범한 직장인인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게임에서도 그랬는데 현실이 되면 더 하면 더 했지 못하진 않을 것이다.


아마 메인스트림도 도달하기 전에 튜토리얼 단계에서 이미 반 수 이상이 사망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것은 아무리 고인물이라도 평범한 성인 남성인 나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머리가 뜨거워지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이럴 때가 아니야! 얼른 아포칼립스를 대비해야 된다고!’


나는 벌떡 일어섰다.


그대로 주영호 팀장에게 향했다.


책상에 다리를 올린 채, 일간 신문을 펼쳐 보던 주영호 팀장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팀장님,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김민수 대리, 무슨 일인데요?”


다음 순간 이어진 내 말에 주영호 팀장의 눈이 크게 뜨였다가 가늘게 변했다.


“저 퇴사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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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3화. 사용자의 근력이 1 상승하였습니다 +1 24.09.16 256 8 13쪽
» 제2화. 히든 직업 ‘아포칼립스 서바이벌 서버 운영자’ 24.09.16 294 10 13쪽
1 제1화. 아포칼립스 서바이벌 24.09.16 332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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