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준비하는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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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太影)
작품등록일 :
2024.09.1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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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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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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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사용자의 근력이 1 상승하였습니다

DUMMY

가늘게 뜨인 그의 눈빛은 마치 이직인지, 도피인지 내 선택의 배경을 살피려는 듯 했다.


주영호 팀장은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별 말 없이 알겠다고 하였고, 퇴사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어차피 좋소기업에서 이직은 비일비재했다.


그렇기에 새로 자리 만드는 건 어려워도 나갈 사람 업무 떠넘기는 건 금방이었다.


후임자가 채용되기 전까지 임시로 박대리가 내 업무까지 맡기로 하였고, 인수인계는 금요일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박대리는 구시렁거리면서 연신 입을 삐죽거렸지만 내게 별 말은 하지 않았다.


좋소기업에서 탈출은 지능 순인 법.


괜히 그런 걸로 성내 봐야 스스로의 지능이 부족하다 드러내는 꼴일 뿐이었다.


힐끔 보니 박대리의 모니터에 이직 사이트가 열려 있고, 열심히 동종 업계 구인 공고를 찾는 눈치였다.


뭐, 아무리 찾아봐야 내 새 직업인 ‘아포칼립스 서바이벌 서버 운영자’ 만한 직업은 못 찾겠지만.


어쩐지 등줄기로 짜릿한 전율이 흐르고, 뇌에서 도파민이 분출되는 것을 느꼈다.


인수인계서를 작성하고, 넘길 프로젝트 파일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사내 메신저 알림이 떴다.


- 차태석 과장 : 민수야, 너 퇴사한다고? 갑자기 왜? 일년 전에 부모님 갑자기 그리 가셨을 때도 잘 버텨내던 놈이 갑자기 왜···

- 김민수 대리 : 그렇게 됐어요. 그냥 곧 서른 살인데 지금 아니면 안될 거 같아서 모아 놓은 돈이랑 퇴직금으로 세계 여행이나 다녀오려구요.

- 차태석 과장 : 아··· 진짜? 와씨··· 멋지네. 그런 거면 뭐 가야지. 부럽다. 그런 결단을 다 하고.

- 김민수 대리 : 뭘요. 아무튼 다음에 술 한 잔 하면서 자세한 얘기 드릴게요.

- 차태석 과장 : 그래, 임마! 준비 잘 하고!


나는 문득 태석이 형한테는 그래도 뭔가 얘기를 해줘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김민수 대리 : 형, 요즘에도 형수님이랑 지민이 데리고 캠핑 다니죠?

- 차태석 과장 : 뭐 그렇지. 한달에 한번은 그래도 와이프랑 딸내미 데리고 주말에 시간 내서 가고 있지. 왜?

- 김민수 대리 : 요새 중동이랑 러시아쪽 전쟁이다 뭐다해서 시끄러운데 어차피 사두실 거 미리 생필품들 많이 사두시라구요. 혹시 모르잖아요? 나중에 구하기 어려워질지?

- 차태석 과장 : 너··· 혹시 그 멸망론자니 뭐니 그런 거 하냐?

- 김민수 대리 : 그런 건 아닌데 일단 저 믿고 몇 달 치라도 미리 사두세요. 어차피 형 강원도 장박지에 있는 창고 공간 많이 비잖아요.

- 차태석 과장 : 뭐 그렇긴 하지. 알았어. 그럴게.


오후가 되자 인수인계서도 작성했고, 파일들도 정리되어 조금 여유가 생겼다.


‘어디 보자. 아포칼립스 준비물은 뭘 사야 되지?’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멸망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는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회원 수는 천 명 남짓이지만 게시글 수가 몇 천개는 됐고, 활동도 최근까지 활발해 보였다.


‘그렇지! 이런 데가 찐이지!’


들어가 보니 멸망에 대한 준비 팁부터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고급 팁까지 총망라되어 있었다.


‘어라? 이런 것도 있어?’


게다가 그 중에는 자신을 보호할 총기류나 도검류를 살 수 있는 팁에 대한 게시판도 있었다.


초반부에는 쓸만한 무기를 구하는 게 정말 쉽지 않다.


캐릭터 생성 시 주어지는 낡은 장검은 고블린 몇 마리만 잡으면 금방 녹이 슬거나 부러지기 일쑤였다.


그렇기에 그 뒤부터는 죽은 고블린의 단검 등 몬스터가 드랍한 무기를 써야 했다.


그런데 미리 총기류와 도검류를 충분히 장만해 놓을 수 있다면?


중반부 이후의 국민템인 ‘미스릴 시리즈’를 살 포인트를 모으기 전까지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이 정도면 초반부를 거의 씹어먹을지도?


그런 기대감에 얼른 게시판을 클릭했다.


그런데 게시판을 클릭하자 ‘정회원 이상만 사용 가능합니다’라는 팝업창이 떴다.


정회원 이상 등업 기준을 확인해보니 운영진 중 1명 이상의 추천이 있어야 한다고 써 있었다.


‘아씨··· 다른 데를 찾아봐야 되나?’


그렇게 다른 팁 게시판을 보려는데, 순간 게시자 이름에 떠 있는 ‘메티스’가 눈에 들어왔다.


‘어라? 메티스? 이거 혹시 올겜프의 운영자 메티스 아냐?’


아니면 다른 카페를 찾아보면 될 일.


일단 쪽지로 내가 올겜프의 ‘아포칼’임을 밝히며, 등업 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런 후 답장이 오길 기다리며 멸망을 대비해서 사야할 준비물을 정리해둔 글을 읽었다.


일반인도 알만한 각종 통조림이나 라면, 침구류, 옷가지, 의약품, 공구류에서부터 잘 생각하지 못할 휴대용 발전기까지 다양하게 써 있었다.


‘그렇지. 이거지!’


나는 일단 그것들 하나하나를 해외 직구 사이트와 국내 대형마트몰에서 최소 반년은 버틸 수 있는 물량을 주문했다.


운영자 전용 방이 고작 3평에 불과했기에 더 사기에는 공간이 너무 부족했다.


하지만 그 정도만 주문해도 다 합치니 2천만원이 넘게 결재 됐다.


‘일단 질러! 어차피 아포칼립스가 터지면 휴지 조각이 될 돈인데!’


내게는 불행 중 다행히도 1년 전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 수령한 사망 보험금 5억이 있었다.


거기에 월세 보증금 1천만원에 비상금 통장에 든 1천만원, 얼마 후 받을 퇴직금 3천만원까지 합하면 딱 5억 5천···


서울에서는 왠만한 아파트 전세도 구하기 어려운 돈이지만 일단 필요한 물품은 웬만큼 다 살 수 있겠다 싶었다.


금세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서둘러 회사를 나오는데 문자가 울렸다.


우웅-


- X마트 택배 기삽니다··· 주문하신 물건들··· 문 앞에 두고 갈게요···


‘뭔 택배 문자에 ··· 이 이렇게 많냐?’


뭔가 할 말이 많은 듯한 문자였다.


그럴 만 하지.


오늘 X마트에서 시킨 것만해도 1천만원 어치는 넘을 테니.


그 중엔 생수 2리터 짜리 24개 묶음으로 6개 세트도 있고···


공구 세트에 여러 종류의 발전기도 있고···


게다가 내 자취방은 3층이다.


그것도 엘베도 없이 계단만 있는.


“택배 아저씨 개빡칠 만 하네!”


내가 택배 아저씨래도 개빡칠 듯 했다.


서둘러 자취방 앞에 가보니 문앞에 택배 박스와 생수 꾸러미가 가득했다.


그런데 쌓아 놓은 모양이 특이했다.


“와씨··· 아주 테트리스를 해놨네?”


그야말로 칼각으로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박스와 생수가 혼연일체 되어 천장까지 쌓여 있었다.


거의 문이 안보일 정도.


택배 아저씨는 테트리스 고수임에 틀림없었다.


이것에 담긴 의미는 명백했다.


너 한번 엿 먹어 봐라.


“와씨···! 개 빡치네! 아! 그냥 내 전용 공간에 넣을까?”


퍼뜩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머리 위에 있는 CCTV가 신경 쓰였다.


여기서 눈에 보이지 않는 운영자 전용 공간을 열어 저 많은 물건을 집어넣는 게 CCTV에 찍힌다면 그 즉시 남산 밑이나 어둡고 으슥한 어디론가 끌려가고도 남을 것이다.


“후··· 별 수 없지. 얼른 옮기자!”


하는 수 없이 제일 위에서부터 하나하나 계단으로 옮겼다.


간간히 통조림 박스나 라면박스 같은 것이 나올 때면 그나마 괜찮았지만 생수 꾸러미나 공구 박스 같은 것은 아예 들기도 쉽지 않았다.


어찌어찌 삼십 분을 끙끙대며 겨우 문이 열릴 정도로 치우자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었다.


문을 열어 놓고 다시 하나하나 안으로 넣었다.


삼십 분을 더 씨름하고 나서야 방 안으로 모든 물품을 넣을 수 있었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고,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이 힘이 하나도 없었다.


“아, 진짜! 이 아저씨 내가 가만 두나 봐라!”


그렇게 바닥에 대자로 누워 소리치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시스템 메시지가 허공에 나타났다.


[시스템 알림 : 사용자의 근력이 1 상승하였습니다. 현재 근력 6]


‘뭐? 근력이 상승했다고?’


힘든 중에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현실에서의 훈련으로 상태창의 능력치 상승이 되다니···


아써에서 능력치 1을 올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아마도 내 근력은 본래 6에 좀 못 미친 상태였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이것은 대단한 발견이었다.


계속해서 훈련한다면 어쩌면 튜토리얼이 열리기 전에 모든 스텟을 10까지 올리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자 주먹이 절로 불끈 쥐어지며 희열이 차올랐다.


“좋아! 아써가 열리기 전까지 몸을 최대로 단련해보는 거야!”


단련하려면 아무래도 무술이 좋겠지?


몬스터들을 상대하려면 아무래도 무기술을 배울 수 있는 무술이 좋을 듯 했다.


이를 테면 검도?


검도 중에도 진검을 사용하는 해동검도가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무기가 없을 때 맨몸으로 몬스터들을 상대할 무술도 필요할 것이다.


몬스터들과 껴안고 그래플링을 할 것도 아니니 입식 타격기가 낫겠지?


팔과 다리를 모두 쓸 수 있는 것으로···


아무래도 그러려면 펀치와 킥을 함께 배울 수 있는 킥복싱이 딱이지.


이제 수련할 무술도 정해졌다.


그런데 몸에 힘이 하나도 없고, 너무 피곤했다.


“아··· 하루라도 그냥 날리긴 아까운데··· 맞다! 아공간에 회복 기능이 있었지?”


그 즉시 ‘운영자 전용 방’을 외쳤다.


스으으윽-


운영자 전용 방이 나타나자 그대로 몸을 밀어 넣었다.


“1시간 타이머를 맞추고··· 아··· 근데 왜 이렇게 졸리냐? 좀만··· 자자··· 음···”


나는 온몸이 노곤해짐을 느끼며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내가 잠에 빠진 사이 허공 중에선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나 있었다.


[시스템 알림 : 특수 스킬 ‘운영자 전용 방’의 회복 기능이 발동됩니다. 59분 59초 후 사용자의 상태가 완전 회복됩니다. 현재 회복 수준 : 11%...]


1시간 뒤, 타이머가 울린 후 깨어보니 몸 상태가 말끔히 회복되어 있었다.


“이거 대박이네? 이러면 진짜 빡세게 훈련하고 와서 여기서 회복하면 되겠는데? 대박!”


나는 환호하며 전용 방을 나섰다.


자취방으로 돌아오니 침대를 제외한 바닥이란 바닥엔 죄다 발 디딜 틈 없이 박스와 생수들로 가득했다.


“에휴··· 일단 이따가 치우기로 하고, 그럼 오늘은 거기부터 가볼까?”


나는 전에 봐 둔 곳을 떠올리고 얼른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밖으로 나섰다.


자취방을 나서서 조금 걷다 보니 한 상가 건물이 나타났다.


올려다보니 3층에 <은평 해동검도>라는 간판이 보였다.


계단을 올라 3층의 도장의 문을 열자, 검은색 검도복을 입은 평범한 체격의 안경을 쓴 중년 아저씨가 나와서 맞이했다.


“무슨 일로···?”


“안녕하세요. 해동검도 좀 배워보려고 왔습니다.”


그 말에 화색을 띄며 중년 아저씨가 안으로 이끌었다.


“아! 잘 오셨습니다. 이 근처에서는 우리 은평 해동검도가 최고거든요. 아··· 그런데 해동검도 배우러 온 것 맞죠? 대한검도회랑은 다르거든요.”


“예. 해동검도가 진검을 사용한다고 해서 배우러 왔습니다.”


“오! 맞아요. 잘 알고 오셨네. 그럼 운동은 좀 해보셨구요?”


“태권도는 어릴 때 1단까지 땄었고, 군대에서 수색대를 나왔는데 그때 특공무술을 배웠었습니다.”


“아? 태권도랑 특공무술? 뭐, 그럼 배우기 좀 수월하겠네요. 그런데 나이가···?”


“스물 아홉입니다.”


“어이구, 아직 이십 대네. 그럼 뭐 배우면 금방 늘죠. 어떻게 3개월, 6개월, 1년 이렇게 결재하면 더 할인이 많이 들어가는데 몇 개월 끊을 생각이에요?”


“혹시 한달 속성으로 가능할까요?”


“한달? 뭐, 안될 거는 없는데··· 한달만에는 좀···”


“세 달치 수업료를 내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부터는 오전, 오후 모두 나오겠습니다. 대신 한달 만에 꼭 속성으로 모두 가르쳐 주십시오!”


“오전 오후 다요? 한달 뒤에 무슨 전쟁터라도 나가시나? 뭐, 좋습니다. 합시다. 나야 뭐 알려주기만 하면 되니 따라오느냐는 그쪽한테 달린 거고.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김민수입니다.”


“아, 민수씨. 예, 그럼 일단 3개월치 원랜 한달에 20씩 60인데, 특가로 50만원에 해줄게요. 운동은 오늘 바로 하세요?”


“예. 바로 할 겁니다.”


“그럼 결재하고 저기 검도복 중에 사이즈 맞는 거 골라서 입고 나와봐요.”


3개월치를 결재한 후, 검은색 검도복으로 갈아입고 나오자 스트레칭과 준비 운동 후 곧장 수업이 시작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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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2화. 히든 직업 ‘아포칼립스 서바이벌 서버 운영자’ 24.09.16 279 9 13쪽
1 제1화. 아포칼립스 서바이벌 24.09.16 319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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