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아포칼립스의 무한 회귀 서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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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먼데이
작품등록일 :
2024.09.11 18:07
최근연재일 :
2024.09.2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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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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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튜토리얼

DUMMY


이 세상은 망했다.


18살에 난데없이 좀비가 창궐했다. 20살까지 비겁하게 숨어다니며 생존했다. 수도와 전기가 끊기고 난 이후에는 좀비보다 더 한 문제가 발생했다. 못 먹어서 비쩍 말라갔고, 오염된 물을 좋다고 마셨다.


면역력은 당연히 바닥났고 생채기라도 생기면 곧장 염증이 생겼다. 불을 제대로 쓰지 못해 배탈은 이제 습관이었으며, 구토는 생활이었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았다.


그런데 이렇게 죽을 거였으면 난 뭐하러 살아남았을까?


다시 태어나면, 다시 태어난다면.


‘그런 게 어딨어.’


김한결은 무교다. 윤회나 죽으면 천국 혹은 지옥 간다는 말은 믿지 않는다.


믿었으면 지금보다 건실하게 살지 않았을까?


얍삽하게 목숨을 연장하며 사는 게 아니라.


***


“-라고 생각했는데.”


김한결은 회귀했다.


“당신은 이 세상에서 제일 얍삽하게 산 인간입니다.”


그리고 회귀하자마자 욕을 들었다. 긴 송곳니에 무심하게 생긴 눈망울.

복슬복슬한 갈색 털.


“너무 얍삽해서 재수가 없더군요.”


고라니가 말한다.


김한결의 키 177cm. 그보다 더 큰, 2m는 족히 넘을 만한 말도 안 되는 고라니가 근엄한 얼굴로 그를 재수없다 욕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을 살리고 세계에 희망을 가져오세요.”


“네, 네? 저, 저기 고라니님? 그게 무슨 소리,”


“비쩍 마른 몸으론 아무것도 못할테니 힘을 빌려드리겠습니다. 선의를 베푼 만큼 경험치가 쌓여 레벨업을 할 수 있으며, 사망 시 죽음으로부터 최대 3시간 전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네?”


“세계에 희망을 가져오세요.”


세계에 희망을 가져오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건데요?


저 영원히 과거를 맴돌며 살게 되는 건가요?


그러니까 저는 괘씸죄로 회귀했다 이건가요?


고라니! 야!


고라니놈아!


복슬복슬한 고라니는 사라졌다.


시작을 알리는 듯 종소리가 울렸다. 낯설면서도 익숙한 종소리.


수업시작 종이다.


***


지금이 몇 시지?


김한결은 오랫동안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아 교복 바지 주머니에 휴대폰이 있다는 걸 잊고 있었다. 바지 주머니 속 휴대폰이 있다는 걸 잊은 채로 시간을 유추하려 애썼다.


재난 이후 손목시계를 사용하거나, 해의 높이로 시간을 유추했었다.


해서 김한결은 익숙하게 건물 내부의 창문을 찾았다.


그러고보니 여기는···.


화장실이다.


왕따는 아니지만 무리에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겉돌던 그는 자주 화장실을 찾곤 했다. 그것도 사람이 올 일이 거의 없는 별관 1층 음악실 옆 화장실을.


-삐이이이이익!


갑작스런 재난 문자 알림 소리에 김한결은 화들짝 놀라 본능적으로 제 주위를 살폈다.


바지주머니에서 요란하게 진동을 하던 휴대폰이 뚝 소음을 멈췄다.


[*재난문자*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감염 경로는 접촉주의이며, 주된 감염 증상으로는 코피, 절뚝이며 걷는 자세, 눈의 흰자가 연녹색으로 변하는 등의 증상이 있습니다. 즉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십시오.]


기억이 서서히 떠오른다.


정부는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면서, 어디가 안전한 곳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로. 좀비는 바로 좀비로 변하지 않는다. 6시간의 잠복기를 거쳐 좀비로 변한다. 그러니까···그 6시간 동안 좀비에 감염된 사람을 격리했으면 이렇게까지 퍼질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난 이때 어떻게 했었더라.’


2년 전에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김한결은 얼추 이때즈음의 자신이 뭘 했는지 기억했다.


천재라서가 아니라 충격을 받은 탓이었다.

이 하루는 절대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문자가 도착하고, 슬슬 반으로 돌아가려던 때.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려왔다.


그때는 무슨 바이러스인지 몰랐다. 무슨 상황인지 알기 위해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갔고. 박진오가 사람을 물어뜯는 걸 보고 황급히 반대편 건물로 달려갔다.


도망···은 아니고. 도망 맞긴 한데.


반대편 건물에서 박진오의 행동을 관찰하려고 했다. 저게 뭔지 알아야 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박진오를 살펴보면서 그의 행동특성을 유추하고, 옥상으로 올라가 바깥 상황을 살피려 했다. 당시 내 예상으론, 좁디 좁은 학교에서 감염자가 나왔다는 건 밖에는 감염된 사람이 더 많이 돌아다닐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내 예상이 맞았고.


지하에 숨을 곳을 찾고, 급식실의 식재료와 매점의 캔음료와 쉽게 상하지 않은 음식들을 모았다.


그때는 아직 학교에서 좀비는 박진오 뿐이라 괜찮았다. 감염은 많이 됐겠지만···.


물건을 가방 속에다가 넣는 김한결을 보고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확히는 다들 패닉에 빠져서는 그의 존재감을 미처 파악하지 못한 듯 했다.


김한결은 그 길로 같은 반의 아이들에게 달려갔다.


밖에는 좀비가 더 많이 깔려있으니 지하에서 숨자고 제안했으나···.


“뭐래 씨발! 다같이 뒤질 일 있어!”


“이 새끼가 감염됐는지 안 됐는지 어떻게 알아! 아까부터 존나게 돌아다니던데, 씨발 야! 저 새끼 가방만 뺏고 쫓아내!”


패닉에 빠진 덩치 큰 일진과 반 친구들에 의해서 가방만 뺏기고 쫓겨났다.


김한결은 홀로 다시 식량을 비축하여 지하에 숨어들었다. 선생님들은 이미 도망가고 없었다. 겁을 먹은 친구들은 밖으로 나가기도 하고, 무서워서 교실 안에 숨기만 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고.


헬리콥터 소리가 들려서 나가보니 몇몇 아이들만 데리고 갔다.


청각에 반응하는 좀비들이 헬리콥터에 몰려들때, 김한결은 용기를 내서 밖으로 도망갔다. 학교 지하실에 몸을 더 숨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반은 좀비였고, 반은 시체였다.


고라니는 지금 그런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살리라고 했다.


‘그런 새끼들을 내가 살려야해?’


나한테서 가방만 뺏어가던 새끼들을?


[<시스템> 경고! 악의적인 마음 1회 누적되었습니다!]


뭐?


김한결은 황당했다.


시스템은 뭐고, 악의적인 마음은 뭔데?


갑자기 어디서 띠롱 눈 앞에 나타난 하늘색 창에 황당을 금치 못했다. 아까 고라니도 만만찮게 이상하긴 했지만, 허공에 뜬 시스템 창은 더 이상했다.


게다가.


‘하다하다 내 마음까지도 다스리라고?’


내가 안 구해주겠다는 것도 입밖으로 꺼낸 것도 아니고.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시스템> 악의적인 마음 누적 시 패널티가 적용됩니다.]


“그런 말 없었잖아!”


[<시스템> 경고! 악의적인 마음 2회 누적되었습니다!]


“씨이···. 알겠다고. 구하면 되잖아.”


고라니 얘는 이런 것도 설명해주지 않고 무작정 구하라고 하면 어쩌자고.


김한결은 패널티가 두려웠다. 악의적인 마음이 쌓이면 어떻게 될 지 모르니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악의적인 마음이 누적되면 어떻게 되는데?”


[<시스템> 패널티는 악의적인 마음의 종류에 따라 달라집니다.]


“안 알려주겠다 이거지.”


악의적인 마음은 시스템이 갖고 있는 것 같은데.


김한결은 억울했지만 이마저도 악의적인 마음으로 카운트될까 싶어 재빠르게 생각을 바꾸었다. 착한 생각, 좋은 생각···. 길거리에 뛰어노는 강아지···. 귀여운 토끼······.


그렇지만 억울한 마음은 쉽게 지어질 리 없었다.


방금 죽었다가 깨어난 것을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이런 복잡한 와중에 마음까지 다스리려고 하니 정신이 하나도 없을 수 밖에.


‘게임도 처음 시작하면 튜토리얼은 해준다고. 상품도 설명서가 같이 동봉되어있고.’


자신에게 대체 무슨 능력을 줬다는 건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라는 건 무슨 뜻인지.


많은 사람을 살리라는 건 얼마나 많은 수에 해당하는 건지.


고라니는 다짜고짜 나타나서 삐쩍 마르다고 욕하기만 했었다. 가뜩이나 피부도 흰 편이라 약골처럼 보여서 김한결에게는 컴플렉스나 다름 없는 것이었다.


힘이며, 경험치며, 레벨업이라고 했는데. 그게 뭔지도 설명 안해주고.


불만이 와닿았던 걸까. 시스템이 선심쓰듯 툭 말을 걸어왔다.


[<시스템> 선의 튜토리얼을 진행하겠습니까?]


어딘가 한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이겠지.


“네! 네! 네!”


[<로딩중>···.10%···.30%···.99%···.100%!]


[<로딩완료> 튜토리얼을 진행합니다.]


튜토리얼이 진행된다고 하자마자 밖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낮고 묵직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비명소리는 튜토리얼을 의미하는 걸까?


하지만 그렇다고치기엔 저 복도 끝에서부터 오는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그러니까 그건 진짜 ‘실제 상황’ 같았다.


[<시스템> 상태창을 켜세요!]


“지, 지금? 어떻게 켜? 말로? 근데 밖에서 누가 비명 질렀는데? 안 나가봐도 돼?”


[<시스템> 상태창을 활성화하세요!]


김한결은 화장실 밖에서 들리는 비명소리와 시스템 창의 말에 갈등했다.


“야, 야이! 상태창!”


일단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하늘색 상태창이 눈앞에 나타났다.


상태창에는 사람 모형이 있었는데, 머리와 팔, 다리 등에 줄이 있으며 [건강함]이라는 상태가 보였다.


레벨 1, 김한결, 이라는 정보도 보였고 정신 오염도와 체력이 보였다.


정신오염도는 10(약간의 긴장).


체력은 100(평균미만).


간결해서 좋다고 해야할지.


[<시스템> 스킬 텝을 눌러 미니맵을 자동활성화 하세요!]


스킬 텝?


이걸 말하는 건가?


맨 위에는 상태창, 스킬, 인벤토리, 제작이 있었다. 허공에 스킬탭을 빠르게 연타하자 스킬이 나타났다.


<Lv1> 은신

<Lv1> 미니맵

<Lv1> 바리게이트 쉴드


무엇을 말하는 지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다. 스킬명만 간결하게 있었고 설명은 없었다.


미니맵을 누르라는 듯 미니맵이 반짝거렸다. 김한결은 미니맵 위에 손을 갖다댔다.


[<Lv1>미니맵

스킬설명: 10미터 이내 좀비와 일반인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동활성화 스킬이며, 일일 체력이 5 감소 됩니다.

재사용대기시간: 없음]


미니맵을 누르자 우측 상단에 미니맵이 떠올랐다.

미니맵은 사람뿐 아니라 건물의 지면까지 간단하게 보여줬다.


화장실 밖 복도 저 끝에서 파란색 점과 빨간색 점이 뛰어오고 있었다.

게임을 해봤으니, 경험상 저 파란색 점은 비감염인일 것이고, 빨간색 점은 감염인이라는 건 눈치껏 알 수 있었다.


‘자세한 건 직접 눈으로 확인해봐야 알겠지만.’


[<시스템> 은신 스킬을 사용하여 밖의 사람을 구하세요.]


은신 스킬에 손을 가져다대자 아까처럼 스킬 설명창이 떴다.


[<Lv1> 은신

스킬설명: 10초동안 좀비의 집중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타인과 접촉 시 최대 1명과 함께 은신 가능합니다.

체력: 10감소

재사용대기시간: 1시간]


그러니까 지금 은신을 써서 밖으로 튀어나가라는 거?


좀비의 집중에서 벗어나게 된다니.


확실히 좋은 스킬이긴 했다. 10초라는 짧은 시간이 거슬리긴 하지만.


화장실 문을 열자 이쪽으로 뛰어오는 남학생이 보였다.

친구라곤 없는 김한결이지만, 저 남학생은 유명해서 한결도 아는 인물이었다.


전국 대회에서 상을 휩쓸어간다는 유도부 백도영.


쟤라면 확실히 좋은 전력이 되겠어!


-라고 생각하자마자 한결의 입이 쩍 벌어졌다.


‘쟤 이미 팔이 뜯겼는데?’


오른쪽 팔이 뜯겨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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