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탑이 솟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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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생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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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생삼일
작품등록일 :
2024.09.1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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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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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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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 성장

DUMMY


허억. 허억.

나의 목검이 나유정의 턱 밑에서 아슬 아슬하게 멈췄다.


"20전 20승."


"이익. 한번 더 해!"


나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땅에 털썩 주저 앉았다.


"후욱 후욱. 이제 더이상 못 움직이겠다."


"체력 좀 키워. 비실아."


"너도 꽤나 지쳐보이는데?"


"난 아직 쌩쌩하거든."


이렇게 기분 좋게 땀 흘려본게 언제던가.

나유정은 내 생각보다 더 강했다.

과거의 비실 비실한 내 몸에 적응 하는 만큼 상대하기가 더 수월해졌어야 했다.


'그런데 대응 방법을 바꾸면서 악착같이 따라붙었지.'


내 몸의 한계 때문이라곤 해도 전생의 경험이 있는 나를 이 정도로 곤혹스럽게 할 줄은 몰랐다.

나유정은 허공에 목검을 천천히 움직여가며 눈을 감고 있었다.

조금 전 대련을 떠올리며 복기하는 듯 했다.


"진우야."


나유정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응?"


그녀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나유정의 검은 눈동자가 가만히 나를 바라봤다.


"너 검 잡은게 3년전에 대련했을때 이후로 처음이야?"


"그..렇지?"


"말도 안돼. 나의 노력이.."


절망스러운 표정의 그녀를 보니 괜시리 미안해졌다.


"아니야. 나도 열심히 단련했어."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디서? 어떻게?"


자연스러운 변명거리를 얼른 떠올려야 했다.

어떻게 했다고 해야 나유정이 상처를 덜 받을지 열심히 고민했다.


"그게.."


"이거 내가 방해하는 분위기가 된건가."


"...!"

"아빠?"


한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와 존재감에 놀라 고개를 돌렸다.

새하얀 백발이 잘 어울리는 엄청난 거구의 남자와 그 옆에 조용히 뒤따르고 있는 최인식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 뵙겠습니다. 유진우라고 합니다."


"반갑네. 이렇게 만난 건 처음이지만 난 자네를 잘 안다네. 우리 딸아이의 하나뿐인 친구라서 자네에 대해 조사를 좀 했다네."


"아, 네."


나한백은 부드럽게 웃었다.


"사전 동의도 없이 조사한 건 미안하네. 늘그막에 얻은 소중한 딸아이가 엮이면 내가 좀 주책이지."


나한백에게서는 강압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었다.


"아닙니다. 이해합니다."


"그래. 이해 해준다니 고맙네."


나한백은 나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나유정을 바라봤다.

그냥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꿀이 뚝뚝 떨어졌다.


"너는 이 애비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바로 찾아오지도 않고. 섭섭하구나!"


"가볍게 대련하면서 기다릴랬는데. 어쩌다 보니..."


나유정은 베시시 웃으며 머리를 살짝 꼬았다.


"성인식이 걱정되어 이 애비가 며칠 간 잠을 꼬박 설쳤다."


나유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창천탑 벽 한번 만지면 끝나는 행사가 뭐가 걱정이에요. 참."


나한백의 말투가 점점 빨라지며 몸짓이 점점 과장되고 있었다.


"기자 녀석들이 너를 둘러싸고 음해할 수 도 있고, 날라리 같은 놈들이 너의 외모를 보고 나쁜 마음을 먹을 수 있고 또, 그럴리는 없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각성이 안되서 실망을 할 수도 있고. 또!"


"어휴. 아빠!"


인상을 와락 쓰는 그녀의 모습에 움찔한 나한백은 헛기침을 한번 하고 다시 차분한 어조로 돌아왔다.


"커험. 그래서 각성은 어떻게 되었느냐."


그녀는 한껏 턱을 치켜들고 코웃음을 쳤다.


"S급 특성."


그녀의 말에 옆에 있던 최인식의 입이 쩍 벌어졌다.


"아, 아가씨. S급이요!?"


최인식의 반응에 그녀의 턱이 더욱 치켜세워졌다.

아주 그냥 턱을 들어올리다 못해 목이 뒤로 꺾이겠다.


크하하하하하하.

엄청나게 큰 웃음소리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크하하하. 역시! 역시! 내 딸이라면 당연히 S급이지. 암! 어떤 능력이냐."


나유정은 콧등을 살짝 긁었다.


"S급 분쇄 라는 특성인데 아직 잘 모르겠어요."


"이제부터 하나 하나 알아보면 되지 않겠느냐. 이 애비가 옆에서 도와주마."


나한백은 아주 즐거워보였다.


"아빠. 부탁이 있어요."


나한백은 눈을 새초롬하게 뜨며 그녀에게 말했다.


"유진우군도 같이 봐달라?"


"저랑 같이 봐주실거죠?"


나한백은 들뜬 표정을 지우고 나를 바라봤다.


"그래. 유정이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자네에 관심이 간다네. 내게 어떤 특성인지 알려주겠는가?"


"네. 저는 B급 중량 조작 능력입니다."


나한백의 얼굴에 아주 살짝 아쉬움이 스쳐 지나갔다.


"아까 대련때 봤던 자네의 모습이라면 특성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이름 꽤나 날릴걸세. 지금 당장 특성 활용법을 내 간단히 알려주려 하네만 배워보겠는가."


나의 고민은 짧았다.

특성을 어떤식으로 활용 해야하는지는 이미 잘 알고있다.

전생에서는 원래 없던 마력 재생 특성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보고 싶었지만 나한백과 지금 시점에 관계를 맺어놓는것이 여러모로 중요하다는 판단이섰다.


"감사합니다. 영광입니다."


나한백은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두 사람 다 대련으로 꽤나 지쳤을테니 잠시 쉬었다가 진행하지."


잠깐의 휴식 시간을 가진 다음.


유정이와 나는 바닥에 털썩 주저 앉은 채 나한백을 마주했다.

나한백은 그런 우리를 편안한 자세로 선 채로 번갈아 쳐다봤다.


"탑을 통해 각성하면서 얻게 되는 특성이란, 각성자들이 가지고 있는 마력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마력의 특징?"

"..."


유정의 물음에 나한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모든 인간의 몸에는 마력이 존재한다. 특성이란 그 마력의 성질 같은 것이지. 유정이 너는 분쇄라는 특징을 가진 마력을 몸에 품고 있는 것이고, 진우군 자네는 중량 조작이라는 특징을 가진 마력을 몸에 품고 있는 것이지."


나는 이해했다는 듯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각성을 하게 되면 자신만이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창을 볼 수 있다. 흔히 탑이 인간을 선택하여 능력을 주는 것 처럼 신성시 되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


"우리의 몸에 흐르는 마력의 양과 질. 그리고 특이점이 온 것을 탑이 파악하고 우리가 그 능력을 편히 사용할 수 있도록 보조 해주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나한백의 말은 놀라웠다.

전생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한백은 놀라워하는 우리 얼굴을 보며 말을 이었다.


"나는 탑이 생기기 이전에 특성을 사용하고 있었다."


"어, 어르신!"


우리의 뒤에서 조용히 시립하고 있던 최인식의 놀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한백은 그런 그에게 가볍게 손을 들어 괜찮다는 제스쳐를 취하며 말을 이었다.


"내가 이런 얘기를 꺼낸 이유를 두사람은 알겠느냐."


나유정은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고, 그녀의 반응을 예상했는지 나한백은 시선을 나에게로 돌렸다.

그런 그의 시선을 느끼며 나는 차분하게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했다.


전생의 나는 전투 도중 특성 등급이 상승했던 경우가 더러 있었다.


'단순히 특성 사용에 대한 숙련도가 있을거라고 생각했고 그로 인해 등급이 상승..'


복수를 위한 전투의 연속.

내 몸 상태를 체크해가며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했던 시기는 아니었다.

그저 등급이 올랐으니 더 잘싸울 수 있어졌다고만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능력을 새롭게 활용하는 법을 깨달을 때도 등급이 올랐었다.'


전생의 마지막 전투는 나의 한계에 부딫혀가며 수개월간 계속 몰아친 처절한 사투였다.


'그래. 노력만 한다면 난 더 강해질 수 있다.'


전생에 죽기전에 떠올렸던 후회가 아니던가.


"스스로 한계를 정하지 않으면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다."


나한백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네. 자 이제 실전 훈련이다. 마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 * * *




하아압-.

나유정이 힘껏 휘두른 목검이 목각인형에 닿았다.


파스스스.

목각인형은 목검이 닿아 있던 곳 부터 서서히 가루가 되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목각인형 상체의 절반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S급 분쇄. 실로 엄청난 특성이다.'


최인식은 나유정 특성의 위력에 너무 놀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들려온 벼락같은 호통소리에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 했다.


"틀렸다. 너무 과하다. 마력의 분배는 그런식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나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투덜댔다.


"이게 조절이 어렵다구요."


"계속해서 마력을 쏟아내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대상의 질량과 강도에 따라 효율적으로 마력을 컨트롤 해야한다."


"알아요. 아는데 하루만에 그걸 척척 해낼 수 있을리가 없잖아요!"


나한백은 그런 딸의 투정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단기간에 해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런데..'


쾅. 콰아앙-.

연무장 한쪽 구석에서 엄청난 속도로 돌진을 하며 바닥을 마구 때려부수고 있는 유진우가 눈에 들어왔다.


나한백이 보았을때 유진우는 자신의 특성에 금방 적응했다.


'능숙해도 너무 능숙하다.'


특성은 강력한 능력이지만 마력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몇번 사용하지 못하고 쉽게 지친다.

자신의 딸이라서가 아니라 실제로 재능이 넘치는 그의 딸도 겨우 다섯번 정도 목각인형을 가루로 내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유진우도 땀을 방울 방울 흘리며 약간 힘든 기색이었다.


'움직임을 보면 노련한 사냥꾼의 몸놀림이다.'


나한백은 유진우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떠올렸다.

조금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바른 청년이었다.

부지런한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유정이에게 해를 끼칠만한 인물이 아니라 확신했었다.


'모르겠구나. 곁에 두고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 유정이를 위해서.'


잠깐의 휴식을 취하던 유진우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역동적인 움직임을 취하며 한참을 움직이던 그가 돌연 자리에 멈춰 섰다.


그런 유진우를 지켜보던 나한백은 기겁했다.


그를 중심으로 마력이 요동치고 있었다.

휘몰아치는 마력의 폭풍이 유진우를 감싸고 있었다.


갑작스런 기현상에 최인식과 나유정이 곁으로 빠르게 다가왔다.


"어르신."

"아빠!"


"하하하. 실로 엄청난 재능이로구나. 스스로 깨달음을 얻은 것인가. 그 짧은 순간에 말이지."


"깨달음?"

"어, 어떻게 오늘 각성하자마자 벽을 넘.."


푸화아아아악-.

유진우 주변으로 몰아치던 마력의 폭풍이 폭발할듯 넘실거리다가 이내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나한백은 터져나온 기파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고 최인식과 나유정에게 자신의 마력을 뻗어 둘을 보호해줬다.


"재밌는 녀석이구나."


나한백의 입가에 즐거움이 가득담긴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 * * *




나는 나유정과의 대련을 통해서 현재의 몸에 서서히 적응을 마쳤다.

그리고 홀로 특성을 사용하며 내 몸이 이끌어낼 수 있는 한계치까지 전력으로 사용했다.


'지금은 이 정도가 한계인가.'


전생에 마지막까지 끌어내던 수준에는 아직 한참 못 미치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띠링.

[그 누구도 달성한 적 없던 엄청난 성장을 이루어 냈습니다.]

[창천 탑에게 자신의 의지를 증명했습니다.]

[기여도 50000 지급됩니다.]


[스텟 물리력의 한계를 돌파했습니다.]

[기여도 500 지급됩니다.]


[처음으로 무아지경을 경험했습니다.]

[기여도 2000 지급됩니다.]


[특성의 한계를 돌파했습니다.]

[중량 조작 B 특성이 변화합니다.]

[기여도 5000 지급됩니다.]


[특성의 한계를 돌파했습니다.]

[중량 조작 B+ 특성이 변화합니다.]

[기여도 10000 지급됩니다.]


[마력 순환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마력 순환 F 특성의 잠금이 해제됩니다.]

[기여도 100 지급됩니다.]

...

...

...



실질적인 스텟과 특성의 등급의 변화로 다시 몸에 적응이 필요해졌다.

깨달음이라기 보단 전생에 가능했던 능력의 사용법을 현재의 몸에 적용시켰을 뿐이지만.


'창천 탑은 이걸 깨달음으로 인지했나보네.'


일단 눈 앞의 무수히 많은 시스템 메시지를 꺼버렸다.

난 그대로 자리에 우뚝서서 눈을 감고 몸의 변화를 느껴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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