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막내딸을 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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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나리T
작품등록일 :
2024.09.1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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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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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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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DUMMY

“아으으-.”

아이고, 머리야.

어제 회식을 하면서 얼마나 달렸는지 깨질 듯 지끈거린다.


‘얼마나 잔 거지?’

베개 옆에 손을 더듬어 휴대폰을 찾으려 했다.

아무리 술에 취해도 늘 놓던 곳에 두고 자는 버릇이 있으니까.


눈도 뜨지 않고서 베개에 머리를 박은 채로 손으로 머리맡을 더듬었다.

그런데 그때.

물컹.

“······?”

손끝에 굉장히 보드랍고 매끈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쿠션은 아닌데.’

허나, 쿠션처럼 말랑말랑하고 폭신하다.

실크나 벨벳을 쓰다듬는 느낌.

마치 사람 피부 같달까······.


순간, 강하게 위화감이 피어올랐다.

“······어?”

번뜩-.

눈을 뜨자, 코앞에 새하얗고 뽀얀 속살이 시선을 강타했다.


말랑한 목선에서 뻗어나오는 쇄골이 도드라졌다.

그 아래에서는 기다랗고 부드러운 곡선이 뻗어 봉긋하게 솟은 가슴으로 이어졌다.

여전히 살색. 살색 뿐이었다.


“······.”

머릿속 사고가 정지했다.


여자다.

내 옆에 여성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태연하게 잠들어있다.


더 심각한 건.

‘유시아?’


우리 부서의 막내 여직원이었다.

그것도 신입사원.

들어온 지는 이제 3개월 정도 지났고.

아직 1년을 채우려면 한참이나 남은 계약직 인턴.


‘이게 뭔······.’

침대 주변에는 내가 입었던 옷과 여성이 입었던 옷이 마치 허물 벗듯 다급하게 벗겨져 있다.

장소는 대충 둘러봐도 모텔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어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다급하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눈을 질끈 감고 기억을 떠올렸다.


‘회식······.’

그래, 회식을 했다.


어제 우리 부서에서 역대급으로 큰 계약건을 성사시킨 덕분에 이사님으로부터 한도 무제한 카드까지 받아서 1차에 한우, 2차에 소곱창으로 어마어마하게 달렸다.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미친 듯이 마셔댔고.

3차쯤에는 제정신인 사람이 없었다.

내 동기 최 대리는 그냥 엎어져서 자고 있었고.

오 과장과 박 주임, 김 주임은 마 부장의 마누라에 대한 하소연을 들어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 또한 엄청나게 취해있었고, 옆에 있는 인턴 유시아는 숟가락을 보면서 헤헤 웃으며 넋을 놓고 있었다.


그러다가 새벽 3시 쯤 3차가 마무리되었다.

팀원들은 모두가 인사불성인 상태로 주점에서 나왔다.


“어우, 부장님. 저는 이제 도저히 못 마시겠어요.”

“아이, 오늘 지나면 카드 뺏긴다니까?”

“그래도 안 되겠어요. 백세주고 나발이고, 더 마시면 내일 출근 못합니다.”

“에잇, 정말. 나 때는 새벽 5시까지 달리고, 다음 날 8시까지 출근했는데 말이야.”

내일이 주말인 것도 잊어버린 부장은 영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그러면 박 주임은 들어가고. 오 과장이랑 이 차장은 달려야지?”

“그럼요! 저희는 끝까지 갑니다!”


마 부장의 시선이 내게로 쏘아졌다.

“송 대리는 어떡할래?”

죽을 맛이었다.

1, 2차까지는 나도 즐겼지만.

3차부터는 술인지 물인지 구분도 안 될 지경이었으니까.

당장이라도 집에 가서 쉬고 싶었지만.

“저도 달려야죠!”

회사 생활이라는 게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었다.

올해 말이면 승진 시험이 있는데, 가을인 지금은 인사 고과에서 얼마나 중요한 시점이겠는가.

4차고, 5차고, 부장이 쓰러질 때까지 달려야 한다.


철푸덕-.

그때 갑자기 옆에 있던 인턴 유시아가 바닥에 쓰러졌다.


“아이고, 시아씨. 완전 취했네?”

“헤헤······ 맞아요. 저 취했어요.”

“시아씨 택시 태워서 보내고, 우리끼리 가자고.”

“예. 그러시죠.”


하지만 새벽 3시에 택시가 잘 잡힐 리가 없었다.

유시아는 헤롱헤롱 술에 취한 채로 겨우 내 옷소매만 붙들고 넘어지는 것만 면하고 있었다.


“택시 기다리다가 날 새겠네. 송 대리가 시아씨 택시 태워 보내고 와. 장소는 문자로 찍어줄 테니까.”

“알겠습니다.”


팀원들이 먼저 떠난 뒤, 겨우겨우 택시 한 대를 잡았다.

유시아를 뒷좌석에 태운 뒤, 그녀에게 물었다.


“시아씨 어디 살아요? 주소.”

“몰라, 몰라. 우리 집 비밀.”

“아니, 주소를 알아야 택시를 태워서 집에 가죠. 저 과장님한테 전화 들어오거든요? 얼른 주소만 불러주세요.”

“안 돼애. 아빠가 절대 말하지 말랬다고오······.”


그렇게 한 5분 정도 실랑이를 벌였을까.

택시기사가 정색하며 돌아봤다.

“손님, 그냥 내려주시겠습니까?”

“······죄송합니다.”

사과의 의미로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을 쥐어준 뒤, 유시아를 끌어내렸다.


그녀는 헤헤 웃으며 다시 또 옆에 앵겼다.

“아오, 이걸 어떡하지······?”


일단, 주소를 안 부르면 보낼 수가 없다.

그렇다고 우리 집으로 데려갈 수도 없었다.

요즘이 어느 땐데, 큰일날 소리를 하는가.


“시아씨. 그러면 걸으면서 술 좀 깨고 가는 걸로 해요.”

“네에에.”

그 방법밖에 없었다.

술이 떡이 되었으니, 조금이라도 정신을 차린 뒤에야 택시를 태워야되니까.


하지만 우리는 10분도 채 걷지 못하고 멈춰 섰다.

“대리님. 저 다리 아파요오. 더 못 걷겠는데에에.”

“······아니, 그러면 어떡해요.”

“하이힐이라 걷기 힘들다구요오-.”

당장이라도 넘어질 기세였다.


그래서 찾은 곳이 가장 가까운 숙박업소였다.

‘그냥 여기 재우고 나가자.’

혹시나 오해를 받을까 싶어서 1층 로비에 CCTV가 있는 것까지 확인하고 객실로 올라왔다.

침대에 눕히기만 하고, 바로 나가면 시간 상 의심의 여지도 없을 테지.

만에 하나의 사태까지 대비해서 휴대폰 녹음까지 켜두었다.


“시아씨. 여기서 자요. 나 이제 갈 테니까. 정신 차리고.”

“대리니이임. 송 대리니이임.”

“또 왜요?”

돌아서자마자.

와락-.

유시아가 날 껴안았다.


그게 전부였다.

술 취한 젊은 이성 남녀.

야릇한 공기의 모텔 방안.

호르몬을 폭발시키는 스킨십.

그 뒤는 불보듯 뻔했다.


“젠장······.”

머리를 헝클었다.

어제의 기억이 살아나니, 더 혼란스러울 지경.


보통 원나잇을 하게 되면, 아침에 정신이 들자마자 빠져나가라고들 하지만.

‘아는 사람이잖아.’

그것도 심지어 회사 동료.

도망갈 수 있을 리가 없다.


어젯밤은 둘째 치고.

‘회사에서 대체 얼굴을 어떻게 보지?’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기도 전에.

“으으음······.”

옆에 있던 유시아가 뒤척였다.

이내 팔다리를 쭉 뻗더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도 놀란 듯 토끼눈을 하더니 나와 눈이 마주쳤다.


“······.”

“······.”

우리는 무거운 침묵에 잠겼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 돌아서서 옷을 챙겨 입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집에 가고 싶지만.

일단 상황을 정리할 필요성이 있었다.

벨트의 버클을 채우며 흘긋 돌아봤다.

검은색 속옷의 후크를 채우는 그녀의 등어리를 보며 물었다.


“······해장이나 하러 갈까요?”


***


후룩-.

후루룩-.

메뉴는 국밥.

다행히 모텔 근처에 24시 해장국집이 있었다.


우리는 말없이 국물을 들이켰다.

예상했지만, 둘 다 공기밥을 말지는 않았다.

어제 미친 듯이 달린 탓에 밥이고 나발이고, 그냥 국물만 미친 듯이 당겼으니까.


국물을 마시다 보니, 속이 조금은 풀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술이 깨니, 안타깝게도 현실감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예쁜 여자다.

이목구비 모두 예쁘고, 몸매 또한 훌륭했다.

누가 봐도 미인이라고 할 수 있고.

실제로 회사 내에서도 꽤나 인기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사귈 생각은 없어.’


남자 나이 31살.

이제는 슬슬 현실을 볼 나이다.

연애하며 즐기기에는 늦다.

결혼을 할 상대를 만나야 하는데.


24살의 유시아.

사치가 너무 심하다.

매번 회사에 들고 오는 가방의 브랜드도 다르고.

옷도 같은 걸 입은 날을 본 적이 없다.

간혹 해외 바이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본인이 외국에서 겪은 문화나 경험담을 이야기하는데, 해외여행은 또 어찌나 많이 다녀왔는지.

‘어휴, 허영심이 너무 심해.’

우리 회사가 첫 취업이라고 들었는데, 대출이 얼마나 쌓여있을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이런 여자와 만난다?

‘삽시간에 파산이야.’


어젯밤은 실수였다.

딱 하룻밤의 불장난, 그 정도가 전부다.

젊은 애들도 아니고, 다 큰 성인들인데, 하룻밤 가지고 굳이 미련을 가질 필요는 없으니까.


둘 다 잊고 없던 일로 하자고 말하려했다.

“저기 시아씨 어제 일은······.”

그런데.

“대리님, 저는요.”

불현듯 그녀가 먼저 입을 열어버렸다.

“좋았어요.”

“······네?”

“처음이었거든요.”


달그락.

국밥을 먹던 수저를 놓쳐버렸다.


위이잉-.

그때 유시아의 휴대폰에 전화가 걸려왔다.

“······아.”

그녀는 꼭 받아야한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더니,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오늘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요.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는 걸로 해요.”


유시아는 그 말을 끝으로 순식간에 국밥집을 떠나갔다.


‘······뭐?’

갑자기 머리가 터질 것 같다.

24살이나 됐는데 내가 첫 남자라고?

‘그러고 보니 어젯밤에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잠깐만. 설마 어젯밤 일 가지고 내 약점을 잡는 건가?’

나름대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고, 대기업에서 승진가도를 달리고 있는 남자다.

‘나랑 결혼해서 퐁퐁하려고 그러는 건가?’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이거 진짜 좆된 거 같은데······?’


***


이날 저녁.

서울시 서초구 내곡동의 한 대저택.

담장이 3m도 넘고, 그 너머에는 나무가 울창하게 있어서 외부인은 절대 엿볼 수 없는 곳.

그곳에는 고급 세단들이 줄지어 밀려오고 있었다.


이곳은 HR그룹의 유진갑 회장의 사저였다.


한 달에 한 번.

유진갑 회장과 그의 직계 후손들만이 모여서 그룹과 가족들에 대한 논의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심지어 며느리도 제외였다.

오직 유씨 가문의 핏줄을 이어받은 자들만이 이곳에 참석할 자격이 있었다.


커다란 식탁 위로 으리으리한 음식들이 펼쳐졌다.

이내 유 씨 가문의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리에 착석하기 시작했다.


하나 특이한 점이 있다면.

여기도 고추, 저기도 고추.

온통 고추밭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이야기였다.


유진갑 회장에게는 자식이 다섯인데, 그 5명이 모두 아들이었다.

심지어 첫째 아들부터 넷째 아들까지 각각 낳은 자식들도 전부 고추.

그리고 다섯째 아들이 세 명의 아들을 낳았다.

즉, 손자만 무려 13명이라는 셈이지.


처음에는 유전병인 줄 알았다.

하지만 몇 번을 검사해도 그저 ‘운’이라는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공주! 공주님입니다!”

다섯째 아들의 막내가 딸로 태어났다.

손자 13명에, 손녀 1명이 추가되는 기적의 순간이었다.


“할아버님, 안녕하십니까.”

“오냐.”

“할아버지,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그래.”

“회장님, 좋은 저녁입니다.”

“안다.”


고추밭 손자들의 인사에도 유진갑 회장은 그저 귀찮은 듯 쳐다보지도 않고 답할 뿐이었다.


하지만 약속 시간 직전.

“할아버지!”

유 씨 집안의 유일한 홍일점.

유시아가 도착하자마자.

“잘 지내셨어요, 할아버지?”

“아이구, 우리 손녀!”

유진갑 회장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우리 손녀 그 사이에 더 예뻐졌네!”

잇몸미소가 만개했다.


어찌 안 예쁠 수가 있겠는가.

아들이 다섯.

손자가 열셋인데.

막둥이. 그것도 막내 손녀가 애교가 이렇게 많았다.

못생겨도 고슴도치 자식이라서 예뻐할 텐데, 심지어 여배우 뺨 후려칠 정도로 한미모하고 있으니 할아버지로서 예뻐하지 않고 배길 수가 없는 것이지.


“우리 손녀, 먹고 싶은 거 없어?”

“아유, 할아버지. 나 뭐든 잘 먹는 거 알잖아요.”

“그치, 그치, 그렇지. 근데 왜 또 존댓말이야. 할애비한테 정 없게.”

“에이, 저도 이제 어른인데 존댓말 해야죠. 실수로 회사에서 반말하면 어떡해요.”

“우리 시아는 그래도 되는데······.”

“안 돼요. 저 회사에서 절대 티 안 내고 있단 말이에요.”

“그런가? 우리 손녀 다 컸네!”

“헤헤, 감사해요.”


이내 식사가 시작되었다.

손주들의 나이가 나이인지라,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아버님, 이번에 정훈이 선자리가 들어와서요.”

열두번째 손자였다.

“내가 골라준 후보 중에 정한 거야?”

“예, 맞습니다.”


손자들은 전부 정략결혼을 보내야 했다.

재벌가에서 태어난 이상, 그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5대 은행의 딸.

IT기업 창업주의 딸.

서울고법 부장 판사의 딸.

정계 의원의 딸.

전부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집안이었다.


문제는 막내 손녀였다.

다섯째 아들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버지, 이번에 시아 선자리가 들어왔습니다.”

무려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었다.

이 정도면, 반드시 잡는 게 정석적이지만.


“안 돼.”

유진갑 회장은 단호하게 거부했다.

“저 어리고 예쁜 청춘을 어떤 도둑놈한테 보내라고?”


끄덕끄덕.

유시아의 오빠들과 삼촌들 모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재벌가인지라, 집안 내에서 늘 형제들간의 지분 경쟁이 펼쳐지는 건 막을 수 없지만.

적어도 ‘유시아’만큼은 그 영역에서 제외였다.

4명의 삼촌과 13명의 오빠들은 ‘적어도 유시아만큼은 지켜야 된다.’라는 게 암묵적인 룰이었으니까.


“시아야.”

유진갑 회장은 나긋하게 입을 열었다.

“우리 시아는 정략결혼 같은 거 필요없다. 너 행복한 방향으로 가면 돼.”


문득 유시아는 고개를 들었다.

“할아버지.”

“그래, 우리 손녀.”

“저 결혼하고 싶은 사람 생겼어요.”

그녀는 무심하게. 아주 태연하게 폭탄 발언을 내뱉었다.

“그 사람이랑 만나보려고요.”


순식간에 온 집안이 고요해졌다.

방금 전까지 떠들썩하던 소리도 사라졌고.

그 흔한 식기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마치 폭풍이 오기 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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