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막내딸을 범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새글

희나리T
작품등록일 :
2024.09.19 18:34
최근연재일 :
2024.09.20 16:00
연재수 :
2 회
조회수 :
265
추천수 :
8
글자수 :
11,991

작성
24.09.20 16:00
조회
100
추천
4
글자
13쪽

# 2화

DUMMY

“즐거운 월요일입니다.”

“엇, 송 대리님. 일찍 오셨네요.”

“응. 어쩌다 보니까.”


사실, 주말 내내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어젯밤에도 잠을 설쳤다.

유시아 때문이었다.

나름대로 대화로 잘 정리를 하려했으나, 갑자기 자신은 좋았다는 폭탄 발언을 해버린 탓에 머리가 복잡했으니까.

‘물론, 좋았긴 하겠지.’

대학 시절부터 신촌 불빠따 소리를 들었던 과거를 생각하면, 충분히 서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을 터.


‘근데 진지하게 만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란 말이지.’

주말 내내 고민하고 또 고민해보았지만, 여전히 결론은 똑같았다.


‘참하고 건실하게 일하는 여자 만나서 오순도순 살며 차곡차곡 부를 쌓아가고 싶다고.’

커다란 행복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서울권도 아니고, 경기권에 괜찮은 국민 평수 아파트 한 채, 남들 끄는 국산차 세단 한 대.

딱 그 정도면 된다.

남들처럼 소소하게 중산층으로 살고 싶은 게 내 로망이었으니까.


그런 면에서 보면.

‘유시아는 탈락이야.’

내가 보기에는 저 여자와 결혼하면 전세는커녕, 평생 월세나 전전하며 수도권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꿀 테니까.


“안녕하세요!”

그때 활기찬 목소리와 함께 사무실로 유시아가 들어왔다.


보자마자 눈살이 찌푸려졌다.

‘저거 봐, 저거.’

한손에는 또 스타벅스 텀블러가 쥐어져 있다.

출근할 때 아메리카노 한 잔, 점심 먹고 라떼 한 잔.

‘하루에 커피 값으로만 대체 얼마를 쓰는 거야?’

밥도 구내식당에서 먹으면 되는데, 굳이굳이 나가서 무슨 인스타용 고급 집이나 가는 게 일상이다.


“송 대리님, 좋은 아침이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리 없는 그녀는 불쑥 고개를 내밀며 인사했다.

“어, 그래. 시아씨······. 오늘도 활기차 보이네.”

“네!”

그녀는 생글 웃으며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오전 9시.

늘 그렇듯 주간 회의와 함께 업무가 시작되었다.


오전 10시 30분.

각자의 업무에 치중하는 시간.


흘끗-.

힐끔-.

자꾸만 유시아에게 눈길이 갔다.

그러나 그녀는 신기하리만치, 업무에 완연하게 집중하고 있었다.


‘의식이 안 되나?’

난 주말부터 내내 머리가 복잡한 건 당연했고.

출근한 이후로도 내내 유시아가 의식되고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다.

온전히 수면만 취한 게 아니라, 하룻밤을 보냈다.

그녀의 표정, 목소리, 숨결, 야릇한 얼굴까지도 아직 선명하게 기억이 나고 있는데, 업무가 손에 잡히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음?”

유시아가 문득 내 시선을 느꼈는지 돌아봤다.

“송 대리님, 왜요? 저한테 시키실 일 있으세요?”

“어··· 아니야.”

“피곤해보이시는데, 커피라도 사다 드려요?”

그 말이 나오기 무섭게.

“어허, 무슨 커피를 사다 줘?”

옆에 있던 스윗한 오 과장이 치고 들어왔다.

“어이, 송 대리. 요즘 그런 거 시키면 성희롱으로 잡혀가. 시아씨는 그런 거 하지 마.”

“아니에요, 제가 물어본 거예요. 송 대리님 아무 말씀 안하셨어요.”

“그래?”

오 과장은 나를 흘겨보며 다시 자신의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유시아는 어깨를 으쓱하며 가볍게 웃었다.


‘집중하자, 집중.’

이러다가 오전 내내 멍 때리다가 시간 다 가게 생겼다.

뺨을 짝짝 때리며 정신을 차리고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내 점심시간이 찾아왔다.

“다들 식사부터 하자고. 이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밥은 제때 먹어야지.”

마 부장은 손뼉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늘 그렇듯 다같이 구내식당으로 향하려는데.


“아, 저는 따로 먹을게요.”

유시아는 오늘도 빠졌다.


“오늘 구내식당 반계탕인데?”

“그래, 우리 HR미디어 주력 메뉴가 반계탕이야. 안 먹어봤지? 먹어 봐.”


그러나 유시아는 완고하게 거절했다.

“다이어트 중이라 샐러드 먹으려고 해요.”

또 그놈의 2만원이 넘는 사치스런 샐러드겠지.

“다들 맛있게들 드시고 오세요.”

“그러면 어쩔 수 없지.”

“그래, 이따 보자고.”


오후 1시.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에는 역시나 유시아의 손에는 새로운 커피가 들려 있었다.


‘어휴, 저게 다 얼마야.’

겨우 풀때기를 먹어놓고 커피까지 마시면, 하루 일당 다 날아가는 게 아닐까 싶다.


‘신경 쓰지 말자, 쳐다보지도 말자.’

스스로 주문을 외우며 모니터를 보려는데.


힐끔-.

그때 이상하게 사무실의 복도에서 묘한 시선이 느껴졌다.


슬쩍 돌아보았다.

‘헙······!’

어우, 깜짝이야.

식겁해서 바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유영환 상무잖아?’

우리 HR그룹 유진갑 회장의 첫째 손자로, 사실상 차차기 후계자나 다름없는 인물.


‘여긴 무슨 일이지?’

이쪽 부서는 직속 계열도 아닌데.

그럼에도 그는 사무실을 유심히 지켜보고 지나갔다.


약 15분 뒤.

또다시 인기척이 느껴졌다.


‘유정민 전무?’

또다시 높은 양반이 스윽 와서 사무실을 지켜보고 갔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유경환 상무.

유태민 본부장.

유민환 실장.

유병환 이사까지.

평소에는 임원용 엘리베이터로 다닌다고 코빼기도 비추지 않던 양반들이 내내 복도를 훑고 지나갔다.


‘오늘따라 이상하게 임원들이 많이 지나가는 느낌인데.’

꽤나 기분이 묘하다.

‘혹시 무슨 일 있었나?’


***


지난 주 토요일 밤.

내곡동의 대저택.


“저 결혼하고 싶은 사람 생겼어요. 그 사람이랑 만나보려고요.”


유시아의 폭탄 발언 이후.

아주 무겁고 고요한 침묵이 지나간 뒤.

바로 폭동이 일어났다.


“누군데?”

“어떤 새ㄲ··· 자식인데?”

“시아야,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이름이 뭔데?”

“뭐하는 놈인데?”

“검사? 판사? 사업가? 설마 양아치는 아니지?”

“일단 우리한테 얼굴 한 번 보여주고······.”

친오빠들은 물론이고, 사촌 오빠들과 삼촌, 아빠, 큰아버지 모두 미쳐 날뛰었다.

“······시아야, 누군지 알려주련?”

심지어 할아버지까지도 눈에 광기를 띄고 물어봤다.


“워워, 진정하세요.”

유시아는 진즉에 예상했다는 듯 차분하게 두 손을 뻗어 남정네들을 가라앉혔다.


다들 광분을 식히지도 못한 상태였지만, 그녀는 태연하게 말했다.

“누군지는 비밀이에요.”


다들 안달이 났다.

“대체 왜?”

“시아야······.”

“우리가 알아야 한다.”

“원래 첫 남자는 중요해.”

“그래. 괜히 네가 데일 수도 있고······.”

“우리 소중한 조카. 남자는 남자가 봐야 잘 안다. 그러니까 한 번 보여주고······.”

“싫어요.”

유시아는 새침하게 고개를 저었다.

“여기 분위기 봐 봐요.”


살벌했다.

그 남자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당장 찢어죽일 분위기라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삼촌들 눈빛부터 풀고 이야기를 해도 믿을까 싶을 수준이거든요?”


큰아빠들은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그렇다고 해도, 그들은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삼촌들과 오빠들은 눈빛을 교환했다.

당장 내일 가서 알아보라는 의미였다.

실제로 유시아가 말해주지 않는다고 한들, 24시간이면 알아낼 수 있는 작자들이었으니까.

하지만 24년 동안 이들에게 보호받아온 유시아가 그 뜻을 모를 리 없었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내 뒷조사하거나 사람 붙일 생각은 하지 마세요.”

그녀는 으름장을 놓듯 덧붙였다.

“만약에라도 수상한 흔적이 보인다거나, 뭔가 캐내려고 하면······.”

유시아는 주먹까지 꼭 쥐며 발언했다.

“혼전임신 할 거예요.”

“!!!”

“뭐, 뭐?!”

“나 농담하는 거 아니에요. 진심이니까 한 번 시험해보든가.”

“······.”

다들 아연실색한 표정이 되었다.

천하의 HR그룹 유일한 손녀가 혼전임신이라니.

절대 그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그 한 마디만으로 큰아버지와 삼촌들, 사촌오빠들 모두 뒷조사를 하려는 의욕을 상실했다.

오히려 뒷조사를 하다 걸린다면, 할아버지한테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

사회적으로 죽음이 아니라, 물리적인 죽음 말이다.


“시아야.”

할아버지. 유진갑 회장이 최대한 나긋한 목소리로 손녀를 불렀다.

“뭐하는 사람인지만 알려다오. 그 정도는 알아야 안심이 될 것 같다.”

“······음.”

나름대로 그 고충은 이해했는지, 유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사람이에요. 우리 회사 다니거든요.”

“······!”

“우리 HR?”

“네. 딱 거기까지만 말할게요. 그 이상은 궁금해 하지 마세요.”

“······.”

가까이 있다는 걸 알게 되니, 더 미치겠다는 얼굴이다.


유시아는 다시금 당부하듯 말했다.

“잘 되면 이야기할게요. 아직 정식으로 사귀는 건 아니라서.”


그제야 삼촌들 사이에서 묘하게 안도하는 눈빛이 오갔다.

‘아직까지는’ 교제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혼전임신’이라는 두려움은 남아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금해서 미치겠네······!’

큰아버지와 오빠들의 애타는 마음은 가라앉질 않았다.


***


“송 대리.”

툭-.

내 동기 최 대리가 어깨를 가볍게 치며 담배를 무는 시늉을 했다.

나는 슬쩍 의자를 밀고 한 템포 늦게 그의 뒤를 따라 옥상으로 향했다.


“후우-.”

최 대리는 담배를 꼬나물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송 대리. 오늘따라 임원들이 자꾸 와서 들여다보고 가는 것 같지 않냐?”

“그러니까 말이야. 나 오늘 8명은 본 것 같은데?”

“이 근처에서 계모임이라도 하나······. 아니면, 우리가 지난 회식 때 법카를 너무 많이 써서 눈치 주는 건가?”

“에이, 우리가 꽤 달리긴 했어도, 계약 규모를 생각하면 할 만하지. 애초에 이사님께서 마음껏 쓰라고 하셨잖아.”

“그렇긴 하지만······. 아, 일하는데 후달려서 집중을 못하겠네.”

그는 휴대폰을 꺼내 게임을 켰다.

“이거 던전 돌릴 시간인데, 눈치 보여서 꺼내지도 못했다니까.”

“하하하, 지금이라도 하고 가.”

“어휴, 그래야겠다.”


동기 놈은 담배를 일부러 하나 더 입에 물었다.

“나 여기서 조금만 쉬다가 갈 테니까 먼저 가.”

“그래. 천천히 와라.”


동기 놈을 뒤로하고, 홀로 사무실로 향했다.

다만, 나도 오늘따라 임원들 때문에 계속 긴장해있는 터라, 조금은 쉬고 싶었다.


‘커피나 한 잔 타서 가자.’

누구처럼 스타벅스로 사치 부릴 여유는 없었다.

매 달 드는 적금만으로도 빠듯하니까.

나 같이 건실하게 살려면, 회사 믹스 커피가 최선이다.


휴게실로 향했다.

“엇······!”

소파에 앉아있던 사람이 날 보며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고개를 숙였다.

‘······하.’

적어도 이 사람만은 없기를 바랐는데, 하필 마주쳐버렸다.

“시아씨 혼자 있었네······?”

“아, 네.”


공기가 상당히 어색하게 느껴졌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뒤돌아서 나가고 싶은데, 오히려 그림이 더 이상해질 것 같았다.

‘빨리 커피만 타서 나가자.’

대충 종이컵 하나를 집어들고서 정수기 앞에서 뜨거운 물을 따르고 있는데.


불쑥-.

“대리님.”

언제 다가왔는지, 유시아의 자그마한 머리통이 바로 옆에 있었다.


“······어, 왜?”

정수기에서 슬쩍 손을 뒤로 떼어냈다.

“할 말 있어?”

“네.”

유시아는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 오늘 저녁에 일정 있으세요?”

“저녁?”

“퇴근 후에요.”

“아니, 따로 일정은 없는데. 왜?”

“그러면 저랑 같이 저녁 식사해요.”

“······단 둘이?”

끄덕끄덕.

“회사 근처에는 사람 많으니까 다른 데서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7시 반까지 신사역 3번 출구에서 봐요.”

생긋-.

그녀는 눈웃음을 지으며 떠나갔다.


‘환장하겠네.’

이거 적당히 미루면서 삐대다가 없던 일로 흐지부지 묻어두려고 했는데.

내 생각과 달리, 유시아는 어떻게든 결판을 봐야겠다는 결심을 한 모양이다.


‘······도망갈까?’

하지만 그것도 답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안다.

퇴사하지 않는 이상, 어차피 마주치게 될 테니까.


‘아으, 미치겠네.’

머리가 더 복잡해진 채로 업무 테이블에 앉았다.


평소에는 아무리 죽어라 일해도 시간이 가지 않더니만.

하필, 이런 날에는 또 누가 시계 시침을 돌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그리고 마침내 오후 6시.

“자자, 다들 퇴근하자고.”

“고생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직원들은 일제히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톡-.

다른 이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유시아가 내 팔을 가볍게 건드렸다.


그녀는 입모양으로 ‘이따 봐요.’라는 말을 남긴 뒤.

“내일 뵙겠습니다!”

활기찬 인사와 함께 회사를 나섰다.


젠장.

도망치기엔 글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재벌가 막내딸을 범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 2화 NEW 4시간 전 101 4 13쪽
1 # 1화 24.09.19 165 4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