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룡멸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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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룡
작품등록일 :
2024.09.20 14:13
최근연재일 :
2024.09.2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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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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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DUMMY

일찍이 대전쟁으로 인해 세계에는 균열이 생겨 여러 차원으로 나뉘었다.


그 중에서도 대나무가 즐비한 무향림이라는 차원. 중앙에 위치한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천용 선생이라는 노인이 살고 있었다.


천용은 무향림의 외곽을 거닐다 발견한 한 갓난아이를 주워와 정룡이라는 이름을 붙여 제 자식처럼 극진히 길렀다.


또, 무학의 달인이었던 천용은 정룡에게 기를 다루는 방법을 시작으로 봉술을 비롯한 여러 기술을 가르쳤다. 정룡은 선생이 가르치는 기술들을 쑥쑥 흡수하여 제 것으로 만들어나갔다.


정룡은 선생의 보살핌 속에 어느덧 순수한 영혼을 지닌 강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여태 정정했던 천용 선생은 어느 날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일주일 전부터 앓아눕고 있어 정룡이 밤낮으로 돌보고 있다.


“이얍, 이얍.”


콰지지지직-


정룡의 힘찬 도끼질에 대나무 여럿이 쓸려나갔다.


“땔감으로 쓸 대나무는 이쯤이면 되겠지. 이제 슬슬 먹을 걸 찾아보기로 할까.”


정룡이 경공으로 몸을 가볍게 만들어 숲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사냥감을 찾기 시작했다.


정룡이 경공으로 지나간 자리는 희미한 잔상과 산들바람이 남았다.


“오! 운이 좋은걸.”


마침 괜찮은 놈이 눈에 띄어, 정룡은 적당한 위치에 멈춰섰다.


정룡은 잠시 조용히 자리에 멈춰선 뒤, 소리를 내지 않게 조심하며 천천히 허리춤에 도끼를 집어넣고 죽봉을 꺼냈다.


“어-이. 이쪽이다, 이쪽!”


정룡이 곰의 주의를 끌기 위해 봉을 바닥에 탁탁 두들기자, 곰이 시선을 돌렸다.


“그르르르-”


곰이 노려보자 정룡이 씨익 하고 미소를 지었다.


“그래! 옳지. 거리도 딱 적당하고-”


“크와아아!!”


곰이 맹렬하게 돌진하자 정룡은 죽봉을 고쳐잡았다.


“후우우우-”


‘작창식-’


‘일기통관!’


정룡이 정면으로 봉을 힘차게 내지르자 곰의 몸이 깔끔하게 일직선으로 꿰뚫렸다.




촤아아악-




곰은 육편과 피를 사방으로 뿌리며 비명을 내지를 틈도 없이 죽음을 맞이했다.


정룡이 창격을 날린 여파로 주변의 풀이 약하게 살랑거리며 흔들렸다.


‘이만하면 힘조절이 아주 잘 됐군. 아예 날려버리지 않아서 전보다는 먹을 고기가 많이 남았어.’


정룡은 사냥한 곰의 시체를 끌고 천용 선생과 사는 집으로 향했다.


‘히힛- 이 부근에서 잡을 수 있는 곰 중에서도 영양가랑 맛이 특출나게 좋은 희귀한 녀석이라, 할아버지랑 같이 많이 잡아서 구워먹었지. 캬, 옛날 생각 나는구만.’






마당에 대충 곰의 시체를 던져놓고 정룡은 신발을 벗는 것도 잊은 채 선생이 있는 안방으로 달려들었다.


“할아버지! 아직도 많이 아파?”


“끙... 돌아왔느냐. 어제보단 좀 낫구나.”


천용 선생의 등은 자줏빛의 시퍼런 멍으로 가득했다. 무향림의 내로라하는 의원들의 말로는 천용 선생이 아마 젊었을 적 입은 ‘마기’로 인한 부상의 후유증 때문이라고 하는데, 자기들로선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다고 한다.


선생은 그것이 어디서 어떻게 누구에게 입은 부상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의원에게도, 심지어 정룡에게도.


언젠가 정룡이 차원 밖으로 천용 선생을 고칠 방법을 찾아 업고 나가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마기에 침식된 것은 사물이든 생물이든 현재의 차원에서 빠져나갈 수 없었기에 다른 차원에서 선생을 고치는 것도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마기로 인한 병의 진행을 조금이나마 늦추기 위해 밤낮으로 고군분투하며 집에서 정성껏 선생을 간호하는 정룡이었다.


다행히도 남은 방법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마을의 선지자를 통해 병을 고칠 신탁을 내려받는 것이었다.


정룡은 오매불망 신탁을 기다리며 가슴을 졸였다.




“마침 오는 길에 곰 한 마리를 잡아왔어. 금방 고깃죽 끓여올게.”


“고맙구나.”


선생과 식사를 한 뒤 정룡은 홀로 마을로 향할 채비를 마쳤다.


정룡은 경공을 응용한 축지법으로 거리가 꽤 되는 마을까지 재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신탁이 과연 내려왔을까? 그랬으면 좋겠는데...”


차원 세계의 몇몇 인간들은 힘에 부치는 일이 있으면 선지자에게 내리는 ‘신탁’에 의지해왔다.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절망적일 때 사람들은 신에게 신탁을 내려받는 ‘선지자’를 찾아가곤 했다.


이는 인간을 배려하여 차원을 관장하는 신들이 대가 없이 베푸는 자비와 관대함 덕분에 누릴 수 있는 혜택이었다.


그러나, 차원 어딘가에는 그 반대급부로 지나치게 신탁에 의지한 나머지 신탁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폐인들이 생겨나기 마련이었다.


정룡은 무향림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마을에 도착한 뒤, 각각 다른 색의 헝겊을 덧댄 다 쓰러져가는 움막의 입구를 열어젖혔다.


안으로 들어서니 반짝 빛나는 투명한 수정구슬을 앞에 둔 노파가 힘겨운 목소리로 정룡을 맞아주었다.


“오오, 용이로구나.”


“허억, 허억. 나 왔어, 마야 할머니!”


“보아하니 오늘은 축지법으로 급하게 뛰어왔구나. 내력의 소모가 심할테니 일단 이것 좀 마시면서 숨 좀 돌리려무나.”


천용 선생이 아프기 시작했던 일주일 전부터 신탁을 받기 위해 하루에 한 번씩 집에서 마을로 내려와 선지자 마야 할멈을 찾는 정룡이었다.


마야 할멈은 무향림뿐 아니라 전 차원에서도 알아주는 선지자였기에 먼 차원에서도 직접 찾아오는 이가 많았다.


“그래서, 오늘은 신탁이 좀 내려왔어?”


“으음... 그게 계속 시도는 해보고 있다만 아직도 연락이 없구나."


“일주일이나 됐는데?”


“하필 마기에 의한 후유증이라 말이다. 정녕 신께서도 천용 선생님을 고칠 방법이 없는 겐지도 모르겠다...”


“뭔가 다른 방법은 없을까-”


정룡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고개를 떨군 그 순간, 마야 할멈의 수정구슬이 눈부신 광채를 발하기 시작했다.


곧 그 하얀 광채 사이로 희미하게 노란 안광이 비치고 있었다.


수정구슬에 신의 모습이 투영된 것이었다.


“에그머니나- 에구구, 내 허리야!”


갑작스러운 신의 투영에 마야 할멈은 크게 놀라 뒤로 데구르르 굴러 움막 구석으로 자빠졌다.


“할머니, 괜찮아? 뭐- 뭐야 갑자기?”


정룡과 할멈 모두 적잖이 놀랐다.


“야, 야후안 님! 어떻게 이 차원에...”


야후안 님? 적어도 이 차원에서 그런 신의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아무래도 다른 차원의 신인 모양이었다.


“에엑! 누구야 당신? 우리 차원의 신님은 아닌 것 같은데...”


정룡은 벙 찐 표정으로 눈을 게슴츠레 뜬 채, 눈부시게 빛을 발하는 수정구슬, 아니 신에게 물었다.


“난- 천계 루스갈을 관장하는 신, 야후안이다... 네가 바로 가브리엘의 제자인가?”


낮게 울리는 목소리는 마치 움막 전체를 가볍게 흔드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정룡은 벙찐 상태에서 신이 자신에게 던진 질문을 잠시 곱씹어보았다.


그 맥락 상, 분명 가브리엘이라는 이름은 천용 선생을 말하는 것이었다.


“가브리엘이 혹시 우리 할아버지를 말하는 거야?”


벙찐 채 자빠져있던 마야 할멈이 얼빠진 목소리로 말하는 정룡의 뒤통수를 딱 때렸다.


"아얏, 아파 할머니! 이게 무슨 짓이야!"


"이 녀석아. 신님한테 반말 좀 하지 말라고 했지! 예의는 갖춰! 하여간..."


"알았어! 가브리엘이 우리 할아버지를 말하는 건가...요?"


마야 할멈이 얼굴을 손바닥으로 탁 짚었다.


"..."


신 야후안도 당황한 듯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그렇다."


“그런가... 지금은 천용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가.”


“할아버지 원래 이름이 가브리엘이었다고요?”


"그래. 가브리엘은 원래 인간이 아닌... 천족이었으니까."


“대전쟁 시기, 내 가브리엘에게 은혜를 입은 것이 있어 지금에서야 갚으려 하니, 그에게 직접 태초의 구의 힘을 모아 빛의 신전으로 오라고 전해라.”


“태초의 구?”


“세상을 구성하는 7가지 속성의 구란다.”


갑자기 마야 할멈이 끼어들었다.


“야후안 님! 송구하오나 천용 선생님은 지금 굉장히 아픈 몸입니다. 지금 상태로는 빛의 신전까지 오기는커녕 손수 구를 찾으러 다닐 힘조차 남아있지 않습니다."


할멈의 설명에 신이 약간 뜸을 들인 뒤 말했다.


“...그가 일찍이 신격을 버렸기에 노쇠한 인간의 육체로 고통스러워하는 것도 무리도 아니지. 그럼 그 대리인으로... 가브리엘의 제자, 바로 네가 가브리엘 대신에 구를 모으도록 해라.”


노란 빛으로 수정구 안에서 정열적으로 타오르고 있는 신 야후안의 안광은 정룡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내, 내가요?”


“그래. 이 차원에는 안타깝게도 가브리엘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으윽..."


“하지만 나라면 가능하다. 구를 일곱 개 모두 모아 신전으로 온다면, 그의 육체를 복원할 권능을 얻어 네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라...”


“빛의 신전에 도착한다면 수고에 대한 보상으로 무엇이든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도록 하마.”


“소원이라, 지금은 할아버지가 낫는 것 밖엔 없지만, 좋아요. 그렇다면 제가 구를 찾는 여행을 떠나도록 하죠!”


“나머지 도움은 곁의 선지자에게 받도록 하거라. 너의 앞날에 축복을 빌겠다... 그 결의에 찬 눈빛은 참으로 가브리엘의 제자로군-”


순간, 수정구슬의 빛이 희미해지며 깜박거리다가 신 야후안과의 연결이 끊겼는지 더는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수정구슬은 서서히 빛을 잃은 뒤 평소의 투명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정룡은 신 야후안이 할아버지를 가브리엘이라고 칭한 것에 대해 적잖이 놀랐다.


천용 선생은 정룡에게 자신이 겪은 여러 재미난 이야기를 해주기도 하였지만, 자신의 과거사나 출신 같은 이야기는 일체 꺼내지 않았던 것이다.


할멈은 갑자기 야후안이 나타난 것에 아직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어휴. 갑자기 이계의 신님이 연결될 줄이야.”


“몰랐어, 마야 할머니. 할아버지가 천계 루스갈 출신이었다니.”


“껄껄껄, 선생님이 보통 자기 얘기는 잘 안 하시긴 하지. 필시 너한테 말하지 못할 사정이 있으셨을 게야.”


“그렇겠지. 뭐 딱히 과거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관심도 없고.”


“용이 넌 그런 건 신경 안쓰는구나...”


마야는 정룡의 무신경함에 약간 감탄했다.


“음, 그나저나 용아. 태초의 구를 모으러 다니는 여행은 쉽지만은 않을 게다.”


“왜?”


“태초의 구는 항상 여러 사람에 의해 노려지고 있는 물건이거든. 태풍의 눈과 같다. 피치 못할 싸움을 해야 할 수도 있고, 누군가를 죽여야 할 수도 있단다. 그래도 괜찮니?”


“딱히 그건 상관없어. 할아버지가 시비거는 녀석은 누구든 죽지 않을 만큼만 때려주면 괜찮다고 했거든! 웬만하면 죽이지는 말라고 했지만 말야.”


“용이 이 녀석아, 위험하다고! 너무 생각이 없잖느냐!!"


마야 할멈이 발끈하며 대꾸했다.


“그, 그런가? 죽이지만 않으려면 저만한 방법은 딱히 없다고 보는데...”


“에휴우, 선생님. 대체 애한테 뭘 가르쳐놓은 겝니까.”


할멈은 용의 천진난만함에 기가 막혀 외마디 탄식을 한 뒤, 그냥 여행에 관한 설명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럼 일단 설명해주마. 신님이 말한 태초의 구를 모으라는 건, 그 구를 찾아 접근해서 에너지만 추출하면 되는 거란다.”


“뭐야, 간단한데?”


“그래. 뭐 구를 찾는다면야 방법 자체는 간단하지. 아! 잠깐 기다려보거라.”


마야 할멈이 우당탕탕 먼지를 풍기며 짐더미 여기저기를 뒤지기 시작했다.


“여기도 아니고, 저기도- 찾았다! 이렇게, 이렇게 하면- 됐다!”


마야 할멈은 손바닥 안에 살포시 쥘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투명한 유리구슬 7개를 꺼내더니, 그것들에 구멍을 내고 실로 꿰어 팔찌를 만든 뒤 정룡에게 던져서 건넸다.


“으와앗, 깨지겠네. 조심히 좀 줘, 할머니!”


“껄껄껄, 이건 그 정도 충격에 깨질 허접한 물건이 아니야.”


“이 구슬들이 뭔데?”


“[앱졸버]라는 거다. 하나 당 한 종류의 에너지밖에 못 담는 첨단 에너지 저장고야! 할미가 오래 전에 기술력 괜찮은 차원인 슈로이덴에 들렀을 때 뒷골목에서 헐값에 구했지. 태초의 구를 발견하면 그걸 가까이 가져다 댄 후 정신을 집중하면 된단다."


“또... 어디 보자. 빛의 신전까지 가야 할 테니 차원 지도가 필요할테지.”


할멈이 짐더미에서 꺼낸 차원 지도에서는 약간 쿱쿱하고 고약한 냄새가 났지만 정룡은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흠... 그런데 할머니. 태초의 구는 어디로 가야 찾을 수 있는거야?"


"그건 확실히 말해서, 모른다!"


"에엑- 할머니가 모르는 것도 있다고! 그게 말이 되는 거야?"


"이놈아, 신 님도 몰라서 찾아오라는 거잖냐! 흠, 흠. 그만큼 대단한 물건이라 그렇지."


"태초의 구는 직접 찾아야 할 게야. 여러 차원을 찾아다니면 그래도 정보를 찾을 수 있을 게다. 나도 옛날에는 위치를 전부 알고 있었는데... 지금은 다 어디 있는지 몰라!"


"어쩔 수 없네, 그럼 내가 직접 찾아야지 뭐!"


“...아무튼 이렇게 저렇게 해서 모든 태초의 구를 모으는 데 성공한다면 빛의 신전으로 가면 될 게다. 쪽지는 잊어버리면 안된다!”


“오오- 이게 태초의 구의 이름이구나.”


정룡은 마야 할멈이 준 쪽지를 쭉 읽어본 뒤 품에 집어넣었다.


“아, 참고로 앱졸버 그건 공짜로 주는 거 아니야! 나중에 여행 끝나면 꼭 돈으로 지불해. 떼먹을 생각 말고! 꽤나 비싼 거니까.”


“엑, 수전노 할머니!”


“떽, 수전노라니! 두 배로 올려 받아야겠다.”


“아이~ 할머니 농담은. 도와줘서 고마워, 나중에 들러서 꼭 사례할게! 그럼 이만!”


정룡은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는 여정을 떠나는 것에 설레 재빠르게 마야 할멈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축지법을 써 집으로 향했다.


“녀석, 진짜로 농담 아닌데... 거 급하기는.”


마야 할멈은 빠르게 멀어져가는 정룡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 보니, 천계라... 루스갈은 요즘 어떻게 돌아가려나? 허리가 아프니 이젠 직접 돌아다니기가 힘에 부쳐서 원. 나중에 용이 녀석이 돌아오면 루스갈 근황 이야기나 좀 들려달라 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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