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밍 못 하는 테이머의 이세계 생존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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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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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1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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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못 하는 테이머 (1)

DUMMY

프롤로그


[‘엄포서’를 테이밍했습니다.

테이머에게 스킬이 추가됩니다.]



[(패시브) 테이밍 불가]



나는 눈앞에 떠 있는 메시지를 간신히 읽어냈다.


테이머한테 테이밍 불가라니?


이게 뭔 개 같은 장난이냐.


옆에서 주머니쥐 한 마리가 찍찍거리며

내 볼에 주둥이를 비볐다.


죽어가는 놈한테, 불쌍하다고

내 마지막 초콜릿을 넘기는 게 아니었다.

그 보상이 테이밍 불가라니.


한숨이 났다.


그래, 스킬이고 뭐고

어차피 죽어가고 있었잖아.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띵띵-!”


처음 메시지가 뜰 때 들었던 소리가 귓가에

다시 나지막하게 들렸다.


눈을 뜨지 않았다.


눈 뜰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될 대로 되라지.


나는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엄포서가 영롱하게 반짝이는

아기 소환수를 낳았습니다.]



[마카라(SSS)가 소환되었습니다.]


----------------------------------------

마카라(SSS)


강의 신 ‘강가’와 바다의 신 ‘바루나’가

타고 다녔던 탈 것.

----------------------------------------


[마카라 스토리 도감이 열립니다.]


마카라는 사람들을 좋아했습니다.

특히, 바닷가에 모여 사는

드라비다 부족을 좋아했습니다.

그들은 순수하게,

열정적으로 자연을 사랑하는 부족이었죠.


영의 기운이 충만했던 어린아이들은

꿈속에서 마카라를 찾아와

같이 뛰어놀기도 했습니다.


마카라는 아이들을 등에 태우고

해변을 달리는 놀이를 좋아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육지에서 샤먼이 찾아왔어요.

그녀는 다른 신을 섬기던 마녀였죠.


그 마녀는 사람들에게

사냥하는 법을 가르쳤고,

드라비다 부족은

그때부터 고기를 먹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이 흉폭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힘센 사람이 약한 사람을 때리고

괴롭히는 일이 늘어났습니다.


마음이 아팠던 마카라는

아이들의 꿈속에서 메시지를 보냈지만

아이들은 듣지 못했습니다.


마음이 어른에 대한 공포심으로

검게 물들어 있었거든요.


그러다 부족민들은

결국 선을 넘고 말았습니다.

그들이 새로 숭배하는 신에게

사람을 바치기 시작한 거예요.


대부분 어린 소녀들이었습니다.

칼로 찔러서 불에 태웠어요.

그 주변에서 어른들은

황홀경에 빠져 춤을 추었습니다.


마카라의 주인이었던 바루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치를 떨었습니다.


그리고 마카라에게 명령했죠.

모두를 죽이라고.


마카라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바뀔 거라고, 다시 착해질 거라고,

기다려달라고 간청했어요.


그러나 바루나는

그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바루나는 손을 들어 마카라의 이마를 짚었고,

마카라는 기억을 잃었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자신이 일으킨 해일에

드라비다 부족이 몰살된 후였습니다.


마카라는 죄책감과 분노를 못 이기고

바루나에게 달려들었습니다.


마카라는 강했지만 주인을 이길 수는 없었어요.


그렇게 마카라는 사랑하는 주인의 손에

목숨을 잃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속에서.


----


1화 - 테이밍 못 하는 테이머의 이세계 생존일지


이마에 느껴지는 차가움에

내 정신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나는 눈을 제대로 뜨지도 않고

얼굴에 쏟아지는 물을 받아 마셨다.


이 세상에 물이 존재한다는 건 너무나도 큰 축복이다.




“뿌우우우!”



“찍찍-!”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내 귀를 때렸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옆을 보았다.


주머니쥐 한 마리와 그만한 크기의 코끼리? 악어?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를 녀석이

함께 환호성을 지르며 춤을 추고 있었다.


저 조그만 게 꿈(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스토리도감)에서 봤던 그 녀석이구나.


사람을 사랑하는 착한 신수, 마카라.


근데 왜 저렇게 기뻐하지?

혹시 내가 깨어나서 기쁜 건가?


나는 그 신기한 상황을 잠시 구경하다가

얼른 고개를 돌려 흐르는 물에 얼굴을 박았다.


아직도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다.

그야, 사막 한 가운데에 떨어져서 말라 죽을 뻔했으니

물 몇 모금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정신을 조금 차린 뒤,

나는 잠깐 고개를 들어 물의 진원지를 보았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뿌우우!”



나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상한 코끼리가

어깨를 으쓱하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네 능력이구나.


나는 코끼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작은 구름을 탄 코끼리가 고양이처럼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여기저기 날아다녔다.



“찍찍!”



주머니쥐도 다가와 고개를 흔들었다.


알았어, 알았어.


나는 주머니쥐 머리도 쓰다듬었다.

주머니쥐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몸을 동그랗게 말아 굴러다녔다.


그 광경을 보니 따뜻한 물을 마실 때처럼

가슴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입꼬리 끝에서 경련이 일어난다.


어색하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이렇게 순수한 의미로 웃어 본 적이 있는지

떠올려보았다.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 빌어먹을 인생은

사막에 떨어져 죽을 뻔한 지금보다

더 웃을 일이 없었던 건가.


불쌍한 내 과거가 체감되어 씁쓸해졌다.


그때, 배에서 쥐어짜는 느낌이 들었다.


물을 마셨다는 행복이 사라진 건 아니었으나,

여전히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대로였다.


나는 일어나 다시 걸었다.

멀리 보이는 숲은 여전히 멀었다.

하지만, 이젠 물이 있다.


분명 갈 수 있을 거다.


가서 식량을 구해야 했다.


너무 배가 고프다.


그리고···


나는 사랑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주머니쥐와 코끼리를 보았다.


명색이 테이머니까,

저 주머니쥐랑 이상한 코끼리도 먹여야 했다.


----


나는 한참을 걷다 문득

상태창이 궁금해져 열어보았다.


----------------------------------------

직업

1. 테이머


스킬

1. (패시브) 테이밍 불가

- 모든 몬스터를 테이밍할 수 없습니다.

----------------------------------------



이세계에 도착해 우연히 처음 상태창을 열었을 땐,

직업만 적혀 있었다.

스킬이 하나 적혀있으니 뭔가 성장한 느낌이었다.

물론 스킬의 내용은··· 일단 없는 걸로 치자.


주머니쥐와 이상한 코끼리는

내 양쪽 어깨 위에 올라타 있었다.

주머니쥐는 당연히

그렇게 무겁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고

조금 덩치가 있어 보이는 코끼리도

타고 다니는 구름의 영향인지

하나도 무겁지 않았다.


나는 먼저 주머니쥐의 상태창을 보고 싶었다.

역시 예상대로 쳐다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

상태창을 띄울 수 있었다.


----------------------------------------

엄포서(등급 측정 불가)


스킬

1. (패시브) 테이머에게

테이밍 불가 스킬을 부여합니다.

2. (패시브) 소환

- 비정기적으로 아기 소환수들을 낳습니다.

3. (액티브) 땅굴파기

- 앙증맞은 손가락으로 열심히 땅을 파냅니다.

4. (액티브) 구르기

- 기분이 좋으면 굴러다닙니다.

----------------------------------------


패시브 스킬 ··· ‘테이머에게 테이밍 불가’

보자마자 다시 가슴이 쓰리다.


자기가 낳아줄 테니

다른 녀석들은 들이지 마라. 뭐 이런 건가?


엄포서(이제 이렇게 부르기로 했다.)가

“찍-?” 소리를 내며 고개를 기울였다.


뭔가 엄청 얄미우면서도··· 귀엽다.


등급 측정 불가라는 건,

구르기 스킬만 봐도 알겠다.

아마도 너무 약해서겠지.


엄포서가 저 코끼리를 낳아주었다는 건

정신을 잃으며 놓쳤던

메시지 창을 읽었을 때

이미 알아낸 사실이었다.



“뿌우우우!!”



이번엔 왼쪽 어깨에 앉은 코끼리가 나를 불렀다.

그래그래, 이번엔 네 녀석이다.



----------------------------------------

아기 마카라(SSS)


스킬

1. (액티브) 뭉게뭉게 폭포구름 만들기

- 모든 생명의 원천인 물을 폭포처럼 쏟아내는

투명한 구름을 만들 수 있습니다.

----------------------------------------



달랑 한 개? SSS급이라면서!


설명도 거창하게 신의 이름까지,

그것도 둘이나 달려있었는데.


나는 아쉬운 마음에

마카라(이제 이렇게 부르기로 했다.)를

쳐다보았다.


마카라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뿌뿌-” 거리고만 있었다.


이 세계에 금방 적응해 버린 내가 놀랍다.


일단 뭐 좋았다.


아직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이 녀석들이 있어서인지 괜히 든든하고 힘이 났다.


엄포서와 마카라는

이 세계에서 만난 첫번째 친구들이다.

그것도 목숨까지 살려준 찐친들.


이런 우정의 관계를 얼마나 바랐던가.


이 세계에서 친구들을 많이 만들고 싶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어떤 표정들이 떠올랐다.

이전 삶에서 나를 쳐다보던 사람들의 표정.

오래된 필름처럼 기억이 선명하진 않지만,

가슴엔 제대로 남아있는 그 표정.


명확하게 계급이 나눠진 보육원 안에서

서로를 바라보던 눈빛도 있었고,


학창 시절,

작은 몸뚱아리에 소심하다는 이유로 받아내야 했던

폭력과 비릿한 미소도 있었고,


관계 능력 부족으로 받아내야 했던

회사 동료들의 수군거림과 흘겨보는 눈빛도 있었다.


정말이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무의미하고 외로웠던 삶이었다.


이제는 다르다.


물론, 생존의 위협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 녀석들이 있는 한,

적어도 사회적인 죽음은 맞이하지 않아도 된다.


이 세계에 신이 있다면,

그는 내 삶을 모두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혼자 사는 게 얼마나 불쌍했으면

테이머라는 직업을 부여했을까.


난 어깨를 살짝 흔들었다.


엄포서가 내 몸을 타고 데굴데굴 굴러 떨어졌다.



“찍찍!!”



엄포서는 짐짓 화난 척을 하며

다시 어깨 위로 올라왔다.


옆에서 마카라가

재밌어하는 표정을 지으며 “뿌뿌-”거렸다.



물론, 나는 테이밍 할 수 없는 테이머다.

하지만, 나는 나를

테이밍 할 필요 없는 테이머라고 부르고 싶다.


어차피 내게 필요한 건

말 잘 듣는 애완동물이 아니라 친구였다.


서로 마음을 나누고, 필요한 것을 채워주고,

위험할 때 지켜주는 존재


우리는 이미 그런 관계를 맺고 있었다.


엄포서가 언제 소환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만날 친구들도,

그렇게 관계를 맺고 살면 된다.


----


센치함으로 가득했던 마음이 조금 사그라질 때쯤,

우리는 숲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다리가 풀려 대자로 뻗고 말았다.


나무 아래 그늘에 뻗어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엄포서도 살짝 지쳤는지 몸을 축 늘어뜨리고 엎드렸다.


마카라가 우리 머리 위에 구름을 만들어

시원한 물을 졸졸 흘려주었다.

정말 신기하고 고마운 녀석이다.


화분에 물 주듯이 우리를 챙겨주네.


잠깐, 화분에 물?


무언가 머릿속이 반짝이는 느낌이 들었다.


엄포서와 마카라를 메인 소환수로 둔 테이머가,

더 이상 만나는 동물을 테이밍할 수 없는 테이머가

어느 분야에서 적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


순간, 차오르는 이세계 생존 아이디어!


“이봐, 친구들!”



나는 최대한 초롱초롱하게 눈을 반짝이며

녀석들을 불렀다.


엄포서와 마카라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우리 같이 농사를 짓자!”



“뿌···뿌···?”



마카라의 반질거리는 피부에

땀방울이 하나 맺혀 흘러내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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