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재앙급 크리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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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레네
작품등록일 :
2024.09.22 16:47
최근연재일 :
2024.09.2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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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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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을 얻었다

DUMMY

별 감상이 끝나고 리하는 아이에게 궁금했던 것을 묻는다.


“그런데 뭐가 아늑하다는 거였니?”


아이는 친절하게 답한다.


“아늑하게 느꼈으니까? 말했잖아, 이곳이 우리가 사는 곳보다 작다고.”


그러고 보니 밖으로(아이의 말대로라면 안이지만) 나가기 전에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 그러나 리하는 이 우주의 원주민으로써 자신할 수 있다. 우주는 무한에 가까울 정도로 넓다고. 다중우주까지 고려하면 감히 무한하다 말할 수 있다. 그러니 저 말은 이상하다.


“하지만 이곳은 무한히 넓은데.”


“무한하다고 따라잡을 수 있는 게 아니야.”


아이가 허공에 점과 선, 면의 형상을 떠올리며 말한다.


“점이 무한해 봤자 선이 될 뿐 면이 될 수는 없지. 이곳도 마찬가지야. 무한해봤자 우리가 사는 곳 보다는 작다고 할 수 있어.”


‘뭔 소린지 모르겠다.’


리하는 전혀 알아듣지 못했지만 굳이 신경쓰지 않았다. 한낱 인간으로 살며 이해할 수 없는 것, 바꿀 수 없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리하는 그런 것을 일일이 신경쓰는 타입이 아니었다. 언제나 그러하듯 간단히 생각한다.


‘아무튼 우리가 사는 곳이 더 좋다는 이야기잖아. 좋은 게 좋은거지.’


리하는 아이와 좀 더 미술관을 둘러보았다.


미술관에는 여러 의도를 알 수 없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게다가 작품 주변으로는 현실의 법칙이 미묘하게 왜곡되어 있다.


리하와 아이는 그것들을 흥미롭게 관찰했다.


‘들어가서 쉬고 싶다.’


그러다 리하는 극 내향인답게 금세 지쳐 버렸다.


“왜 그래? 기운이 없어 보이는데. 혹시 벌써 지쳤어?”


리하는 속세에 찌든 사람처럼 말한다.


“너도 나이 들면 이해할 거다.”


“우리 나이 똑같거든.”


리하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본다.


‘뭐래 꼬맹이가.’


리하와 꼬맹이는 미술관의 복도를 지나 다시 꿈 세계로 진입했다.


***


배역: 리하

진명: ???

업: [현실이라는 꿈을 자각한 자]

배역 몰입도: 92%


배역: ???

진명: 비아나

업: [현실이라는 꿈을 자각한 자]

배역 몰입도: 6%


***


하얀색의 밝은 햇살, 선선한 기온. 계절을 짐작할 수 없는 그 날씨는 굉장히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꿈세계의 표층은 변화가 크지 않고 안정적이다. 누군가의 이상이 반영된 듯한 모습이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역시 집이 최고야.’


리하는 지금 인공물과 자연이 뒤섞인 숲에 들어와 있다.


직선, 곡선, 매끄러운 표면 등 인공물의 요소가 자연물에 부자연스럽게 섞여있다.


인간이 만든 듯한 사물에는 자연물의 불규칙적이고 비합리적인 특징이 공존한다.


기괴하면서도 신비로운 풍경이다. 리하는 그 숲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집이 있으면 좋겠는데.’


표층은 고정관념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때문에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여기는 것을 행하기 어렵다.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기 어렵고 물리법칙을 거스를 수도 없다.

또한 상상에 영향을 덜 받아 다른 층보다 상상을 구현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만큼 안정적인 공간이라는 뜻이기도 하지. 한 번 만든 것은 잘 바뀌거나 사라지지 않아.’


리하는 자신의 계산에 뿌듯함을 느끼며 생각한다.


‘한마디로 집터로 딱이라는 거지. 역시 나는 똑똑해.’


평소 생각 없이 지내던 리하는 한 달 치 생각을 다한 듯한 탈력감을 느끼며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구체적으로 상상해야 해. 아니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여긴 표층이니까.’


머릿속에 꿈의 집을 그려본다. 천장은 최대한 높게, 거실은 공동처럼 넓게. 벽은 투명한 유리로. 꼬맹이도 있고 하니 각방이 있는 게 편하겠지. 넓은 공동을 채워줄 예술작품도 곳곳에 놓아두자.


상상의 아이디어를 제공해주는 작업실이 있으면 좋겠다. 나의 상상과 관련된 참신한 것들이 공중에 나타나 나를 보조하는 거다.


식물을 가꿀 수 있는 곳도 있으면 좋겠다. 천장에 창을 내어 햇빛이 잘 들어오도록 하자. 그리고 정원처럼 꾸미는 것이다. 둘이 탈 수 있는 그네도 몇 개 놔야겠다. 그러면 쾌적한 실내에서 실외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생명력 넘치는 식물들이 있으면 이 넓은 공간에서 오는 적적함을 덜 수 있을 것 같다.


리하는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후 꿈의 집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꼬맹이의 방은 스스로 꾸미도록 비워 두었다. 리하는 완성된 집을 꼬맹이에게 보여주기 위해 꼬맹이를 찾아 나섰다.


‘아마 그 곳에 있겠지.’


리하는 표층에서 중층으로 이동했다. 중층은 생각에 따라 휙휙 변하는 곳이다. 그래서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상상하고 창조할 수 있는 곳이다. 어렸을 적, 리하가 꼬맹이와 꿈에서 주로 놀았던 곳이기도 하다.


‘여긴 변한 게 없네.’


주변에는 리하와 꼬맹이가 함께 꾸었던 꿈들이 놓여져 있다.


심해에서 물고기와 헤엄치는 꿈

건물 사이사이 걸려있는 알록달록한 빨랫줄 위를 아슬아슬하게 타는 꿈

유리로 된 도시를 돌아다니는 꿈

깜깜한 밤, 노란색으로 빛나는 물건들을 팔고 있는 야시장을 걷는 꿈


그 중에는 리하가 까맣게 잊고 있던 것들도 있었다.


‘우리들의 추억 갤러리에 온 듯한 기분이 드네.’


계속해서 걸어나가자 아이의 세계가 펼쳐진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도 참 사연 많은 곳이지.’


그곳은 비눗물로 차있는 도시이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사물들이 주민으로써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주민들은 모두 각자의 정신세계가 구현된 ‘가게’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건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불과하다. 더 큰 비밀이 이 도시에 숨겨져 있다. 이 도시는 보이는 겉모습보다 더욱 기이한 곳이다.


‘이번에는 어느 가게에 들어가 있으려나.’


사실 여기서 꼬맹이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기포가 일고 있는 곳으로 가면 되기 때문이다.


‘저기네.’


리하는 이를 이용해 금방 아이를 찾을 수 있었다. 기포가 나오는 곳은 음료를 파는 가게처럼 보였다. 들어가자 비현실적인 관경이 펼쳐진다.


천장에는 액체괴물 같은 투명한 끈적이가 있다. 바닥은 물결치는 바다가 그대로 굳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바닥 안을 잘 보면 반짝이들이 흐르고 있다.


천장의 끈적이가 중력을 따라 길게 늘어진다. 그러다 동그란 구슬이 방울져 떨어진다. 떨어진 구슬은 물결치는 바닥을 타고 구른다. 투명한 구슬은 투명한 바닥을 구르며 빛을 난반사 시킨다.


구슬은 마치 물방울처럼 매끄럽게 바닥을 타고 흐른다. 굳어버린 바다를 위해 흐르는 눈물처럼 잔잔하게.


그 화려하고 정적인 풍경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리고 아이는 그곳에서... 달리고 있다.


우다다다


‘가게 주인에게 또 혼나겠구만.’


그리고는 미끄럼틀 타듯이 바닥을 미끄러진다. 굴곡진 바닥에 공중으로 튕겨나갈까 걱정이 되는 관경이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아이는 물방울처럼 바닥에 꼭 붙어서 흐르듯이 표면을 미끄러진다.


‘나도 어렸을 때 같이 저러고 놀고는 했지. 마치 물방울이 된 기분이었어.’


리하는 과거를 회상하다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가게 주인에게 사과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뭐야, 잘 놀고 있었는데.”


“표층에 집을 만들었어. 꿈세계에 살게 되었으니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나는 원래도 여기서 살기는 했지만. 너는 필요하긴 하겠다.”


“그래서 집들이 하라고 부른거야.”


“그래, 어차피 할 것도 마땅히 없으니까. 어울려 줄게.”


리하는 그런 건방진 꼬맹이를 보며 뻔뻔하게 말한다.


“집들이 선물은 없어?”


“집들이 가주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도록.”


“니 방도 만들었는데.”


“나도 뚝딱하면 집 지을 수 있거든.”


“아니, 넌 못해. 생각이 너무 난잡하거든.”


“난잡한 게 아니라 상상력이 넘치는 거야.”


“그리고 여긴 내 꿈이란다. 내가 너보다 권한이 강해. 마음만 먹으면 넌 여기서 아무것도 창조 못할 거다.”


“그랬다가는 나하고 손절할 각오 하셔야지.”


“아니, 내가 만약 그런다면 그건 다 너를 위한 거야. 넌 훈육이 좀 필요한 성격이다.”


“뭐래.”

리하와 아이는 평소처럼 티격태격하며 목적지로 향했다.


“음, 집 좋네.”


“...그게 다야?”


“그럼 뭘 더 원하는데?”


“막 쾌적하다든가, 분위기가 산뜻하다든가. 아니, 됐다. 내가 너한테 뭘 바라냐.”


“그래그래. 우리가 우리 사이에 무슨 겉치레니.”


리하는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어쩌다 우리 아이는 감성이 이렇게 매마른 걸까.’


***


그 후 우리는 며칠동안 우리에게 일어난 현상에 대해 조사했다.

왜 꿈이 현실과 연결된 것인지, 우리는 왜 이렇게 바뀐 것인지.

그리고 우리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아무래도 각성으로 인한 능력인 것 같지?”


“응. 굉장히 이례적인 능력이지만 그것 말고는 설명할 수 있는 게 없어.”


“뭐, 원래 각성 현상에 대해 밝혀진 바가 많지도 않으니까.”


그들은 상태창을 보며 말했다.



배역: 리하

진명: ???

업: [현실이라는 꿈을 자각한 자]

배역 몰입도: 92%



신성이라는 힘이 이 세계를 침식하기 시작한 후 세상은 큰 혼란을 맞이했었다. 신성은 현실을 침식해 법칙을 뒤틀어 놓거나 이현상을 만들어냈다.


그와 동시에 몇몇 사람들은 신들의 시선을 받아 이 세상을 초월한 힘을 부여 받았다. 그들은 업이라는 이름으로 혼에 힘이 새겨지고 그 업에 걸맞은 힘을 발휘한다.


상태창에도 업이 추가된 것으로 보아 이건 각성에 의한 힘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그러면 각성자 관리국에 신고해야 하는 건가?”


“좀 위험할 것 같기는 하지만 우리의 힘이 애초에 숨길 수 있는 종류가 아니라서 말이지. 아마 전에 현실에 들어갔을 때 이미 들켰을 수도 있어.”


그들의 능력은 한 세계를 만들어 냈다. 밖에서 티가 안 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꿈세계를 조사하며 더 알아낸 것이 있다. 바로 심층 아래에 숨겨진 층이 더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 모험을 떠나기로 했다.


“준비 됐지?”


“그럼. 한 두 번 하는 일도 아니고. 얼른 출발이나 하자.”


“그래. 너만 믿는다.”


“오냐.”


‘꼬맹이가 능력 하나는 확실하니까.’


리하도 아이의 능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그 공백, 그러나까 ‘완전히 새로운 것’은 감히 신적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발휘한다.


전에 이걸로 미술관의 천장을 ‘하늘이 보이게’ 왜곡하면서 나에게까지 정신피해를 줄 뻔 했지만 말이다.


‘오히려 내가 조심해야 하는 건 적이 아니라 아군이지.’


리하와 아이는 중층을 넘어 어느새 심층에 도달했다.


“오늘 새로운 층을 발견할 거라는 기대는 하지 말고. 천천히 찾아보자.”


심층은 중층보다 더 혼란스럽고 변화가 급격한 층이다.


게다가 차원과 세계를 불문하고 모든 정신체들의 정신세계가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거의 무한에 가까운 정신세계가 모여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때문에 다른 차원에 사는 이들의 정신세계를 경험해 볼 수도 있다.


부정형의 개념이 걸어다닌다. 냄새나 소리가 눈으로 보인다. 아예 오감을 뛰어넘는 정보가 머리에 직접 입력되기도 한다.


이런 변수로 가득 찬 곳을 그들이 헤쳐나가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리하가 세심한 마인드 컨트롤로 꿈세계를 통제한다.

아이는 공백을 주변에 둘러 보호한다.

이 방법으로 그들은 꿈의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그들은 꽤 오랜시간 그곳을 돌아다녔지만 다음 층으로 향할 방법을 찾지는 못했다. 그러나 유의미한 수확을 거둘 수는 있었다. 바로 다음 층이 신들의 정신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리하야, 여길 봐봐.”


“이건...”


거기에는 다음 층의 모습이 펼쳐져 있었다. 규칙과 개념이 확연히 다른 세계들이 여럿 모여있다. 그 세계들은 각기 다른 성질의 신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로의 세계를 침범하려 투쟁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리하는 그곳이 꿈의 가장 심층에 있으면서도 어쩐지 꿈의 어느 층보다도 현실세계와 긴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리하와 아이가 그곳을 신들의 정신세계라 추측하는 가장 큰 단서는 이것이다.


“투명한 무언가가 가로막고 있어.”


[제 4의 벽으로 인해 투영계는 근원에 접근할 수 없습니다.]


“제 4의 벽? 이게 무슨 뜻이지?”

바로 제 4의 벽으로 막혀있다는 점이다.


제 4의 벽은 보통 창작자 또는 관객과 창작물 사이의 장벽을 말한다. 신들을 창작자로, 피조물을 창작물로 본다면 피조물과 신 사이에 제 4의 벽이 세워지는 것은 꽤 납득할 만한 일이었다.


게다가 그 층의 이름은 근원이다. 이정도면 이곳이 신과 관련이 없다고 말하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


“꼬맹아, 왜 그러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아직 여기는 우리가 갈 수준이 아닌 것 같네.”


“그러게. 접근도 막혀있고.”


“...응.”


리하는 꼬맹이의 반응을 살피며 생각했다.


‘얘는 연기를 너무 못한다니까. 그렇게 대놓고 티내면 내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알아맞힐 거다.’


그러나 리하는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그들이 함께할 시간은 아마 아주 길테니 서두를 필요 없다. 게다가 누구나 비밀 하나쯤은 있는 법이다. 리하는 그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비밀이라는 것이 원래 싱거우면서도 무겁다. 상상을 뛰어넘는 특별함은 없지만 말 못할 이유는 명확한 것이다. 때문에 리하는 궁금증 때문에 누군가의 비밀을 캐묻는 일은 하지 않는다. 호기심은 언제나 싱거운 전말과 매콤 씁쓸한 화를 불러올 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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