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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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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글
작품등록일 :
2024.09.22 19:40
최근연재일 :
2024.09.22 19:44
연재수 :
1 회
조회수 :
6
추천수 :
0
글자수 :
1,925

작성
24.09.22 19:44
조회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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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5쪽

입냄새

DUMMY

나는 친구가 없다.


그리고 부모도 없다.


고아로 자란 나는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보육원 동기들 조차

날 외면해 항상 외톨이였다.


한 번식 다가와 주는

많은 이들과 몇 마디

말을 섞다 보면 그들은

나를 멀리했다.


반복된 패턴에 익숙해질 즈음.


나는 입을 닫았다.


모두가 날 벙어리라 놀린다.


하지만 그게 더 편했다.


소외받는 게 더 편했다.



아무 말 없이 지낸 학창 시절.


학급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

처음으로 닫혀 있던

입술을 열어 말을 뱉은 것 같다.


“엌...”


“아파...그만해...”


날 괴롭히던 아이들이

신기한 듯

얼굴 가까이 대며 말했다.


“와... 너 말 할 줄 아네?

다시 한 번 말해봐.”


“이새키 말 할 줄 알면서

여태 말 안 한 거야?

컨셉 오지네?”


장난기 가득 찬 아이들은

나를 위협하며 말 하길 원했다.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동안 수 많은 사람들이

말을 건넸지만,

나는 대답해 주지 않았다.


인상을 찌푸리며

또 나를 떠나갈 것이란 걸

알고 있기에.


차라리 벙어리라

놀림 받는 것이

나에겐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그것도 관심이면 관심이었다.


오랜 기간 지켜왔던

가치관을 깨기란 쉽지 않았다.


입을 땔 용기가 나질 않았다.


“어쭈? 말 안 해?

오늘 날 잡자.”


“우리 내기 하자

한 명식 5분 동안 패서

누가 애 입을 먼저 여냐.

어때? 신박하지?”


다섯 명 남짓

나를 괴롭히는 무리는

낄낄 웃으며 내기를 제안했다.


“좋아. 학교 마치고

옥상에서 하자.

오늘 딱 날이네.”


“야. 너 마치고 옥상으로

바로 틔어 올라 와라.

안 오면 알지?”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거부할 수 없다.


거절은 더 큰 재앙을

불러일으킬게 뻔하다.






“왔냐?”


나는 손잡이를 돌려

무거운 철문을 살짝

밀었지만,


“끼이익”


철과 철이 부딪히는

마찰음을 내며

나의 등장을 모두에게 알렸다.


옥상에 온 무리가

아까보다 더 늘었다.


“아 진짜라니깐.”


“야. 나 재네동네에서 살았었는데

재 어렸을 때부터 벙어리라

소문났었어.

근데 무슨 말을 갑자기 하냐.”


“어우 진짜.

내가 오늘 재 말하는 거

보여주고 만다.

나 먼저 시작한다.”


교복 마이를 벗어 던진

아이가 나를 향해 돌진한다.


“퍽 퍽 퍽.”


나를 사정없이 두들겨 패는

그는 조금 조급해 보였다.


저번보다

덜 아픈 것 같다.


더 아픈 척

표정 연기에 들어간다.


“야 끝났어 5분.”


“헉헉.. 와 이놈 질기네.”


거친 숨을 내뱉으며

첫 번째 타자가

내려 온다.


아프다.


교통사고를 당한 듯

온몸이 저리다.


이제 1회가 끝난 상황.


남은 8회를 더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 이번엔 내 차례다.”


2번 타자로 올라오는

저 아이는

유도 유단자라 들었다.


무서운 인상과 어울리는

꽤나 큰 덩치.


내 멱살을 대뜸 잡더니

높이 들어 바닥에

내동댕이 친다.


“으아아앜.”


나도 모르게 비명이 터져 나온다.


가치관을 깨는 것보다,

큰 용기보다,

앞선 건

고통에 반응하는

인간의 본능이었다.


2번타자는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아 무리를 쳐다본다.


무리는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천천히

나에게 다가온다.


그들은 마치

채무자가

집 안 깊숙이 숨긴

현금 뭉치를 발견한

사채업자처럼

희열을 느낀다.


이렇게 된 이상

상관없다.


나는 지금 한 대라도

더 맞으면 죽을 것 같았다.


“야. 죽을래?

말 할 줄 알잖아?”


나는 고갤 떨구며

조용히 내뱉었다.


“어...”


아직 거친 숨소리를 내뱉는

1번 타자가 피로 물든

내 얼굴 가까이 대며

속삭인다.


“야 시발.

왜 벙어리인 척 연기 한 거야?

길게 대답해라.

또 처맞기 싫으면.”


가슴이 쿵쿵 뛴다.


두려움이 아니다.


설레임에 가까웠다.


나의 말을 들어줄 이가

이렇게 많다니.


나는 거친 숨소리를

내는 그녀석 얼굴에

가까이가 말한다.


“그게...

나도 잘 모르겠어.

굳이 말 안해도

불편함이...”


“으앜. 시발”


갑자기 그녀석은

뒷걸음질 치며

소리를 지른다.


“야 너 왜그래?

어...읔 뭐야?

이거 무슨 냄새야?”


“뭔데? 읔..시발.”


무리는

물러서며 코를 손으로 막는다.


“와 시발 이거 뭐냐?”


“와. 똥냄새 아니냐 이거?”




처음 알았다.


사람들과 말만 하면

날 피하는 이유.


내 입에선...

똥냄새가 난다.





그 뒤 나는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었다.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그래도...

고등학교는 나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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