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롤 : 중세의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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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선
작품등록일 :
2016.03.16 16:57
최근연재일 :
2016.03.29 16:56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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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18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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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2. 경비병 (3)

DUMMY

경비병의 시선이 서서히 등 뒤로 향했다. 거울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거울 속에···


“······.”


완전히 뒤를 돌아본 경비병.


“이 얘기는 네가 각색한 거지?”


“흠흠.”


물론 거울에는 두 명 말곤 아무도 비쳐있지 않았다. 동료가 풋, 소리를 냈다. 제길, 당했다. 완전히 속아넘어갔어.


“괜찮았지? 다른 것도 있는데 해줄까?”


“아니, 하지마. 그러지마. 나 바지에 적신다고···!”


“한 번 더 싸고 와.”


여전히 잔뜩 굳어진 경비병을 보며 동료는 속으로 웃었다.


‘히히, 미신 따위 안 믿는다더니.’


밤새 경비를 서는 초소감시병들에게 오싹한 괴담이나 동료끼리 골려먹는 일은 일상이다.


그렇게 두 경비병은 멀리서 다가오는 횃불을 기다렸다. 어쨌거나 교대조는 도착한다. 그들은 일과에 따라 규칙대로 교대를 하고 지구대로 복귀하게 될 것이다. 언제나처럼.





그날D-day로부터 2개월 전.


도시에는 몇몇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나리사 (웨스트 구 주민, 소녀) : 밤에 자다가 깨서 일어나 창밖을 보니 집 앞 거리로 경비병 마차 여러 대가 지나갔다.


도넬 (미드 구 주민, 목공) : 집이 경찰서 근처인데 무슨 훈련인지 한밤중에 시끄러웠다.


놀만 (에지 구 주민, 주점) : 그날 저녁에 시경 지휘관들이 모여있는 것을 봤다.





* * *





교대조의 횃불이 초소에 가까워질 즈음 두 사람은 교대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초소 구석에 쌓아놓은 무거운 장구류를 하나씩 집어든다.


심장부를 보호하는 은빛의 흉판 플레이트Plate. 정면에 패트롤 엠블럼이 박힌 투구.


청색과 금색이 배합된 경찰제복 위에 먼저 두터운 하드레더 아머인 버프코트Buffcoat를 걸친 다음, 손목부터 팔꿈치까지 뱀브레이스Vambrace를 두르고 검은 가죽부츠에도 각반을 찬다.


판금흉갑과 투구를 착용한 뒤 포승줄을 두른 왼쪽 어깨에 한쪽 견갑으로 파울드론Pauldron을 고정하고, 화살이 담긴 퀴버Quiver의 가죽벨트를 대각선으로 매면 이로써 시 경비대, 패트롤의 무장이 갖춰진다.


“다 챙겼나?”


현재 소지하고 있는 장비는 한손검인 사브르와 화살 여섯 자루. 로프 한 줄. 여분으로 갖고 있는 횃불 2개. 이 역시 패트롤의 순찰 시 기본무장이다.


“피곤하구만.”


“빨리 돌아가서 한 잔만 할 수 있으면.”


“무서워서 빨리 돌아가고 싶은 거겠지.”


“그 얘긴 더 꺼내지 말자. ···근데 아까 그림자는 정말 너 아니야?”


패트롤Patrol—순찰. 혹은 경찰병, 경비병을 지칭.


나라 안을 돌아다녀보면 각 마을마다 입구를 지키는 경비병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들 모두가 패트롤 소속의 병사들이다.


경비병에도 계급이 있다. 이들은 경병 혹은 경졸이라 불리는, 패트롤로서 가장 처음에 시작하는 말단 계급이었다.


타지에서 왔지만 말단이 하는 일에는 변함이 없다. 성문이나 도시 검문소에서 통행인들을 단속하고, 성곽 위나 고위공직자의 관저 앞에서 경비를 서고, 심야의 거리나 변경의 국경지대에서 순찰을 돈다.


구식의 장비에 몰개성한 철모를 눌러쓰고, 모험담이나 도시활극에선 항상 한 발 늦게, 이름 없이 부대 단위로 등장했다가 우르르 퇴장당하는 직종. 그 이름은 경비병.


그러나,


무 대륙 남부 18개국에 걸쳐 활동하고 있는 다국적 준군사조직의 명칭. 경비병의 단일 길드 [ 패트롤 ]


그 전신은, 구 제국군 내에서 수도권 지역 순찰만을 전담했던 어느 경비부대로부터 유래한다.


지금쯤이면 곧 12시. 날짜는 무기 1003년 3월 4일 일요일을 넘기고 있다.


교대조가 도착하고, 두 경비조는 짤막하게 특이사항이나 잡담을 주고받는 인수인계 시간을 가졌다. 4명의 경비병들 사이에서 화두는 예의 13초소에 나타난다는 또 하나의 초소병이었다.


“니들··· 다음 교대자한테 이런 얘기를 하는 저의가 뭐야···?”


또 하나의 뜬소문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멀리 밤길을 걸어 도착하자마자 듣게 된 얘기가 자신들이 근무 설 초소에서 일어났던 생생한 괴담이라니.


한층 스산해진 초소 안에서, 한 경비병이 말을 꺼냈다.


“그럼 너희··· 그 소문은 들어본 적 있어?”





* * *





지구대 Patrol Division



——꿈을 꾼 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나무책상 위로 고개를 들고 의미없는 소리를 중얼거렸다.


얼마나 엎드려 있었던 건지. 아직 밤에 단단히 입지 않으면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시기다. 벽난로와 등이 켜져있어 지구대 안이 춥거나 깜깜하지는 않았지만.


등불의 붉은 조명에 달라붙어 퍼덕거리는 나방. 벽난로 옆에는 한 단의 장작이 놓여있고, 벽에는 석궁 한 자루와 패트롤의 상징기가 걸려있다.


기분이 묘하다.


내가 원래부터 이곳에 살던 사람이 아닐까 하는, 요즘 들어 잠에서 깨고 나면 자꾸 그런 기분이 자꾸 맴도는 것이다.


“너는 센트로폴리스에서 왔다고 했지.”


“어.”


“거기는 정말 매일 전쟁이 일어나고 그러는 거야?”


“내가 있었던 지역은 안 그랬는데. 다른 데는 안 가봤지만 다 사람 사는 데 아니겠어.”


안에서 두런두런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가까운 시각에 초소감시병 2명이 교대하여 이곳 지구대로 복귀했다. 돌아와서는 13초소 귀신이니 그림자니 하던, 아까의 시덥지 않은 대화들이 떠올랐다.


‘···졸리다.’


피곤하다. 눕고 싶다. 그래도 버텨야한다. 내일은 비번이니까, 이 밤만 넘기면 하루종일 자유롭게 쉴 수 있다.


바닥에 떨어진 깃펜과 현황판을 줍고, 잠이나 깰 겸 당직병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구대 안쪽에는 세 명의 동료경비병이 모여있다. 아까 복귀한 초소경계조 2명, 그리고 탑 위 관측병 1명. 냄새를 보아하니 그새 벽난로에 뭔가를 구워서 먹고 있다.


입가에 기름기를 묻힌 경비병들이 그를 돌아보았다.


“오, 잭스필.”


“너 왜 또 들어와있어? 근무 끝났냐?”


“잠든 줄 알았더니···”


관측탑 망원감시임무는 바로 이 위에 있어서 근무 중에도 마음대로 지구대 안을 들락날락하곤 했다.


“너도 이따가 나한테 복귀보고하면 된다. 졸고 있으면 깨우고.”


“하, 내가 왜 너 같은 말단에게 보고를 하나. 간부는 어디갔니?”


“전부 내게 위임하고 쳐주무신단다, 이 말단아.”


경비병들은 지구대 안쪽의 닫혀있는 방을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지구대 잘 돌아간다.”


“오늘 당직이 모렌 경위지?”


좀더 서서 얘기를 나누다가, 잭스필은 바깥공기를 쐬러 나갔다.


언덕 같은 마을의 약간 높은 지대에 위치한 패트롤지구대.


마당 앞으로 나와 그 아래 관할로 두고 있는 동네의 민가들을 굽어 살핀다. 지금은 어두컴컴해서 아무것도 안 보이고 있다.


생각없이 나와봤다가 쌀쌀한 밤공기에 졸음만 확 달아났다. 몸을 문지르며 입김을 후욱 내뱉었다.


코스모폴리스 출신, 잭스필.


작가의말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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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2. 경비병 (6) +1 16.03.19 118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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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경비병 (3) +1 16.03.18 209 6 7쪽
5 2. 경비병 (2) +1 16.03.18 182 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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