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롤 : 중세의 경찰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블랙선
작품등록일 :
2016.03.16 16:57
최근연재일 :
2016.03.29 16:56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3,876
추천수 :
70
글자수 :
63,414

작성
16.03.25 00:59
조회
93
추천
0
글자
7쪽

3. 도로 (5)

DUMMY

그의 수첩에는 깨알같은 글씨들이 빼곡하다.


최근 4일치의 메모.



3 / 3 토

· 13초소, 괴담

· 불시감찰, 경정, 래필드 경위, 명함, 구두지시


3 / 4 일

· 백의 로브 여자, 흑발, 나이 불명

· 술집 모임, 린델 감염, 격리병동 ✓

· 빈민가 남매, 독초


3 / 5 월

· 지구대장, 면담 ✓


3 / 6 화

· 출발, 도시 밖 마을, 멧돼지 ✓



‘이틀 전 빈민가에서 하얀 로브의 여자를 목격···’


고아남매의 일이 함께 떠올라 잭스필의 얼굴에 씁쓸함이 스쳤다.


래필드 경위의 지령. 지구대장의 의미심장한 추궁. 갑작스럽게 출장에 끼여서 도시 밖으로 내보내진 현재 상황.


그는 이런 식으로 수첩에 그날 수집한 정보를 꼬박꼬박 압축해서 정리해왔다. 각 항목에는 몇 가지 간략한 태그Tag들로 그 정보의 특징을 표시해두고, 해당 키워드를 토대로 그날 있었던 주요 사건들을 연관지어 상기해내는 기법.


오직 그 자신만이 알아볼 수 있는 일기.


일자를 사흘 전까지 넘겼는데 이 정도 행이 나왔다면, 최근 며칠 동안 비교적 일이 몰린 것이다. 그전에는 하루에 1줄 쓸 일이 없는 날도 많았으니까.


도시 밖으로 나오니 차라리 마음은 편하다.


‘출장이 아니라 휴가 같네.’


그래. 하루 정도는 푹 쉬는 느낌으로 갈까.





덜컹, 덜컹──


찰칵, 찰칵──


‘지금은 어느 지점쯤에 와있으려나?’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잭스필은 문득 생각했다.


도시로부터 충분히 멀어진 시점. 하지만 멧돼지 마을까지는 아직 많이 남았을 것이다.


덜컹, 덜컹──


마차가 꾸준히 흔들리고 있는 걸로 봐서 노면상태가 고르지 않은 험지에 들어섰음을 알 수 있었다.


찰칵, 찰칵──


‘이 소린 아까부터 어디서 나는 소리지?’


차내 부품의 금속성 같기도 하고 경첩이 닫힐 때의 소음 같기도 한, 다소 거슬리는 소리다.


“나도 형사가 될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마차 안에는 간만에 목소리가 나왔다.


그의 옆에는 경장이 앉아있다.


찰칵, 찰칵──


“이제는 간부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왔지.”


‘왜 갑자기 반말?’


잭스필은 어안이 벙벙해져 있었다.


어째선지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무 반응이나 하려 했는데, 입술조차 꼼짝달싹할 수가 없다.


찰칵──.


펠트로 경장이 품속에서 그것을 꺼냈다.


“실은 너를 제거하기 위해 번거롭게 여기까지 나온 거란다.”


“······!”


갑자기 무슨─?!


잭스필은 다시 안간힘을 써보았다.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가위에 눌린 것처럼.


‘···농담이지?’


점심 때 먹은 샌드위치.


지구대장. 비밀리의 지시.


도시 바깥의 외진 마을──여러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쳤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 자리를 빠져나와야 돼.’


당장 이 안이 너무 비좁다는 것.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 다급히 손끝을 움직여 마차의 벽을 더듬었다.


그러나 문이 단단히 막힌 듯 열리지 않았다. 왜지? 필사적으로 눈을 돌려 뒤쪽을 확인했다.


눈앞이 캄캄하다.


차창 밖에는 새카만 어둠뿐 어떤 풍경도 보이지 않았다. 검은 면에는 경장의 소름끼치는 모습만 비치고 있다.


‘이런 씨, 열려! 열려!!’


경장의 손이 여지없이 올라가고 있다. 순간적이라 볼 순 없었지만 그 손에 들린 것이 찌르기 위한 물건이라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의 얼굴에 말 그대로 살인미소가 번졌다. 차창 너머의, 놈의 눈동자 너머로 경악에 물든 자신의 얼굴이 비쳐보였다.


‘으아아아악──!!!’





그때 마차 문이 열리면서 잭스필이 밖으로 쿵 떨어져나왔다.


온통 캄캄하다. 어둠 속에서 차가운 빗방울들이 안개처럼 흩날려 피부에 와닿았다.


‘···도망쳐야!’


허우적대며 간신히 바닥을 짚었다.


차가 멈춰섰음을 느끼고 더욱 서둘러 일어나는데, 몸이 비틀비틀 병신 같이 말을 안 들었다. 이를 뒤쫓듯 마차 반대편에서도 벌컥 문을 열고 나왔다.


따라온다. 붙잡힌다.


얼마 못 가 어깨를──


‘붙잡힌다···!’


“으아아!”


힘껏 떨쳐냈다. 손아귀가 순간적으로 어깨를 스치고 빗겨나갔다.


속도를 붙여 달려나간다. 사방에서 소리치며 붙잡으려 들고 있다. 세 마리 말들이 다그닥다그닥 포위하듯 육박해온다. 빠져나가기 위해 본능적으로 방향을 틀고 뛰었다.


와락, 다시 뒤에서 허리를 붙잡는다.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그대로 매달고 질질 끌어가는데──


순간 진심으로 걱정된다는 표정의 안젤린 경위가 눈에 들어왔다.


“어디 가는 거야?!”


투둑. 투두둑.


퍼뜩 정신이 들었다.


발밑의 돌조각들이 한 치 앞에 시커먼 저 아래로 굴러떨어진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산비탈 낭떠러지.


뒤이어 말 위에 횃불을 든 레인저들이 다가왔다.


“어떻게 된 거요?”


잭스필은 잠시 혼란에 빠졌다.


맙소사.


꿈?


나 잠들었던 거야?


“마차 문에 기대고 있었는데 갑자기 열렸어요! 제가 잠결에 빗장을 풀었나봐요.”


상황은 곧장 이해됐고 잭스필은 정신을 되찾았다.





일행은 다시 잭스필을 태우고 밤길을 속행했다.


잭스필은 방금 일의 여파로 넋이 나간 듯 기대어있었다. 개꿈에 혼자 놀라 한바탕 혼비백산하고난 뒤다.


‘···기억에서 지우고 싶다.’


바로 옆에서 안젤린 경위는 얼마나 황당했을까. 지금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전방을 주시하고 있다.


마차는 전면부 양 옆의 등유램프를 켜고 길바닥을 밝히며 나아갔다. 일종의 헤드라이트.


마차의 조명 주변으로 자잘하게 떨어지고 있는 빗방울들이 드러났고, 그 앞의 어둠 속에서는 진창길의 도로가 끝없이 나타났다. 전면의 차창 외에는 전부 가죽천막으로 막아버려서 뒷좌석에는 천장을 두드리는 빗소리만 투둑투둑 이어지는데··· 아침에 좋은 날씨 운운했던 거 누구냐.


몇 시간 전부터 내리기 시작했다는 이슬비는 마부석과 마차 바닥을 흥건하게 만들었다. 레인저들은 도롱이를 뒤집어썼다. 잭스필 역시 비에 젖은 도로에 처박혔으니 옷을 버린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건 도착하고 나서의 문제. 지체할 시간이 없다.


“이제 자정이 됐을 겁니다.”


마부석의 펠트로 경장이 별의 위치로 가늠한건지 그냥 짐작인지 말했다.


‘반나절을 숙면해버리다니···’


“거의 다 왔어. 저기 보이지?”


안젤린 경위가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잭스필에게 말했다. 그 말대로 마부석 너머 어둠 속 멀지 않은 곳에 마을의 불빛이 보이고 있었다.


그녀는 잭스필의 얼굴에 난 생채기를 묵묵히 바라보다가 살짝 입술을 깨물더니, 마차 밖의 모두에게 들리도록 말했다.


“이제 곧 역에 도착합니다! 도착하면 저녁도 먹고 방도 잡아서 쉴 수 있을 거예요, 모두 힘내자구요!”


그리고는 잭스필에게만 들리게 말했다.


“너는 이따 내 방으로 와.”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가 나왔다.


도착한 곳은 마을이 아니었다. 산자락을 배후에 두고 있는 하나의 시설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패트롤 : 중세의 경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 3. 도로 (10) +1 16.03.29 133 0 7쪽
20 3. 도로 (9) +1 16.03.28 80 0 7쪽
19 3. 도로 (8) +1 16.03.27 93 0 7쪽
18 3. 도로 (7) +1 16.03.27 137 0 7쪽
17 3. 도로 (6) +1 16.03.25 113 0 7쪽
» 3. 도로 (5) +1 16.03.25 94 0 7쪽
15 3. 도로 (4) +1 16.03.23 104 0 7쪽
14 3. 도로 (3) +1 16.03.23 188 0 7쪽
13 3. 도로 (3) +1 16.03.22 83 0 7쪽
12 3. 도로 (2) +1 16.03.22 109 0 7쪽
11 3. 도로 (1) +1 16.03.20 141 2 7쪽
10 2. 경비병 (7) +1 16.03.19 126 5 7쪽
9 2. 경비병 (6) +1 16.03.19 118 5 8쪽
8 2. 경비병 (5) +1 16.03.19 172 6 8쪽
7 2. 경비병 (4) +1 16.03.18 162 6 7쪽
6 2. 경비병 (3) +1 16.03.18 208 6 7쪽
5 2. 경비병 (2) +1 16.03.18 182 6 7쪽
4 2. 경비병 (1) +1 16.03.18 217 6 7쪽
3 1. 소요 (2) +1 16.03.17 300 7 8쪽
2 1. 소요 (1) +1 16.03.17 442 10 7쪽
1 프롤로그 +1 16.03.16 675 11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