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롤 : 중세의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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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선
작품등록일 :
2016.03.16 16:57
최근연재일 :
2016.03.29 16:56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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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2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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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도로 (9)

DUMMY

“제가 뭘 알아야 하는지부터 모르겠습니다.”


“하긴. 도착하고나서 그때그때 그 자리에서 알려주는 게 빠르겠지. 일 얘긴 나중에 하자.”


“예, 알겠습니다. 피곤하진 않으십니까?”


“어? 아···! 이제 졸린가보구나?”


“아뇨, 저야 낮에 실컷 잤으니까. 다만 경위님께서 피곤하실까봐.”


안젤린 경위는 잠시 주저하다가 고백했다.


“사실 나도 좀··· 잤어. 마차 안에서”


“아···.”


저녁에 나를 깨워서 경장과 교대시키지 않은 건, 그래서였나?


“깜박 잠들어 가지고··· 그래서 펠트로 경장 혼자 계속 마차를 몰았던 거야.”


그녀가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군.


그렇다해도 어쨌든 내 책임이 큰데, 뭘 그렇게 미안해하는 거야.


그때 안젤린 경위는, 큰 맘 먹고 말을 내딛었다.


“아깐 내가 지나쳤어. 사실 이 점만 지적하고 넘어갈 생각이었는데, 네가 대꾸를 하니까··· 아냐, 그냥 나 혼자 욱해서 심하게 한 것 같아.”


아랫사람에게 이런 말을 먼저 해오다니, 이 여자.


‘대범하다.’


그리고 송구스럽다. 저쪽에서 고개를 숙여왔으니 이쪽도 수그리는 게 맞겠지.


“아닙니다. 원인제공은 제가 했는데요. 말대꾸를 한 것도···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너, 넌 다음부터 그러지 않으면 되는 거야!”


“? 예, 예에··· 다음부터는 안 그럴 겁니다.”


“근데 네가 그렇게 죽을 상을 지으니까···”


별로 죽을 상 같은 거 지은 적 없는데.


아까 내 표정이 그랬나?


그러니까 그녀는 내 풀죽은 표정이 걱정이었고, 그랬던 건가. 심려 끼치고 있었는데, 확실히 말하지를 않아서··· 잭스필은 한숨을 쉬었다.


“이건 제 평소 표정입니다. 아까 일은 다 잊었으니 이제 신경쓰지 마세요.”


“다 잊었어?”


“네.”


잠깐 생각해본다.


“···? 그럼 반성하지 않은 거네!”


“바, 반성하고 있고 실은 지금 굉장히 기가 죽었습니다···”


“기, 기 죽지 마!”


···피곤해졌다. 그만 돌아가 잘까. 지금이라면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난 너랑 좀 더 얘기하고 싶어.”


“예?”


저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안젤린 경위는 어? 하는 표정을 지었다가, 확 얼굴을 붉혔다.


‘무슨··· 의미?’


“······다른 뜻은 없어. 그래, 넌 여기 오기 전에 코스모폴리스에 살았다며?”


“예, 예.”


“그러니까 내일 그 얘기를 해줘. 꼬, 꼭이야! 알았지?!”


그녀는 먼저 역참 안으로 뛰어갔다.


‘진짜 기분 이상하네···’


뭐, 도시여자가 번화한 외국의 대도시 생활에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어쨌든 이걸로 화해는 된 거겠지?


내일 항구도시의 어떤 이야기를 해줘야 하나 생각하며, 잭스필은 뒤를 따라 들어갔다.





* * *





──좌르륵


계산대에 쏟아지는 한 더미의 둥근 금속들.


1아스 동전은 대략 1000원의 가치를 지닌다.


16아스가 모여 1데나. 25데나가 모여 1아울.


은화 한 닢은 16,000원이고, 금화 한 닢은 무려 400,000원이다. 40만원짜리 고액권이 시중에 나도는 일은 흔치 않다.


역참 직원들과 정산을 마친 제복의 관리자는 육중한 돈자루와 장부를 챙겨서 비켰다. 무거워보이네. 이리 줘.


눈으로 뒤를 좇으니 금고형 트렁크가 설비된 특수한 수송마차 안으로 영차 돈을 싣는다.


‘종이라면 편리할 텐데.’


이 대륙에도 과거에는, 종이 위에 황제의 옥새 날인으로 권위와 액면가를 보증하는 명목화폐─지폐가 있었다고 한다. 즉, 현재는 쓰이지 않는다.


구 제국 재무부에서 찍어내던 돈들은 제국의 붕괴와 함께 발생한 초인플레이션으로 거의 교환수단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했었고, 이후에도 기나긴 화폐불신풍조에 휩싸였다.


사회가 안정기에 접어들고 무기 978년, 982년 두 차례의 화폐개혁(Reval‍uation)을 거치면서 가까스로 그 위상을 번영기 시절 수준에 근접하게 회복할 수 있었지만.


중흥기 제국의 초고액권 지폐, 수표, 국채증권은 대부분 유실된 상태. 보증인인 황제가 사라졌으니 명목화폐는 모두 종잇조각이 되고, 그 자리를 현재는 금·은·동 3종의 실물화폐가 차지한 형국이다.


현재 화폐의 발행권과 통화정책 조정권은 메트로폴리스 연합준비은행에서 대신 가지고 있다. 세뇨리지(Seigniorage; 주조차익)를 획기적으로 늘려줄 지폐의 재발행에 대해서는 연준에서도 여전히 부정적이니, 그때의 파장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우리의 계산 차례가 왔다.


통행세 ····················· 6 As

주차요금 ·················· 7 As

숙박비 ····················· 36 As (-50%)

기타시설사용료 ········· 12 As

아침식대 ·················· 30 As

점심도시락 6인분 ······ 30 As

말먹이 ····················· Free

개사료값 ·················· Free


역참 직원의 손에 기다랗게 출력돼가는 영수증. 이 시설은 패트롤 기관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공무수행 중이라도 내야할 게 많다.


직원이 현란하게 주판을 두들기더니 그 결과값을 이쪽으로 보여주었다.


“얼마죠?”


“7데나 14아스입니다.”


안젤린 경위가 주머니를 뒤지는데, 잭스필이 끼어들었다.


“126아스? 121아스 같은데.”


“······어. 잘못됐네요.”


직원의 계산을 정정하고 은화 7닢과 동화 9닢으로 지불했다.


“방금 뭐야 그거?”


마차로 돌아서면서 안젤린 경위가 물었다.


“단순 실수였을 수도 있고 삥땅치려는 거였을 수도 있고··· 뒤에 일행이 기다리는 상황이면, 보통 계산을 서둘러서 상대방을 믿고 그대로 돈을 내주게 되죠?”


그녀가 멍하니 쳐다보기에 잭스필은 부연설명했다.


“좀 이상해서 속으로 계산해봤어요. 우리는 여섯 명이서 다니니까, 통행세 어른 여섯에 식비도 도시락도 6인분, 주차요금 7아스만 빼면 값이 반드시 6배수로 나와야 하는데··· 왜 그러세요?”


“아, 그런 거였어? 아니, 난 네가 암산이 엄청 빨라서··· 다행이야, 이거 지출내역 다 상부에 제출해야되는 건데.”


매번 느끼는 거지만 돈이 10, 100단위가 아니라 참 번거롭다.


“그나저나 생각보다 많이 나오네요.”


마차에 탑승하면서 말했다. 오늘은 잭스필이 마부석에 올랐다.


“원래 여행이 돈이 많이 들지요. 그래도 이 거점을 거쳐갈 수 있어서 비용도 수고도 줄어든 겁니다. 짐도 그렇고.”


이번 여정의 짐 꾸리기 담당이었던 펠트로 경장의 설명이다.


한꺼번에 싣고 출발하는 짐의 양이 전체적인 이동속도를 결정한다. 마차가 느리게 가면 레인저의 말들도 거기에 맞춰서 가주는 수밖에 없으니까.


관건은 숙박 문제. 여행루트의 중간에 경유할 마을이나 산장, 역참, 베이스캠프 같은 거점이 없는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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