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롤 : 중세의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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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선
작품등록일 :
2016.03.16 16:57
최근연재일 :
2016.03.2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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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2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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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도로 (10)

DUMMY

관건은 숙박 문제. 여행루트의 중간에 경유할 마을이나 산장, 역참, 베이스캠프 같은 거점이 없는 경우다.


단순히 1일치 - 2일치 - 3일치 순차적으로 증가하는 게 아니라, 노숙을 상정하는 순간 취사도구와 텐트·침구류·각종 생필품 등이 딸려오기 때문에,


“그렇게 껑충 늘어난 중량이 식량처럼 여정 중에 줄어들지도 않죠.”


‘하중이 문제로군.’


야영캠프. 그중에도 텐트의 비중이 크겠지. 나무기둥과 말뚝, 밧줄, 가죽천막이 세트로···


목록에서 텐트가 생략된다면 어떨까?


해법은 마차를 개조하는 것이다. 낮에는 좌석으로, 밤에는 침대로 쓸 수 있게··· 캠핑마차?


‘이, 이건 메모해둬야··· 제길, 고삐를 쥐고 있어서 수첩을 꺼낼 수가 없잖아!’


요금징수소를 지나 하루 신세졌던 역참을 떠난다. 자리가 나자마자 또 다른 상인의 마차가 들어오고, 다시 빠지고. 멀리 산길 능선에는 보다 일찍 길을 나선 마차들이 점점이 줄을 잇고 있다.


활발한 도로의 아침이다.


뒷좌석에서 안젤린 경위가 잭스필의 옆으로 얼굴을 빼꼼 들이밀었다. 어깨 위로 그녀의 머리카락이 내려앉았다.


“저건 현금수송마차겠지?”


지금 우리 앞에서 가고 있는 마차는 아까 역참에서 정산 업무를 봤던 수송마차다.


“주위에 호위병력이 너무 없지 않아요?”


“그러니까 말이야.”


“단순히 우편마차거나 임무를 마치고 돌아가는 편일 수도 있겠죠.”


우편마차가 우편물 배송 외에도 도시 간 은행의 금괴거래를 도맡는다는 얘기는 그도 알고 있다.


때문에, 저런 우편마차들의 유동량을 통계내면 어느 도시의 재정 상태가 어떤지, 은행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지 추적 가능하다는 증권가의 소문이···


‘찌라시지만.’


금괴수송은 매우 특수한 임무이므로, 반드시 조수석에 정예 호송대원이 합승하며 이를 전담하는 자체 호송부대가 따로 있을 정도라고 한다.


저 수송마차 차체의 로고를 보면 빨간색의 새 문양─패트롤의 황금 독수리, 로콜트의 검은 부엉이와는 또 다른 새가 있다. 전방 0마일 앞 역참 표지판이나 역참의 깃발, 간판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빨간 제비.


우체국 마크다.


“비둘기 아닙니까?”


“제비지, 저 꼬리는.”


“흔히들 전서구(傳書鳩, 다리에 편지를 묶어 날려보내는 비둘기)를 떠올리는데, 제비가 맞다고 하네요.”


저 마차는 우체국 소유의 차량이고, 안에 타고 있는 베이지색 유니폼은 포스티Postie라고 불리는 우체부이다.


아까의 역참Post Station 역시 우체국이 경영하는 시설 중에 하나로, 우체국Post Office, 우편함Post Box과 함께 우체국의 3요소 되겠다.


제국 시절 우정총국이라는 황립의 국가기관이었으나 제정이 해체되면서 덩달아 민영화된 집단 [ 우체국 ]


제국멸망 이후 경찰·소방·사법기관은 각자 새로운 중앙집권체계를 갖추었지만, 우체국은 각 가맹도시의 우체국장들이 저마다 의결권을 갖는, 카르텔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 업무 특성상 3대 기관에 비해 상하위계구조가 느슨했던 조직의 성격에 기인한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대륙의 전 도시에 걸친 유기적 운송·연락체계가 있었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국제적인 육상무역기구로 거듭난 것이다.


특히 초창기 우편마차의 호송임무를 계약했던 협력업체들─사설경호업체에서 출발한 에스콧Escort은 일개 도시병력 수준의 사병집단으로까지 성장하였다.


중견도시의 국력에 필적하는 군사력과, 무역을 기반으로 한 1년치 국가예산을 초월하는 경제력까지. 이 민간기업은 이미 독단적인 조약체결권, 협상권, 전쟁발동권 등 하나의 국가로서 기능할 권한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차 주변에서 레인저들이 이쪽으로 눈치를 주었다.


“?”


문득 앞선 우편마차가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에 무슨 문제라도 발생했나?’


간격이 점차 가까워지는데, 서로 접촉할 즈음 우편마차가 차선을 옆으로 바꿔서 우리 마차 옆으로 섰다.


폐쇄구조의 우편마차.


차 앞유리 대신 쇠창살이 전면에 나있다. 측면에는 바깥을 살피는 창문 같은 좁은 틈새로 두 개의 눈만 내비치고 있다. 보안이 철저하다.


그 안에는 베이지 제복의 집배원과 검은색 조끼의 경호대원이 나란히 타고 있었다. 무장은 경식輕式석궁을 갖추고 있다.


나란히 서행하는 와중에 말없이 눈치가 오갔다.


그때 우편마차 차문이 절반 윗부분만 분리돼서 열리고, 우체부의 얼굴이 나타나 차창 위로 양손을 들어보였다.


“어디로 가는 길이십니까─?”


잭스필은 일단 일행의 대표인 안젤린 경위의 의사를 살폈다.


“뭐야?”


“동행하자는 얘기 같은데요. 제가 대화에 응할까요?”


이 경우 흔쾌히 합류한다는 것도 나쁜 선택지는 아니겠지. 서로 신원이 확실하니까.


그러니까 이건 노상에서 발생하는 이벤트 같은 것이다.


어떤 산 아랫마을에는 모험가가 10명 이상 모이기 전까지는 절대로 산을 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다. 호환虎患. 최상위포식자 야생동물. 위험종 몬스터. 도로에는 각종 위험요소들이 산재해있다.


다만 어느 정도 머릿수가 있는 파티는 산짐승들이 건드리지 않는다고. 리스크를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최대한 몰려다녀야하는 것이다.


“센트로폴리스행입니까? 혹시 글니엄으로 가는 길이라면···”


──달칵


안젤린 경위가 뒷문을 열었다. 손을 흔들어보이며 마차에서 아리따운 처자가 나오자, 조수석의 경호대원도 몸을 기울이고 쳐다본다.


“로제카 시 소속 안젤린 경위입니다. 리보우로 갑니다.”


‘행선지 이름이 리보우였구나.’


“포스티 길리건입니다. 리보우라고요?”


“앞에 쭉 가다보면 좌로 갈라져나오는데··· 작은 마을이라 잘 모르실 겁니다.”


펠트로 경장이 부연했다.


“아쉽군요. 패트롤이 동승해있으면 안심인데.”


“안전한 여행이 되시길 빕니다.”


“안전한 여행 되시길.”


예의를 지키며 싱겁게 대화를 마쳤다.


노상에서 처음 대화를 걸 때는 이런 식으로 서로 빈손을 내보이며 공격의사가 없음을 밝히는 게 규칙이다.


법의 지배력으로부터 멀어진 도로 위에서 생판 모르는 타인은 일단 경계대상이므로, 오래 전부터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몇 가지 약속이 생겨났다.


방언처럼 지방마다 차이도 있는데 북부지방의 경우, 손이 아니라 서로 소지하고 있는 무기를 내보이며 공격의도를 감추고 있지 않음을 밝힌다고 한다. 이곳 남부에서는 도적들이 무기를 내보이며 공갈하므로 이 문화의 차이는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러고보니 북부청년 길리건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죠.”


“길리건? 뭔데?”


안젤린 경위는 모르고 펠트로 경장은 아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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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2. 경비병 (6) +1 16.03.19 118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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