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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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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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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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27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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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2)

DUMMY

“너희 이번 경기들 보면, 거의 초반을 노렸어. 그렇지?”

“그랬죠. 그게 왜요, 형?”


동운의 의문이 어린 얼굴을 보고 원재는 말을 이었다.


“물론 초반에 상대방이 틈이 있는데 찌르는 것은 좋아. 나도, 승아도 그런 것을 많이 해 왔고 말야.”

“그러니까요.”

“그런데, 그게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할래?”

“안될수도 있죠. 오빠. 원래 초반 러쉬가 그런 거잖아요. 될 땐 잘 되고. 안될땐 안되고.”


승아는 안되면 뭐 어떠냐는 듯 이야기했다. 승아의 말대로 초반 러쉬라는 것은 원래 양날의 검이었다. 초반에 힘을 실어서 강하게 밀어붙이는 만큼, 실패하면 타격이 컸다. 극단적인 4일꾼이나 일꾼+소총병 러쉬 같은 경우에는 실패하면 거의 게임을 지는 것이고, 그렇지 않고 어느정도 피해를 주었더라도 그 정도가 상대를 나보다 더 가난하게 만들지 않았다면 힘들게 되는 것이 초반 러쉬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반 러쉬를 하는 것은 초반에 찔러서 이기나, 운영해서 이기나 어차피 같은 승리였기 때문이었다.


“그래. 초반이 그런거지. 그런데 말야. 어차피 승아는 예전부터 초반을 잘 찔러왔고, 동운이 너도 초반에 기계전사 하나 넣어서 방해하는게 주 운영이었지?”

“네. 그랬죠.”

“그럼요? 뭐가 문제라는 거에요?”

“지금 너희 빌드, 왜 운영을 가지 않아? 운영을 못해서 아냐?”

“그럴리가요. 운영을 우리가 왜 못해요.”

“아냐. 동운이 넌 운영이 안돼. 승아, 넌 되는데 안하는 거고.”

“무슨 말이에요. 이기면 되는 거잖아요.”

“그래. 이기면 되지. 그런데 졌잖아. 너희 팀.”

핵심을 말하지 않고 주변을 찔러가듯이 말하는 원재의 화법에 승아는 슬슬 피가 머리로 몰리기 시작했다. 요즘들어 저 오빠 왜 그래?


“아니, 아까도 말했지만 근대랑 경기에서 그런 초반이 많이 나왔다는 거지 문제는 그건 아닌거 같아요. 그런거 말고 진짜 문제가 뭔데요?”

“그러니까 진짜 문제를 이야기 하려고 하잖아. 이번 경기 다들 초반을 노렸다고. 나나 승아 아니면 초반이 과연 좋은가의 문제야.”


원재가 얼굴을 굳히며 말하자 승아는 조금 짜증이 났다. 원재가 돌려서 말하는지 계속 반복해서 말하는 것 같아서였다. 그냥 속 시원히 이야기하면 될 것을 말이다. 이렇게 돌리는 말이나 쳇바퀴 돌리듯 반복하는 말을 들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나이 먹으면 말 돌리는게 많아진다더니... 원재오빠도 그런가?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구요. 오빠.”

“그래. 왜 초반만 찌르고 있어? 다들. 승아야 그렇다고 쳐. 승아는 초반에 찔러도 이길 자신이 있으니까 그렇다고 치자. 동운아. 너희 팀 왜 종원이 빼고는 다 초반러쉬나 하고 앉아있냐? 운영은 다 어디갔어? 승아, 너희 팀 이번에 데려온 영호 있지? 영호 쓴 빌드가 뭐야? 3막사 찌르기? 영호가 언제부터 초반 찌르기나 하는 애냐?”

“형, 영호는 처음 데려올 때부터 초중반을...”

“동운아. 있어봐라. 승아. 대답해봐.”

“..........”


이상하다는 듯 원재를 쳐다보는 동운과는 달리 승아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 회귀전의 조영호는 맵을 반 갈라서 싸우면서 방공포대와 탱크로 땅을 냐금냐금 먹으며 방어하는 108포대 전략을 쓰는 수비형 인간 종족의 선수였기 때문이었다. 특별히 찌르기를 하기 보다는 천천히 운영으로 상대를 이기는 선수, 그가 조영호였다.


그런데 지금 어린 나이에 팀에 들어와서는 연습할 때에도, 실전에서도 거의 초중반 전략만을 썼다. 승아나 원재가 주로 쓰는 전략이 초중반 전략이었고, 그래서인지 그들을 롤 모델로 삼은 영호는 승아가 유행시킨 초중반 전략을 많이 썼다.


“동운아, 승아야. 리그가 시작한지도 벌써 한두달 지난게 아냐. 리그도 몇번이고 지났고. 그런데 언제까지 초중반 전략이 통하리라 생각해? 그래. 물론 통할 수 있지. 빌드가 맞물리면 말야. 그런데, 기본적으로, 너희 팀 왜 성적이 안나오는 것 같아? 내가 보기엔 팀에 지금 큰 문제가 있다. 너희는 초반 러쉬로 이기나 운영으로 이기나 같은 1승이라고 생각하지? 그래. 동운이도 승아도 운영을 할 실력이 되겠지. 그런데 학도는? 길이는? 애들이 지금 운영 갈 실력이 안되고 피지컬이 안되는데 당장의 1승 1승에 웃으려고 전략을 짜? 근대 애들 경기 봤어? 기본적으로 너희 분석한 건 둘째치고, 다들 피지컬이 좋아. 몇년전의 게이머들이 아냐. 다 실력이 상향됐다. 승아야. 생각해봐. 너 예전에 소총병 + 일꾼 러쉬 했을 때, 막아내는 애들 있었어? 거의 없었지? 그런데 지금은 어때? 하피 뭉치기는? 지금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정도 다 하지 않아? 이거 근대랑 1경기. 본진 3막사에서 소총병 뭉쳐온거에 학도가 쓸릴 뻔했어. 이제 다들 저정도의 컨트롤은 된다는거야. 신인이건 누구건 프로라면 말야.”


원재가 말하는 것은 전체 프로게이머의 실력 향상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특히 운영과 피지컬 부분을 지적하는 것. 원재는 계속해서 동운과 승아에게 설명해 주었다.


예전에는 승아가 칼같은 타이밍에 찔러가는 것이 신선했고, 그 의외성에 당했다. 그 이후로도 승아의 찌르기는 알고도 막기 힘들었었다. 승아가 컨트롤이 되니 소수 유닛을 잘 움직여 주니 말이다. 그런 점은 아직도 어느정도 유효했다. 똑같은 빌드를 쓰더라도 게이머들 개개인의 개인차가 있기에 유닛의 컨트롤 정도의 능숙함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예전과는 조금 달라졌다. 승아가 썼던 하피 뭉치기도 다들 어느정도는 구사하고 있었으며, 소총병이 러쉬 올때 어느정도 일꾼으로 비비는 정도는 다들 잘 하고 있었다. 한광희마저 일꾼으로 잘 부벼댈 정도로 말이다. 전체적인 게이머의 실력 향상은 초반 찌르기의 성공률을 낮추었다. 당연했다. 예전에 초반 찌르기에 당해서 세부적인 컨트롤을 잘 못해서 졌다면, 이제는 최소한의 피해를 막고 불리하지만 끝나지 않게끔 버텨가며 후반으로 가는 운영을 하는 경우를 종종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즉,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들 어느정도 실력이 상향 평준화 되면서 초반 러쉬가 실패할 확률이 많아졌고, 이것은 운영을 누가 더 잘하느냐의 싸움으로 가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XK 마르스는 원재와 승아가 주로 보여주던 능력에 힘입어 초반에 찔러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게임을 했다. 게이머 자체로서의 운영과 빌드 컨트롤 보다는, 특정 시간과 타이밍에 맞춰서 찌르는 연습을 주로 했고, 이는 소수 유닛의 컨트롤은 잘 될 지언정 게임 전체를 보자면 지는 경우가 나올 수도 있었다. 전투에서는 분명히 이겼지만, 전쟁에서 지는 경우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XK 마르스의 초반 찌르기 빌드들은 당연히 일꾼 생산을 조금 줄이거나 극단적인 빌드의 경우는 멈춘 상태에서 찌르게 되는데, 예전에는 상대도 그것을 막기 위해서 생산을 중지했었다. 그래야만 나오는 병력으로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경기를 계속 하고 진행하면서 XK 마르스의 타이밍들이 점점 익숙해지고, 최적의 일꾼 효율을 상대 팀들이 알아가게 된 것이었다.


원재의 설명을 들은 승아는 물었다.


“그럼.. 제가 지난 시즌에 진 것도..”

“그래. 물론, 인터넷 같은 쓸데없는 데다 신경 쓰다가 멘탈 관리 못한 승아 네 탓이 제일 크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상하지. 지난 시즌의 승률은. 나같은 경우가 아니고서야 100% 상대가 뭐하는지 알아볼 수는 없고...”

“어? 형같은 경우가 뭔데요?”


동운이 원재가 한 말에 이상한 부분이 있어 치고들어오자, 말하던 원재는 스스로 한 말실수에 약간 당황했다.


“어? 난 초반에 진 경우가 거의 없으니까. 이나이 먹고도. 딱 보면 상대가 뭘 할지 견적이 나오는게 형 아니겠냐. 형 경기들 봐 와서 알잖니 동운아.”

“아.. 그랬죠. 형은.”


동운은 뭔가 약간 걸리기는 했지만 원재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원재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승아 네가 운영으로 갔으면 충분히 이제 풀 수 있을 만한 경기들을, 네가 멘탈이 흔들려서 마음이 조급해지니 초중반 러쉬만 하게 되고, 그리고 상대는 그걸 알면 막을 수 있지. 예전에야 다른 선수들의 피지컬이나 운영 실력이 낮았으니 네가 초중반을 찔러온다는 것을 알아도 막지 못했겠지만, 이제는 아니야. 확실히 빌드가 갈리면 어느정도 막고 이길 수 있는 실력은 프로라면 거의 갖추고 있어.”

“아.. 우움...”


승아는 속으로는 원재의 분석이 맞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인정하기는 싫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인정인지 아닌지 모를 소리를 입에서 냈다. 고개를 끄덕인 것은 옆에서 같이 듣던 동운이었다.


“확실히.. 형 말대로라면 그렇겠네요. 피지컬과 운영을 포함한 전체적인 실력 향상이 되었기에 초중반은 잘 먹히지 않는다. 형이나 승아는 그걸 초월한 피지컬이 있기에 일부 먹혔지만 그게 다른 팀원들에게까지 전부 통하는건 아니라는 거죠?”

“그래. 동운이 너도 솔직히 한 두 유닛 움직이는 마이크로 컨트롤에 집중하면 운영 잘 안되잖아. 네가 그런데 학도나 길이는 어떻겠어? 상욱이는 부상이 아직 안나았다고 쳐도 다른 녀석들은...좀 힘들지.”

“후우...”


동운은 한숨을 내쉬었다. 금방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아서였다.


그동안 XK 마르스는 승아의 타이밍에 맞추어 타이밍을 맞추는 러쉬와 각 빌드별 타이밍을 주로 연구를 해 왔다. 그리고 그 타이밍에 맞게 한방에 뚫어버리는 러쉬를 연구했다. 그런데 역으로 그런 러쉬를 완벽하게 파악한 상대에게는 막히면 확실히 불리해졌고, 그 상황에서 피지컬 상승보다는 타이밍 위주로 연습한 XK 마르스는 지난 시즌 성적이 안 좋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팀원들이 연습을 많이 했다고는 하지만, 상대방 팀들의 실력을 예전 실력으로 상정하고 연습했던 것이 문제였다. 마르스 팀이라고 피지컬이 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운영 위주로 연습한 다른 팀들에 비해 초중반 러쉬와 타이밍 위주로 연습한 XK 마르스는 차이가 좀 있었다.


전체적인 우주전쟁 판에 실력들이 상향되는 변화가 일면서, 그 변화를 따라갔어야 했는데, 과거의 강팀의 영광에 젖어 피지컬 상승과 운영에 대한 빌드 연습을 게을리했다.

연습 방법에 변화를 주어야 했다. 승아야 개인 능력으로 어떻게든 이긴다지만, 다른 선수들은 다를 것이었다. 동운은 주장의 입장에서 생각하니 뭐가 문제인지는 알 것 같으면서도 당장 무언가 할만한 것이 생각나지 않아 답답했다.


작가의말


미카이르님, 사람o님, whathell님, 선날님, ystone님, seonhari..님, yurda님, 혼연무객님 댓글 및 관심 감사드립니다.


요즘 스타1 ASL 팀 매치와, 스타2 GSL 개인전이 아프리카 채널에서 방송되고 있더군요.
저는 보는건 둘 다 좋아하지만 제 시간에 볼 수 없어 녹방으로 보는 경우가 잦네요.

경기들을 보다보면 확실히 지금 떨어지는 실력을 가진 선수들도 예전 10년전에 있었다면 꽤 승승장구 했을만한 실력들을 가진 선수들이 많더군요.
확실히 시간이 지날수록 기본이 되는 수준이 현실에서도 글에서처럼 올라간 느낌입니다.
 
ps.볼만한 경기가 많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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