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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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즈
작품등록일 :
2016.04.20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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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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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2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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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피로 이어진 14

DUMMY

설란의 눈에 슬픔이 가득했다. 당장에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지만, 그녀는 이미 뱀파이어였기에 울 수가 없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랑칸 일행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특히 존은 더했는데, 그는 자신의 눈가에 눈물이 고이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 했다. 커다란 눈물이 존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설란의 행동에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짓던 류디엔의 얼굴에, 점점 비웃음이 자리잡아가기 시작했다. 그런 그를 보면서도 설란은 이제 공포에 질리지 않은 채 결연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류디엔이 비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그럼 죽어야지.”


그 순간, 설란의 몸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몸 안의 모든 수분이 빠져나가는 듯, 몸이 말라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얼굴과 몸 전체가 뼈밖에 남지 않더니, 살갗 또한 허옇게 각질이 일어나며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그녀는 누리안을 놓지 않았다.


더 이상 지탱하지 못하는지, 그녀의 무릎이 풀썩 꺾이며 바닥에 주저 앉았다. 곧 이어 머리칼이 빠져나가고, 그녀는 해골과 같은 모습으로 변해갔다. 슬픔에 가득차 있던 눈은 이제 그저 퀭한 구멍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다시는 볼 수 없겠지. 설란은 생각했다. 볼 수 없지만, 마지막으로 품 안에 느껴지는 누리안을 향해 설란이 마지막 힘을 다해 말했다.


“사랑한다. 얘야.”


말을 마침과 동시에, 설란은 재로 변하고 말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그 시간만큼은 영원과도 같이 느껴졌다. 천력은 문득 자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옆을 바라보니, 랑칸은 이를 악물고 있었다. 울음을 참는 것 같진 않은데, 분노의 감정이 더 큰 것 같았다. 존은 이미 눈물 범벅이 된 채로 설란과 누리안의 이름을 번갈아가며 부르고 있었다.


그러나, 한 존재만큼은 예외였다.


어미의 품을 잃어 바닥으로 떨어지려는 누리안을, 류디엔이 번개같은 빠르기로 잡아챘다. 그 모습을 본 존이 소리쳤다.


“무슨 짓이야! 이제 누리안을 놔줘!”


류디엔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재미 없어. 재미가 없다고. 바보 같은 년.”


류디엔이 한 때 설란이었던 재를 발로 걷어 찼다. 그와 동시에 랑칸 일행이 매달린 십자가의 쇠사슬이 모두 격하게 움직였다.


“네가 못했으니까. 내가 해줄게. 후후.”


존이 경악하며 말했다.


“너, 너, 설마?”


류디엔이 웃었다.


“맞아. 이제 엄마도 잃었는데, 따라가게 해줘야지.”


“그만 둬!”


“막을 수 있으면 막아봐.”


그 말을 마치고, 류디엔이 누리안을 물었다. 그 순간 천력은 자기도 모르게 고함을 질렀고, 랑칸은 얼마나 세게 이를 악물었는지 입가에서 피가 배어나왔다. 존은 차마 볼 수 없었던지 고개를 돌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류디엔이 고개를 들자 그 입가에 새빨간 피가 묻어 있는 것이 보였다.


피 못지 않게 새빨간 혀로, 입가를 슥 훑으며 그가 말했다.


“이번 속박은 없어. 그저 죽는 거야.”


말을 마침과 동시에, 류디엔이 광소를 터뜨렸다.


류디엔의 품에 있던 누리안의 피부가 눈에 띠게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빨갛던 두 볼의 혈색 또한 사라졌고, 헝클어졌지만 윤기있던 머리카락도 푸석푸석해지는 것이 한 눈에 보였다. 뱀파이어로의 변이가 시작된 것이었다.


“빌어먹을··· 결국에는 애마저······.”


천력이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누리안 때문에 슬퍼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이제 곧 그는 다음 차례가 자신을 비롯한 나머지 일행들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이 뱀파이어가 될지, 아니면 그냥 죽임을 당할지.


어느 것이 되든 류디엔의 맘이었지만, 재미를 좋아하는 녀석의 성격 상 전자를 선택한 후 특이한 속박을 걸거나 해서 자신들을 갖고 노는 것이 더 가능성이 높았다.


“랑칸! 좋은 생각 없어?”


별 기대를 하지 않은채 천력이 랑칸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랑칸은 천력의 말이 들리지도 않는지 그저 어느 한 곳으로 시선을 고정시킨 채 고개를 돌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시선의 끝에는 존이 매달려 있었다.


“무슨 일이야?”


그제서야 랑칸이 고개를 돌렸다. 이상하게도 그의 얼굴에 공포의 감정이 서려 있었다. 류디엔이 나타났을 때도, 의식을 행했을 때도 짓지 않았던 표정이었다. 그러나 어디선가 분명히 본 적이 있는 것이었는데, 잠시 생각을 하던 천력은 곧 그것을 어디에서 보았는지 생각해냈다.


‘존과 말다툼을 벌일 뻔 했을 때!’


도대체 왜 저런 표정을 짓는 것일까. 천력은 랑칸의 너머에 매달려 있는 존을 바라보았다. 존은 아까부터 고개를 숙인 채로 아무런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아니, 자세히 보니 그의 어깨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울고 있는 건가?’


누리 안이 물리기 전에 보여준 존의 반응이라면 충분히 그럴 법도 했다. 그러나 존이 저렇게 쉽게 무너질만한 인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자신의 딸도 아닌데 충격이 저렇게 큰 것인지. 그러나 단순히 울고 있는 거라면 랑칸이 보여준 그 공포에 질린 표정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도대체 랑칸은 무엇 때문에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일까?


의아하게 여긴 천력이 존에게 말이라도 걸어보려는 순간, 존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순간 천력은 뒷통수에 망치가 내려쳐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웃고 있어?’


울고 있으리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존의 얼굴에는 웃음이 자리잡고 있었다. 천력은 존이 혹시 충격 때문에 돌아버렸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그의 웃음에서 풍겨져 나오는 섬뜩함 때문에 그 생각은 곧 사라져버렸다.


존의 웃음은 지금까지 그가 보여주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쾌활하고, 장난기 많은 인상을 주는 웃음을 가졌던 그였다. 그러나 지금 그의 얼굴에 나타난 것은 보는 사람을 절로 질리게 만드는 웃음이었다. 입은 웃고 있지만, 선해보이던 눈초리가 사납게 올라가 있었다. 입도 비정상적으로 입꼬리를 추켜세워 그야 말로 억지로 웃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천력은 이런 웃음을 예전에도 본 적이 있었다.


‘분노에 가득 찼을 때··· 나오는 웃음이었지.’


그 자신의 기억이 머릿 속을 스쳐지나가는 것을 느끼며, 천력은 계속해서 존을 바라보았다. 이제 존은 그 웃음보다 더욱 놀라운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별로 힘을 준 것 같지 않은데, 존이 팔과 다리를 움직이자 그를 구속하고 있던 쇠사슬이 툭 툭 소리를 내며 가볍게 부서져 나갔다. 십자가에서 떨어지자마자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은 채 바닥에 가볍게 착지한 그는, 자신의 앞에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서 있는 류디엔을 잠깐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랑칸과 천력에게로 왔는데, 역시나 간단히 그들을 묶고 있던 쇠사슬을 부수며 둘에게 속삭였다.


“도망가요. 어서.”


천력은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다 죽어가던 사람이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엄청난 괴력을 발휘하고 있지 않은가? 단순히 분노에 가득찼다고 하기에도, 그렇다고 회광반조, 즉 죽기 직전에 보이는 비정상적인 힘이라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었다. 게다가 그의 몸을 덮고 있던 상처들도 어느새 아물어 있었던 것이다.


“이게 어떻게······?”


천력이 물으려 했지만, 랑칸이 그의 팔을 거칠게 잡아채며 만류했다. 왜 그래, 천력이 물으려 했을 때 랑칸은 그저 턱 끝으로 존을 가리킬 뿐이었다.


존의 얼굴이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고 있었다. 화난 표정, 슬픈 표정, 웃는 표정 등 등. 엄청난 속도에 안면이 뒤틀리지나 않을지 걱정되는 모습이었다.


그 와중에도 존은 같은 말만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도망가요. 도망가요. 도망가요. 도망가요.”


뭔가 일어나려 하고 있어. 천력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랑칸이 그런 그의 팔을 강하게 잡아끌었다. 십자가에 매달려서 빠졌던 어깨에서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그것을 신경쓸 개재가 아니었다. 여전히 같은 말만을 하고 있는 존에게 랑칸이 살짝 고개를 끄덕인 후, 그들의 눈 앞에 있는 통로를 향해 천력을 들다시피 한 채로 달려나갔다.


그들이 옆을 지나쳐 가는데도 류디엔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존에게 못막혀 있었다. 어느새 존은 뒤돌아서 류디엔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그의 얼굴에는 다양한 표정이 나타나고 있지 않았다. 그저 한 가지의 표정만이 존재했다.


극도의 무표정.


류디엔은 순간 자신이 몸을 떨었다는 것을 느끼곤 무척이나 놀랐다. 수백년을 살아오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언제나 강한 자의 입장에 있었다. 언제나 사냥하는 자의 입장에만 서 있었다. 설령 싸움에서 밀리게 된다 할지라도, 그 자신의 능력 때문에 어떠한 경우에도 단 한가지의 감정만은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것이 바로 ‘죽음의 공포’였다.


그런데 지금 그 감정이 류디엔을 찾아들고 있었다. 그는 어느새 자신이 주먹을 꽉 쥐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간이라면 손바닥이 땀으로 흥건히 젖었을지도 모른다. 힘이 들어간 것은 주먹 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몸 전체가 너무나도 굳어버려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그는 그저 멍하니 선채로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존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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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선과 악 - 2 16.09.21 229 0 10쪽
46 선과 악 - 1 16.09.21 138 0 7쪽
45 눈 위로 떨어진 꽃 17 +3 16.05.11 251 3 16쪽
44 눈 위로 떨어진 꽃 16 16.05.10 203 1 9쪽
43 눈 위로 떨어진 꽃 15 16.05.08 252 2 13쪽
42 눈 위로 떨어진 꽃 14 16.05.07 216 2 11쪽
41 눈 위로 떨어진 꽃 13 16.05.07 205 2 12쪽
40 눈 위로 떨어진 꽃 12 16.05.06 292 2 13쪽
39 눈 위로 떨어진 꽃 11 16.05.05 214 2 11쪽
38 눈 위로 떨어진 꽃 10 16.05.04 220 2 10쪽
37 눈 위로 떨어진 꽃 9 16.05.03 210 2 13쪽
36 눈 위로 떨어진 꽃 9 16.05.02 241 3 13쪽
35 눈 위로 떨어진 꽃 8 16.05.01 217 3 16쪽
34 눈 위로 떨어진 꽃 7 16.05.01 219 3 9쪽
33 눈 위로 떨어진 꽃 6 16.04.28 236 3 10쪽
32 눈 위로 떨어진 꽃 5 16.04.28 209 3 12쪽
31 눈 위로 떨어진 꽃 4 16.04.26 202 2 12쪽
30 눈 위로 떨어진 꽃 3 16.04.26 157 3 9쪽
29 눈 위로 떨어진 꽃 2 16.04.26 239 3 15쪽
28 눈 위로 떨어진 꽃 1 16.04.26 259 4 11쪽
27 피로 이어진 16 16.04.25 210 3 9쪽
26 피로 이어진 15 16.04.25 216 3 11쪽
» 피로 이어진 14 16.04.25 206 3 10쪽
24 피로 이어진 13 +2 16.04.25 215 3 15쪽
23 피로 이어진 12 16.04.25 203 2 11쪽
22 피로 이어진 11 +2 16.04.25 214 3 14쪽
21 피로 이어진 10 16.04.24 223 3 13쪽
20 피로 이어진 9 +1 16.04.24 26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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