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의 과학과 1의 판타지 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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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게뭐야
작품등록일 :
2016.06.08 19:04
최근연재일 :
2016.09.26 21:44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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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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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943

작성
16.06.20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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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1-4

DUMMY

1급 경보가 울린 날로부터 며칠 후, 조각난 괴수가 대기권에 작렬하는 영상이 퍼졌다. 눈 앞에 소행성이 떨어져도 카메라를 들고 그것을 촬영하는 사람은 늘 있다. 같은 반 남자애들이 옆에서 빛의 일격을 흉내낸다.

"완전 멋있지 않아? 흐아압!"

"하핫 병신같아 하하"

심히 고3답지 않은 아이였다. 인터넷에 떠도는 영상에 대한 화제로 교실에 잠시 열기로 감도는 가 했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그러던 중 천장에 달린 스피커에서 파지직 하는 전자음이 들리더니 호출을 받았다. 목조가구로 채워진 어두운 분위기의 교장실에 루시가 있었다. 가볍게 손을 흔들고 루시 옆자리 소파에 앉았다. 예전부터 루시를 만나면 단 둘이 있을 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호출해 놓고 안 계시는, 교장선생님의 부재를 틈타 가볍게 말을 걸었다.

"넌 무슨 일로 왔어?"

"아, 대학 가는 데 추천서 받으려고, 너는?"

"난 호출받아서"

"아, 아까 방송 하던 게 그거구나"

"그건 그렇고.."

슬슬 본론을, 예전부터 친하다면 꽤 친한 사이라 어렵지 않게 낯 간지러운 소릴 꺼내본다.

"그..뭐냐.. 너도 알다시피 능력자하고 비능력자가 음.. 다른 대우를 받는다거나.."

루시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정적이 흐른다.

"애들도 그걸로 편을 가르잖아. 그러니까..음.. 넌 능력이 없는 애들한테도 대화를 나누잖아?"

암흑의 소용돌이가 생성된 이후, 세상은 능력자와 비능력자를 분류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둘 사이를 완전히 갈라 놓았다. 능력자는 지금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인적자본이기 때문에 당연히 대우가 달라질 수 밖에 없었다. 식당에 능력자석이 따로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거기까진 이해할 수 있다. 비능력자로서 자신의 몸을 지켜주는 능력자에 대한 우대를 납득한다. 하지만, 그 차별된 대우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편을 가르기 시작했다. 하나의 예를 들면, 소송이나 법적 처벌 면에서, 비능력자에게 죄의 비중이 무거워 지는 일이 다발하였다. 각종 시합이나, 시험 등에서도 능력자는 추가 점수를 받는 한편, 비능력자라는 이유만으로도 수상자 명단에서 제외되는 일도 발생했다.

내가 하고 있는 회장직도 논란이 많았다. 다른 후보자와 압도적인 표 차이를 만들지 못 했다면 어쩌면 나도 이 자리에 있지 못 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다양한 사례들이 모이고, 퍼져서,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그리고 비능력자들은 갈망하게 되었다. 차별없는 사회를.

"능력이 있는데도 왜 비능력자랑 어울려주냐는 소리야?"

예상못한 직구에 약간 당황했다.

"어..응?..응"

"다 똑같은 사람이잖아, 비능력자라고 무시하고 말을 안 거는 애가 이상한거지, 안 그래?"

속이 약간 시원해졌다. 괜한 질문이었다.

"그러네. 하하"

딸칵ㅡ

뒤쪽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열린 문으로 교장이 들어온다.


ㅡ며칠 후ㅡ


교장실에서의 그 날을 기점으로 우리는 서로 속을 터놓게 되었다. 같은 공감대를 형성한 나는 어느 새 루시랑 같이 밥을 먹는 사이가 되었다. 오늘도 평소처럼 잡담을 주고받으며 기다란 면발을 젓가락으로 돌리고 있는데, 경보가 울린다.

위이이잉ㅡ 3급 경보발령 신속히 대피소로 이동하십시오. 다시 한번 알립니다. 3급 경보발령 신속히..

"아..!"

아직 입도 못 댄 우동을 놔두고 일어선다. 주변 학생들도 마찬가지. 하지만 여느 경보 때와는 다르게 모두 요지부동이다. 사방을 돌아보니 괴수가 이미 모든 입구를 막고 있었다.

"이게..뭐야.. 여기 소환된 거야?"

"그런 것 같은데? 내 뒤에 숨어있어"

쿠와아아아ㅡ

녹색의 진흙같은 괴물이 괴성을 지른다. 다른 괴물들이 동조하여 포효한다.

"파이어"

루시의 손 끝에서 불기둥이 나타난다. 주변까지 느껴지는 그 열기에 나는 살짝 뒤로 물러선다.

화르륵ㅡ

순식간에 눈 앞에 있던 2m의 괴수가 검은 재가 된다.

"루시가 옆에 있어서 안심이야"

옆에 있던 학생의 말에 모두가 공감한다. 지금 식당안에 괴수에 맞설 수 있는 사람이라곤 루시밖에 없었다.

쩌저적ㅡ

아래층의 괴수들이 풍비박산으로 쓰러져 가는 가운데, 위에서 시멘트가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반사적으로 루시를 향해 달려간다.

"위..위험..!"

쿵ㅡ

천장이 무너졌고, 묵직한 시멘트 덩어리가 그위의 괴수와 함께 루시를 납작하게 눌렀다. 비명소리와 함께 무너진 천장아래로 피웅덩이가 새어나온다.

"거..거짓말.."

코 앞에서, 루시가 사라졌다. 주변의 학생들이 비명을 지르며 비워진 출구로 도망치기 시작한다. 나는 루시를 잃은 충격에 그대로 다리 힘이 풀렸다. 주저앉은 나는 조용히 속삭인다.

"루시..루시.."

빌어먹게도, 친구를 잃는 것은, 가까운 사람을 잃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교실에 수많은 빈자리가 증명해주듯이.

고3의 시작, 나의 반, 3-2는 30명이 시작이었다. 2월에 남은 2학년을 모아 재편성된 반.

3월의 어느 비오는 날 이었다. 이동수업을 마치고 돌아와보니 오늘 결석했던 학생의 책상위에 백합하나가 올려져 있었다. 친하지 않기에, 친하게 지내지 않으려고, 충격을 받지 않으려고, 마음에 담아두지 않으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우리는 눈 앞의 백합을 모르는 척 무시한다. 그러면 다음 날, 책상 하나가 사라져 있다. 우리의 일상은 아무 일 없이 등교로 시작한다. 선생님도 출석부를 들고, 그 녀석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가족 외에는 모두 잊는다. 고통스러운, 저 빈자리가 내 것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감, 조례속에, 출석 조회속에, 우리는 희생자를 없던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비겁한 나약자 임을 매일매일 공포 속에 자각한다. 그렇게 4월, 5월, 한달한달이 지나고, 교실은 넓어진다. 이 넓고 안락한 공간 속에서, 우리는 억지로 숨을 쉰다.

케르륵 케르르륵!

앞에서 들려오는 괴수의 포효에 정신을 차린다. 피웅덩이에 갖다대던 손을 뺀다. 그렇다. 이 다음은 나다. 희생자를 다른 사람 처럼 매정하게 무시하지 못한 나는 죽을 위기에 처했다.

괴수의 날카로운 발톱이 얼굴을 향해 날라온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는다.

키에엑 키에에엑!!

아득해지는 정신속에, 날카로운 괴성이 들려온다. '이렇게 죽는 거구나. 죽지 못해 열심히 살아왔지만, 어차피 이런 더러운 세계, 살고 싶지 않았어, 천국은 존재하는 걸까? 아아..아버지를 다시 볼 수 있겠구나.'

키에엑 키에에엑!!!

'죽으면 이 모습 그대로 가는 걸까? 초등학교 때 죽은 친구는 그 모습 그대로일까?'

키에에엑!!!키에에에에!!

'나름 열심히 살아온 것 같아..'

키에에엑에에엑!!

"아 씨발, 씨그러워 닥쳐!!"

키에..딸꾹!..

끊이지 않는 괴성소리에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른다. 눈을 떠보니 팔이 잘린 괴수가 땅바닥을 나뒹굴고 있다.


작가의말

농담안하고 1367자에서 올릴까 말까 200번 고민함. 근데 매일 쓰는 것도 아닌 주제에 그따구로 성의없이 올려버리면 안 될 것 같음. 흙흙..


심심해서 문장하나를 번역체로 바꾸어 보았습니다.


3급 경보발령 매우 빠르고 날쎄게 대피소로 이동해주세요. 다시 한번 알립..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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