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의 과학과 1의 판타지 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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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게뭐야
작품등록일 :
2016.06.08 19:04
최근연재일 :
2016.09.26 21:44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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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4
글자수 :
52,943

작성
16.06.27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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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1-5

DUMMY

시야에 깔끔하게 팔이 절단된 몬스터가 들어온다. 지원이 온 건가 싶었지만 주변엔 아무도 없다. 몬스터들이 경계하며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몇 초 동안 어리둥절 하는 사이에 몬스터 하나가 날카롭고 긴 손톱을 치켜 들고 달려온다.

"히이익!"

두려움에 팔로 얼굴을 가리고 눈을 감았다가 떠 보니 엎어진 몬스터가 하나 더 늘어나 있다. 총성도 없고, 다른 누군가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몬스터는 쓰러져 있다. 절단된 단면에서 녹물이 흘러나온다. 몬스터 4마리가 바닥에 엎어질 쯤에 검은색 복장의 단단한 무장을 한 경찰들이 방패를 들고 일사불란하게 들어온다.

"생존자다! 저 쪽을 중심으로 몬스터를 소탕한다! 방패병 앞으로! 행동 개시!"

총성과 잿더미, 얼음이 오가고, 눈 깜짝 할 사이에 몬스터들이 하나 둘 쓰러진다. 벽과 바닥이 녹물로 흥건해진다. 역겨운 것은, 그녀의 피와 녹물이 섞이고 있다는 점.

"괜찮으십니까! 이 쪽으로!"

"아.. 저.."

목이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익숙한 장면일텐데,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매스꺼워진다. 섣불리 이동하지 못하자 목청 좋은 경찰이 내 팔을 잡아 이끈다. 나는 힘없이 끌려간다.

'루시가 저 아래에'

말해야 하는데, 목이 메인다. 눈시울이 붉어진다. 안전해지고 나서야, 주변이 눈에 들어온다. 쓰러져 가는 몬스터들, 도망치지 못해 도살된 학생들, 피, 녹물, 잔해, 고약한 냄새, 중앙에 있던 자신, 그리고 콘크리트. 그녀가 깔려죽는, 거대한 돌덩이에 짜부러지는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오른다. 계속해서 떠오른다. 병원에 수송될 때 까지 계속. 사방으로 터지는 피, 나지막한 비명, 마지막에 본 루시의 얼굴이 계속 떠오른다. 지금도 내 앞에서 멀쩡한 모습으로 서서 말을 걸고 있는 것만 같았다. 다친 곳도 없는데 검사가 필요하다며 구석구석 살피는 의사 선생님은 이미 안중에도 없다. 머릿속에는 그 순간으로 가득 차 있다. 누구보다 건강하게 병원을 나온 나는 말한다.

"역시 친구 같은 건 만들지 말았어야 했어"

해가 한번 넘어가고 다시 뜬다. 또다시 몇 십명이 죽어버렸지만 등교를 계속한다. 잔인하지만 그게 사회에서 정한 규칙이고, 의무다. 그렇다고 사회가 밉다는 것은 아니다. 사회는 최선을 다해주고 있다. 경찰도 신속하게 행동해주고 있고, 어떻게 굴러가고 있기는 하다. 인류를 유지하기 위해. 누구보다 일찍, 교실에 들어온다. 손에는 하얀 꽃이 들려있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루시가 앉던 책상 앞에 서 있다.

"그래도 오랜만에 즐거웠어 고마워"

이런 말, 중2병 같고, 별로 좋아하지도, 딱히 부탁하지도 않을 것 같지만.

"네 몫까지 열심히 살아볼께"

말한다. 꽃을 놓으며. 내일이면 모든 걸 잊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모두가 행동하겠지만, 우리학교의 기대주, 루시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일상이 진행되겠지만, 그녀는 우리의 기억속에 계속 남을 것이다. 밝고 명랑한, 아무에게나 무차별적으로 말을 걸어주는 주근깨 핀 주황머리의 아이. 창 밖으로 급식실을 바라본다. 잔해는 없다. 하룻밤 사이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게 청소된 급식실. 어제 수십명이 도살당한 곳에서 밥을 먹는건가? 신기하다. 이런 식으로 행동해도 되는걸까? 죽은 자에 대한 모욕이 아닐까? 먹으려 한다고 해도, 내가 그 식사를 견뎌낼 수 있을까? 지난 번 사건 까지만 해도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수많은 잡념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이만 정리해야 겠다.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 일상에 잠식되자. 끊임없이 내면을 조종하며 평소의 나로 돌아온다. 필기구를 들고, 글씨를 휘갈기는 나. 습관이 들어 금방 잊을 수 있을 거라 했지만, 루시가 눈 앞에서 떠나가지 않는다. 그러던 중, 옆에서 발소리가 들려온다.

뚜벅뚜벅ㅡ

"샬롯?"

중년 남성의 익숙한 목소리였다. 고개를 들어보니 TV에 자주 출연하는 스카우터가 있다.

"어? 다비드?"

수 많은 능력자들의 진로를 봐주기 때문에 이름까지 알고 있다. 게다가 미중년이라 불리울 정도로 멋드러진 외모의 소유자다. 다비드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혹시 내가 온 이유를 알고 있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질문한다.

"아니요? 전혀 모르겠는데요? 혹시 우리 반에 또 능력이 발현된 사람이 있나요?"

"그래, 그 사람을 스카웃 하러 왔다. 그리고.. 루시 일은 유감이다."

오늘은 누구를 스카웃 하러 왔는지는 모르겠으나, 루시도 이 사람의 손을 거쳐 리스트에 등록되었다. 그러니 슬픈 마음은 다비드에게도 매한가지일 것이다.

"항상 있는 일이니까요. 사람이 죽는 건."

다비드가 앞에 있던 의자를 끌고 와 앉는다.

"못난 어른 들 때문에 힘든 삶을 살게 해버렸구나."

"네?"

한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따져보면 그런 식의 논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과학의 발전을 이룩하려다가 실패한 대가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다비드가 자신의 목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넥타이를 매만진다.

"그래서, 남을지 떠날지는 결정했니?"

"네?"

"어?"

"네?"

"..."

다비드가 침묵한다. 나는 주변을 둘러본다. 아무도 없다. 이른 아침. 교실. 나. 그리고 다비드.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킨다.

"저요?"

그가 급하게 가슴팍에서 수첩을 펼쳐든다. 한동안 고심한다. 한번 더.

"저요?"

"그래 너, 어제 사건에서, 괴수들의 팔이 깔끔하게 절단되어 있던데. 너 혼자 있었으니 네가 한건 줄 알았는데?"

다비드의 표정에서 내 얼굴이 어두워 졌음을 깨닫는다. 그는 말을 계속 잇는다.

"총과 화염, 얼음같은 걸로는 그런 단면이 안 나오니까."

루시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조금 만 생각해봐도 눈치 챌 수 있었을 텐데. 확실히, 그곳엔 나혼자 남아 있었고, 괴물들은 절단되어 나 뒹굴고 있었다. 그렇다면 달리 누가 그런 일을 해내었겠는가. 다비드가 한숨을 쉰다.

"아무래도 검사를 받아봐야 겠군. 학교에는 말해둘테니 한번 검사해보는게 어때?"

권유를 받은 나는 얼떨떨하게 건강하게 나왔던 곳에 들어간다. 병원에서 판정받은 능력은 '소멸' 내가 손 대는 것은 어떤 것이든 없애 버릴 수 있는 위험한 능력이라고 한다. 같이 따라온 다비드가 놀라워 한다. 어째서인지 살짝 흥분한 듯 하다.

"소멸! 들어만 봤지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야"

"없다고요? 다비드가?"

잡담이 오가고, 하룻동안 고민해 보라는 말을 받고 다비드는 떠난다. 갑작스레 얻은 능력은 나의 진로를 바꾸어 놓았다.


작가의말

~할 즈음에 가 맞는지 쯤에 가 맞는지 모르겠다. 그냥 써놓고 보자. 보는 사람도 없으니까 ㅎㅎ

모든 것을 관대하게 용서할 수 있다. 글을 쓰지 않는 게으른 나 자신 조차 용서 할 수 있다. 그러나, 게으름에도 쓴 글이 오류 때문에 날라가는 것 만은 용서 할 수 없다! 각성하라 프로그램! 노트북!! 그리고 문ㅍ!!...아 아닙니다. 임시저장 기능이 있다는 걸 깜빡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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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13 16.07.25 203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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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1-9 16.07.21 94 1 7쪽
8 1-8 +2 16.07.13 144 1 7쪽
7 1-7 16.07.06 131 1 7쪽
6 1-6 16.07.05 230 1 7쪽
» 1-5 16.06.27 204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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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3 +1 16.06.15 215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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