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의 과학과 1의 판타지 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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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게뭐야
작품등록일 :
2016.06.08 19:04
최근연재일 :
2016.09.26 21:44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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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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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943

작성
16.07.2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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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1-9

DUMMY

소녀에게 끌려가듯 대통령 관저로 들어오는데, 경비병이 총을 들고 길 모퉁이마다 서 있다. 전쟁이 끝난지 얼마 안지난 탓인지,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2층의 복도 끝에 마련된 귀빈실로 안내받는다. 복도와 마찬가지로 방은 고요했다. 카펫위에 발을 들이고, 소녀를 따라 빛이 새어들어오는 소파에 앉는다.

"죄송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통제된 움직임과 절도를 보여주는 안내인이 나간다. 경비병이 들고 있는 총에 맞아 죽을 일은 없지만 모두가 숨을 죽이고 있는 바람에 등줄기에 긴장감이 흘렀다. 나 자신이 무적이 되도 대인관계에서의 긴장감은 흐르지 않는 것은 아니다. 혹시나 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등을 꼿꼿이 세우고 무릎을 모은다. 옆에 다리를 꼬고 편안하게 앉아 있는 소녀를 보니, 관저에 처음 오는 나 혼자만의 긴장감이라는 생각도 든다. 소녀의 옆구리를 치며 말한다.

"여태까지 말 못했는데, 여긴 왜 온거야?"

문 밖의 경비병이 들을까봐 조심스럽게 말한다. 다 들려도 상관없다는 듯이 소녀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한다.

"아하하하! 왜 그렇게 긴장하고 있는거야? 관저 처음와 봐? 시골 촌뜨기~"

최악이다. 자신은 첫경험에 긴장하고 있는데 소녀가 옆에서 겁쟁이라며 놀린다. 익숙한 사람이 와도 관저에서 저렇게 예의 없이 행동할 것 같지는 않다. 소녀가 이상한거고, 내가 정상이라며 스스로를 암시한다. 큰소리로 떠드는 소녀 옆에서 수치심을 감내하며 속삭인다.

"글쎄 여긴 왜 온거냐고, 멱살잡고 협박하러?"

"크크큭, 그것도 재미있겠는데?"

소녀는 자신의 목을 부여잡고 숨막히는 시늉을 한다. 이때다 싶어 쓰레기를 보는듯한 시선을 있는 힘껏 날려준다. 지금 내 시선엔 좀 전의 수치심과 복수심이 담겨있다. 그렇게 신경전을 벌이는 동안 문이 벌컥 열린다.

끼이익ㅡ

"죄송합니다. 갑자기 일이 생겨서 늦었습니다"

40대 중반의 정장차림을 한 수염난 남성이 근엄한 모습으로 들어온다. 다시 긴장감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몸이 반사적으로 일어나서 눈 앞의 남성을 맞는다. 그런데 옆에서 소녀가 고갯짓을 하며 건너편의 소파를 가리킨다.

"왜 이렇게 늦었냐? 빨리 앉아."

5초간 정적이 흐른다.

나도 모르게 소녀를 처다본다. 지금 내 눈 앞에 일어난 일에 반신반의 하며 경악한다. 지금 저 소녀가 뭐라고 말한거지? 다시 고개를 돌리니, 눈 앞의 남성이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 온몸에 소름이 끼치고 땀샘이 폭발할 정도로 소녀의 태도는 건방지기 짝이 없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샌드위치 전법인가? 죽을 맛이다. 남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소파에 앉는다. 석화된것 같은 느낌을 부수고 당장 도망치고 싶었지만 소녀가 나를 이곳으로 끌고온 기억이 나더러 이곳에 있어야 된다는 괜한 의무감을 쥐여 준다. 하지만 차마 소파에 앉지는 못하고 옆에 서 있는다. 반드시 알고 있을 소녀는 내 심정이 내지르는 비명을 모르는 척하며 이야기를 진행한다.

"내가 여기 왜 온것 같아?"

지금 당장이라도 소녀의 뺨을 찰지게 때려버리고 싶어하는 남자의 얼굴을 차마 보지 못하겠다. 시선을 살짝 옆으로 돌린다. 당장이라도 소녀를 뜯어말리고 싶었다.

"괴수관련 일로 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상대의 건방진 태도를 감수하고 대나무처럼 예의를 지키는 남자의 태도는 당장이라도 찬사를 보내고 싶을 정도였다. 붉어진 얼굴의 열기가 반대편 까지 전해져온다.

"쯧, 아니야. 너네가 울타리를 쌓아두고 장난감 처럼 가지고 놀고있는 것 때문에 온거야"

혀를 차는 소리를 들으며, 당장이라도 절레절레 흔들고 있는 소녀의 고개를 양 손으로 잡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나는 왜 이런 곳에서 벌을 서고 있는 건가.

"죄송하지만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아~, 내 입으로 직접 말해야 돼? 건방지게 모른 척하기는"

건방진 건 니 태도라고 강력히 항의하고 싶었다. 잠시 손을 들여다 보는데 땀이 가득한 것이 아닌가. 행언 몇 마디로 귀빈실을 찜질방으로 만드는 소녀의 능력에 내심 욕이 나온다. 혹시나 눈이 마주칠지도 모르는 남자의 얼굴을 0.1초간 곁눈질하니 붉으락 푸르락하다. 당장이라도 뚜껑이 열려서 용암을 분출할 것만 같다.

"롱덤말하는 거 잖아 롱덤"

"롱덤에 관련해서는 당신과 할 얘기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난 오늘 롱덤을 해방시키러 왔어"

"..."

대뜸 나온, 머리를 강하게 후려치는 듯한 소녀의 한 마디가 방안에 울려퍼진다. 남자가 벙쪄서 한동안 말을 잃는다. 소녀가 한번더 홈런을 날린다.

"뭐야, 못 들었어? 롱덤을 해방시키러 왔다고, 왜 말이 없는거야?"

천장에서 비라도 새는 듯한 착각을 불어일으킬 정도로 몸이 땀에 젖는다. 옷이 피부에 밀착한다. 경련이라도 일어난듯이 손이 부들부들 떨고 있다. 없던 수전증도 생길 것 같다. 아마도 소녀가 생각하고 있을 객관적인 시선과는 달리 지금 이 광경은 분명히 재미있지는 않았다. 폭발하기 직전의 시한폭탄이지.

"롱덤을.. 해방시켜?"

드디어 남성 쪽도 슬며시 정신줄을 내려놓는다. 갑자기 등에 뭔가가 닿는데, 뒤돌아 보니 벽이였다. 알고보니 자신도 모르게 벽까지 뒷걸음질 친 것이다.

"응, 말 귀를 좀 알아 먹었네?"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린가? 늙어서 환청이 들리는 건가? 내가 그렇게 늙지는 않았지만, 아니면 몰래카메라인가?"

"아니, 현실 맞아"

소녀가 팔걸이에 걸친 손을 슬며시 입가에 갖다대며 히죽거린다. 소름이 끼친다. 남자가 벌떡 일어선다.

"휴.. 정신 나간 꼬맹이군. 볼일 다 봤으니 그만 꺼지게나, 경비병!!"

문이 벌컥 열리고 남자와 마찬가지로 정장을 입은 장정 둘이 들어온다. 그런데 장정들이 소녀가 아니라 일어선 남자를 붙잡는다. 나는 그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해할 수 없는 이 상황을 구경할 뿐이었다. 무력했다.

"뭐하는 짓이야! 나 말고 저 꼬맹이를 잡으라고! 정신 나갔어?!"

남자의 호통에 창문이 흔들린다. 소녀가 배꼽을 잡고 웃는다.

"아이고~! 왠지 니가 그럴 것 같아서 내가 조그마한 선물을 준비해 봤어. 이제 올 때가 된 것 같은데"

소녀의 말이 끝나자 마자 타이밍 좋게 문이 다시 열린다. 30대 정도의 유능해 보이는 남자가 문을 열고 살짝 멈칫한다. 당연하게도, 관저의 경비병이 대통령을 붙잡고 있는 것을 보고 당황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손에 서류를 쥐고 들어온 남자가 경악하며 말한다.

"이게.. 어떻게 된.."

그제서야 장정 둘이 대통령을 놓아준다. 소녀는 불온한 공기속에서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으며 지켜본다. 남자는 우리를 번갈아 보며 분위기를 파악한다. 각하라고 불리는 남자가 숨을 고르며 치욕을 참아보려고 한다.

"접대 중엔 함부로 들어오면 안된다고 했을텐데"

"죄송합니다. 각하, 무척 급한 사안입니다"


작가의말

죄송하지만 앞의내용 수정좀 했습니다. 영사관으로 하려니까 스토리가 너무 복잡해집니다. 게다가 억지같은면도 좀 있어서요. 전쟁중에 국제 외부 자본의 힘에 의해 채무에 깔린 칼번이 허수아비가 되는 스토리가 있는데 그냥 없는걸로. 왠지 화폐전쟁 모작 같기도 해서요.


벙쪄서는 사전에 없는데 멍해져서 라고 고쳐야 할까? 음... 근데 어차피 사전에 없는 말 이미 많이 썼을 것 같으니 그냥 써야지. 난 내 무의식 속의 우리말사전을 지킬정도로 유식하지 않으니까.


3000자가..3000자가 넘었어!! 그만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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