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Chapter 06 (3)
재경은 문을 활짝 열며 말했다.
“다녀왔습니다.”
“어.. 빨리 왔네?”
어머니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자신의 큰언니의 목소리였다. 마중 나오는 것도 아니고 방에서 목소리가 들린 것이었다.
“어라. 언니가 왜 집에 있어?”
“왜? 난 집에 있으면 안되니?”
“아니. 그건 아니지만 대학원 논문 때문에 한동안 집에 못 온다고 하지 않았어?”
“뭐 필요한게 조금 있고, 간만에 엄마 밥좀 얻어먹을라고.”
“아하.. 그래?”
재경은 순순히 납득하며 언니 방으로 들어갔다. 세대의 모니터와 한 대의 데스크탑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노트북을 보고 있자하니 정말 이곳은 천국인 것 같았다.
“한동안 여기 있을 거야? 원룸에 있는걸 다 들고 왔네?”
“응. 이제 논문 막바지라... 그리고 원룸은 조금 시끄럽거든.. 적어도 여기는 6시까지 아무도 없잖아.”
“아하.. 그건 그렇지.”
“그런데 손에 든건 넷북이야?”
그녀는 재경의 손에든 것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재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친구 오빠의 넷북인데.. 내가 좀 고장 낸 것 같아서.”
“뭐어??”
그녀는 황당하다는 듯이 재경을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구 자신의 동생이었다. 그렇게 컴퓨터를 잘하는 아이가 컴퓨터를 고장 냈다니 조금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컴퓨터 잘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고장을 안내는 것은 아니기에 어느 정도 납득을 하며서 말했다.
“뭘 어떻게 했길래 그래?”
“음.. 그게 조금 이상해서.”
재경은 아까 전을 생각하다가 넷북을 언니 책상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언니도 한번 봐봐.”
“뭘 보라는건지..”
그녀는 그러면서 재경이 부팅 시키고 있는 넷북의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조금 이상했다. OS의 로고 같은 것은 전혀 안 나오고 이상한 프로그램 언어들이 로딩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는 문장이 몇 개 순식간에 올라간 것을 보고 그녀는 경악했다.
“뭐야 이거?”
“응? 왜?”
“인공지능 기본 시스템이잖아.”
“뭐?? 인공지능?”
“너무 빨라서 자세히는 못봤지만.. 아 여기도..”
그녀는 손가락으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문장을 가리켰지만 재경이 볼수가 없었다. 그녀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OS가 로딩 될때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로딩이 완료가 된 화면은 그녀의 미간을 찌푸리게 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이거?”
그녀는 자신의 마우스를 넷북 USB에다가 꼽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인식이 되지 않았다. 넷북에 있는 터치패드를 이용해서 컴퓨터 아이콘을 실행시켰다. 하지만 창에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탐색기를 실행시켜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되면 진짜 이 OS가 깨진 것이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아까전에 그 문구들만 보지 않았다면 말이다.
“설마.. 이거.. 더미야?”
그녀는 재빨리 자신의 가방을 뒤져서 자신의 USB메모리를 넷북에다가 꼽았다. 하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인식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다가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했다. 그러다가 자신의 노트북에 꼽혀 있는 랜선에 시선이 갔다. 그녀는 빠르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노트북에 있는 랜선을 넷북에다가 꼽았다. 그리고 넷북에다가 꼽으려고 했던 USB를 본체에다가 꼽았다. 컴퓨터가 USB를 인식하자 갑자기 모니터 화면이 붉게 변하면서 중간의 모니터에 패스워드를 치는 문구가 나왔다. 그녀는 익숙하게 패스워드를 입력했다.
화면에서는 'Welcome My lord Ran' 이라는 문구가 순간 나왔다가 사라졌다.
“란? 이게 뭐야? 언니?”
재경이 묻자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피.. 뭐야 나한테 숨기는 게 있는거야?”
“후후.. 알았어. 지금은 조금 급하니까. 조금 이따가 말해줄게.”
“진짜다?”
“응”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타자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세 개의 모니터에 도스창 같은 것들이 수십 개가 열리더니 뭔가를 연산하기 시작했다. 조용하던 컴퓨터가 시끄럽게 웅웅 되기 시작했다.
그녀는 집중을 하며 넷북을 해킹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생각이 맞다면 지금 바탕화면에 있는 것은 더미가 확실했다. 무슨 목적으로 저것을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라면 더미 안에 있는 진실을 볼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몇분이 흘렀을까? 그녀의 머리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했다.
“마.. 말도 안돼.”
자신은 대한민국 국방부시스템도 뚫은 적이 있다. 단신으로 말이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옆에 있는 넷북의 보안조차 뚫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연산 처리에서 자신의 컴퓨터가 이딴 넷북한테 밀리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모니터의 도스 창들이 하나둘씩다운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컴퓨터가 완전히 다운되었다. 아무리 키보드를 눌러도 반응하지 않았다.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
그리고 푹신한 깊숙이 기대며 자신의 이마 위에 손등을 올려놓았다. 재경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있었다. 자신의 언니보다는 컴퓨터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알수가 있었다. 언니는 분명 넷북을 해킹하려다가 실패한 것이라고,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녀가 알지 못하는게 하나 더 있었다. 지금 넷북에 있는 A.I.O.S는 자신의 몸을 지키려고 한 방어적인 행동 일뿐이었다. 즉 방화벽 수준이었고, 아렌은 전혀 그곳에 존재 하지 않았다. 만약 아렌이 그곳에 존재 했더라고 한다면 그녀는 넷북을 해킹하려고 하는 순간 자신의 컴퓨터가 다운 됐을 것이다. 아니면 다른 의미로 그녀를 속였을지도 몰랐다.
“어.. 언니?”
재경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미안.. 이 넷북 내가 좀 가지고 있어도 될까?”
그녀는 차분하게 재경이에게 물었다.
“응? 그게.. 내일까지 갔다주기로 했는데..”
“부탁할게.”
재경은 곤란했다. 몇십 년동안 같이 살면서 언니가 누구한테 부탁하는 것은 본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큰언니가 자신에게 부탁한 적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없었다. 자신이 언니에게 부탁 한적은 수도 없이 많지만 말이다.
“음.. 그게.. 일단 한번 물어볼게.”
“응.”
그녀는 이 넷북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포기할 생각은 아직 없었다. 논문이 중요했지만 이 넷북을 그대로 보내서는 안 된다는 여자의 육감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일단 컴퓨터 리셋 버튼을 눌렀다. 모니터 화면이 검게 변하면서 컴퓨터 시스템의 사양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세수나 한번 하고 와야지 라는 생각을 갖는 순간 넷북의 화면이 바뀌었다.
“응?”
자신이 넷북에게 해킹을 할 때도 넷북은 쿨러 돌아가는 소리를 내지 않았었다. 즉 자신의 힘을 100% 활용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심하게 내고 있었다. 마치 터질 듯이 말이다. 그래서인지 놀란 재경이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터지지는 않고 화면이 몇 번 깜박였다. 아이콘과 바탕화면은 그대로였고 말이다. 그리고 다시 조용해졌다. 그 순간 그녀는 아치 싶었다.
“설마!”
“언니 왜?”
그녀는 재경의 말을 무시하며 넷북을 강제 종료 시켰다. 그리고 몇 초뒤에 다시 재부팅을 시켰다. 그리고 OS에서 로딩 하는 문구들이 상당히 사라져있다는 것을 그녀는 단번에 알아볼 수가 있었다.
“말도 안돼... 지워졌어..."
“언니.. 뭐가 지워져?”
불안한 표정으로 재경이 물었다.
“인공지능 시스템이.. 다 지워진 것 같아.. 아까전에 보였던 것들이 전혀 안보여..”
“뭐?”
그녀의 말대로라면 컴퓨터 기본화면이 아예 켜지지 않아야 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과 다르게 컴퓨터는 아까전과 동일하게 켜졌다.
“컴퓨터는 그대로 켜졌는데??”
재경의 말에 그녀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아마 지금 남아 있는 시스템은 쓰레기중에 쓰레기뿐이겠지. 그녀 생각은 그러했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USB에 있는 해킹 프로그램을 실행 시킨후에 넷북을 다시 해킹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너무나도 쉽게 뚤려 버렸다. 그리고 그녀의 예상대로 그 안에 있는 것은 기존의 윈도우 운영체제 시스템과 리눅스 시스템이 섞여 있는듯한 파일들이 몇 개 있을 뿐이었다. 최소한의 모습을 구동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그 증거로 이제는 컴퓨터 아이콘을 클릭해도 반응조차 없었다.
“하하.. 이게 완전히 당했네.”
“언니.. 무슨 소리야?”
“아무것도 아니야.. 그리고 이거 그냥 그 사람에게 전해주는게 더 나을걸? 윈도우나 다른 운영체제를 깔아봤자. 네 시간낭비이니까.”
“응? 그래도.. 내가 다시 윈도우 깔아준다고 친구한테 말해놨는데?”
재경의 말에 그녀는 자신의 동생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 네 친구라는 오빠.. 뭐하는 사람이야? 내가 볼수 있을까?”
“뭐?”
“꼭 보고 싶은데.”
“아니 왜?”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알았어. 한번 말해볼게.”
“응. 부탁할게.”
그녀는 그대로 넷북을 닫았다. 그리고 재경이에게 나가달라는 말과 함께 의자에 기대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설마.. A.I.O.S?"
꿈 같은 이야기다. 그런 O.S가 있을 리가 없었다. 세계최대의 마이크로소프트사나 애플사에서도 개발하지 못하는 궁극의 운영체제다. 그런데 이 세상에 존재할 리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더 이상 생각하는 것을 포기했다. 몇일밤 지샜더니 피곤함이 한번에 올려올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무심결에 자신의 책상위에 있는 A4용지들을 쳤다. 그 용지들은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는 ‘A.I 시스템의 발전 가능성과 A.I.O.S의 연구’ 라는 제목과 저자명 ‘임채란’ 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그리고 리셋시킨 컴퓨터는 다시 USB를 인식하며 'Welcome My lord Ran' 이라는 문구를 내뱉었다.
- 작가의말
새벽에 친구랑 찜질방에서 자는 바람에 새벽에 글을 못올렸네요^^;;
약속을 못지켰으니 바로 한편 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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