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Chapter 13 (1)
어둠속에 나타난 제호의 모습에 진욱은 총을 내려놓았다. 이런 아무리 자신이라도 상당한 쇼크를 받은 것이었다.
“어떻게.. 어떻게 네가 여기에 있는거지?”
떨리는 진욱의 음성. 채란은 생각했다. 설마 이 둘이 아는 사이인가? 라고 말이다. 그녀의 생각해도 제호의 입에서 그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던가.
“찾고 있었죠. 사람을..”
“사람? 어떤 사람을.. 설마 이 사람을 말이냐?”
진욱은 총으로 채란의 얼굴을 가리켰다. 그러자 제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그 사람도 찾고 있던 사람중 한명이었습니다.”
“진..”
채란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을 들은 진욱의 눈은 크게 떠지며 제호를 바라보며 혼잔말을 내뱉었다.
“열 아홉 살.. 지난 오년간 단 한번의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았고... 그리고 탑시크릿 대상자.. 하하.. 하하하하하 너냐.. 큭큭.. 설마.. 아니.. 너구나..”
그는 갑자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호에게 총을 겨누며 이글어진 얼굴로 외쳤다.
“진!! 네가 그 진이었어!!”
제호는 그런 그의 얼굴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리고 당신이... 아소.. 이죠?”
떨리는 제호의 음성. 하지만 그 순간 들리는 건 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타앙~! 소음기를 부착했다고 하지만 총소리가 아에 안나는 것이 아니었다. 제호의 귀를 스쳐지나가는 총알. 하지만 제호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럴 리가.. 아니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어. 네가.. 설마 그 진이라니.. 큭큭.. 정말 세상 참 좁구나.. 제호야.”
그리고 천천히 총을 내려놓으며 씁쓸한 얼굴을 지었다. 채란은 얌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왜.. 왜 그러신거죠? 진욱이형.”
“형이라.. 형이라고 부르지 말아라.”
“진욱이형!”
제호가 외쳤다. 그러자 진욱은 큰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형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
진욱은 아무말 하지 않았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자신의 머리를 주무르며 말했다.
“넌..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나보구나? 내가.. 아소라는 것을..”
“예.”
“언제부터냐.. 언제부터... 아아.. 그 붐.. 그 새끼인가...”
“예. 그래요. 그에게서 들었죠.”
“이상하군.. 그는 맨 처음 봤을 때 내가 아소라는 것을 전혀 몰랐었는데.. 단순 좀도둑이라고 생각을 했으니까 말이야.”
“목소리를..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당신의 잔혹한 목소리를요.”
“뭐?”
진욱은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단 말인가? 그 붐이 자신의 목소리를 흉내 내기라도 했단 말인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자 제호가 말했다.
“녹음기 하나 있었습니다. 디엠에스가 죽는 그 날.. 녹음 되었던 당신의 목소리가요.”
제호의 말에 그는 하얀 이를 보이며 크게 웃기 시작했다.
“큭큭.. 하하하... 그 새끼.. 그런짓까지 했었단 말이지.. 젠장할..”
그리고 진욱은 제호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 녹음기 너한테 있냐?”
“예.”
제호는 짧게 대답했다. 그러자 그는 심호흡을 한번 내쉬며 말했다.
“이년도 그렇고 그 놈도 그렇고.. 녹음기에 대한 이야기는 한번도 안 해서 말이지.”
그리고 자신의 총을 만지작 거리며 말했다.
“쉽게 건네줄 생각은 없겠지?”
“당연하죠.”
“후..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제호야. 널 친동생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한걸음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저도입니다. 저도 형을 친형이라고 생각했죠. 아니 그 이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래. 어차피 우리는 이렇게 될 운명. 그 시기가 조금 빠른건지.. 늦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난 널 죽여야돼.”
진욱의 말에 제호의 심장이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진욱에게서 나오는 살기가 그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대번에 말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자 제호는 쉼 호흡을 했다. 그의 손에는 총이 들려져 있었다. 차라리 검이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다. 아무리 신체적인 능력이 뛰어나도 총 앞에서는 무의미 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가 없었다.
“저는 당신을 죽이지 않겠습니다. 당신에게 들어야 할 이야기가 산더미처럼 있으니까요.”
“큭큭.. 지금 이 상황에서 할 말은 아닌 듯싶은데...”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는 총을 쏘기 시작했다. 제호는 빠르게 오른쪽으로 달렸다. 탕탕탕 거리는 총소리와 함께 제호의 뒤로 불꽃이 튀겼다. 하지만 한발도 맞지 않았다. 운이 좋은게 아니다. 그 만큼 제호의 속도가 빠른 것이었다.
제호는 멈추지 않고 이번에는 그대로 진욱에게 달려들었다. 몸을 비틀면서 그의 총을 피했다. 아니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다. 왼쪽 어깨와 오른쪽 팔을 스쳐지나가는 느낌이 났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멈추면 싸늘한 시체가 되는 것은 자신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대로 자신의 어깨에 메고 있던 검신을 뽑아 들었다.
달빛에 빛나는 검신에 놀란 것인지 진욱은 뒷걸음질 쳤다. 그 순간 제호는 그의 가슴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까앙~! 금속의 특유한 음성이 그 주변에 울려 퍼졌다. 진욱의 총으로 제호의 검을 막은 것이었다. 진욱은 그 상태에서 제호를 향해 발길질을 했다. 하지만 제호의 몸은 금세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다시 한번 진욱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온힘을 다해서 말이다. 진욱은 이를 악물며 뒤로 물러서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제호의 검신이 진욱의 가슴을 베었다. 그리고 총의 소음기 부분도 함께 잘려 나갔다.
진욱의 가슴에 붉은 피보라가 터져 나왔다. 치명상.. 이었을것이었다. 일반적으로는 말이다. 하지만 나오는 피에 비례해서 그렇게 치명타는 아니었다.
진욱은 뒤로 물러서고 있었고, 총으로 막아서 치명상이 나오지 않은것이었다. 즉 얇았단 말이다.
소음기가 사라진 총에서 환한 총탄이 터져 나왔다.
탕~ 탕~ 두발의 총알이 제호의 어깨와 허벅지를 관통했다. 제호는 무언가가 자신의 몸을 관통하는 느낌을 받았다. 뜨거운.. 뜨거운 뭐언가가 말이다. 하지만 그걸 느낄세도 없었다. 허벅지에 힘이 빠지기 전에 몸을 숙이며 진욱을 향해 뒤돌려 차기를 했다. 멀어지는 것은 위험하지만, 그가 쓰러지는 것을 기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진욱도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검술을 배운 사람이었고, 그에게 적호라는 칭호까지 받은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진욱은 손으로 제호의 발을 막았지만 뒤로 밀려 나는 것은 별수 없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제호를 향해 총을 쐈다. 탕~! 제호의 얼굴에 스쳐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맞지 않았단 이야기였다. 위험하다. 제호의 움직임은 자신뿐이 아닌 자신의 사형들조차 따라가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순간 그의 신형을 놓쳤다.
멍할 틈도 없었다. 그를 찾으려고 눈을 재빠르게 돌렸다. 하지만 그 순가 자신의 가슴에 뭔가가 느껴졌다. 눈을 밑으로 내리니 제호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손이 자신의 가슴에 언져져 있었다. 그 순간 진욱의 눈이 크게 떠졌다.
‘경!’
이 기술을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아니 모르는게 더 이상한 기술이다. 상대를 죽이기 위한.. 그리고 상대를 한 순간이지만 기절까지 시킬수가 있었다. 이 기술을 당해서는 안된다. 진욱의 머릿속에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순간 뒤로 다시 물러서려고 할 때 제호의 기술이 들어왔다.
“컥!”
입밖으로 피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대로 정신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기술도 원래 데미지에 40%정도 밖에 안 들어왔다. 아마 제호가 부상을 당해 있고 자신이 어느정도 각오를 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뒤로 밀려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금만 더 뒤로 밀리면 바다였다. 하지만 제호와 진욱은 그런것에 전혀 신경을 쓸수가 없었다. 단지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사내를 제압하거나 아니면 죽여야 했으니 말이다.
진욱은 뒤로 한걸음 더 물러서며 제호를 향해 총구를 겨놓으며 생각했다.
‘내 승리다. 진!’
그의 가슴을 향해 총을 쐈다. 탕~! 제호의 가슴에서 피가 솟꾸쳐 터져 나왔다. 진욱은 그 순간 자신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지어졌다. 당대 최강이라고 검사라고 불리던 그의 손자였다. 그리고 그 손자 또한 그와 마찬가지로 괴물이었다. 그 괴물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는 것이다. 이만한 쾌감이 어디 있을까? 진욱은 제호의 표정을 봤다. 침울해져있을 것 같은 그의 얼굴을 말이다. 하지만 그의 표정도 그의 눈빛도 살아 있었다. 위협적이었다. 저 눈빛은.. 진욱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오른쪽 팔이 흔들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눈을 돌려 밑을 보니 그의 검신이 자신을 향해 오고 있었다.
‘큭!’
침울할 시간도 없었다. 재차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발밑에 닿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제호의 검이 자신의 뺨을 베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얼굴을 비틀려고 했지만 너무나도 순식간이었다.
“크악~! 김제호!!”
진욱은 비명소리와 자신의 손을 뻗으며 제호를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몸은 뒤로 쓰러져 내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총을 발포했다. 탕탕탕.. 세발의 총성 그리고 그는 그대로 인천 바다에 떨어졌다.
제호는 떨어져 내려가고 있는 진욱을 봤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떨어질 때 그는 웃고 있었다. 언제나 자신에게 웃어주는 자상한 웃음이 아닌 이질적이고 잔혹한 미소를 말이다. 그리고 제호는 정면을 바라봤다. 인천부두에 비치는 불빛들이 참으로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검을 쥐고 있는지 놓고 있는것인지. 머리가 잘 돌아가지가 않았다. 총은 도대체 몇 발이나 맞은건지. 그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땅바닥을 바라봤다. 그리고 자신의 가슴에 흘러내려오는 붉은 피가 보였다. 제호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려 자신에게서 흘러나오는 피를 닦았다. 하지만 그 피는 계속해서 흘러나올 뿐이었다.
제호는 피곤해졌다.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단지 눕고만 싶었다. 그대로 뒤로 쓰러지는 순간 누가 자신을 잡은 것을 알수가 있었다.
‘누구지?’
눈가가 흐릿했다. 초점을 조금 맞춰보니 웃긴 얼굴이 아닐 수가 없었다. 콧물 눈물이 범벅된 그녀의 얼굴.
‘아아.. 채란 누나구나...’
그녀가 뭐라고 시끄럽게 떠든다. 조금만 조용히 해줬으면 좋겠는데. 너무 피곤해서 잠을 자고 싶은데.. 뭐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힘도 없었다. 눈꺼풀이 서서히 잠긴다. 그럴 때마다 그녀의 시끄러운 소리가 제호의 귀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뭔가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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