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의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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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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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4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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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 (5)

DUMMY

김우관은 아내의 손에 이끌려 MMC를 찾았다.


솔직히 내키지는 않았지만, 사방이 벽으로 막혀 탈출구를 찾을 수 없는 현 상황에서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 준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샌프란시스코의 MMC는 작은 성당의 옆 건물을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었는데, 성당을 비롯한 건물 주변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모여있었다.


모인 사람들을 보던 김우관은 사람들의 대부분이 어색하고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고는 그들이 자신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는데, 자신도 저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새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김우관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얼굴을 쓸어내렸다.


‘휴우~ 아마 나도 저들과 같은 표정이겠지?’


자조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다시 생각해보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였다는 말은 동부 이주에 관한 이야기 자체가 사기일 가능성은 적어졌다는 의미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오히려 긴장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어쩌면 동부 이주를 걸고 여기 있는 사람들과 경쟁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래저래 혼잡한 마음에 속으로 연신 한숨을 내쉬고 있는 김우관을 아내는 슬그머니 손을 잡아 이끌며 성당을 향해 나아갔다. 이에 조금 황당한 김우관이 나지막한 목소리를 물었다.


“M... MMC에 가는 거 아니었어?”

“가야죠! 하지만 그전에 미사를 먼저 봐야 해요?”

“미사?”“흠.... 개신교의 예배랑 비슷한 것이라고 보면 돼요.”


김우관의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 들었다.


“굳이 거기까지 참여를 해야 해?”

“그럼, 우리가 원하는 것만 딱 얻어낼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오기 전에 설명했잖아요. 뭔가를 얻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대가를 내놓아야 하는 것이 세상 이치에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오히려 더 위험한 것이고요. 당신, 잘 보여야 하는 것은 우리예요. 우리는 지금 부탁을 해야 하는 입장이란 말이에요. 여기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지금 미사 참여 정도가 문제겠어요?”


아내는 똑 부러지는 말에 김우관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아내 말대로였다. 사실 미사 참여 정도로 이곳을 벗어날 기회를 얻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자신에게 더 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MMC가 종교단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는 기본적인 예의일 테고 말이다.


“자~ 마음먹었으면 자꾸 머뭇거리며 핑계를 대지 말고 이리로 와요.”


아내는 여전히 머뭇거리는 김우관의 손을 부여잡고는 검은색의 두루마기 같은 옷을 입은 한 남자에게로 이끌었다.

그리고는 이네 합장을 하듯 두 손을 모으고는 고개를 숙이며 그 남자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반갑습니다. 신부님.”

“어서 오세요. 스텔라 자매님.”

“여기는 제 남편이에요.”


멀뚱멀뚱하게 서 있던 김우관은 자신을 이끌며 급하게 보내는 아내의 눈짓에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옷차림도 그렇고 아내가 대하는 태도를 보건대, 아무래도 MMC에서 높은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반, 반갑습니다. 김우관이라고 합니다.”

“환영합니다. 형제님. 부디 좋은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따뜻한 미소를 지은 남자는 이내 합장을 하며 대꾸에 김우관은 멋쩍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던 아내는 다시 한번 검은 옷의 남자에게 인사하고는 김우관을 성당 내부로 이끌었다. 덩달아 고개를 숙이며 끌려가던 김우관에게 조용한 목소리를 속삭이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분이 신 베드로 신부님으로 여기 주임 신부님이에요. 샌프란시스코 MMC를 총괄하시는 분이나 마찬가지 시죠.”

“신부?”

“음.... 목사님과 비슷하다고 보면 돼요.”

“그래?”

“네.”


김우관은 새삼 놀란 표정을 지으며 다시 한번 신부님을 돌아보았다. 아까는 자세히 살피지 않아서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종교인 특유의 여유가 느껴졌다.


“그, 그럼, 저분에게 잘 보여야 하는 거 아니야? 다, 다시 가서 인사를 할까?”


김우관의 물음에 아내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그런 것에 마음 쓰시는 분은 아니시니까. 그리고 이주문제를 생각하는 거라면 신부님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더 잘 보여야 해요.”

“다른 사람? 저 신부님이 여기 총괄 담당이라고 했잖아?”

“흠.... 그렇기는 한데, 신부시잖아요. 주로 종교적인 부분을 담당하시거든요. MMC 소속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가톨릭 소식이시기도 하고요. 사실상 외적인 일을 담당하시는 분은 따로 계시고 그분에게 잘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해요.”


김우관은 아내의 말이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목사의 경우에는 종교적인 일과 세속적인 일을 모두 직접 관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좀 더 체계적인 느낌이라 더 긴장되는 것이 느껴졌다.


곧이어 미사가 시작되었다.


MMC의 미사는 김우관이 전에 경험했던 예배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사실 김우광은 원래 종교가 없었다. 하지만, 이승만의 뜻에 감화되어 동지회에 가입하였고, 같은 이유로 이승만 박사가 믿는 감리교에도 함께 들어갔기에 종교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미사의 경우에는 과거 감리회에서 경험했던 조금 자유로운 분위기의 예배와는 달리 일정한 형식에 따라 이루어지는 미사는 좀 더 딱딱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만큼 좀 더 경건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조금은 지루한 듯 긴 미사가 끝나고 나자 아내는 김우관의 손을 이끌고는 성당을 빠져나와 그 옆에 작은 건물에 도착했다.


건물의 입구에는 작은 명패로 MMC가 새겨져 있었고, 입구보다 제법 사람이 붐비고 있었는데, 아내는 거침없이 김우관을 이끌고는 건물 안에 들어서 한 회의실로 데려갔다.


김우관이 도착했을 때, 이미 회의실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는데, 사람들의 진입을 통제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 조금은 초조해 보이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 참! 빨리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게.... 잠시만요! 세실리아 자매님!!”


난감한 표정으로 잠시 회의실 입구를 살피던 아내는 이내 회의실을 나오던 사람과 발견하고는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아는 척을 했다.

잠시 인사를 나누는 듯하더니, 이내 그 세실리아 자매라 불린 사람은 안쪽으로 뭔가 이야기를 하고는 아내와 김우관을 안으로 들여보내 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회의실 안으로 완전히 그리고 자리에 앉고 나서야 김우관은 아내가 자신을 서둘러 이곳까지 끌고 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바로 동부 이주에 관한 문답과 지원접수가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간절한 표정의 사람들이 여기저기 질문을 해대고 있었고, 한쪽에 마련된 책상으로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여, 여기는....”

“동부 이주를 접수하는 곳이에요. 휴우~ 세실리아 자매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들어오기가 힘들 뻔했어요. 무슨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지....”


김우관의 아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지금도 회의실 밖에는 안으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기 때문이었다.


이후 접수는 일사천리였다. 어리둥절한 김우관을 대신에서 아내가 신속하게 접수를 마감했으니까.

다만 그사이 김우관은 아내가 MMC의 사람들과 상당한 친분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접수를 다 마치고 밖으로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김우관이 아내에게 물었다.


“.... 이렇게 접수만 하면 되는 일이라면, 당신이 혼자 해도 되는 것 아니었어?”

“아니요. 당신과 함께 나와야지만 접수가 허용돼요.”

“내가 가야지만 한다고?”

“네. 가정의 경우 부부가 모두 동의를 해야지만, 접수가 가능하단 말이에요. 휴우~ 제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그동안 제가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당신이 알아요!”


무심코 타박을 했던 아내는 김우관의 표정이 어두워진 것을 보고는 흠칫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변명거리를 늘어놓았다.


“미, 미안해요. 제가 그동안 마음이 많이 다급했었나 봐요. 주변에서 하나둘씩 떠나는데.... 우리만 남게 될까 봐 겁이 났었거든요.”

“.... 휴우~~ 아니야.”

“.... 이렇게 늦게라도 결심해줘서 고마워요.”

“그, 그래.”


김우관은 마음고생을 했을 아내에 대한 안쓰러움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아내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자리에 대한 자책감으로 마음이 복잡해졌다.


다급하고 어쩔 수 없다는 마음에 결정한 MMC와 동부행이었기에 마음은 더욱 심란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란 마음과 함께 미지의 동부에 대한 불안함, MMC에 대한 의심 등등에 자괴감까지 더해지자 속상한 김우관은 술집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만난 같은 동지회 소속에 양 씨에 이런 사실들을 털어놓았다.


그 모든 이야기를 듣던 양 씨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김우관에게 넌지시 말했다.


“우관씨.... 거기 동부로 가는 길에 나도 함께 갈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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