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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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파
작품등록일 :
2012.11.19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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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2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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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의 그림자 220

DUMMY

석하가 계속해서 서쪽 담장을 지켜보는데, 갑자기 시야에 짙은 그늘이 드리워졌다. 멸치 비린내도 코끝에 닿았다. 외옥 간수가 푼주에 차갑게 식은 죽을 담아서 창살 틈새로 들여놓는 참이었다.


"먹어."


석하는 푼주 안을 흘낏 쳐다보고 벙찐 얼굴이 되었다. 쌀알은 한알도 보이지 않고, 쌀겨 꼴로 동동 떠다니는 돌피 낱알만 보였다. 다른 건더기라곤 잔멸치 한두마리가 고작이었다. 외옥 간수와 눈을 똑바로 맞추며 석하는 가만히 물었다.


"뭡...니까, 이건?"

"보면 모르나. 밥이잖나. 은덩이까지 풀었는데."

"..."


석하는 맥이 빠진 얼굴로 또 다시 푼주 안의 죽을 들여다 보았다. 발톱 크기 만한 잔멸치 가지고 은덩이라니. 물론 은빛으로 반짝이니 은덩이랄 수도 있겠다. 헌데 이걸로 허기를 면할 수나 있을 지...그냥 보는 것 만으로도 오히려 진이 빠졌다.


하지만 지금은 반찬투정을 할 때가 아니었다. 석하는 외옥 간수의 어깨너머로 힐끗 눈길을 돌리고서 서쪽 담장의 동정을 살폈다. 여전히 조선인으로 위장한 왜인들의 초립 꼭대기가 얼핏 보이는 참이었다.


"아까부터 왜인들이 저쪽을 엿보던데..."

"아, 그래? 원래 저러니 냅두시오."


외옥 간수는 귀찮다는 듯이 대충 손을 내저었다. 석하는 어이가 없어서 멍청한 얼굴이 되었다. 원래 저러니 신경쓰지 말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사람이 원래 이리 뭐든 대충하는 성미인지는 몰라도, 왜인들이 내옥을 기웃거리는 것은 결코 좋은 조짐이 아니었다.


"하지만..."

"놔두라고오! 원래 그런다고오!"


외옥 간수는 아예 눈을 부랴리며 짜증스레 석하에게 을러대듯 말하였다. 석하는 할 말을 잃었다. 외옥 간수의 반응을 보아하니, 왜인들이 이곳 옥사에 얼씬댄지는 며칠 된 모양이었다. 아니, 며칠이 아니라 벌써 몇달이 되었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건 너무 위험했다. 왜인들이 옥사를 엿보는 것조차 늘 있는 일이란 식으로 대충 넘어갈 정도로 기강이 해이해선 곤란했다. 저들의 총칼에 백성들이 흘린 피눈물이 채 식지도 않았는데, 파손된 궐내각사들이 아직도 복구되지도 않았는데, 왜들 벌써 저리 경계심이 흐물흐물 흐무러졌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도대체 일이 어떻게 되어가는 건지, 불안했다. 그냥 자신도 저 간수들처럼 마냥 신경을 끄면 되는 건지.


그런데, 날이 저물어 내옥 간수와 외옥 간수가 함께 마당 한복판에 마른 갈대를 젖은 밧줄로 친친 감아서 기둥처럼 엮은 섶으로 화톳불을 지피는 동안에도 담장마루에 왜인들의 초립이 언뜻언뜻 엿보였다. 자꾸 눈꼬리에 걸리니 석하로선 경계의 눈초리를 거둘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외옥 간수에게 또 말을 꺼내기도 어려웠다. 낮에도 외옥 간수가 자신에게 구메밥이랍시고 피죽인지 멸치죽인지를 넣어줄 때 넌지시 귀띔을 했다가 외려 구박만 들은 탓이었다. 석하는 그저 손을 상투 위로 얹어, 반달모양의 은빛 동곳을 어루만졌다.


그 와중에 섶에 불이 야금야금 기어오르며 화톳불 연기가 스멀스멀 코끝으로 스며들었다. 석하는 자신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


매운 향이 났다. 산초향 같았다. 확신은 없지만, 한여름에 모기를 쫓는 데는 산초나 약쑥이 제일이니, 모기도 쫓고 어둠도 밝히려는 용도로 산초나무가지를 갈대와 함께 엮어 지피는 모양이었다. 석하는 내옥 간수를 쳐다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초피를 넣었소?"

"초피? 웬 초피? 아까 낮엔 소피 타령을 그렇게 해대더니?"

"그 소피가 아니라...초피요. 산초가지 같은 거..."

"누가 모르나? 우리도 알아!"


외옥 간수가 괜히 또 석하에게 짜증을 냈다. 좀전에 왜놈들이 이 갈대로 엮은 섶을 보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낄낄거린 탓이었다. 아예 저들은 무쇠화로 같은 걸 종이에 그려서 펼쳐보이기까지 했다. 안전하게 놋쇠 화로에 불씨를 가두는 화롯불이 아니라 위험하게 불똥이 이리저리 튈 법한 화톳불을 지핀다고 비웃으며. 그 생각만 해도 괜히 더웠다.


"에이씨, 구리가 남아 돌아야 말이지! 그놈의 땡전 땜에."

"아니 그 얘기가 아니라..."


석하가 답답한 기색으로 설명하려 드는데, 바로 외옥 간수가 짜증부터 내었다.


"아 안다고! 우리도 안다고오!"

"..."


석하는 외옥 간수가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슨 말만 하려고 하면, 대뜸 손부터 내저으며 눈을 부랴리고, 또 바로 자신에게 윽박지르는 태도가 내심 찜찜했다.


"네놈한테 하는 말이 아니었다고!"

"무슨..."


방금 외옥 간수가 내뱉은 말이 혼잣말이라는 것을 깨달은 석하는 고개를 비끼고서, 아직도 불길이 덜 오른 화톳불을 내려다 보았다. 이 화톳불을 두고 하는 말인가 싶었다. 설마하니 사대부가에서나 쓸 법한 인두 화로를 말하는 건 아닐 것 같았다.


하지만 화톳불은 몰라도 화롯불은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화로를 만드는 데에 쓰이는 놋쇠나 구리 자체가 조선에선 워낙 드물어 바다 건너 왜에서 사들여야 했다. 또 불을 지피는 데에 쓰이는 숯 역시 공정이 까다로웠다. 헌데 언감생심 꿈도 못 꿀 화롯불을 입에 담는 걸 보니, 아무래도 외옥 간수가 저 담장 너머의 왜인들과 뭔가 접촉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내통까진 아니지만, 뭔가 말이라도 섞었으니 이 정도로 외옥 간수의 심기가 불편해졌을 터였다.


어느덧 마당 한복판의 불섶이 꼭대기까지 활활 타올랐다. 이미 땅거미가 짙푸르게 깔린 탓인지, 유독 불꽃이 더 강렬하게 춤을 추는 것만 같았다. 이상하게도 불기둥이 더욱 굵어지고 또 높아질 수록, 그리하여 얼굴이 더 뜨뜻해지고, 겨드랑이는 더 끈끈해질 수록, 온몸이 노곤노곤해지는 느낌이었다.


헌데 갑자기 바깥에서 조선말들이 웅성웅성 들리는가 싶더니 대문이 끼이이 열렸다. 흠칫 놀라 돌아보니 낮에 동래부 염문 앞에서 잠깐 봤던 박훈도가 사령들을 거느리고 들어서는 참이었다.


박훈도가 외옥 쪽은 눈길도 주지 않은 채로 내옥쪽으로 걸음을 성큼성큼 내딛었다. 내옥 앞 기둥에 기대어 앉은 간수에게 박훈도가 다가갔다. 졸음이 오는지 하품을 하던 간수가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영감!"

"피행수는?"

"이리로..."


내옥 간수가 오른쪽 감방으로 박훈도를 안내했다. 석하는 슬그머니 두눈을 떴다. 이상했다. 피기문의 감방은 분명히 가운데였다. 헌데 간수는 박훈도를 오른쪽 감방으로 안내하는 참이었다.


왜?


자신은 여기 외옥으로 불려나온 뒤로 내옥을 줄곧 지켜봤는데도, 간수가 박훈도를 오른쪽 감방으로 안내하다니. 이해가 되질 않았다.


유인하는 건가?


의심을 품고 계속해서 지켜보는데, 정말로 내옥 간수가 오른쪽 감방 문을 열고 박훈도를 들였다. 걸음을 내딛어 오른쪽 감방 안으로 들어서는 훈도를 석하는 불안한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뭐지?


박훈도가 들어가기 무섭게, 간수는 팔짱을 끼고 가만히 내옥 앞을 서성이며 망을 보았다. 훈도를 가두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언제 피기문이 오른쪽 감방으로 옮겼다는 건지 의아하였지만, 궁금해서라도 가만히 지켜볼 요량이었다. 물론 안쪽의 대화는 들리지 않았지만.


오른쪽 감방으로 들어간 훈도 박유년은 짚자리를 딛지 않고 비켜서선 잠자코 피기문을 기다렸다. 짚자리가 들썩인다 싶더니, 이내 짚자리 밑의 비밀문이 열리고 비밀 암굴에서 피기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박유년은 진한 웃음을 입가에 머금었다.


"피행수!"

"무슨 일이시오?"


피기문이 두팔을 벌리고 힘겹게 암굴에서 나왔다. 암굴이 습한지, 팔꿈치며 무릎 등 여기저기 젖은 흙이 묻어 피기문이 손으로 툭툭 털어내도 꺼먼 검댕 같은 얼룩이 묻어났다. 손도 시꺼매졌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박유년은 슬며시 입꼬리를 비틀었다.


"여전히 신수가 훤하시구만."

"자꾸 찾아오지 말라니깐."

"뭐 어때서. 벌써 꼬리가 붙을 만큼 붙은 것 같던데. 저쪽에서 가짜 잠상을 붙이거나 해서 일부러 갇히면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는 것을."

"박훈도께서도 그 생각을 하셨나?"

"내가 원래 좀 자질구레한 경험이 많지."


훈도가 피식 웃었다. 피기문은 아니꼬운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고선 고개를 비끼고 삐딱하게 훈도를 쳐다보았다.


"안 그래도 사람을 불러서 뫼시려고 했소."

"왜, 또 의심병이 도지셨소?"


훈도가 눈웃음을 치며 묻는 말에, 피기문은 대꾸도 않고 그저 침묵했다.


"다른 짐은 없었소?"

"짐? 없었는데?"

"그럴 리가. 여기 사는 놈들도 아니고, 저 도성과 포천에서 왔다는 놈들이오. 그 먼길을 오는 이들이 바랑도 짐도 없이 빈손으로 왔겠소?"

"오다가 흘렸다더군. 한사람은 말을 타다가 뻗고, 또 한사람은 배를 타다가 디비지고...그 와중에 호패도 잃어버린 덜 떨어진 놈들이오."

"허면, 이런 물건을 갖고 다니는 사람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소?"


피기문은 간수에게 건네기로 석정과 약속한 반달돌칼을 박훈도에게 내밀었다. 훈도는 돌칼을 받아들기는 커녕 대충 고개를 기울이고 물끄러미 반달돌칼을 쳐다보았다.


"뭐요, 그건?"

"훈도영감도 모르는 물건이오?"

"알 턱이 있나. 고작 이거 때문에 날 부르려 했소?"


훈도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아무리 봐도 보잘 것 없는 물건이었다. 그저 어디 후미진 촌구석 무덤가에서 굴러다닐 법한 물건이었다. 간혹 골동骨董에 취해서 상나라 토기라는 말에 속아서 고구려 토기를 금 3천냥 씩이나 주고 사는 미친 자들도 있다지만, 그런 미친 잡놈들도 척 보기에도 쓰잘머리 없는 돌붙이를 거금 주고 살 리는 없었다. 하물며 사군자四君子에만 빠진 사군자士君子들은 장독대나 빨래터에 굴러다녀도 거들떠 보지도 않을 터였다.


"최석만이란 자의 몸에서 나온 물건이요. 호패 대신 찼더이다."


박훈도가 아예 집어들고 보려고도 않자, 피기문은 다시금 부드러운 어조로 당부했다. 하지만 피기문의 말을 듣고, 훈도 박유년은 그나마 가슴 밑바닥에 최석만과 김석하이란 자들에 대해 품었던 한가닥 의혹마저 떨쳐냈다.


"웃기는 자로군. 난 또..."

"아직 모르오. 뭔가 있을 수도 있소. 최석정과 이름도 비슷하고 하니..."

"흥, 이런 거나 들고 다니는 자가 설마 하니...?"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번 알아보시오. 최석정한테 혹시라도 이런 돌붙이를 모으는 취미가 있다거나...아니면 이런 돌칼이 나는 지역과 연고가 있다거나..."

"아니 마패도 아니고 그냥 골동 갖고...?"

"볼수록 찜찜한 물건이라..."

"아니 원래 보면 기분나쁜 물건이니 그러겠지. 그냥 좀 신경 끄시오."

"혹시 모르니 역참에 가서, 근래에 저들이 맡긴 물건 같은 게 있는 지 한번 찾아보시오."

"아 정말!"


남의 말은 듣지도 않고 자기 할 말만 하는 피기문을 보며 박훈도는 답답해서 복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때그때 남의 얘기에 흔들리는 팔랑귀보다도, 처음부터 자기 생각만 고집하고 남의 얘기는 듣지도 않는 말뚝귀가 오히려 피곤했다. 일단 알아보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나, 아니면 정말로 피기문 말대로 역참에 사람을 보내어 알아봐야 하나...박훈도는 여기 온지 촌각 밖에 안되었는데 벌써 피로를 느꼈다.


"그러는 훈도영감도 괜히 찜찜해서 온 거잖소?"

"...."


피기문의 말이 정곡을 찔렸는지, 훈도는 아무 말도 못했다. 그러자 피기문은 진지한 눈빛으로 다시금 당부했다.


"역참에 한번 알아보시오. 나야 여길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지만, 영감은 다르지 않소?"

"알았으니 난 이만 가보리다."

"수고 좀 해주시오."


더는 말을 섞기도 귀찮은지, 훈도는 손끝만 까딱하여 응답하곤 그대로 오른쪽 감방문을 열고 걸어나갔다.


꾸벅꾸벅 졸며 문밖을 지키던 간수가 움찔 놀라면서 옆으로 비켜섰다. 생각보다 빨리 나온 훈도의 행보에 의아함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그래, 그자들은 지금 어디에 뒀느냐?"


훈도가 묻는 말에, 내옥 간수는 내온 왼쪽 감방과 외옥 가운데 감방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최석만이란 자는 여기 내옥 왼쪽에 가두었고, 김석하란 자는 저기 외옥 가운데에 가두었습니다."

"왜 따로따로..."

"그게..."

"하기야 그 양반이 워낙 의심이 많으니..."


내옥 간수의 설명을 더는 듣지 않고, 훈도가 걸음을 내딛었다. 바로 마당을 가로질러 대문쪽으로 걸어가다가, 훈도는 어쩐지 신경이 쓰이는지, 외옥 쪽을 힐끗 쳐다보았다.


저고리와 행의는 어디다 벗어던졌는지, 맨살을 드러내고 앉은 김석하의 모습이 얼핏 눈에 들어왔다. 외옥 처마 그늘에 가려져서 얼굴이나 근육들이 제대로 보이질 않았다. 그저 아까만 해도 토사물 냄새가 솔솔 풍기는 웃옷을 참고 입었던 놈이, 지금은 반벌거숭이가 된 것이 의아할 따름이었다. 보초를 서는 외옥 간수는 한심하게도 벌써 깊은 잠에 빠진 모양이었다.


"뭘 했기에..."


이미 곤히 잠든 외옥 간수 대신 내옥 간수가 대답했다.


"저자 걸음걸이가 무사 같다 하여, 웃옷을 벗겨 흉터들을 살폈을 뿐입니다. 흉터가 많아서, 천류는 내옥에 둘 수 없다고, 어르신께서 외옥으로 옮기라 하셨습니다."

"그래?"


훈도는 미간을 찡그렸다. 흉터를 확인하고 외옥에 쳐박아둔 것이었다. 아무래도 최석만이란 자는 양반일 것 같기도 하여 그냥 내옥에 들인 거고, 김석하란 자는 칼솜씨가 염려되어 고랑틀까지 채워서 이곳 외옥에 따로 가둬둔 모양이었다. 그래도 웃옷은 걸치게 해주지 그랬나 싶기도 하고, 한여름이니 견딜 만 하겠다 싶기도 하였다.


훈도가 외옥에서 눈길을 떼는데, 얼핏 팔뚝에 난 흉터 하나가 눈에 띄었다.


저건?


자세히 살펴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이내 훈도는 발길을 틀었다가, 도로 틀어서 대문 앞으로 갔다. 귀찮았다. 그는 슬그머니 눈길을 돌려서 서쪽 담벼락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들킬세라 금세 시선을 거두고서 거침없이 걸음을 옮겼다. 더는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박훈도가 힐끗 서쪽 담장을 쳐다보고 가버리자, 석하는 다시 서쪽 담장을 주시했다. 언제 나타났는지 왜인들이 왜어로 자신들끼리 쑥덕거리는 참이었다. 수상쩍었다.


석하는 외옥 간수에게 알리려다 멈칫했다. 간수의 구부러진 등줄기를 보니, 이미 앉은 채로 곯아떨어진 것이 분명했다. 불렀다간 왜인들 주의만 끌게 될 것이 뻔하였다. 건너편 내옥 간수라도 눈치를 채야 하는데...


훈도가 다녀간 뒤로 긴장이 탁 풀렸는지, 내옥간수마저 오히려 꾸벅꾸벅 조는 참이었다. 어떻게라도 깨워야겠는데, 하필이면 왜인 한놈이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금 들키면 곤란했다. 석하는 그 자리에서 조는 척 두눈을 힘없이 깜빡였다. 어차피 외옥 그늘에 가려져 자신의 눈빛까진 제대로 보였을 턱이 없었다. 왜인들이 또 뭐라 속닥이더니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이 모습을 감추었다.


석하는 결국 곯아떨어진 척 두눈을 감고서 가만히 귀청에 신경을 집중했다. 워낙 생소한 왜어인데다 저들이 목소리를 낮추는 바람에 알아들을 수도 없었다. 모르는 말이라도 일단 외워두면 나중에라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왜인들이 여기를 찾은 목적이 최소한 이 외옥 안에서 허름한 차림새로 피죽이나 겨우 얻어먹고 시름시름 앓아누운 외옥 죄수들 중에 있을 것 같진 않았다. 왜인들이 내옥을 기웃거리는 것만 봐도, 내옥 안에 저들이 찾는 누군가가 있었다.


그 누군가가 최석정일 리는 없었다. 내옥의 오른쪽 감방을 확인해보진 못했지만, 저들의 표적은 필시 가운데 감방의 피기문이었다.


두눈을 감은 채로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는데도, 석하의 시야가 갑자기 환히 번쩍이더니 이내 어스름해졌다. 석하는 하마터면 눈시울이 꿈틀거릴 뻔했다.


벌써 이리로 들이닥쳤나. 이상했다. 눈앞에 누군가 조족등을 비추다가 밑으로 내린 건지, 아니면 마당 한복판에 놓인 화로에 누군가 뭔가를 던진 건지, 잠시 섬광이 눈꺼풀을 들쑤셨다. 하지만 석하는 두눈을 뜨지 않았다. 섣불리 눈을 떴다간 저들에게 발각될 위험이 있었다.


코끝으로 뭔가가 타는 향이 솔솔 스며들었다. 석하는 콧속을 간질이는 향에 바로 숨을 죽였다. 족형 김석주가 가끔씩 제주에서 날아든 서간을 읽고 등잔이나 화로에 불태울 때 맡던 향하고는 달랐다. 재산루에서 족형의 편비들에게 얼핏 들었던 수면향睡眠香 같기도 했다. 맡으면 졸음이 솔솔 오고, 잠이 점점 깊어진다던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슬며시 혀끝을 깨물어서 애써 정신을 차렸다. 어찌나 신경이 곤두섰는지 온몸의 모공이 따끔거렸다. 심장박동이 무섭게 뛰었다. 귀가 멍멍할 정도였다. 발목을 꽉 가둔 고랑틀 때문에 피하거나 맞설 수도 없었다. 이를 어쩌나 싶었다.


이대로 잘못되면 개죽음이었다. 저들의 목적이 그저 내옥 안의 피기문만 조용히 암살하고 가려는 건지, 아니면 이대로 옥사 안의 씨를 말리려는 건지, 그 의중을 알 길이 없어서 더 답답했다. 저 안에 최석정이 있는데, 같이 잘못될까 두려웠다. 두 다리를 가둔 이 고랑틀만 아니면, 이깟 허술한 옥사 쯤은 어떻게든 파옥하고 달려나갈 수도 있건만.


고찌? 고찌?


왜인들이 내옥으로 바로 들이닥친 모양이었다. 석하는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다. 이미 피기문이 가운데 감방에서 자신들을 만나러 왼쪽 감방으로, 또 훈도를 만나러 오른쪽 감방으로 왔다갔다 하였다. 왜인들이 끈질기게 염탐하였으니, 피기문이 어느 방에 있는지를 알아낼 것 없이 세방 모두 들이닥치려 들 터였다. 하지만 저 안엔 최석정이 있었다.


소스라치게 놀라 두눈을 크게 뜨니, 키 작은 복면인과 키 큰 복면인이 허리춤엔 쇄겸을, 등엔 전통을 장착하고서 가운데 방부터 열어젖히는 참이었다.


이대로 피기문이 저 안에 얌전히 있기를 바라야 하나. 석하는 자신도 모르게 차라리 저 안에 피기문이 있기를 바랐다. 지금 저 안에 피기문이 없으면, 최석정까지 같이 위험해질 터였다.


하지만 가운데 감방은 텅 비었다. 감방문을 열어젖힌 왜인들이 뒷통수를 맞은 듯한 표정이 되어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석하는 다급한 얼굴이 되어서 손을 상투 위로 올려서 반달동곳을 뽑아들었다.


"젠장!"


자신도 모르게 욕설이 나왔다. 동곳에 고정되었던 상투가 풀어지며, 머리카락들이 이마로 흘러내렸다. 하지만 머리가 흐트러지는 것을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석하는 동곳 끝을 고랑틀 자물쇠에 찔러넣어 열어보려 애를 썼다. 발목만 자유로워지면, 석정을 구해내는 일쯤은 문제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두 발목을 꽉 물어버린 이 고랑틀이 문제였다.


차라리 동곳 끝으로 찍어서 사슬을 끊는 게 더 빠를까.


석하가 손안의 동곳을 내려다보는 사이, 저들이 곯아떨어진 내옥 간수에게로 다가들어 허리춤을 뒤졌다. 그리고 바로 열쇠 꾸러미를 꺼내들었다.


헌데 어처구니가 없는지, 열쇠꾸러미를 둘다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옥사라곤 고작 내옥 세칸, 외옥 세칸, 합이 여섯칸이면서, 열쇠는 스물 네 개나 되었다. 분명히 저 의심 많은 피기문이 일부러 여분의 열쇠를 더 만들어두게 한 모양이었다. 피기문 본인이야 어차피 당분간은 이 옥사에서 나갈 생각이 없으니.


키 작은 왜인이 열쇠꾸러미를 들고 서둘러 오른쪽 감방문 자물쇠부터 들쑤시기 시작했다. 동곳으로 사슬을 찍는 석하의 손끝이 급해졌다. 정신없이 찍고 또 찍었다. 여차하면 저들이 석정의 목숨마저 노릴 수도 있었다. 같이 갇혔더라면 뭔가 수라도 내었을텐데, 따로 갇힌 지금은 어림도 없었다.


헌데 왜 아무도 눈을 뜨지 않는 건지. 내옥이며 외옥 간수들은 물론, 죄수들도 아무도 일어나질 않았다. 기침도, 기척도 없었다. 왜인들이 내옥 간수의 허리춤에서 열쇠 꾸러미를 가져가는데도, 또 꾸러미의 열쇠들을 짤그락거리며 오른쪽 감방 자물쇠에 하나씩 꽂아보는데도, 아무도 눈을 뜨지 않는 것을 보면, 정말로 아까 저들이 화로에 뭔가 수작을 부린 것이 분명했다. 저 안에 있을 최석정 조차도 죽은 듯이 잠들었는지, 석하는 애가 탔다.


"누구냐?"


갑자기 잠꼬대 하는 듯한 석정의 목소리가 왼쪽 감방에서 흘러나왔다. 오른쪽 감방문 자물쇠를 열려고 애쓰던 왜인들의 손놀림이 굳었다. 안에선 더는 소리가 흘러나오지 않았다. 키 작은 왜인이 동료에게 손짓을 보내고서 자신이 왼쪽 감방 문 앞으로 다가들었다. 가만히 숨을 죽인 채로, 안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려오나, 들려오지 않나, 온신경을 곤두세우고서.


"..."


문 안쪽에선 석정이 온몸이 물먹은 솜뭉치가 되어 깊은 잠속을 헤매는 참이었다. 그런데 열쇠 꾸러미 짤랑거리는 소리 탓인지, 두눈은 감기고, 의식은 열리는 요상한 상태가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문 바깥에서 누군가 어색한 발음으로 속삭이듯 그를 부르는 듯 했다.


"피봉사..."

"음냐...?"


저들이 찾는 피봉사는 옆방이었다. 그 사실을 잠결에 곱씹으며, 석정은 입술을 실룩였다. 피기문을 두고 피봉사라 부르다니. 최소한 잡과 출신이든 문과 출신이든 그 재주를 인정받아 종8품 말직에 오른 관료나 봉사奉事라는 직함을 붙이지, 왜인들과 수시로 접촉하며 유황 및 인삼 등을 밀거래 해온 자는 오히려 차꼬를 사지에 붙여야 할 판이었다. 진짜 양반사칭은 따로 있었다. 바로 옆에 있었다. 하지만 피기문은 멀쩡히 내옥에서 왕노릇을 할 뿐이었다.


"피봉사?"


석정이 졸음기가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되물었을 뿐인데, 그 한마디에 왜인들은 석정을 피기문으로 오인하였는지, 아예 오른쪽에 있던 키큰 왜인까지 열쇠 꾸러미를 들고 왼쪽 감방으로 달려들었다. 열쇠 짤그락대는 소리가 잠결에도 고막을 긁어댔다.

 

소오쟈?

소자小子? 

뭐라는 거야?

피기문의 아들이라도 왔나?


도대체 뭐라고 하는 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잠결에, 또 귓결에 알아듣긴 어려운 왜어였다. 석정은 잠들락 말락 가물가물한 잠속으로 도로 빠져 들었다. 헌데 귓결에 스쳐가는 한마디가 석정의 의식 한자락을 걸고 넘어졌다.

 

피봉사?


피기문의 아들이면 피봉사라 부를 리가 없었다. 오래전에 왜인들이 용초도에 배를 정박하고 임지죽과 피기문을 찾으면서, 임주부, 피봉사라 불렀다던가...그럼 소자는 또 뭐고? 석정은 잠결에도 계속해서 기억을 들추면서 의문을 추적했다.  

 

헌데 마침 문밖에서 자물쇠 딸깍하는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그대로 문이 삐걱 열렸다. 그 소리에 석정도 얼결에 눈을 떴다. 한뼘, 두뼘...순식간에 한아름의 너비로 활짝 열어젖혀진 문짝 틈새로, 웬 키 작은 복면인이 자신을 쳐다보며 누런 이를 드러내고 웃는 모습이 보였다.


그자는 석정을 보자마자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가는 참이었다. 사슬이 철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매섭게 꼬부라진 낫날이 시퍼런 어스름 속에서 번뜩였다. 낫날을 휘두르는 그자의 겨드랑이 사이로, 외옥 안에서 이쪽을 보고 공포에 질린 석하의 두눈이 비쳤다.


"안돼..."


석하는 동곳을 쥔 손에 더욱 힘을 주고 고랑틀의 사슬 이음새를 후볐다. 사슬 틈새를 비집는 금속성이 또 다시 석하의 고막을 긁었다. 석하의 손가락끝이 굳었다. 자신의 귀청에만 유독 크게 들린 건지, 아니면 내옥을 암습하는 저 왜인들의 귀청에도 들릴 정도였는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석정에게로 쇄겸의 낫날을 휘두르려던 키 작은 왜인이 어깨가 들썩였다. 그자가 쇄겸을 눈높이로 고쳐잡으며 천천히 돌아보았다. 오른손으론 낫을, 왼손으론 추를 그러잡고, 두팔을 벌려서 사슬을 팽팽하게 당기고서 외옥으로 날카로운 눈길을 던졌다.


"왜 그래?"


키 작은 왜인이 왼쪽 감방의 죄수에게 쇄겸을 휘두르려다 말고 외옥 쪽을 노려보자, 키 큰 왜인은 이상히 여기면서도 석정에게로 경계의 눈길을 돌렸다, 혹시라도 안에서 뭔가 반격이라도 취할까봐 걱정된 탓이었다. 헌데, 마당 한복판에서 활활 불타는 화톳불빛이 문틈으로 스며들며, 감방 안의 얼굴을 비추었다.


"어?"


키 큰 왜인은 얼이 빠졌는지 입을 멍하니 벌렸다. 믿기지가 않아서, 한발짝 앞으로 다가들어 왼쪽 감방 안을 이리저리 구석구석 돌아보았다. 워낙 좁은 감방이라, 누가 숨는다고 숨을 수도 없었다. 구석 어디에도 피기문의 모습은 없었다.


아차 싶은 느낌에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의 키 작은 동료는 벌써 쇄겸 사슬을 당겼다, 늦췄다 하면서 외옥으로 다가가는 참이었다. 그 걸음이 닿는 곳엔 홀로 맨몸의 상체를 드러낸 채로 자는지, 노는지 알 수 없는 죄수가 있었다. 그 죄수에게로 키 작은 동료의 짧은 그림자가 한발한발 가까워졌다.

 

석하는 두눈을 질끈 감으며, 손안의 동곳이 들키지 않도록 가만히 움켜쥐었다. 두치寸가 못 되는 길이라 손아귀로 충분히 감싸쥘 수 있었다. 어떻게든 감춰야만 했다. 지금 들키면 자신도, 석정도 지킬 수가 없었다. 자신의 두발에 고랑틀을 채우라 명한 피기문이 새삼스레 원망스러웠다. 

 

들켰나, 안 들켰나...


두눈을 뜨지 않고 두귀를 쫑긋 촉각을 곤두세웠다. 발자국 소리는 들리지도 않는데, 사슬 소리는 점점 가깝게 들리기 시작했다. 끔찍했다. 발자국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사슬 짤랑이는 소리만 들리다니.

 

두눈을 감은 석하의 시야가 마당 한복판에 놓인 횃불에 비쳐서 어스레하더니, 한순간에 어두워졌다. 누군가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목소리는 커녕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사슬소리가 코앞에서 멈췄다. 석하의 심장박동 소리가 커졌다. 이 커진 심장고동 때문인가. 아니면 이미 저들이 자신의 눈앞에 있나. 석하의 입가에 체념의 미소가 떠올랐다.


그나마 시간을 벌었다. 최소한, 얼굴도 확인하지 않고 마구 쇄겸을 휘두르려던 왜인들이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할 짬은 벌었다. 석하는 그 한가지로 부질 없는 위안을 삼았다. 자신이 먼저 죽더라도, 지금이라도 내옥 간수나 누가 깨어나면, 석정은 목숨을 건질 수 있을 수도 있었다. 저 똑똑한 양반이라도 살아서 이 세상의 밑바닥이든 윗천정이든 좀 흔들줘야, 켜켜이 쌓인 먼지들이 떨어질테니. 그래야 저 지랄맞은 왕이 만족할테니.


아노...


왜어 한마디가 석하의 고막을 파고 들었다. 쇄겸의 낫과 추를 잇는 사슬이 갑자기 나무창살에 부딪혀 요란한 소리를 냈다. 쇄겸을 휘두르려다 나무창살에 사슬이 부딪힌 건지, 아니면 팔꿈치를 찧이기라도 한 건지, 눈앞에서 신음소리가 났다. 이상했다. 신음소리는 단발로 그치지 않고 연발로 이어졌다. 애써 신음을 삼키는 소리라니.

 

다이조부?

이이요.

이이에?

요.

 

왜어들이 빠르게 뒤엉켰다. 무슨 일인지 궁금했다. 석하는 두눈을 뜨지 않고 눈동자만 위로 슬쩍 굴려서 눈꺼풀이 들리게 했다. 좁좁하고 침침한 시야로, 복면인이 팔뚝을 부여잡고 신음하는 모습이 보였다. 얼핏 팔뚝 쪽에 쇠붙이가 번뜩이는 것이 비쳤다. 팔뚝이 핏물로 젖은 것 같기도 했다.


표창인지 검인지...뭔가가 틀어박힌 모양이었다. 조금 더 눈을 뜨니 키작은 복면인의 어깨너머로 키큰 복면인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 둘다 고개가 동쪽 담장으로 돌아갔다.

 

"뭐야? 저거..."

 

두눈을 뜨다 말다 한 석하의 좁좁하고 침침한 시야엔 보이질 않았지만, 두 복면인들의 시야엔 동쪽 담벼락에 걸터 앉은 복면인의 모습이 똑똑히 보였다. 하던 일 마저 하라는 듯이, 아니면 피기문이 갇힌 감방이 저쪽이라는 듯이, 복면인은 오른쪽 감방을 손짓으로 가리켰다.

 

"뭐야, 저거?"

"뭐라는 거야?"

"왜 말로 않고? 벙어린가? 조선인인가?"

 

복면인들은 자기들끼리 빠른 왜어로 대화했다. 물론 석하로선 알아듣기 힘든 왜어였다.  

 

"피봉사는 처리했어?"

"피봉사가 아니야."

"뭐?"

"피봉사가 아니라고."

"..."


키큰 왜인이 문이 활짝 열린 왼쪽 감방을 가리켰다. 요앞 화톳불빛에서 예닐곱보는 떨어진 거리라 윤곽이 겨우 비치긴 했어도, 서른 초중반의 잘생긴 외양은 알아볼 수 있었다. 두눈을 뎅그렇게 뜨고 자신을 똑바로 보는 저 젊은 얼굴은 죽었다 깨어나도 피기문이 될 수 없었다.


키 작은 왜인의 눈가에 동요가 일었다. 충격을 받아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그는 쇄겸의 낫자루를 고쳐쥐었다. 내옥 안엔 피기문 혼자라고 하지 않았나. 어떻게 이자가 여기 있는 건지, 덕분에 자신들의 계획이 틀어졌다는 생각에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럼 피봉사는..."


자연히 왜인들의 시선이 오른쪽 감방으로 쏠렸다. 이미 활짝 열린 가운데 감방엔 피기문이 없었다. 지금 여기 왼쪽 감방에도 없었다. 그러니 오른쪽 감방에 있을 터였다.


하지만, 시간을 너무 지체했다. 꼬리를 밟히지 않으려고 조심을 했는데도, 아무 상관 없는 놈들이 하나둘 깨어 자신들을 쳐다보는 참이었다.


뜻밖에도 산초가지와 수면향의 약효가 통하지 않았다. 나머지 사람들도 언제 깨어날 지 몰랐다.  

 

"이제 어쩔 거야?"

 

키큰 왜인의 질문에 키작은 왜인은 대답이 없었다. 그저 아까부터 두눈을 감고 버티는 석하를 가만히 쏘아볼 뿐이었다. 이제 막 깨어나려 하는 건지, 이미 깨고도 잠든 척 하는 건지, 아예 잠든 적도 없었던 건지, 저 꽉 닫힌 눈꺼풀을 쳐다봐도 답이 나오질 않았다.


그는 두눈을 부릅뜨고 등뒤의 전통을 더듬었다. 전통에서 누런 화살깃 대신 기름묻힌 솜이 달린 화살촉을 꺼내어 촉부분을 거꾸로 잡고서 화톳불에 쳐박았다. 섶단기둥 꼭대기까지는 천천히 기어오른 불길이 이번엔 화르르 화살촉에 붙었다.  

 

키 작은 왜인은 불붙은 화살촉을 쥐고서 다짜고짜로 동료의 뒷덜미를 잡아끌고 오른쪽 감방 뒤편으로 내달렸다. 워낙 바람처럼 날쌘 동작이라, 이제 막 잠에서 깬 석정은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


뭐야?


하지만 마냥 넋을 빼놓고 가만 있을 상황도 아니었다. 석정은 저들의 의도를 짐작하고 미간을 찡그렸다.


설마...


아예 문을 열 생각도 않고 그냥 감방 뒤켠으로 가서 피기문을 처치할 모양이었다. 아까도 자신을 처음 보자마자 키 작은 왜인은 쇄겸의 낫날부터 쳐들었으니. 애초에 피기문을 납치하거나 협박하거나 할 생각 없이 목숨부터 끊어놓으려고 찾아든 손님들이었다. 그러니 지금 뒤켠으로 돌아가는 것은...


석정의 시선이 자신의 감방 뒤쪽에 뚫린 천정쪽 창살로 향했다. 어느 옥사든 상단부에 한자尺 정도의 길이로 창살을 꽂아 햇볕이 들어차게 하는 법이었다. 저 창살 사이로 뒤쪽 담벼락이 비치는 참이었다.


석정은 불안한 시선을 창살 사이로 던졌다. 여기 옥사 감방의 구조는 세칸이 똑같았다. 그러니 저들이 돌아가는 저 오른쪽 감방도 똑같이 뒤쪽 위창살 사이로 담벼락이 보일 터였다. 키 작은 왜인이 키 큰 왜인을 끌고 갔으니, 그 담벼락을 올라서, 아까 그 쇄겸을 던져 공격하려는 의도일 지도 몰랐다.


석정은 문간으로 달려와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도움을 청할 상대를 찾아서 옥사 안을 살폈다. 건너편엔 석하가 고랑틀에 두 발목이 갇힌 채로 꼼짝도 못하는데다, 외옥 간수는 세상 모르고 잠들었고, 이편에도 내옥 간수가 기둥에 고개를 기대고 곤히 잠들었다. 석정은 내옥 간수에게로 다가들어 양쪽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이보게! 일어나게나! 이보게!"


어떻게든 깨워야 했다. 왜인들이 피기문만 죽이고 그냥 물러갈지, 자신까지 죽여 입을 다물게 하겠다고 되돌아올지, 그저 불안했다. 마음이 급해서 석정은 한번, 두번, 계속해서 흔들다가, 답답한 마음에 귓불을 힘껏 잡아 비틀었다.


"이보게!"


내옥 간수는 도무지 눈을 뜨질 않았다. 석달 열흘을 잠도 못 자고 일만 하다 죽은 소 귀신이 들러붙었는지, 아무리 어깨를 잡아 흔들어도 미동조차 없었다.


"좀!"


석정은 울화통이 터져서 소리를 질렀다. 내옥 간수가 화들짝 놀라서 어깨를 들썩이며 눈을 떴다. 하지만 석정을 보는 그 눈동자가 맥없이 흔들렸다. 최석만이 눈앞에 나타날 리가 없는 탓이었다. 내옥에 갇힌 죄인이 갑자기 나타나서 자신의 눈앞에서 패악을 부리니 상황파악이 되질 않았다.


"뭐, 뭐?"


그저 멍하니 외마디 반문만 되풀이하다가, 내옥 간수는 두눈을 깜빡였다. 다시 봐도 이상했다. 내옥 왼쪽 감방에 갇힌 작자가 어떻게 자신의 눈앞에 있는 건지, 어떻게 나와서 자신의 어깨를 흔들어대는 건지.


"피기문이 위험하다고오!"


석정의 고함에 내옥 간수는 그제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아차렸다.


파옥破獄, 그 두 글자가 뇌리에 번쩍했다. 최석만이 혼자 뛰쳐 나와서 자신을 붙들고 소리치는 게 아니었다. 누군가 최석만의 옥문을 때려부순 모양이었다. 어쩌면 피기문의 옥문도.


내옥 간수는 석정의 옆구리를 밀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일어서고 보니 더 잘 보였다. 석정의 어깨너머로 불기둥이 치솟는 광경이 보였다. 내옥이 불타는 참이었다.


"어르신?"


내옥간수는 화들짝 놀라서 내옥 앞으로 뛰어갔다. 불기둥이 치솟는 내옥 오른쪽 방을 보니 겁이 더럭 났다. 초가 다섯칸, 기와 한칸이라도 불이 나면 조정에 장계가 올라가는 법이었다. 하물며 옥사 한칸이라도 불이 나면, 더군다나 사람이 상하면, 자신은 죽은 목숨이었다. 그는 발을 동동 구르며 가운데 감방 문간에서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어르신! 어르신!"


텅 빈 가운데 감방에서 피기문의 대답이 들릴 리가 없었다. 내옥 간수는 얼른 뛰어들어 발끝으로 짚자리를 들추었다. 아무렇게나 끼워넣은 비밀문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틈새로 희끄무레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이 비밀문아래 구덩이가 있고, 그 구덩이에 벌써 연기가 들어찬 모양이었다.


내옥 간수는 고개를 뒤로 한껏 젖히고서 덜덜 떨리는 손을 뻗어서 비밀문을 들추었다. 이 바로 아래에 피기문이 잠든 상태라면 자신이 당장이라도 구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떨리는 시선으로 내려다 보니, 이 아래엔 피기문이 없었다. 오른쪽 감방에 있는 건가...하지만 구덩이로 들어가서 피기문을 찾을 엄두는 나질 않았다. 당장 매캐한 연기 때문에 눈이 맵고, 코도 매웠다.


내옥 간수는 냅다 가운데 감방에서 뛰쳐나왔다. 언제 불길이 가운데 감방으로 번질 지 몰랐다. 겁이 더럭 나서 뛰쳐 나오고 보니 눈앞에 최석만인지가 보였다. 그는 무턱대고 상대의 어깻죽지를 꽉 움켜쥐었다.


"들어가!"

"뭐? 왜, 왜 이러시오!"

"들어가 어서...!"

"왜 이러시오?"


석정은 그 자리에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돌처럼 굳었다. 자신이야 말로 탄내만 맡아도, 연기만 보아도 가슴이 철렁하고, 온몸의 신경이 쭈뼛쭈뼛 곤두서는 사람이었다. 겁이 더럭 나서 한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불바다가 되어 눈앞을 뒤덮었던 진천의 광경이 숨통을 틀어막았다.


"들어가 언능!"

"무슨!"

"들어가! 어르신을 꺼내오라고!"

"..."

"언능!" 

 

내옥 간수가 버럭 소리를 지르는데, 석정은 그저 멍하니 오른쪽 감방을 쳐다보았다. 자신이 불길에 갇힌 것처럼 숨이 턱턱 막혔다. 석정은 목을 부여잡고 그자리에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들어가!"


석정에게 안으로 들어가라 다그치던 내옥 간수는 뒷덜미를 잡아끌고라도 가운데 감방 안으로 밀어넣었다. 오른쪽 감방에서부터 새어나오는 연기에 질식했는지, 석정의 입술이 검푸르게 변하였다.


하지만, 피기문을 구해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내옥간수는 석정의 두 다리를 힘껏 안고서 꾸역꾸역 감방의 구덩이로 밀어넣었다. 그저 연기만 맡아도 질색을 하는지, 질식을 하는 지, 관심이 없었다. 


"멈춰!"


갑자기 고랑틀 한짝이 거센 바람을 일으키며 내옥 간수의 머리 위로 날아왔다. 내옥 간수는 엉겁결에 석정의 발꿈치를 마저 밀며 함께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러자, 다시금 갑자기 거센 바람을 몰고서 고랑틀 한짝이 머리 위를 휘젓더니, 또다시 어깻죽지를 후려쳤다. 


"어? 어어!"


내옥 간수는 볼썽사납게 옆으로 나뒹굴며 겨우 몸을 피했다. 곁눈으로 보니 외옥에 갇힌 죄수가 어느틈에 고랑틀을 한짝씩 두손에 나눠들고 자신에게로 휘두르는 참이었다.


"너..."

"그분한테서 떨어져."


시뻘건 불길을 머금은 듯한 눈동자에, 내옥 간수는 온몸의 혈관이 하나하나 모조리 얼어붙는 기분이 들었다. 이 죄수가 어느 틈에 외옥에서 빠져나왔는지는 몰라도, 이 최석만이란 죄수를 보호하려고 온힘을 다하는 모습에 오한이 들었다.


저 외옥 죄수야 천류라지만, 이 내옥 죄수는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을 뿐, 누군지도 몰랐다. 그분? 왜 그분이라 부르는지는 몰라도, 제법 귀한 신분인 모양이었다. 움찔하는 내옥 간수의 턱 밑으로, 석하가 고랑틀 끝을 내밀고 차갑게 말했다.


"떨어지라는 말 안 들려?"

"누, 누구냐? 네놈들은..."

 

내옥 간수는 위축된 음성으로 되물었다. 자신이 방금 사람을 잘못 건드렸나 싶었다. 확인을 해야 했다. 하지만 상대의 반응은 그저 싸늘하기만 했다.  


"떨어지라고."


석하의 눈시울이 시뻘겋게 번뜩였다. 눈동자도 벌갰다. 내옥간수는 화들짝 놀라서 석정에게서 떨어졌다. 황망히 두손으로 땅바닥을 짚었더니, 손바닥에 돌멩이가 박혔다. 손바닥에 불같이 이는 고통에 내옥 간수는 화들짝 놀라서 무릎팍에 두손을 비벼댔다. 그 와중에도 석하는 재차 고랑틀 끝을 뻗어서 목젖을 찔러댔다.


"저문 열어."


석하가 오른쪽 감방문을 가리키며 명령조로 말하자, 내옥 간수는 멍청히 쳐다보았다. 오른쪽 감방문을 열라고? 어르신을 구하려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생각이 굼떴다.


김석하인가 하는 외옥 죄수가 다시금 살벌한 눈길로 보채자, 그는 황망히 허리춤을 더듬었다. 없었다. 열쇠꾸러미가 없었다. 멍청히 고개를 들고 외옥죄수를 쳐다보니, 상대방의 눈시울이 더욱 짙어졌다.


"열쇠 없나?"

"..."

"그럼 네가 저 안으로 들어가서 피기문을 꺼내오든지."

"아니, 난..."

"어서 들어가."

"사, 살려주시오..."


내옥 간수는 자신도 모르게 두손을 모아서 석하에게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었다. 열쇠도 없겠다, 피기문은 저 오른쪽 감방 어딘가에 갇혔겠다...자신이 지금 저 불구덩이로 들어가면 죽은 목숨이었다.


"사, 살려줘...살려줘..."

"..."


석하는 아랫입술을 악물고 내옥 간수와 석정을, 그리고 오른쪽 감방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대로 자신이 피기문을 구하는 사이 간수가 석정에게 해코지를 할까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


석하의 시선이 시꺼먼 연기와 함께 불기둥이 비치는 오른쪽 감방에 머무는 사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내옥 간수는 등허리의 환도를 뽑아들어 석하에게로 뻗었다. 바람이 허공을 가르고 석하의 등줄기로 날아드는 순간, 동쪽 담장에서 귀익은 앳띤 음성이 혼잣말처럼 흘러나왔다.


"뒤! 뒤!"

 

누군가의 경고에, 석하는 흠칫 놀라며 반사적으로 상체를 틀어서 고랑틀을 휘두르며 내옥 간수의 칼날을 피했다. 순식간에 몸의 중심을 잃고 내옥 간수가 비틀댔다.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넘긴 석하는 아찔했던 순간을 곱씹으며 내옥 간수를 돌아보았다. 남들보다 반사신경이 뛰어나서 피하긴 하였지만, 그래도 가슴 속이 섬뜩해지는 건 마찬가지였다. 석하는 상투에 도로 꽂은 자신의 동곳을 냅다 빼들었다.


"뭐냐, 그거...너 육손이었냐?"


가운뎃 손가락을 가리키며, 손가락 만한 동곳을 비웃는 내옥 간수의 눈앞에, 어느 틈에 석하가 표범처럼 덮쳤다. 내옥간수는 화들짝 놀라서 헛숨을 들이켰다. 그 순간 피할 틈도 없이 칼자루 쥔 손등에 불같은 고통이 일었다. 내옥 간수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칼자루를 떨어뜨렸다. 

 

그러자 독수리의 발톱이 먹이를 포획하듯, 석하가 날랜 몸놀림으로 달려들어 칼을 가로챘다. 내옥 간수가 움찔하는 순간 석하가 칼자루를 움켜쥐고 그대로 내옥 간수의 목젖을 찔러들었다.  

 

"엄마야!"

 

내옥 간수가 온몸이 움츠러 들어서 바닥에 엎드렸다. 간이 콩알만 해졌는지 고개를 쳐들 수도 없었다. 마냥 무서워서 벌벌 떠는 순간, 외옥 죄수가 칼날을 휘둘러 문짝 어깃장 아래의 널장들을 그대로 연거푸 찍었다. 매서운 칼끝에 어깃장 사이의 널장들이 쩍하니 금이 갔다.


자신의 목젖에 아무 것도 닿지 않자, 내옥 간수는 천근만근 무거워진 고개를 들어서 석하의 손목께를 올려다 보았다. 이 수상한 죄수의 칼놀림 한번에 감방 문짝이 쩍쩍 갈라지는 참이었다. 내옥 간수는 혼이 나간 얼굴이 되었다.

 

"사람숨결은 못 끊어도, 나무숨결은 잘 끊지요."

"..."

 

무섭지 않은 말이 왜 이리도 무섭게 들리는지, 내옥 간수는 가슴 속이 섬뜩해졌다. 사람숨결은 못 끊는다는데, 나무 숨결만 잘 끊는다는데...그저 무서웠다. 헌데 이 무시무시한 죄수놈이 나머지 발길질 한번에 오른쪽 감방 문짝을 단박에 박살내 버렸다.


내옥 간수는 움찔 놀라서 석하의 옆얼굴을 쳐다 보았다. 날카로운 칼날 같은 콧날이 눈에 들어왔다. 꼭 귀신에 홀린 기분이었다. 칼잡이는 칼잡인데, 무인이 아니라 목장木匠이었나 싶었다. 정말로 나뭇결을 따라 널장들이 갈라지는 모습이 그저 신기했다.  

 

그대로 석하란 놈이 문짝의 어깃장과 어깃장 사이의 틈새로 뛰어들었다. 내옥 간수는 석하가 사라진 문짝 틈새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거침 없이 뛰어드는 모습이 그저 놀라웠다. 자신은 구덩이로 들어가는 것도 무서워서 저 최석만인가 하는 죄수놈을 대신 들어가게 등을 떠밀었건만, 저 어린놈은 겁도 없이 홀로 뛰쳐 들어갔다.

 

"에이씨! 저 미친!"

 

어디선가 욕지거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고 쳐다보니, 동쪽 담벼락에서 웬 복면인이 아까 자신이 석정에게 고함을 쳤던 그대로, 똑같이 소리쳤다.

 

"뭐해? 들어가! 들어가 얼른!"

"..."

"들어가라니까!"

"..."

"이둘이 죽고, 네놈 혼자 살아남으면, 그땐 네놈 죽어! 네놈 주변 풀 한포기도 남겨두실 분들이 아니야."

 

복면 틈새로 드러난 날카로운 두눈이 칼날처럼 내옥 간수의 목덜미를 베는 듯 하였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어쩐지 약관도 채 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내옥 간수는 동쪽 담장에 걸터앉은 복면인의 정체를 어떻게 여겨야 할 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들어가! 들어가 얼른! 못 들어갈 거면 얼른 불이라도 끄든지!"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는 어린 복면인의 음성이 허공을 베었다. 두눈은 내옥 간수가 여태 보았던 어느 죄수보다도 더 독기에 차서, 허공을 갈기갈기 찢어발기는 느낌이었다. 내옥 간수는 멍하니 초점 잃은 눈빛으로 동쪽 담장을 그저 쳐다보기만 했다.


작가의말

예전에 최석정이 진천에 있을 때 기습을 당해 불길에 갇히는 장면을 쓰려다, 차마 못 쓰고 타임리프  한 적이 있습니다. 설마하니 그런 일이 실제로 있을까 싶었죠. 진천이 불바다가 되는 상상 자체가 너무 오버인가 싶었구요. 나중에 보니 실제로 그해에 진천이 불바다가 된 기록이 있었는데, 그래도 그 장면은 이상하게 묘사를 못하겠네요. ;;;; 지금도 화재장면 쓰려니 막막...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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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98 뚱뚱한멸치
    작성일
    14.12.11 11:18
    No. 1

    화재는...재만 남아요ㅠ,ㅠ
    석하 덕분에 생명연장하네요, 꺽정이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5 사자버거
    작성일
    14.12.11 12:39
    No. 2

    실제 화재 장면은 몇번 영상으로 본 적이 있는데,
    사람이 뛰어들가서 구해올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안되더군요..
    불길이 밖으로 나오면 뭐 답도 없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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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의 그림자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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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해의 그림자 223 +2 14.12.27 1,390 26 43쪽
223 해의 그림자 222 +4 14.12.22 1,895 27 43쪽
222 해의 그림자 221 +1 14.12.16 1,445 23 43쪽
» 해의 그림자 220 +2 14.12.10 1,496 28 43쪽
220 해의 그림자 219 +1 14.12.05 1,628 21 43쪽
219 해의 그림자 218 +3 14.11.30 1,357 29 41쪽
218 해의 그림자 217 +1 14.11.25 1,623 23 43쪽
217 해의 그림자 216 +2 14.11.20 1,575 28 43쪽
216 해의 그림자 215 +3 14.11.14 1,718 30 43쪽
215 해의 그림자 214 +3 14.11.10 2,374 30 35쪽
214 해의 그림자 213 +3 14.11.06 1,321 27 42쪽
213 해의 그림자 212 +3 14.11.02 1,615 29 43쪽
212 해의 그림자 211 +3 14.10.26 1,831 33 44쪽
211 해의 그림자 210 +3 14.10.20 1,635 26 42쪽
210 해의 그림자 209 +4 14.10.13 1,957 30 44쪽
209 해의 그림자 208 +3 14.10.07 1,496 28 43쪽
208 해의 그림자 207 +3 14.10.02 1,318 22 43쪽
207 해의 그림자 206 +4 14.09.25 2,693 34 43쪽
206 해의 그림자 205 +4 14.09.19 1,627 26 43쪽
205 해의 그림자 204 +3 14.09.12 1,715 26 40쪽
204 해의 그림자 203 +6 14.09.05 1,502 30 39쪽
203 해의 그림자 202 +7 14.08.30 1,735 31 41쪽
202 해의 그림자 201 +4 14.08.21 1,849 42 41쪽
201 해의 그림자 200 +5 14.08.14 1,387 30 42쪽
200 해의 그림자 199 +4 14.08.07 2,041 34 42쪽
199 해의 그림자 198 +5 14.07.31 1,858 41 43쪽
198 해의 그림자 197 +3 14.07.21 1,789 41 41쪽
197 해의 그림자 196 +7 14.07.15 1,851 34 42쪽
196 해의 그림자 195 +3 14.07.11 2,020 32 41쪽
195 해의 그림자 194 +3 14.07.06 1,947 34 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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