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쌍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남양군
작품등록일 :
2014.03.05 16:39
최근연재일 :
2014.09.3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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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0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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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짚은다리의 천덕꾸러기 2

[무쌍]은 성장 소설입니다. 시대상과 현실을 접목한 소설입니다. 느긋이 감상해 주십시요.




DUMMY

중곡마는 짚은다리에서 어른 걸음으로 10분이면 닿는다. 중곡마는 본래 짚은다리에 속했다. 중곡마란 마을 이름이 붙은 것은 해방 이듬해였다.

해방 전에 겨우 대여섯 가구가 살던 곳에 해방 후 밀려 내려온 월남 이주민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가구가 늘었다.

가구 수가 20여호에 달하자 중곡마라는 무성의한 마을 이름이 붙었다. 상곡마가 있고 하곡마가 있으니 위치상 중곡마로 불리게 된 것이다.

하긴 한국의 마을 이름 중에 독창적인 이름이 몇 개나 있겠는가. 상. 중. 하로 명명된 마을 이름을 찾아보면 샛강 말조개만큼이나 많을 것이다.

중곡마는 월송산 뒤편이라 아침 해가 들지 않았다. 주위에서는 음지마라 부르기도 했다.

중곡마는 어중간했다. 중곡마 사람들만 자신이 사는 동네를 중곡마라 불렀다. 다른 마을 사람들은 중곡마와 짚은다리를 구분하지 않았다. 짚은다리 하면 통상 중곡마를 포함한 범위로 인식되었다.

짚은다리라는 지명은 한국의 지명이 흔히 그렇듯 지형에 따른 명칭이다. 마을이 산속으로 푹 꺼져 들어가 있는 형태다. 마을 앞만 터져 있고 삼면을 산이 에워싼, 소위 봉황포란 형세다.

마을 뒷산인 월송산은 표고가 460미터인 야산이다.

낮은 표고에 불구하고 월송산은 산세가 험준하고 골이 깊었다. 멧돼지 출몰이 잦고 늑대와 여우도 서식했다. 표범을 보았다는 동네 사람도 있었지만 삵이라는 의견에 묻혔다.

근처 마을은 모두 월송산에서 화목을 구해 갔다. 마을 사람들은 나무를 잘라 가고, 낙엽을 박박 긁어 갔다. 그 탓에 경사가 완만한 삼부 능선 아래는 공을 던져도 굴러갈 만큼 휑했다.

오부 능선을 넘어가면 경사가 심해지고, 각종 활엽수와 소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룬다. 칡과 각종 기생 덩굴이 관목과 뒤엉켜 대낮에도 숲속은 어두컴컴했다.

월송산에는 백 미터가 넘는 돌레들도 두 개쯤 있고, 집채보다 큰 바위들도 여럿 있다. 동굴도 두 개나 있다.

특히 칠부 능선에서 산 아래를 굽어보는 웅장한 독수리 바위가 압권이다. 독수리 바위는 폭이 이십 미터, 높이가 삼십 미터를 넘는 거대한 단일 암석이다.

또한 삼부 능선에 수자골 평전이라 불리는 늪지대가 있다. 이천 평 남짓한 늪지대는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질척였다. 수자골 평전에는 미꾸라지, 게, 조개까지 서식했다. 심지어 메기가 잡힌 적도 있었다.

마을 앞의 옹조지한 들판을 몇 걸음 내 딛지 않아 강둑이 나타난다. 강둑 몇 길 아래 시퍼런 낙동강이 유유히 흘러갔다.

짚은다리는 풍수로 보면 뭔가 있을 법한 전형적인 배산임수 마을이다. 그저 모양새만 그랬다. 마을이 형성된 지 수백 년이 지났지만 변변한 인물 한명 나온 적 없는 쭉정이 마을이 짚은다리다.

혹자는 지세가 꺼져 있어 악기가 고이는 지형이라고 했다. 좌우익으로 갈라져 쌈질을 하고, 전후 친척 간에도 쳐다보지도 않게 된 상황을 보면 그럴 듯 했다.

마을 뒷산은 겨우 시탄이나 공급하는 야산에 불과했다. 마을앞 낙동강은 해마다 마을 아이를 넙죽 받아 삼키는 애물단지 물귀신에 불과했다.

해거리로 누런 강물이 인근 농토를 뒤덮어 바다가 되었다. 손쓸 방도가 없는 마을 사람들은 누런 강물만 하염없이 쳐다보기만 했다. 그 틈에 약삭빠른 사람은 장대 끝에 낫을 묶어 떠내려 오는 돼지를 끌어내기도 했다. 홍수는 가뭄보다 무섭다. 가뭄이 들어도 쭉정이 나락 몇 섬은 거둘 수 있지만 홍수는 몽땅 쓸어 가 버리기 때문이다.

가뭄이 닥쳐도 할 일없이 하늘만 쳐다보기는 홍수나 마찬가지다. 눈앞엔 넉넉한 강물이 굼실거리지만 물을 퍼 올릴 양수기가 없는 탓이다.

짚은다리 농투산이들은 열 마지기도 못되는 논과 몇 뙈기의 밭이 전부다. 애비들은 입에 풀칠하고 아이들 학비 대기에도 허덕였다.

본래 들이 넓은 전라도 지역과 달리 영남 지역은 산이 많고 들이 좁은 지역이다.

짚은다리도 밭이 많고 논이 적다. 쌀밥은 제사 때나 맛보고 보리밥과 거친 청국밀 국수가 일상 먹거리다.

보리쌀과 쌀을 한 솥에 넣고 밥을 하면 거친 보리쌀이 설익게 된다. 보리쌀은 미리 익혀 두었다가 쌀과 함께 밥을 해야 한다. 집집마다 정지(부엌)서까래에 보리밥을 담은 대수꾸리(음식이나 야채를 담는 대나무 채반)가 매달려 있는 이유다. 그나마 깡 보리밥을 먹지 않고 혼식을 하는 집은 형편이 나은 집이다.

보리밥은 근기가 없다. 보리밥 한 덩이 물 말아 먹고 삽질 몇 번하면 허리가 접힌다. 어쨌든 논이 부족하고 잦은 가뭄으로 인해 경상도 지역엔 보리밥이 대종이었다.

오죽하면 ‘보리문디’라는 말이 생겼겠는가? 보리문디에서 문디는 문둥병 환자가 아니라 문동(文童), 글을 읽는 초립동이를 일컫는 말이다. 보리문디는 보리밥이나 먹는 주제에 체면 차리는 사람을 칭하는 말이다.

영남 오지 마을인 짚은다리도 쌀밥 먹기가 만만치 않은 동네다. 홍수가 지던, 가뭄이 닥치던, 하늘만 쳐다보는 곳이 짚은다리다. 마을 노인들은 한숨이 깊어 짚은다리라고 했다.

깊다의 경상도 사투리가 짚다다.

한숨과 체념 속에 살아가는 쭉정이 마을 짚은다리에서 끝나지 않을 이야기가 시작된다.


40을 갓 채운 박진보와 30 턱밑의 김말순,

하마터면 띠동갑이 될 뻔 한 젊은 부부다. 그들 부부와 여덟 살 난 아들 박무쌍의 보금자리가 짚은다리 중곡마다.

박진보와 김말순은 어렵게 맺어진 인연이다.

박진보는 시골 농투성이답지 않게 피부색이 희고 인물이 훤칠했다. 사람이 진중하고 성실했다. 그를 마음에 둔 인근 동리의 처녀들도 여럿 있었다.

박진보는 영리하고 심성이 순후했다.

장손인 박인보는 보통학교와 중등학교를 마쳤지만, 막내인 진보는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다. 이는 당시 전형적인 서민 가정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모든 게 부족하던 시절이다. 어느 정도 의식이 깨인 집안은 한정된 자원을 장손에게 쏟아 부었다. 아래 동생들은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박진보는 형의 책으로 혼자 공부하고 집안 어른에게 한학을 배워 홀로 문맹을 벗었다.

진보는 스물일곱에 시미골의 처녀와 얼굴 한번 보고 중매로 결혼했다. 착하고 부지런한 여자였다. 불행히도 아내는 결혼 이듬해 폐렴으로 사망했다.

신혼 재미를 보기도 전에 아내를 잃은 그는 마음이 들떠 집을 나갔다. 발걸음 가는대로 떠돌던 그의 발길이 남해군 어느 바닷가에 이르렀을 때였다.




댓글과 추천이 고픕니다아!! 바쁘시더라도 발도장 꽝 찍어 줍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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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내가 종놈이가! 2 +60 14.05.08 7,748 330 9쪽
66 내가 종놈이가! +32 14.05.02 7,411 295 7쪽
65 성장과 폭발사고 4 +38 14.04.30 7,555 282 8쪽
64 성장과 폭발사고 3 +50 14.04.27 7,436 25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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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호모 파란트로푸스 3 +51 14.04.13 8,623 340 8쪽
55 호모 파란트로푸스 2 +40 14.04.11 7,903 311 9쪽
54 호모 파란트로푸스 1 +36 14.04.10 9,842 38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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