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차원 코인전쟁-061
모든 것이 연결될 때
민준은 할머니와 부모님이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화장실로 가서 이를 닦은 후 방으로 가서 책상에 앉았다.
“검찰 내부에 만들어진 비밀 계정을 뚫는 것은 시간이 필요하니까 한 번 찾아보자.”
비밀 벽장을 열고 터미널을 꺼낸 민준은 이번에 새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국방부 네트워크로 찾아 들어갔다.
아버지가 알아봐 준다고는 했지만, 궁금해서 참을 수 없었기에 자신이 한 번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검찰 네트워크와는 달리 뒤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유준우가 군대에 들어간 것은 분명한데 입대한 기록은 있어도 어느 부대에서 복무하고 있는지 찾을 수 없었다.
이런 경우는 군에서도 비밀로 분류하는 특수부대에 들어갔을 때가 아니면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특수부대에 들어갔다고 해도 한 번도 연락하지 않은 것을 보면 다른 꿈을 꾼 게 분명하다.”
경찰청에 부임한 박창호나 정태우에게도 연락 한 번도 오지 않아 전혀 소식을 모르고 있었다.
특수부대에 들어갔다고 해도 이렇게 연락이 없는 것을 보면 일부러 소식을 끊은 것이 분명했다.
“다른 꿈을 꾸게 된다면 연락을 한다고 하더니만······.”
일련의 상황을 보면 다시 꿈을 꾼 것만은 분명했다.
군산을 떠나게 되는 것을 다른 꿈을 꾼 이후라고 했으니 틀림없을 테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아 민준은 조금 답답했다.
유준우의 꿈이 미래를 보는 것이었고, 연락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심각한 일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꿈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위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후우우! 당분간 만날 수 없을 것 같으니 나도 준비나 하자.”
상당한 무인이라 위험한 일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생각을 접은 민준은 내일부터 시작할 작업을 점검했다.
그동안 준비한 것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봤지만 특이한 사항이나 문제가 될 것은 없어 보였다.
“괜찮을 것 같다. 내일은 일찍 나가야 하니까 이제 자자.”
준비상황을 확인한 민준은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 * *
아침 일찍 일어난 민준은 부모님과 함께 아침을 먹었다.
방학이라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기에 부모님이 출근하는 것을 배웅한 민준은 방으로 가 변장을 했다.
“이 정도면 분간하지 못하겠다.”
거울에 비친 민준의 모습은 본래의 얼굴과 달랐다.
20대 중반의 모습이었는데 이렇게 변장한 이유는 미성년자에게는 팔지 않는 화학제품들을 사기 위해서였다.
미리 위조해 놓은 신분증을 지갑에 넣고, 새 옷으로 갈아입은 민준은 집을 나와 버스를 타고 모란으로 갔다.
모란에서 지하철을 탄 민준은 청계천에 있는 화공 약품을 파는 가게로 가서 필요한 것들을 샀다.
위험물 판매 대장에 신분을 기록해야 했지만 위조된 신분증이 있어 문제는 없었다.
이전의 삶에서 여러 신분증을 위조해 본 경험이 있었던 터라 유심히 살펴본 가게 사장도 가짜인지 알지 못했다.
필요한 화학제품을 사고 곧장 집으로 돌아온 민준은 지하에 마련한 작업장으로 가서 필요한 것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동안 작업에 필요한 기구들을 준비해 놨던 터라 바이오 소재의 화합물을 만드는 작업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시중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단백질들과 이번에 산 화학제품들을 기구를 이용해 합성하기만 하면 되었다.
처음 해보는 것이지만 민준은 아주 능숙하게 지금까지 세상에 나온 적이 없는 물질들을 소재를 합성해 나갔다.
민준은 기본이 되는 고분자 화합물을 만든 후에 예전에 만들어 두었던 증식 장치에 넣고 가동했다.
“생각보다 증식하는 속도가 느리구나.”
상당한 양의 고분자 화합물이 필요한데 생각만큼 속도가 나지 않아 걱정이 되었다.
“이대로는 필요한 양을 확보하지 못할 것 같으니 아무래도 빨리 3D 프린터를 만들어야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세운상가에도 가볼 걸 그랬다.”
기반 기술은 다 있지만, 소형화하는 것이 곤란해서 미뤄두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3D 프린터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았다.
“고분자 화합물을 만들어 가면서 점차 바꿔가면 되니 큰 문제는 없을 거다. 일단 밥부터 먹자.”
집중하느라고 점심을 먹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흐른 터라 배가 고팠다.
자동으로 조절되기에 증식기를 그대로 둔 민준은 방으로 올라와 주방으로 가서 라면을 끓여 먹었다.
유정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라면을 무척 싫어하기 때문에 아주 가끔만 먹을 수 있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라면 먹은 증거들을 깔끔하게 치운 민준은 밖으로 나와 버스와 지하철을 번갈아 타고 세운 상가로 갔다.
3D 프린터를 만들 부품으로 쓸 것들을 샀다.
“이대로는 쓰지 못하니 개조하겠지만 그래도 상당한 공간을 차지하겠구나.”
필요한 것을 전부 사지도 못했는데 커다란 상자 두 개가 가득 찰 정도로 상당한 양이었다.
기반 기술은 있어도 제품으로 만들어진 부품들이 없는 것은 자신이 직접 만들어야 하기에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서둘러 보자.”
커다란 상자를 양손으로 들고 버스와 지하철을 타니 눈치가 보였지만 민준은 꿋꿋하게 버티며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시간이 늦은 터라 민준은 사 온 부품들을 지하 작업 공간에 놓고 가게로 갔다.
저녁 장사를 하기 전에 먼저 식사하기 때문이었다.
가게로 들어가니 식탁에 가게 식구들이 앉아있었다.
“어서 와라. 어디 갔다 오는 거냐?”
“뭐 좀 사려고 세운상가에 갔다가 왔어요.”
“그랬구나. 어서 앉아라.”
“불고기네요?”
“종혁이가 솜씨 좀 부려봤다고 하더구나.”
“그래요?”
“맛이 어떤지 한 번 봐라.”
유정을 대신해 주방을 맡아 보고 있는 종혁의 권유에 민준은 젓가락으로 한 점 집어 먹었다.
“형. 정말 맛있는데요? 이거 팔아도 되겠어요.”
“친구 녀석에게 배운 거라서 파는 건 곤란하다. 그 녀석이 하는 가게에 주력 메뉴 중 하나라서 말이야. 그냥 식구들 먹을 때만 만들려고 한다.”
친구가 만든 조리법인데다가 다른 사람의 요리법을 이용해 장사하는 걸 수치로 여기는 종혁이라 이해가 되었다.
“어서 먹어라.”
“예, 형.”
민준은 가게 식구들과 불고기를 맛있게 먹었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나서 집으로 돌아와 세운상가에서 사 온 부품들을 개조하는 작업에 매달렸다.
* * *
파파팟!
칠흑보다 어두운 밤!
놀랍게도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야음 속에 기암괴석이 날카롭게 절경을 이룬 산자락을 달리는 인영이 있었다.
눈만 내놓은 복면을 쓰고 빠르게 산 정상을 달리고 있는 이는 바로 유준우였다.
간담이 시릴 정도로 위험한 산자락을 넘어가고 있음에도 유준우의 움직임은 무척이나 경쾌했다.
‘따라오는군. 역시 있었어.’
파파파파파팟!
자신의 예상대로 누군가 따라붙었다는 것을 파악한 유준우는 달리는 속도를 빨리했다.
처음 느꼈을 때는 의심만 했지만, 뒤를 쫓느라 존재감을 드러낸 터라 같은 길을 걷는 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험하기로 유명한 금강산의 산등성이를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는 자신을 쫓을 만한 이는 한 종류뿐이었기 때문이다.
‘일단은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우선이다. 뒤를 쫓아오다가 지쳐서 나가떨어지겠지.’
당장이라도 멈춰 선 후 한 번 겨뤄 보고 싶었지만, 임무가 우선이었기에 속도를 더할 뿐이었다.
자신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경지에 든 무인일지라도 이 정도 속도를 장시간 쫓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그런 자가 북에 들어와 있었다니······.’
수도 없이 들락거린 곳이었지만 다른 때와는 달리 이번에 임무는 평양까지 침투해 대공 경비망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레이더와 대공 포대의 위치는 물론 제원까지 확인하고 귀환하는 임무는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유준우는 귀환 코스를 서해가 아니라 동해로 잡았다.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는 추적자들의 오판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사실 다른 이유가 컸다.
바로 자신의 성취를 높일 수 있는 영약을 찾아보기 위해 금강산을 가보려고 했던 것이었다.
유준우는 금강산이 당도한 후 성취를 높일 만한 영약을 찾아보다가 특이한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었다.
임무를 수행하면서 몇 번 지나쳤던 금강산에 예전과는 다르게 삼엄한 경계망이 펼쳐져 있었던 것이었다.
유준우는 경계의 중심을 향해 조심스럽게 잠입했다.
경계의 중심은 김정일이 애용한다는 초대소였다.
외국인으로 보이는 자가 삼엄한 호위를 받으며 들어가는 것을 보였기에 민준은 그냥 귀환할 수 없었다.
‘으음! 뭔가 있군. 알아보고 가자.’
유준우는 신형을 감추고 몰래 초대소로 잠입했다.
초대소로 잠입한 그는 놀라운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소련 연방이 해체되면서 핵무기 관련 과학자들이 국외로 은밀히 탈출하고 있었는데 외국인도 그중 하나였다.
‘김정일이 오는 모양이군. 호위총국 애들 중에는 무인이 많으니 일단 물러나자.’
유준우는 핵무기 개발을 위해 김정일이 초빙한 것까지 파악한 후 자리를 피해 이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접선할 시간에 맞춰야 하기도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은밀한 기운이 초대소를 감싸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무인으로 보이는 자들이 주변을 호위하기 시작하는 걸 보면 북한의 최고 존엄이라는 김정일의 오는 것이 분명했다.
‘제대로 된 무인을 본 적이 없는데 아쉽군.’
수도 없이 대북 임무를 수행하면서 유준우는 한 번도 제대로 된 무인을 만나보지 못했기에 아쉬웠다.
‘나중에 기회가 되겠지.’
민준은 훗날을 기약하며 빠른 속도로 빠져나간 후 예정된 경로를 따라 목적지를 향해 경공을 펼쳤다.
‘확실하군.’
한참 동안 경로를 타고 달리던 유준우는 누군가 자신을 추적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초대소를 벗어날 때는 반신반의했는데 추적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기척을 드러낸 것을 포착했던 것이었다.
‘으음! 상당한 거리인데 끈질기게 쫓아오는 걸 보면 예사로운 놈이 아니군. 일단 떨쳐 보자.’
유준우는 내력을 끌어올리며 속도를 더했다.
한동안 전력으로 달리면 자신을 추적하는 자를 따돌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거리를 약간 벌렸을 뿐 여전히 자신의 뒤를 쫓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접선할 장소에서 마주칠 확률이 높다. 시간도 조금 있으니 여기서 정리하고 가자.’
속도를 늦춘 유준우는 곧발호 신형을 감췄다.
타타타, 탁!
얼마 지나지 않아 유준우의 뒤를 쫓던 왜소한 인영이 달리던 속도를 급히 줄이며 멈춰 섰다.
본능적으로 위화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몸집을 보니 여자아이 같은데 감각이 대단하군.’
복면을 쓴 인영은 어른이라 보기에는 아주 왜소했고, 굴곡진 체형을 보면 여자가 틀림없었다.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다른 전개에 유준우는 입맛이 썼다.
자신을 쫓는 것은 물론이고, 은신법으로 모습을 감춘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고 경계할 정도라면 고수였기 때문이다.
기습을 틀렸다고 생각한 유준우는 은신을 풀고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파팟!
유준우가 드러남과 동시에 인영은 빠른 속도로 쇄도했다.
새로운 세상이 찾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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