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메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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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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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9.04.0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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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006. 1막 2장 - Who am I (1) | Unknown

DUMMY

Who am I

Who am I

난 내가 누군지 몰라

어디서 왔는지 몰라

- 시, `Who am I` 中 발췌 -


잔기침과 함께 정신을 차린다. 안 죽었나 보다. 다행이네. 감은 눈을 뜬다. 하늘이 보인다.

..... 하늘이 보인다. 뭐지. 하얀 천장이 보여야 정상인데.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 몸을 일으킨다. 주변을 둘러본다. 나무들이 잔뜩 보인다. 이곳은 숲 속인 것 같다. 뭐지.

"잠깐만. 난 햇빛 받으면 죽어야 하는데?"

7년 전부터 햇빛을 받으면 온몸이 과민 반응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멀쩡하다. 아직 UMO 내부인가?

손을 들어본다. 손가락에 반지가 끼워져 있다. 아이작의 몸이란 거다. 그런데 긴급 방출되지 않았나? 분명 죽기 직전이었는데. 아직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로그아웃."

아무런 반응이 없다. 뭐지. 머리가 아파져 오기 시작한다. 잠깐만. 지금 나 하늘을 봤었지? 시선을 한 곳을 집중한다. 적당한 표적이 될 만한 나무가 있다. 시야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미친."

항상 있어야 할 체력과 마나 표시줄이 없다. 미니 맵도 없고 상태표시창도 없다. 각종 메뉴에 접근하는 아이콘도 없다. 등골이 오싹하다.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침을 삼킨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바람이 나를 휘감으며 지나간다. 햇살이 느껴진다. UMO에서 느끼던 가짜가 아닌, 7년 전에 마지막으로 느꼈던 그것. 본능이 말해준다. 이건 현실이라고.

"좋아. 일단 생각하자. 집중하자."

다시 집중해서 주위를 둘러본다. 나무와 나무와 나무와 나무. 오직 나무들이 내 눈에 가득히 들어온다. 특별한 것을 찾을 수 없다.

서 있던 자리에서 걸음을 움직인다. 가만히 서 있는 것은 의미 없는 일. 의미 없는 일은 좋지 않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지나간다. 신발 너머로 흙바닥이 느껴진다. 솔직히 말하면, 기분이 좋다. 자연을 그대로 느끼고 있다. 환풍기와 공기청정기의 바람이 아닌 자연의 바람. 순수한 기압 차로 만들어진 현상이 나의 얼굴을 어루만진다.

멈춰 선다. 등골이 오싹하다. 마치 누군가 나에게 경고를 하는 것 같다. 이 앞으로 가면 적이 있다고. 아이작에게는 그런 아이템이 있다. 적대적 존재 감지 기능이 달린 반지. 지금은 내 왼손 중지에 끼워져 있지.

"이 상황. 책에서 봤어."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게임과 연관되어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UMO를 시작한 것은 6년 전쯤. 그전에는 이런저런 잡다한 게임들을 많이 했지. 그리고 소설 원작의 게임들도.

내가 병실에 누운 이후로 읽었다고 할 만한 소설은 게임들의 원작이 전부. 심지어 중간에 그만두었다. 지루했거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내가 읽어본 몇 안 되는 소설에서는 이런 상황을 한 단어로 정의한다.

"이세계 전이."

한 단어는 아니네. 두 단어로 정정하자.

"미쳐버리겠다."

앞에서 느껴지는 꺼림칙한 기운 때문에 걸어가지 못하겠다. 한숨을 쉬고 자리에 주저앉는다. 어떻게 하지? 여기가 이세계면 왜 온 거지? 돌아갈 수는 있는 건가? 난 안전한 건가? 여기서는 건강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건가?

온갖 의문과 걱정이 메아리친다.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이제 어떻게 하지?

그대로 풀밭에 드러눕는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흘러간다. 태양은 노란색으로 빛나고 그 옆에 검은 천이 나풀거린다. 검은 천?

몸을 일으킨다. 그대로 그 천 조각을 보았던 곳으로 고개를 돌린다. 한 소녀가 서 있다. 바람에 나풀거리는 검은 드레스. 검은 리본을 이용해 양 갈래로 묶은 하얀 머리칼.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이목구비. 하얀 양말과 검은 단화. 마치 인형 같다. 인간의 감정이라고는 없는 인형. 이질감이 느껴진다.

"이제야 일어나네. 나는 소을."

"어···. 어. 나는···."

누구지? 이유진? 아니면 아이작? 일단 이 몸은 아이작의 몸이다. 그런데 아이작은 이유진의 게임 캐릭터지. 그럼 나는 누구지?

"말 안 해도 돼. 이유진 또는 아이작. 아니면 둘 다 섞어서 이이진?"

소을이라 자신을 소개한 소녀는 자신이 한 말이 재미있는지 배를 잡고 웃는다. 그 웃음은 너무나 잔혹하다.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바라보며 즐거워 웃는 느낌.

왼손 중지의 반지가 경고한다. 숲 속에 있을 정체불명의 무언가 보다 지금 내 앞에 이 소녀가 더 위험하다고. 침이 절로 넘어간다.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다.

"너무 겁먹지 않아도 돼. 안 잡아먹어."

분위기가 바뀐다. 사냥꾼의 그것에서 평범한 소녀의 그것으로. 그런데 나는 사냥꾼도 소녀도 만나본 적 없는데?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너 때문이야."

소을은 그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킨다. 나 때문에?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넌 지금 다른 차원으로 넘어왔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규칙상 차원을 넘어온 존재는 처분해야 하지만."

처분? 방금 엄청나게 위험한 단어를 들은 것 같다.

"그 대상이 지성체일 경우에는 조금 달라지지."

소을이 공중에서 손을 휘젓는다. 금색으로 빛나는 반지 하나가 나타난다. 특별한 장식이 아무것도 없지만, 보기만 해도 기품이 넘쳐난다.

"저기···. 그건?"

"이건 너를 위한 선물."

그대로 내 손을 잡고 오른손 약지에 끼워져 있던 반지를 빼버린다. 그 반지를 내 왼손에 쥐여준다. 비어버린 손가락에 웬 반지를 하나 끼워준다. 여자가 내 손에 반지를 끼워준다. 어. 음. 약간 기분이 묘하네. 소을은 그저 웃을 뿐.

"그건 네가 다른 차원에서 넘어왔다는 걸 알려주는 거야. 사신들이 그걸 보면 너 도와줄 거야."

"사신?"

"사신이라고 세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일을 맡은 사람들이야."

"너도 사신이야?"

내 질문에 소을은 미소를 짓는다.

"난 초월자. 육신에 구속된 너희와 달리 자유로운 영혼이지."

좋아. 아무것도 이해 못 했다.

"어차피 나중에 알게 될 거야. 나는 그저 전달을 위해 여기 온 거지."

"그럼 난 어떻게 해야 해?"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난 어떻게 해야 하나.

"원하는 대로 살아. 모든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있으니까."

"그게 끝?"

"뭐가 더 필요한가?"

그런가. 그런 건가. 어렵군.

"빠른 시일 내에 대기록원에서 방문하러 올 거야! 그럼 잘살아 봐!"

나를 향해 손을 흔들던 소을은 그대로 사라졌다. 그나저나 대기록원은 또 뭐냐.

숲 속에는 나 혼자 남았다. 바람이 불어온다. 그러고 보니 가족과 의사들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과 직접 이야기한 게 얼마 만이지? 소을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기계의 음성이 아닌 나의 음성으로 대화하는 건 얼마 만이지.

그보다 여기서 어떻게 나가지? 사신이라든가 말한 걸 보면 이 세계에도 사람이 사는 것 같다. 그럼 일단 이 숲에서 나가야 하는데. 길은 어디 있는 걸까나.

등골이 오싹해진다. 맞다. 나 저 숲 속에 있는 뭔가에 위기를 느꼈었지. 왼손을 들어 바라본다. 녹색 보석이 박혀 있는 은반지. 적대적 존재를 감지하는 마법이 걸려있는 반지. 현실에는 없고 게임에만 있는 물건. 나는 지금 내가 살던 곳이 아닌 곳에 있다.

갑자기 너무나 우울해진다. 가족들을 만나지 못한다니. 언젠가는 이럴 줄 알고 있었지만, 그때는 내가 죽을 걸 예상해서였다. 이렇게 다른 차원으로 오다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그저 이렇게 쓰러져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죽음이 오기를 기다리는 게 나한테 더 알맞지 않을까?

"아. 아무것도 하기 싫다!!!"

큰소리로 외친다. 나의 목소리가 숲에 메아리친다. 그리고 수풀이 부스럭거린다.

저기에 뭐가 있었지. 또 까먹고 있었다. 수풀이 흔들린다. 뭔가 거대한 생물의 숨소리가 들려온다. 도망가야 하나.

수풀을 해치고 거대한 늑대가 나타난다. 작은 포장마차 정도의 크기.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크기. 하지만 난 본적이 있지. UMO에서 나오는 거대 늑대. 그리 강한 몬스터는 아니지만, 초중반에는 상당히 까다로운 적.

늑대가 나한테 달려든다. 거대한 발이 땅을 헤집는다.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구나.

"으아악!"

비명을 지르며 몸을 옆으로 굴린다. 내가 있던 자리 위로 늑대가 지나간다. 방금 죽을 뻔한 건가?

땅에 내려앉은 늑대는 민첩하게 몸의 방향을 바꾼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눈동자가 커다랗구나. 눈이 크면 미인이라던데. 그렇다면 미인 늑대로군.

방금 그 생각으로 알아냈다. 나는 위기에 처하면 실없는 농담을 던지는 성격이구나. 예전에 들은 말인데 사람은 죽기 전에 자신의 본성이 드러난다고 한다. 내 본성은 농담인가? 잘 모르겠다.

"크르르르."

늑대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 마치 칠판을 긁는 소리처럼 듣기 싫다. 늑대는 천천히 나에게 다가온다. 점점 가까워진다. 놈의 숨결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죽는 건가?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는 아픔에 대한 공포가 밀어닥친다. 저 커다란 이빨에 물리면 얼마나 아플까.

"공간 왜곡."

나도 모르게 마법의 이름을 말한다. UMO에서는 자연스러운 마법 발동. 현실에서는 일어날 일이 없는 일이지만, 여긴 현실이 아니었다.

다물어지는 늑대의 이빨은 나를 비껴간다. 마법이 발동된 것처럼. 늑대도 나도 얼굴에 당혹감을 표출한다.

"아. 미친."

늑대가 말을 할 수 있다면 나와 같은 말을 했겠지. 다행히 늑대는 말을 하지 못한다. 했으면 기절했을 거다. 늑대가 발을 휘두른다. 공간 왜곡은 모든 물리 공격을 무효화시킨다. 늑대의 발톱은 나를 스쳐 지나간다.

공격이 통하지 않자 늑대는 뒤로 펄쩍 뛰어 물러선다. 마법이 통한다. 내가 환상을 본 것이 아니다. 나는 지금 이유진이 아닌 아이작이다.

"뼈 화살."

손가락 끝에서 뼈로 된 작은 화살이 나타난다. 촉도, 대도, 깃도 전부 뼈로 만들어진 화살. 뼈로 된 깃을 가지고 어떻게 날아가는지가 궁금하지만, 마법이니 그렇다고 치자.

내가 마법을 사용하자 늑대가 낮게 으르렁거린다. 나를 위험한 존재로 인식한 것 같다. 그런데 말이야. 늦었어.

뼈 화살이 목표를 노리고 날아간다. 늑대의 거대한 머리를 향해서. 파삭인지 푸석인지 모를 소리를 내며 늑대의 머리를 깨끗하게 관통되었다. 우웩. 별로 좋은 광경은 아니다.

늑대는 그대로 쓰러진다. 피가 바닥에 흥건하다. 저건 뇌인가. 징그럽게도 생겼네.

일단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마 UMO 내에서 사용했던 마법은 전부 사용할 수 있을 거다. 그럼 문제는 다른 기능들. 예를 들어.

"물품창."

나타나지 않는다. 최우선 목표. 물품창을 열어서 장비를 교체한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


작가의말

나는 너와는 달라

나는 남들과 달라

나는 세상과 달라


나는 세상에 속하지 못해

나는 단체에 속하지 못해

나는 친구에 속하지 못해


나는 도대체 누구인 거지?

나는 도대체 무엇인 거지?

나는 도대체 어떻게 살지?


Who am I

Who am I

난 내가 누군지 몰라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Who am I

Who am I

난 내가 무엇인지 몰라

어디서 왔는지 몰라


I don`t know who am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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