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마록(狂魔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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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am107
작품등록일 :
2019.04.0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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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6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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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25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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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조우遭遇

DUMMY

* * * * *

제갈 식이 두 개의 죽 그릇을 들고 들어오고....

침상에 누워있던 타말이 몸을 일으킨다.

"고맙네."

힘겹게 나오는 타말의 말에 제갈 식이 안쓰럽게 타말을 봤다.

"아닙니다."

타말이 한 그릇은 내려두고 하나만 들고 커다란 발로 가려진 옆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제갈 식의 눈에 죽은 듯 누워있는 신녀의 모습이 보였다.

어떡해야하나....

급한 데로 두 사람을 데리고 산적들의 산채로 왔다.

그리고 몇 개의 망원진을 겹쳐서 펼치며 산적들에게 자신들을 돌보라는 암시를 걸고....

이곳에서 두 사람을 치료하고는 있지만....


하아....!

타말은 가벼운 한숨과 함께 신녀의 등을 받쳐 일으키고 묽게 쓴 죽을 몇 숟가락 먹인다.

의식이 없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먹이면 저작기능....

즉, 입안으로 들어온 음식을 씹을 수 없기 때문에 충분한 침도 생기지 않고 제대로 삼킬 수도 없다.

그래서....

탁! 탁!

가볍게 신녀의 등을 두드려 입속의 죽을 삼키게 하고....

적당한 양을 먹었다고 생각되자 다시 신녀를 눕힌다.

그리고 다시 방을 나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서....

미음 같은 묵은 죽을 마시는 타말의 눈에 궁금증으로 가득 찬 제갈 식의 얼굴이 보인다.


"왜 그런 눈으로 보는가?"

제갈 식이 슬쩍 주위를 둘러본 후 입을 열었다.

"궁금해서요."

"궁금해....? 뭐가 궁금한가?"

"그 상처.... 괜찮으십니까?"

왼쪽 옆구리의 상처를 중심으로 온몸을 칭칭 동여맨 두꺼운 천.

옆구리의 상처가 걱정된 제갈 식의 응급처치였다.

그리고 의술에 대해서는 어두운 제갈 식의 눈에도 이상해 보이는 상처.

도대체 며칠이 지나도 아물 기미가 안 보인다.


"안 괜찮을 거네."

"설마 위험한가요?"

"글쎄...."

타말이 말을 흐렸다.

상처가 낫기는커녕 더 깊어진다.

애초에 타미르의 창을 얕보는 것이 아니었는데....

아니.... 첩혈모를 알아보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 크다.

설마 첩혈모가 자신의 철벽기를 뚫어낼 줄이야....


첩혈모.

아주 오랜 옛날 만들어졌다는 이 괴상한 창은 금강불괴의 몸도 뚫을 수 있다는 전설이 있었다.

하지만 전설은 전설일뿐 금강불괴라는 것도 전설일 뿐인데....

그리고 첩혈모는 아주 오래전 모습을 보인 후 지금까지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이제는 사라져버린즐 알았던 사악한 창.

그런데....타미르가 첩혈모를 가지고 왔다.

금강불괴도 뚫는다는 그 악마의 창을....

과연 금강불괴를 뜷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자신의 철벽기는 뚫어냈다.

그리고....

첩혈모의 악마 같은 마력.

지금도 첩혈모에 당한 상처를 통해 전신의 피가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억지로 공력을 써서 막고는 있지만 결국 이 상처로 인해 자신은 죽을 것이다.

전신의 피를 모두 빨아먹는 마물.

이 상처 때문에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말을 하면 과연 저 말 많은 놈이 어떤 표정이 될까?


"신녀께서도 저렇게 의식이 없으시고 대협도 몸이 성치 않으신데 이제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어떡하면 되겠나?"

"그걸 제게 물으시면....?"

타말이 제갈 식을 가만히 본다.

유약해 보이는 제갈 식의 얼굴 위로 무쇠 같은 느낌의 얼굴이 하나 떠올랐다.

이제 믿을 놈은 저놈뿐인가?

저놈이 내가 죽기 전에 그를 데려온다면....

아니.... 그가 은혜를 잊지 않고 와준다면....

어쩌면 신녀만이라도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고개를 돌려 발이 쳐진 방을 한 번 돌아본 후....

타말이 입을 열었다.

"부탁 하나 해도 되겠나?"

부탁....?

제갈 식이 타말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 사람을 찾아서 데리고 올 수 있겠나?"

타말의 말에 제갈 식의 눈이 살짝 찌푸려졌다.

자신에게 사람을 찾으라는 것은 자신들을 두고 떠라나는 말인가?

자신을 떼놓고 몸도 성치 않은 두 사람이 어떻게 하려고?

"누구를 찾아드리면 됩니까?"

"조 무적!"


* * * * *


부서진 무릎의 반치위로 가죽 끈을 동여맨다.

그리고 무릎 아래쪽으로도 얇은 가죽 끈을 당겨서 맨다.

그런 후....

단단하게 조여진 가죽 끈에 손가락 두 개를 넣어 살짝 벌려놓는다.

피가 통할 정도의 여유를 주기 위해 가죽 끈을 당겨주고....

무적이 일어나 다리를 디디고 섰다.

약간의 통증은 있지만 두 개의 가죽 끈이 무릎을 잡아줘서 주저 않지는 않는다.

지팡이를 짚지 않고 몇 걸음 걸어본 후....


조그만 삽을 들고 산에 널린 떼를 떠서 붉은 맨흙만 보이는 봉분에 입힌다.

작은 두 개의 봉분에 가득 떼(사람이 조경하지 않은 자연 상태의 거친 잔디를 떼라고 부른다는데 이게 사투리인지 표준어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잔디라는 표현보다는 떼라는 표현이 나을 것 같아서 떼라고 썼습니다.)를 입히자 제법 풀이 돋아난 무덤처럼 보인다.

무적은 다시 손질한 얇은 돌판 두 개를 무덤 앞에 꽂았다.

묘비로 쓰기 위해 돌을 깎아 손질한 돌판.

두 개의 묘비를 꼽고 묘비명을 적기위해 손을 들던 무적의 손이 아래로 내려온다.


뭐라고 적어야 하는가?

친구를 위해.... 남편을 위해 스스로 죽어간 의로운 사람이라고....?

크크크....

자신에게 그럴 자격이 있는가?

저절로 자조섞인 웃음이 나왔다.

아니면 서방 잘못 만나고 친구 잘못 만나 고생만 하다 간 불쌍한 사람이라고....?

멍하니 묘비를 보던 무적이 손가락을 들어 묘비에 가져갔다.

천천히 움직이는 손가락을 따라 돌가루가 떨어져 내리고....

임 영영.

아내의 이름이 묘비에 적혔다.

가만히 영영의 묘비를 본 후 다시 길 평의 묘비에 손가락을 가져가고....

길 평.

아무런 수식어도 없이 달랑 이름만 적힌 묘비를 멍하니 보던 무적이 몸을 돌린다.


두 개의 무덤 조금 아래로 보이는 작은 모옥.

통나무를 세워 짚과 잡초를 엮어 벽과 지붕을 만든 초라한 모옥이 눈에 들어온다.

무적은 모옥으로 들어가 술 한 병을 꺼내 다시 무덤으로 돌아왔다.

당 풍호와 가 종덕이 챙겨준 살림살이 몇 가지와 술.

어떻게 된 인간들이 솥이랑 그릇은 달랑 하나씩만 들고 오고 술은....

작은 모옥 안이 술 창고로 변해버렸다.

고맙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정신 나간 인간들이라고 욕이라도 해줘야하나....


아픈 마음을 달래기 위해 마시라는 그들의 배려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천천히 밀봉된 마개를 열고 길 평의 무덤에 술을 따랐다.

"백건보다는 좋은 술인 것 같다. 마셔봐...."

제기랄....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가?

"당신도 한 잔해...."

영영의 무덤에도 술을 따르고....

무적이 술병을 입으로 가져간다.

꿀꺽....! 꿀꺽....!

입도 떼지 않고 술병을 비운 무적이 영영의 무덤에 기대고 눕는다.


"뭔가 이상했지만 설마 스스로 목숨을 끊을 줄은 몰랐소."

침울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던 당 풍호의 말이 떠올랐다.

"영영.... 힘들었나?"

남편을 잃고 어린 딸은 멀리 떨어진 산사에 맡겨서 볼 수도 없다.

그렇게 살아도 산 게 아닌 삶을 살다가 죽은 줄 알았던 남편이 살아 돌아왔다.

그런데....

남편을 다시 사지로 보내고 힘들었던가?

그 힘든 삶에서 자신이 혹시라도 남편의 짐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나?

어리석은....

그리고 길 평 너도....

무적이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

애초에....

너희들 곁에서 그놈들을 기다렸어야 했는데....



"괜찮을까?"

조심스러운 가 종덕의 말에 당 풍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을 거야.... 한 가지만 빼면...."

"한 가지? 뭔데?"

당 풍호가 슬쩍 가 종덕을 돌아봤다.

"피바람."

피바람이라는 말에 가 종덕의 얼굴이 형편없이 찡그려진다.


그 짙은 혈향.

남아있는 두 개의 문파와 조 무적이 서로를 죽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가 세상을 적실까?

"어떻게 될까?"

조 무적과 군마맹의 싸움에서 누가 살아남을지 묻는 가 종덕의 말에 당 풍호가 고개를 흔들었다.

남아있는 두 개의 문파.

그중 청마방은 백골문이나 대력보와는 차원이 다른 문파다.

군마맹으로 합쳐지기 전에도 이미 마도삼세에 바락바락 달려들던 자들.

그리고 열두 가문에게도 수시로 이빨을 보이던 곳이다.

거기다가....

귀무곡에서 봤던 그자.


초 일이라는 그자가 떠오른다.

그자는 누굴까?

단순히 만금대주의 아들이라는 것 말고도....

분명 사자보의 인물임에는 틀림없는데....

과연 사자보에 그만한 자가 또 있을까?

조 무적이 청마방을 꺾을 수 있다고 해도 과연 그자와 사자보까지 물리칠 수 있을까?

"모르겠다...."

힘없이 고개를 젓는 당 풍호를 보는 가 종덕의 눈빛이 반짝인다.

"만약 저자가 위험해지면 어떡할 거야?"

뭐?

저자가 위험해지면 어떡할 거냐고?

정말 나는 어쩔 작정으로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건가?


* * * * *


"뭐라고 했나?"

초 일이 손에 쥔 도끼를 나무둥지에 꽂으며 음 부경을 돌아봤다.

"그자.... 광마라는 그자가 살아있다고 했네."

초 일이 멍한 눈으로 음 부경을 봤다.

자신의 친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아니.... 그 흔한 친구사이의 농담조차 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다.

감정이 말라버린 듯 희노애락의 표현조차 희미한....

그런 친구의 입에서 광마가 살아있다는 말이 나왔다.

기가 막히군....


"어떻게 살아난 것이라던가?"

"자세한 것은 모르네. 다만 그자가 어디에 있는지는 들었네."

하아....

가벼운 한숨과 함께 초 일이 물었다.

"그래.... 그 광마라는 자가 지금 어디에 있다고 하던가?"

"초혼산!"

"초혼산?"

생뚱맞게 왜 그 먼 곳에서 모습을 보이는가?

그자의 성정으로 볼 때는 분명히 죽지만 않았다면 자신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지독한 기질이 분명히 한 주먹의 빛을 잊어버릴 자는 아닌데....

"확실한가?"

"나도 정확히는 몰라. 그런데 주인께서 청마방에 그자를 잡으라고 시킨 모양일세."

"청마방? 왜 청살마도 선배에게 일을 시키지?"

왜 자신이 아닌 청마방에 조 무적을 맡기는가?

주인도 자신과 조 무적의 관계를 모르지는 않을 건데....

"주인의 뜻에는 아무도 의혹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잊었나?"


초 일이 깜짝 놀란다.

자신이 주인의 뜻에....?

아버지의 원한 때문인가?

아니면 광마에게 느끼는 하찮은 호승심이....?

"미안하네. 내가 잠시 흥분한 모양일세."

"아니네.... 자네가 그런 반응을 보일지도 모른다고 하더군."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인다고 이야기 했다고?"

"그렇네."


누가 내 반응을 예측한다는 말인가?

설마.... 주인이?

누군가가 자신의 행동을 예측한다는 것은 별로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그 상대가 누가됐던 자신을 속속들이 알아야 자신의 행동을 예측 할 수 있는 법이다.

타인이 자신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것.

확실히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누가 그런 말을 하던가?"

"날세."


갑자기 들리는 음성에 초 일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진다.

상대가 이렇게 가까이 올 동안 자신이 몰랐다니....

소리가 난 방향으로 조용히 고개를 돌리는 초 일의 눈에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흐릿한 인영이 나타나는 것이 보인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귀영선배."

초 일이 귀영을 향해 포권을 하고....

귀영이 가볍게 손을 흔든다.

"너무 언짢게 생각하지 말게. 나도 주인의 말을 전한 것뿐이니까."

귀영의 말에 초 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어쩐 일로...."

"주인의 뜻을 전하러왔네."

차분한 말과 함께 귀영의 얼굴이 괴상하게 변했다.


마치 밀가루 반죽을 주무르는 것처럼 움직이는 귀영의 얼굴.

잠시 동안 일그러지며 변하던 귀영의 얼굴이 여인의 모습으로 변한다.

눈 밑으로 망사를 쓴 이국적인 여인.

그리고....

"이 얼굴은 대자재천의 종이라는 신녀의 얼굴일세. 지금 이 얼굴의 주인이 기련산맥에 있는지.... 천산남로에 들었는지는 모르나 이 여인을 데려오라는 것이 주인의 뜻이라네."

말을 마친 귀영의 얼굴이 다시 변한다.

눈으로는 분간하기 힘든 흐릿한 귀영의 얼굴.


"데려오기만 하면 됩니까?"

초 일이 담담하게 묻고....

귀영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팔다리를 자르던 허리를 꺾어 놓던 그녀를 살려서 데려오기만 하면 되네. 아....! 그리고 주인께서 이런 말도 하셨네. 그녀를 데리고 올 때까지 조 무적이 살아있다면 광마는 초 보주의 것이라고...."

말을 마친 귀영의 모습이 흐릿하게 사라졌다.

조 무적이 내 것이라고....?

초 일의 눈빛이 야릇하게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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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사천강(四天降) +1 19.10.02 1,049 1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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