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조회수 :
554,432
추천수 :
12,224
글자수 :
2,992,898

작성
16.01.01 21:23
조회
917
추천
16
글자
17쪽

16화 - 3

DUMMY

남자는 우직함! 우직하게 공부하는 나, 멋진 남자. 열중하는 이성의 모습에, 다른 이성은 반하곤 하지. 그러니까, 열심히 하자. 내가 뭐 이미지 관리할 레벨은 이미 예전에 지나긴 했지만.

이미지 관리던, 잘 보이기 위한 검은 욕심에 의한 것이던, 어쨌든 결과적으론 공부를 하는 것이다. 그래, 나는 한다 공부를! 더는 잔말말고, 집중하도록 하자!




……그렇게 생각하던 때가, 저에게도 있었지요.




이건 하나의 고문이다. 애초에 고문의 정의가 무엇인가. 사전 뒤져볼까, 심심한데.




고문 (拷問) 【명사】【~하다 → 타동사】

죄를 지은 혐의가 있는 사람에게 자백을 강요하기 위하여 육체적 고통을 주며 신문함.

┈┈• 전기 ∼

┈┈• ∼을 견디다




봐. 육체적 고통을 주며 심문하는…… 엑? ‘신문’이었어? 왜, 어째서?! 18년 동안 심문인 줄 알았는데. 형사 양반들이 심문한다고 하잖아. 철석같이 믿고 있던 상식이 파괴당하는 건 상당한 충격을 동반하는 일이다.



“……공부 안 해?”

“헙, 넵.”



삼엄한 감시. 분명 집중해서 공부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수시로 나를 감시하는 듯한 희세. 금세 찌푸리는 눈을 하곤 나에게 말한다. 이거 원, 무서워서 딴 짓 하겠어. 공부나 해야지.





--





“하압─”



희세의 눈총에 시달려 압박감에 몇 문제 풀다가, 다시금 ‘하기 싫음’ 모드가 되었다. 또 희세한테 핀잔받을까 두려워 자리에서 나왔다. 화장실 간다는 핑계는 언제 써도 좋은 핑계니까. 갑갑한 마음에 열람실 옆의 옥상 같은 데에 나왔다.


옥상……은 아니고, 열람실과 같은 층인데 옥상 같은 데. 아니, 옥상 맞나. 어쨌든, 그리 넓지는 않지만 바람 쐴 수 있게 있는 공간. 9월의 쌀쌀한 밤공기가 상쾌하다. 9월은 아직 여름에 가까운지라, 춥다기보다는 시원한 쪽에 가깝지만.


난간에 팔을 기대고, 멀거니 밖을 바라본다. 벌써 자정에 가까운 시간. 우리 학교는 꽤 외곽에 있는지라 주위는 그리 환하지 않고 어두운 편. 하긴, 가정집이면 보통 12시면 불 끄고 자지. 저 멀리 도심 쪽은 환하게 빛이 보이긴 하다만.



“바람 쐬러 나왔어?”

“어? 어어, 응. 답답해서.”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흠칫 놀랐다. 희세 때문에 예민해져 있는 이유도 있고, 혹여나 사감 선생님이 올라와 감시하고 있나 싶어서. 다행히 그런 건 아니고, 눈을 빛내고 있는 성빈이. 절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



내 대답을 듣고, 성빈이는 방긋 웃으며 내 옆으로 다가온다. 나와 마찬가지로 난간에 팔을 기대고, 별다른 말없이 나와 비슷하게 바깥 경치를 즐기며 숨을 내쉬고 있다. 나도 딱히, 말을 꺼내지 않고 잡생각을 하며 산소를 갈구한다.



“……무슨 생각해?”

“음. 미래 생각. 근미래 말구요. future요.”

“헤헷, 응, 알아.”



그런 걸로 개드립 치지는 않는 성빈이지만. 내 어줍잖은 썰렁한 개그에 성빈이는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희세라면 정색하고 화낼만한 개그인데. 성빈이는 착하니까. 아아, 정화된다.



“미래라면, 어떤 거?”

“그냥─ 저 어두운 밤하늘을 보자니, 꼭 내 미래와 비슷하지 않나, 싶어서.”

“에이, 그런 부정적인 생각은! 가만 보면 웅도 맨날 그러더라!”

“내가 그렇지. 하하.”



성빈이의 말에 자연스런 대답. 긍정 가득한 성빈이의 웃음을, 지켜주고 싶다. 이런 자학개그는 희세나 미래 앞에서 해야 아귀가 들어맞겠지. 성빈이 앞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싱긋 웃으며 부정적인 검은 기운을 걷어낸다.



“그냥, 갑갑해서. 공부도 못 하고,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이래가지고 대학은 어딜 어떻게 가나 싶어서.”

“…….”



검은 기운을 걷어낸 게 맞습니까. 현실적인 고민을 하는데 도리어 방금의 농담보다 더 어두워진 기분인데. 그만큼 현실이 가혹한 것이려나. 원래 그런 거니까, 우리네 삶은.



“응, 그렇네.”

“……긍정하면 내가 뭐가 돼?!”

“아, 미, 미안, 그런 뜻이 아니라. 나도, 답답해서.”



성빈이의 대답이 그런 의미가 아니라는 건 잘 알지만 으레 거는 태클. 당황해서 손사래를 치는 성빈이의 모습이 귀엽다.



“성빈이나 희세 너는 별달리 고민할 것도 없지 않아? 공부도 잘하고, 확실한 꿈도 있고.”

“아, 아니이…… 그렇지 않아. 나도, 잘 모르겠으니까.”



어중간한 성적의 나와는 달리 학교 탑급인 성빈이와 희세. 딱히 무슨 고민이 없을 것 같은데. 그건 사실 어불성설이지. 저 윗 세상의 재벌님들도 다 그 나름대로의 고민들이 있으실 텐데. ─물론 그 고민들은 현세의 우리들이 이해할 수준이 아니다. 우린 재벌이 아니니까.─


성빈이는 살짝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약간 뜸들이며 말하는 게 정말 고민이 있는 듯, 모르는 표정. 그러고 보니 희세에겐 장래희망에 대해 물어봤었는데, 성빈이에겐 안 물어본 것 같다. 모르면서 안다고 한 꼴이 돼 버렸네.



“성빈이 넌, 장래희망이 뭐야?”

“음…… 그냥, 회사원? 공무원?”

“와, 세상에서 제일 평범해. 그러면서 제일 어려운 소원을.”

“헤헤헷. 사실 별 생각이 없어서.”



가장 평범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장래희망이구나, 그거. 언제부터 「평범」이 가장 어려운 과제가 되었을까. 뭐, 그렇게 어렵게 생각할 거 없지. 성빈이라면 충분히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목표이니. 나한테는 굉장히 어려운 목표겠지만.



“웅도 너는?”

“나는─ 음. 별다른 꿈은 없고, 그래서 아무 인문계 아무 과나 들어가서 빌빌대면서 학교 다니다가 졸업하고 취준생 노릇 몇 년 하다 공무원 시험 보겠다고 몇 년 그러다 그냥 죽지 않을까.”

“너무하잖아! 웅도, 충분히 잘 하고 있으니까. 응?”

“아하하. 농담 농담.”



적나라한 미래예언에 성빈이는 몸서리를 치며 반대한다. ‘그런 미래, 내가 반대해주겠어!’ 하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는 성빈이. 말은 농담이라고 하지만 충분히, 실전 가능성 있는 시뮬레이션이다. 어째서 안 좋은 예감은 항상 맞는 것일까. 지금 내가 18살, 저 정도까지 되려면 한 10~13년 정도 남았구나.



“가끔 보면 웅도, 너무 지나치게 자기비하 하는 것 같아. 그런 거 안 좋으니까.”

“뭐, 확실히 안 좋긴 하겠지만. 못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겠다는 데 그게 나쁜 건가.”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원래의 웅도보다 훨씬 못나게 보잖아!”

“아하하. 들켰네.”



필요 이상으로 자신감 가지고 행동하는 것 보다는, 필요 이상으로 자기를 내리까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걸 간파당하고 말았네. 낫다기보단 낮겠네.


희세였다면 이런 나를 독설로 완전히 짓뭉개서 악으로 살아나게 만들었겠지만, 성빈이는 정공법이구나. 이러면 뭔가, 내 쪽에서 미안해진다. 친구에게까지 부정 바이러스를 전파한 것 같은 느낌이랄까.



“아무 생각 없다고, 미래도 암담하다고 해도 제대로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있잖아, 웅도.”

“시작하는 걸로 반이라면 그 반 어치의 성공을 나에게 주세요. 시간이 금이라면 그 금만큼 팔고 싶을 정도라니까.”

“아 정말! 왜 이렇게 삐딱해졌어, 웅도 너!”

“아하하. 글세. 왜인지 정말 이렇게 돼 버렸네.”



그러게, 정말 왜 이렇게 됐을까. 지속적인 갈굼과 예전 왕따의 영향 때문일까. 제 1 갈굼은 희세, 제 2 갈굼은 선생님, 나머지 제 3 세력은 미래나 유진이 정도. 여러분, 한 마디의 말이 이렇게나 사람을 바꾸어 놓습니다. 꼭,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말, 좋은 덕담 많이 해 줘야 합니다. 저 같은 병X이 되기 전에. ……누구한테 말하니, 나.



“……그래도, 그런 면까지 다 포함해서, 좋아.”

“……갑자기 뜬금없이 무슨……? 응?”

“아아, 어, 응, 그…… 좋아서.”

“어, 어…… 응…….”



같은 식으로 얼버무리고 당황하는 나와 성빈이. 뭐랄까, 성빈이, 자기도 모르게 갑작스럽게 말한 것 같은데. 맥락도 없이 기습적으로 다가온 ‘좋아해’라는 말에 괜히 얼굴이 달아오른다. 솔직히 누구라도 그럴 걸,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그런 말 들으면.



“……미안, 공부 때문에 갑갑할 텐데, 더 복잡하게 만들어서…… 그…….”

“아아, 아니야, 뭐. 응. 괜찮아, 나는.”

“……생각, 해봤어?”

“…….”



짧은 시간 침묵이 오가고, 성빈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고개를 끄덕이며, 성빈이를 쳐다보지 못하고 대답. 이어지는 말에 나는 다시금 침묵을 지킨다. 저 ‘생각 해봤어?’ 라는 말은, 여름방학 때의 고백에 대한 대답 종용이겠지.


여름방학 때, 미래에 의해 끔찍한 휴가를 보냈던 때. 발을 다친 성빈이를 업고 돌아갈 때, 그 때 고백을 들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무덤덤하게 넘어가려 했지만 사실, 그냥 넘어갈만한 일은 아니지. ‘기다릴게’라고 말한, 성빈이의 말에 최대한 빨리 대답해줘야만 했는데. 기어이 성빈이가 다시 물어보게 만드는구나.



“……그냥, 그…… 솔직하게 말하면, 나도, 질투는 나니까.”

“……응.”

“희세랑 같이 있고, 같이 얘기하는 걸 보고 있으면 솔직히…… 나도 모르겠어, 그냥, 그냥 화나고, 짜증나고. 확실하게 대답 듣고 싶어졌어. 응?”

“……나는.”



대답은 정했다. 잔인하지만, 잔혹하지만,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내 마음이 가리키는 곳을 가리키자면.


성빈이가 아니라, 희세.





미안해, 성빈아. 나도 네가 좋은데, 그치만 희세가 더 좋은 것 같아. 성빈이 너는 정말 예쁘고 누구보다 상냥하고 착하고, 정말정말 좋은데. 내가 두 명을 다 사귈 수는 없잖아. 둘 중에 누가 더 낫냐, 누가 더 좋냐 그런 게 아니라. 나는 둘 다 똑같이 좋아해. 아니, 둘 다 똑같이 좋아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어쨌든 말하자면 그런 느낌인데. 정말 이성으로 끌리는 건, 희세 쪽이라고 나는 말하고 있다는 것을 너에게 표명하는 바인데, 그렇다고 네가 이성적으로 끌리지 않는다는 건 아니고, 너도 충분히 매력있고 멋진, 섹시하고 예쁜 여자애지만, 그렇지만 나는, 역시 희세가 좋다고 해야 할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말해서 미안한데, 나는 성빈이 네 고백에 대답해줄 수 없어. 미안, 나도 너 좋아해, 그치만, 너의 마음엔 부응해줄 수 없어. 리유는, 잊어버린 건 아니야. 아직도 리유 보면 울렁울렁 거리고 슬퍼질 것 같으니까. 그치만, 그걸 극복하고 일어설 수 있게 해준 게 희세라서, 아니 성빈이 너도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지만, 나도 성빈이 너 보면 엄청 두근거리지만, 뭔가 말이 꼬이는 것 같은데, 어쨌든 대답을 하자면, 나는, 나는.








“……희세가 좋아.”

“……그렇구나.”



수많은 고뇌 끝에 겨우 꺼낸 말이 저거냐. 당당하게, 다른 여자애가 좋다는 대답이. 최악이다, 나는 역시.


씁쓸한 표정의 성빈이. 나와 마찬가지로, 내 눈을 마주하지 않고 앞을 쳐다보며 말한다. 힐끔 그런 성빈이를 보다 혹여 눈이 마주칠까 두려워 얼른 시선을 돌린다.

무서운 정적. 이만큼 두려운 정적은 평생에 처음인 것 같다. 공간이 그대로 멈춰버린 듯한 느낌. 시간이 이대로 멈춰버린 것 같아요.



“……나, 괜찮아.”

“……어.”



괜찮은 사람은 괜찮다고 하지 않지. 술에 취한 사람이 억지로 ‘나 술 안 취했어! 더 마실 수 있어!’ 하고 강변하는 것처럼. 첫 마디가 ‘괜찮다’는 말이니, 성빈이가 받은 심적 타격은 굳이 헤아리지 않아도 충분히 읽을 수 있겠다.



“……미안, 나, 정말 생각해봤는데, 그─”

“으응, 더 말하지 않아도 되. 충분히 알아들었어. 정말이야.”

“어…… 어, 어.”



수백, 수천 수억의 생각이 머릿속에 뒤엉키고 있을 때. 사과해야겠다, 마음먹고 말을 꺼내는 찰나. 성빈이는 방긋 웃으며 말한다.


뭐랄까, 그런 거 있잖아. 평소에 생글생글 웃으며 착한 여자애인데, 갑자기 정색하면 무서운 것처럼. 지금 성빈이가 딱, 그런 느낌이다. 분명 웃고 있지만, 그 가면 뒤에는 웃고 있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지만, 더 건드렸다간 안 될 것 같은 기분.

이건, 어떻게 해도 내가 나쁜놈이 되는 선택지잖아.



“……그치만, 역시 사과를…….”

“웅도 네가 왜 사과를 해. 그냥, 간단하게 내가 고백하고 차인 건데.”

“……그렇지.”



웃고 있지 않다. 분명 웃으며 말하지만, 성빈이 성격상 저런 식으로 돌직구로 말할 리 없잖아. 방긋 웃고 있는 얼굴이 피에로의 가면인 양 도리어 두렵게 느껴진다. 이대로, 얀데레로 각성 이라던가. 그런 오덕스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어쨌든.



“그러니까, 걱정해주지 않아도 돼. 웅도 너 너무 다른애들 걱정만 해주니까.”

“……성빈아.”

“봐, 이제 아무렇지도 않잖아? 나 괜찮아!”



괜찮지 않은 사람이야말로, 괜찮다는 말을 남발한다. 조심스런 성빈이 성격에 맞지 않게 너무 말수가 많고 쾌활한 ‘척’ 하려는 것도 그런 징후 중 하나. 무슨 호라 모 젠젠도 아니고, 성빈이는 가볍게 폴짝 뛰어 과장된 몸짓을 해보이며 말한다. 그러면 그럴수록, 내 마음 속 죄악감은 커져만 간다.



“이제 들어가자, 충분히 쉬었으니까.”

“응…….”



씁쓸하고 찝찝한 마음으로, 해결된 듯 해결되지 않은 기묘한 마음으로 열람실로 돌아간다. 이미 헤집어진 마음은 공부를 하기엔 너무나 들끓는 감정상태지만.





--






─처음 봤을 때부터 호감이 생겼다.

─왕따 당할 때, 지켜주지 못했다. 다른 애들의 눈총에 휩쓸려, 그러지 못했다.

─같이 지내면서, 이런저런 많은 추억들이 있었다.

─리유와 사귈 때엔 리유에 대한 생각 때문에, 지금은 희세에 대한 생각 때문에, 적극적으로 할 수 없었다.

─결국에, 나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



더는 웅도와 친밀하게 얘기할 수 없을 것 같다.

더는 웅도와, 사귈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질 수 없다.

더는 웅도에게, 어떤 기대를 할 수 없다. 기대를 해선 안 된다.

그냥, 그냥 친구.

……

……

……

……그건, 싫어.




‘또르르.’

‘툭, 투둑.’

“……아.”



책에 뚝 떨어지는 눈물. 그와 동시에, 책상을 붉게 물들이는 피. 볼을 가르는 한줄기 눈물과 동시에 떨어진 피에, 성빈이는 흠칫 놀랐다. 코피. 슬펐던 감정도, 억울한 감정도,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도 붉은 선혈에 문득 놀란 감정만 남고 다 날아간다.



“……? 엣, 뭐야, 코피 나잖아?”

“어어, 어…….”

“바보야, 잠깐만…… 에휴.”



피가 뚝뚝 떨어지는 와중에도, 성빈이는 생각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바로 옆에 웅도가 있는데, 이런 추한 꼴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건 희세. 흠칫 놀라더니 얼른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성빈이의 코를 막는다. 마찬가지로 놀란 표정의 웅도. 성빈이는 차마, 웅도를 쳐다볼 수 없다.



“여기 좀 닦고 있어, 나가서 지혈하고 올게.”

“어, 응.”



모두가 사용하는 열람실인지라, 희세는 조용히 웅도에게 말한다. 웅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 모습을 보니, 성빈이는 더욱 무엇인가 울컥 치밀어 오른다.



“고개 들어.”

“……흣! 흐극! 흐읏……!”

“뭐, 뭐야, 왜, 왜 울어. 아파?”

“흑! 흐읏, 흐으…… 흐아아, 아흑, 흐으윽!”



열람실과 옥상 사이의, 쉬라고 만들어놓은 테이블과 의자. 성빈이를 앉혀놓고, 희세는 말했다. 지혈을 하려는 의도. 성빈이는 그런 희세를 보자 오만가지 감정이 복받쳐 오른다.


웅도를 빼앗긴 것 같은 분함. 희세와 친구임에도, 친구를 질투하고 있는 자신에 대한 분노. 아무것도 모르고 자신을 위해주는 희세에 대한 미안함. 자기가 좋아하는 웅도의 좋아함을 받고 있는 희세에 대한 부러움. 이런저런 감정들이 한데 섞여, 성빈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어린아이처럼 우는 것밖에 남지 않았다. 감정과잉. 희세는 잔뜩 당황해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성빈이의 코피를 닦아준다.



“흑! 흐윽! 미안해, 흑! 고마워! 흐윽, 부러워! 흐우우, 짜증나! 흐윽!”

“뭐야 뭐…… 너 이중성격이었어? 왜 이래? 고장났어?”

“흑! 끄흑! 히끅! 후으, 흐으으……!”



고장난 로봇처럼, 울음 속에 있는 그대로 감정을 토해내는 성빈이. 희세는 더욱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성빈이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더 말하지 못하는 성빈이. 희세의 품에 안겨, 그대로 울음을 삼킨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49 05화 - 2 +3 16.06.26 963 7 19쪽
248 05화.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있으니까! +1 16.06.19 815 7 19쪽
247 04화 - 4 +5 16.06.13 823 7 18쪽
246 04화 - 3 +1 16.05.29 769 7 20쪽
245 04화 - 2 +2 16.05.15 876 7 20쪽
244 04화. 바보 스터디 그룹 결성! +4 16.04.20 1,026 7 20쪽
243 03화 - 3 +1 16.04.16 895 7 19쪽
242 03화 - 2 +5 16.04.10 895 11 24쪽
241 03화. 꿈도 희망도 없어, 내 앞날은. +3 16.04.04 746 11 20쪽
240 02화 - 4 +3 16.04.03 876 9 18쪽
239 02화 - 3 +3 16.04.02 849 7 21쪽
238 02화 - 2 +1 16.03.30 824 8 19쪽
237 02화. 이제 그만, 안녕, 하고 말하고 싶어도. +1 16.03.29 964 8 16쪽
236 01화 - 4 +1 16.03.25 909 9 20쪽
235 01화 - 3 +3 16.03.23 1,050 10 20쪽
234 01화 - 2 +7 16.03.20 905 9 23쪽
233 01화. 힘든 일은 언제나 예고 없이. +4 16.03.17 898 11 20쪽
232 3부 시작은 웅도인 줄 알았나요? 유감이네요, 미래랍니다......☆ +3 16.03.15 994 10 15쪽
231 18화 - 5 +7 16.02.23 1,063 12 17쪽
230 18화 - 4 +1 16.02.22 830 9 15쪽
229 18화 - 3 +8 16.02.21 939 10 19쪽
228 18화 - 2 +8 16.02.01 909 10 22쪽
227 18화. 믿기지 않는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을 때! +7 16.01.26 880 12 16쪽
226 촬영은 이제 더는 없는 건가요- +10 16.01.06 1,038 17 7쪽
225 17화 - 4 +7 16.01.06 811 16 22쪽
224 17화 - 3 +8 16.01.05 971 13 19쪽
223 17화 - 2 +8 16.01.03 944 14 19쪽
222 17화. 너에게 하고 싶은 말. +5 16.01.03 956 20 20쪽
221 16화 - 4 +5 16.01.02 793 11 14쪽
» 16화 - 3 +6 16.01.01 918 16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