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단 aka. 무림조정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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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ya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3
최근연재일 :
2020.05.14 21:04
연재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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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5
글자수 :
56,106

작성
20.05.1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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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4쪽

서(書)

DUMMY

“유백림은 들으라!”


쿠웅 -


묵직한 소리가 단단한 청석 위를 울렸다.


이제 갓 소년의 티를 벗은 듯한 곱상한 외모의 청년은 자세를 더욱 낮추며 명을 기다렸다. 살짝은 긴장되어 보이는 청년의 등 위로 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화려한 곤룡포의 사내는 어지러운 시선으로 내려다보았다.


걱정? 염려? 불안함?


그러나 그 이면에는 청년을 향한 기대감과 어떠한 희열과 같은 감정 또한 섞여 있었다. 마치 어린 막내동생을 바라보는 마음이랄까.


“······”


대전을 억누르는 긴 침묵 속에서 마침내 곤룡포 사내의 고개가 짧게 움직였다.


그 신호에 맞춰 대기하고 있던 선비풍의 노인이 앞으로 나서며 나지막하지만 힘있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유백림은 죽는 순간까지 불순한 무리들로부터 명 황실을 수호하겠는가!”

“신, 유백림! 죽어서도 절대 뚫리지 않는 방패가 되겠습니다!”

“명 황실의 방패, 유백림의 고고한 발걸음에 이 용천갑이 벗이 되기를.”


선비풍의 노인은 고이 개어진 진한 묵색의 의복을 청년의 앞에 내려 놓고는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이번에는 거대한 대검을 찬 장군복의 노인이 나섰다.


“유백림은 지엄하신 황제 폐하를 대신하여 세상 밖으로 나가 악을 멸하겠는가!”

“신, 유백림! 황제 폐하의 검이 되어 악의 씨앗마저 벨 것입니다!”

“명 황실의 검, 유백림의 용맹한 발걸음에 이 용천검이 형제가 되기를.”


턱.


새로운 주인을 알아본 것일까? 바닥에 놓인 묵빛의 검은 청년, 유백림의 눈 앞에서 기분 좋은 울림을 냈다.


우웅 –


넓은 대전을 은은하게 울리는 맑은 검명에 곤룡포의 중년인의 눈매가 부드럽게 휘어졌다. 두 노인들 또한 신비로운 경험에 적잖이 놀랐듯 한 표정이었다. 특히 장군복의 노인의 놀람은 더 하였다.


‘이 아이가··· 이 정도였던가!’


세 사람의 눈빛에서 한 줌 남아있던 걱정과 염려 따위는 말끔히 사라지고 무한한 신뢰가 유백림을 향했다.


잠시 정신을 맑게 해주는 검명을 즐기던 황제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경쾌하게 입을 떼었다.


“유백림에게 정1품에 준하는 흑룡단주의 직을 내린다.”

“신, 유백림 황제 폐하의 명을 받듭니다!”

“이것은 짐을 상징하는 구룡패이니라. 짐을 대신하여! 짐의 그림자가 되어! 대명황실과 짐의 백성들을 보호해주거라.”

“충!”


양손에 전해지는 황금으로 된 구룡패의 묵직한 무게가 마치 마음을 짓누르는 듯한 착각이 들어 유백림의 표정이 굳었다. 앙다문 잇새로 침음이 흘러나왔다.


친히 몸을 굽힌 황제는 유백림의 귀에 얼굴을 가까이하며 무언가 속삭였다.


씨익.


유백림의 굳은 표정이 풀리고 이내 입꼬리가 부드럽게 올라갔다. 몸을 펴 유백림의 미소를 슬쩍 확인한 황제는 그대로 뒤돌아서며 걸음을 옮겼다. 두 노인들 또한 황제를 뒤따라 대전을 빠져나가자 대전 안에는 여전히 무릎을 꿇은 유백림만이 남았다.


“휴···”


그제서야 무릎을 펴고 일어선 유백림은 황제가 사라진 방향으로 시선을 던지며 피식 웃었다. 곱상한 외모에 어울리는 새하얀 미소가 얼굴을 덮었다.


‘검이고 방패고 뭐고 위험하면 우선 내뺴거라. 네 녀석마저 잘못된다면 세상은 보게 될 것이다. 사상최악의 폭군을.’


“훗. 하긴··· 그 양반이 제대로 돌면··· 어휴!”


부르르.


뭘 생각한 건지 몸을 잠시 떨고는 건들건들 걸음을 옮기는 유백림의 모습은 조금 전 황제를 대면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흡사 뒷골목 파락호와 별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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