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귀찮게 좀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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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생P
작품등록일 :
2020.05.14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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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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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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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행방불명(行方不明) - 간 곳이나 방향을 모름.


유의어- 실종(失踪) , 증발(蒸發)


이 현상은 어떠한 전조도 없이 갑작스레 일어났다. 국가,성별,나이,인종 등의 공통점조차 찾을 수 없었다. 정말 단어 그대로 멀쩡한 사람들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아니, 글쎄 지금 아주머니 아들만 사라진 게 아니라요. 예? 경찰이 이래도 되냐고요? 아니,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저희도 노력은 하고 있다고요. 그렇게 독촉하는 식으로 전화를 하시면 사라진 아드님이 갑자기 뚝 떨어지기라도 한답니까? 저희한테 믿고 맡기셨으면 차분히 기다려주세요. 끊습니다. ”


처음 대한민국에서 실종자가 대거 발생한 날로부터 이런 풍경은 전국 어느 경찰서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되어버렸다. 당연히 목격자 역시도 존재했다. 워낙에 전국적으로 일어난 대사건이었으니까.


“아니! 그러니까 걔가 갑자기 사라졌다니까요? 제가 이 눈으로 봤는데... 제가 상식적으로 형사님한테 거짓말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


“선생님, 진정하시고요. 혹시 지금 취하셨습니까? 상식적으로 파란빛이 번쩍이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게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


이것 또한 일반적인 반응들이었다. 처음에는 목격자를 제외하고선 그 누구도 이를 믿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고 보는 게 맞겠지. 하지만 팩트는 팩트였다. 전국적으로 동일한 증언이 계속되고 어떻게 입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상까지 돌기 시작했다.


영상은 간단했다. 바다로 놀러간 한 학생이 자기들끼리 찍은 짧은 영상이었는데 영상의 중간 갑자기 파란빛이 화면을 가리더니 친구 하나가 사라진 것이었다. 당연히 사회이슈에 편승한 어그로성 조작 영상이라고 판단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영상에는 그 어떠한 조작도 없습니다. ”


“기술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픽셀까지 동원했습니다. 이 영상은 순수한 원본 영상입니다. ”


내로라하는 각지의 전문가들도 이 영상에 주목했고 그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조작은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영상이라고 주장했다.


이 현상이 사실임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자 다양한 국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혼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이웃 나라인 일본은 그 상황이 특히 심각했다.


“神隠し(카미카쿠시)! 神隠し(카미카쿠시)! ”


이는 모두 부덕한 인간들을 징벌하기 위한 신들의 심판이며 사라진 인간들은 신들에게 납치당한 것이다. 라고 주장하는 이상한 종교가 창궐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정부도 그들을 방관했다. 허나 그 판단이 틀렸음을 깨닫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일본 내 유수의 기업인들마저 유입이 되면서 거대한 힘을 업은 그들은 간사이 지방과 주고쿠 지방을 사실상 붕괴시켰다.


이에 세계 각국 정부들은 상황이 이렇게까지 치닫자 이 현상을 더는 회피할 수 없었다. 그에 따라 국제사회는 이러한 현상들을 Disparition(소멸)이라고 칭하고 이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하던 독일을 중심국가로 World Disparition Organization(이하 WDO)를 조직했다.


사실 이전에도 자잘한 실종 사건들은 전세계적으로 존재하기는 했었지만 이런 방식으로 다수의 인원들이 일시에 사라지는 것은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세계 각국에서 이런 현상을 보이며 사라진 인구 수는 정상적으로 신고된 건수만 대략 1만여명 정도로 추산중이며 경찰, 군인, 그 밖의 국가 공무원들이 원인 파악을 위해 동분서주했음에도 불구하고 진상규명이 안되자 영문도 모르는 사고를 당한 시민들은 국제사회를 지탄했다.


소멸 현상이 시작되고 상당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소멸현상은 꾸준히 발생 중이며(1년을 기준으로 매해 1000명가량), 이런 현상의 원인은 무엇인지? 대체 어디로 사라지는 것인지? 그들은 과연 살아있다고 할 수는 있는지? 시민들은 뭐든 좋으니 대답을 듣고 싶었다.


정부라고 어떻게 알겠는가? 그들 역시 알아낼 방법이 없기는 마찬가지인데. 세계 시민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는 각국의 정부들은 결국 이것을 자연적인 재해로 판정하고 피해자의 가족에게 소정의 위로금을 지급하는 것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소위 세간이 말하는 소멸 현상을 겪은 사람들은 대체 어디로 사라지는 것인가?


바스락. 바스락.


다니던 대학교는 휴학중. 나름 공부는 했었기에 나름 좋은 대학교에 진학할 수는 있었지만 애시당초 원래 갖고 있었던 꿈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던 학과였기에 학점은 나오질 않았고 배움에 즐거움도 느끼지를 못했다. 이것이 입대 전의 상황.


군대에서 전역한 지도 거즘 6개월 정도 지난 어느 여름이었다. 복학은 아직 하지 않았기에 일상은 늘 비슷했다. 챗바퀴 굴러가는 것처럼 큰 기복도 없었고 그렇다고 마냥 따분하지도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게으름 좀 부리다가 헬스장이나 가고 운동이나 조금 하다가 핸드폰을 켠다. 메신저 앱에 늘 게임을 하는 친구에게 문자를 보낸다.


오늘은 무슨 게임을 할까? 새로운 챔피언 나왔던데. 재밌으려나? 듀오? 등의 남들이 보기에도 영양가라고는 별로 없는 지극히 일반적인 대화.


그날도 아마 이대로면 집에 가서 컴퓨터나 키고 노닥거리다가 또 하루를 보냈겠지. 그대로 흘러갔다면 말이다. 검은 아○다스 트레이닝복, 하얀 후드티, 한손에 든 하얀 편의점 봉지. 그게 그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차림이었다.


바스락.


갑자기 변해버린 시야에 그는 손가락에 걸친 비닐을 놓치고 말았다.


“음? ”


일상은 무심결에 놓쳐버린 탓에 비닐 봉지 속에서 엉망이 되어버린 점심거리처럼 한순간에 붕괴되었다. 바로 지금처럼.


지금부터 시작될 이야기는 이 친구처럼 사라진 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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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184. 종막 (5) 22.05.10 12 0 11쪽
184 183. 종막 (4) 22.05.07 16 0 11쪽
183 182. 종막 (3) 22.05.03 16 0 11쪽
182 181. 종막 (2) 22.04.30 29 0 11쪽
181 180. 종막 (1) 22.04.26 25 0 11쪽
180 179. 기사, 최선의 기사 (10) 22.04.23 19 0 11쪽
179 178. 기사, 최선의 기사 (9) 22.04.19 19 0 12쪽
178 177. 기사, 최선의 기사 (8) 22.04.16 36 0 12쪽
177 176. 기사, 최선의 기사 (7) 22.04.12 21 0 11쪽
176 175. 기사, 최선의 기사 (6) 22.04.09 17 0 11쪽
175 174. 기사, 최선의 기사 (5) 22.04.05 29 0 12쪽
174 173. 기사, 최선의 기사 (4) 22.04.02 37 0 12쪽
173 172. 기사, 최선의 기사 (3) 22.03.29 29 0 10쪽
172 171. 기사, 최선의 기사 (2) 22.03.26 31 0 12쪽
171 170. 기사, 최선의 기사 (1) 22.03.22 45 0 11쪽
170 169. 왕이 잠든 땅 (13) 22.03.19 26 0 11쪽
169 168. 왕이 잠든 땅 (12) 22.03.15 34 0 12쪽
168 167. 왕이 잠든 땅 (11) 22.03.12 38 0 11쪽
167 166. 왕이 잠든 땅 (10) 22.03.08 25 0 12쪽
166 165. 왕이 잠든 땅 (9) 22.03.05 30 0 12쪽
165 164. 왕이 잠든 땅 (8) 22.03.01 27 0 12쪽
164 163. 왕이 잠든 땅 (7) 22.02.26 3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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