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S.T.A.L.K.E.R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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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4.09.2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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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9.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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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녹슨 철문 너머로... 149-150

DUMMY

149.


내가 기다린지도 대충 두시간은 넘어가고 있었다.

PDA의 지도에서 테두리가 있는 녹색점으로 보이는 이반도 계속해서 가비지 북동쪽과 동쪽, 남동쪽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돌아다니고 있기만 했을뿐이였다.


대체 어디로 또 사라진 건가.

무전은 맥빠진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빅터는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그가 데려온 비상식량이라는 개도, 스토커들에게 물어보니 내가 총질한 이후로 도망쳐서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띠딧


PDA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PDA를 주머니에서 꺼내보니, 가비지의 최북단, 경계부근에서 점이 찍혀있었다.


[전 대원은 들어라. 그 망할 뮤턴트새끼의 둥지로 추정되는 장소를 발견했다.]


렉스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하필 이제 막 어두워져가는 시간에 발견했단 말인가...


3층의 벽에 기대어 멍청하게 이반의 지시를 기다린 나는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이반이 저격에 성공하고 나서, 나는 무언가 급진적인 일이 생길줄 알았던 탓이다.


"이반, 지금 거기로 가는거에요?"


[그래, 너도 올라와라. 거기 슈호프있나?]


"아니요."


[치직, 빅터는 여기 있다. 올라오는 무리에 섞여 와라.]


"젠장..."



...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PDA가 알리는 지점은 벼룩시장과 멀지않은 거리에 있었다.


이제껏 사람을 농락해온 뮤턴트, 이제 끝장을 낼 수 있을까?



문제의 뮤턴트의 소굴이라고 여겨지는 곳은 높은 언덕의 시작점에 있었다.

이미 각양각색의 스토커들 네댓명, 프리덤 예닐곱명이 모여서 헤드라이트가 사방팔방뻗치고 있었다.


주변에 뽑힌 잡풀과 잔가지가 무성한 관목들이 널려있는걸로봐서, 저 시커멓게 입을 벌리고 있는 구멍이 가려져있었다는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구멍은 고작해야 1.5m정도의 높이로, 이제는 땅거미가 내리고 있어서 그 속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프리덤들은 그 땅굴입구를 반원형으로 늘어서서, 총을 겨눈채로 잔뜩 긴장을 하고 있었다.


"렉스... 여기가 확실해요?"


"아마도 그럴거라고 추측하고 있어. 빅터? 빅터라고 했나. 그 사냥꾼 스토커가 뮤턴트의 동선을 추측해보건데, 여기가 확률이 높다고 하더군. 또 이제껏 여기가 발견된적이 없었고."


이반과 빅터는 곧 도착했다.


"빅터 씨, 여기가 확실한 겁니까?"


이반은 땅굴 입구를 찬찬히 살펴보고 빅터에게 그렇게 물었다.


"그럴겁니다. 그러게 내가 처음부터 뮤턴트라고 그렇게 얘기해도- 미친놈 취급하고 믿는 인간이없더니 이제와서 다 드러나니까 도와달라고 난리인지!"


빅터는 기세등등해서 죄다 들으랍시고 소리높여 외쳤다.


이제 이반과 빅터는 조사에 들어갔다.


역시 이반은 탐색에 조예가 있고, 빅터는 사냥꾼 출신으로 활동했기때문에 렉스는 먼저 나서서 들어가 본다던지 들쑤시지 않고 그들을 기다린것 같다.


조심스럽게 빅터가 먼저 오리걸음으로 천천히 입구로 들어갔다.

이반도 그 뒤를따라 네발로 바닥을 기었다.


"음, 그렇지, 이걸봐!"


입구에서 서너발자국도 안떨어진 곳에서, 빅터는 바닥의 흙 한줌을 쥐어올렸다.


"이걸봐요."


이반은 빅터가 내미는 흙가루를 찬찬히 살폈다.


"아직 피가 굳지않았어! 여길 지난지 얼마되지 않은거야. 여기에 다른 출구가 있지않았으면 좋겠는데. 이봐, 렉스!"


이반은 다시 렉스를 입구로 들였다.

나는 그 안쪽이 어떤 구조인지 무척궁금하기도 하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좀이 쑤셔서, 태연하게 렉스의 뒤를 따라 입구로 들어섰다.


입구에 들어서자, 자신의 이론을 입증받아 의기양양해진 빅터가 나에게 흙을 내밀었다.


누런 흙에는 검붉은 얼룩이 묻어있었다.


"그놈이구나... 오늘 총에 맞았었어요..."


나는 혹여 뮤턴트가 들을까 소근소근 말했다.


이반과 렉스는 조심스럽게 5-6m쯤 안쪽으로 진입했다.

이반은 긴 드라구노프는 등에 매고, LR-300을 들고 있었다.


"아... 씨발..."


렉스였다.


"왜?"


"이거 봐라."


렉스가 손가락으로 벽면을 긁자, 흙이 떨어지며 조금 밝은색의 단단한 벽이 드러났다.


"뭐야, 이거 그냥 땅굴이 아니였어?"


"나도 이제 알았다."


"염병할... 오늘은 안되겠어. 부비트랩 놓고 나가자."


"이반, 갑자기 왜?"


"지금 밤이야. 게다가 이 안에 얼마나 큰 공간이 있는지 모른다고. 염병할, 대체 존에 이딴게 얼마나 있는지 확인조차 안된다고 하더군."


"아직 너..."


렉스는 밖으로 나가서 증거를 보이고 있는 빅터를 슬쩍 보고는 소리를 죽였다.


"아직 저 사람 못 믿는가 보군."


"확실하지 않으니까 의심을 할 뿐이야. 게다가 그놈은 야행성이야. 내일 낮에 가야된다고! 오늘밤동안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그때 여길 뒤져도 늦지않아. 알겠어? 무슨소린지?"


"확실히, 틀린건 아니군..."


"수류탄이나 내놔."


렉스는 수류탄을 여남은개 꺼내서 바닥에 놓았다.


이반은 가느다란 철사를 배낭에서 꺼내 들었고, 나는 재빨리 그에게로 붙어 철사의 한쪽끝을 잡고 벽에 붙었다.


"시팔, 내 이 무슨꼴이야."


렉스는 툴툴거리며 나뭇가지를 가져다가 꺾어 흙벽에 박았다.

이반은 그 벽에 박은 나뭇가지에 철사를 엮고, 수류탄도 매달았다.


그렇게 가장 안쪽에 50cm정도 간격을 두고 종아리 부분, 허리부분, 머리부분에 닿을정도로 철사를 늘어놓았다.


"내 진짜 요놈이 뭔진 모르겠는데, 잡히기만 해봐라... 간신히 살을 정도로만 총을 쏴서 죽을때까지 불로 지져줄테다."


"시끄러워, 듣는다."


"성질 안나냐? 뮤턴트한테 농락이나 당하고, 잘하는 짓이다."


마지막으로는 좁은 입구에 부비트랩을 놓으며 이반이 말했다.


"내일 진입할건가?"


"그래야지. 내가 가니 너도 갈테고. 또 누가 가지?"


이반은 나를 보았다.


"아무래도 스카가 가야겠군. 정보부 한명도 필요하고, 동료니까."


"음... 난 뭐 괜찮아요."


이들과 함께라면 무서울게 없지.


"아- 참. 이반, 롭 어딨지? 괜찮을것 같은데."


렉스는 얼마전에 자기와같이 중장갑-중무장이 되버린 롭을 찾았다.


"그 친구는 얀타르로 떠났어. 생각같아선 내가 부릴수 있는 애들 죄다 데리고 오고 싶지만..."


"이 좁은데서?"


"그러니까 하는 소리야. 슈호프는 혹시모르니 벼룩시장에 대기해야해. 빅터, 그 스토커친구나 같이가자고 하자고. 거절은 안할걸...."


150.



"내 생각인데, 그놈이 이 안에 있다면 나오려고 시도도하지 않을거야."


이반은 나와서 손을 탁탁 털며 말했다.


"왜요?"


"대충 낌새를 느꼈을거야. 나오려고 하다가도 냄새를 맡거나 뭔가 일이 틀어진걸 알고도 남을것 같아... 너도 알잖아. 그동안 사람이 죽어나가도 흔적 하나 없었어."


"아휴..."


"렉스! 세명씩 경계 세워야겠어. 표도시, 여기다가 불좀 피워야겠다. 난 기지에 보고 하겠어. 스카, 내일 오전 7시쯤 들어갈거다. 그때까지 정비하고 쉬도록해."


나는 곧 우려섞인 에니카의 목소리와 반은 욕을 섞은 간자의 무전을 들을 수 있었다.


[이 머저리들아! 못 죽이면 돌아오지도 마!]


...



나는 벼룩시장으로 빅터와 함께 돌아왔다.


"어떤데?"


기다리던 슈호프는 작은 솥을 꺼내어 불 위에 걸었다.


"땅굴이에요. 안에 무언가가 더 있는 모양이던데... 그런거 있잖아요. 지하 구조물."


"존엔 그런게 특히나 많아. 에미션으로 산사태가 무너져서 지하공동이 생긴것도 있고, 비밀리에 과학자들이 만든경우도 있다고 하던데. 소비에트 연방때 만들어진게 대부분이라더군."


슈호프는 솥에다가 물과 곡식가루를 넣었다.

빅터는 햄을 칼로 숭덩숭덩 썰어넣었다.


그러고보면 슈호프는 묻는말 외에 먼저대답하지 않는건 여전했다.


"내일 잡으러 갈거에요. 빅터도."


"그래도 렉스와 이반이 있으니 별일은 없겠군. 프리덤의 실력자 둘이나 있으니."


대충 저녁을 먹고, 나는 빅터에게서 나토탄중에서도 AP탄을 백여발 얻을 수 있었다.


그의 친구중에서는 탄을 취급하는 벼룩시장 상인도 있었기때문에, 그에게 말한 모양이었다.


"내일 끝내자고. 나도 지쳤어..."


빅터는 그사이에 폭삭 늙어보였다.


...



"묘하게 비린내가 나는것 같아..."


잠시 입구에 머무르면서 주위를 살펴보자, 간밤에 별일이 없다는것을 알 수 있다.

부비트랩은 터지지 않고 고대로 있었고, 밤중의 공격은 없었던 것이다.


이반과 빅터가 잠시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그 땅굴에서 약하게 비린내가 나는걸 느꼈다.

바깥의 신선한 공기와 안쪽의 공기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땅에서 나는 냄새와 곰팡내를 제외하고는 비린내가 섞여 있었다.


썩은 비린내라고 표현해야하나...


"이봐들, 알겠지만 우리가 들어가고 나서 아무도 들이지마. 우리는 눈에 보이는대로 쏠 가능성이 크니까."


렉스는 경계중인 대원들에게 그렇게 일러두었다.


이반은 어제 쳐놓은 부비트랩을 해체시켰다.

가는 철사를 떼어 도로 수류탄의 안전클립을 붙여놓았다.


나는 그동안 30발이나 혹은 45발들이 탄창을 다시한번 앞 포켓에 잘 있나 살피고, 아티팩트들도 얌전히 잘있는지 확인했다.


아침은 많이 먹지않고 적당히 먹어두었고, 물도 미리 조금 마셔두었다.


컨디션은 아주 좋은것 같았다.

약간의 긴장감은 들지만, 무섭지는 않았다.


렉스가 앞장서고, 이반이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이반의 뒤로 나와 Ak로 무장한 빅터가 따랐다.


땅굴은 몇걸음 걷자마자 순식간에 햇빛이 사라져버렸다.

땅굴 모퉁이를 돌자 프리덤은 야간투시경을 켰고, 빅터는 헤드라이트를 켰다.


"스톱! 스톱스톱!"


앞선 렉스가 따라오는 사람들을 저지했다.

갑작스레 나타난 푹 꺼지는 지점이 있었는데, 경사가 아주 가팔랐다.


그러나 길은 외길로, 다른곳은 없었기에 렉스는 다시 천천히 조금씩 미끄러지며 내려갔다.

내가 미끄러지지않게 양 옆을 짚자, 모래가 뭍은 꺼슬꺼슬한 시멘트 벽면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내리막의 끝에는 안쪽으로 우그러진 철재칸막이 비슷한 구조물이 크게 구멍이 뚫려있었다.


그리고 그 구멍 바깥으로는 연둣빛의 푸르딩딩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희미하게 일렁이는 그 빛을 보니, 아무래도 이상현상인듯 싶었다.


렉스는 조심스럽게 긁히지않도록 찢어진 철판을 통과해 숙이고 들어갔다.


"시팔..."


렉스가 작게 욕을 했다.


안쪽은 무진장 넓었다.

무슨 용도로 쓰일지 모를 지하공간의 공동은 큰 방 만했고, 처음엔 세갈래 복도인듯 싶었다.


그러나 정면으로 난 복도는 토사가 무너져내려 막고있었다.

그 귀퉁이로 깨진 타올 무더기 사이로 산성의 이상현상이 자리잡고, 그 연한 빛을 사방에 뿌리고 있었다.


-뿍...


잠시 정적이 흐르는 동안, 이상현상만이 무언가가 희미하게 터지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어디부터 갈래, 이반놈아."


"오른쪽부터 가자."


"왜?"


"그쪽이 밥먹는 손 쪽이잖아."


"..."


"..."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역시 넌 머리가 좋은것 같아."


아무래도 빅터는 프리덤이 죄다 멍청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



오른쪽 복도로 소리죽여 이동한다.

이동하면서 뮤턴트가 남겼을지모를 흔적이나 여타 증거들을 찾는것이다.


복도는 다시 문짝없는 방하나를 목전에 두고 꺾여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방문이 보이는 순간, 내 앞에있던 이반이 앞서 가던 렉스를 붙들었고, 다른손으로는 우리를 저지했다.


모두들 긴장하고 모든 감각을 집중하는데, 어두운 방 안에서 무언가의 빛 두개가 작게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었다.


"블러드 서커잖아..."


투명화된 블러드서커의 안광이었다.


그것은 길게 빛꼬리를 달고 천천히 방을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그걸 보고 있자니 피가 얼어붙을 지경이다.


"야.... 잡을거야...?"


"그럼... 어떻게해... 저걸 피해서 갈 수 없어...."


"아이 샹... 지하에 있는 것들이 다 알게될거야..."


"어차피 그놈 한놈만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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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녹슨 철문 너머로... 159-161 14.09.16 763 35 12쪽
150 녹슨 철문 너머로... 156-158 +5 14.09.15 683 39 11쪽
149 녹슨 철문 너머로... 153-155 +1 14.09.15 706 33 12쪽
148 녹슨 철문 너머로... 151-152 +6 14.09.13 772 42 12쪽
» 녹슨 철문 너머로... 149-150 +1 14.09.13 814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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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녹슨 철문 너머로... 개막장ver 3부 [브금] +7 14.09.10 604 1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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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녹슨 철문 너머로... 122-123 +3 14.09.05 772 4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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