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S.T.A.L.K.E.R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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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bean
작품등록일 :
2014.09.2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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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0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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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9.1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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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녹슨 철문 너머로... 170-171

DUMMY

170.



앞선 언덕 고지의 풀숲 사이로 개의 대가리가 보였다.

이 지대의 바위나 돌 색깔이 불그죽죽한 색이라, 역시 비슷한 얼룩덜룩한 색의 장님개도 위장색이 된다.


그러나 그것도 가만히 있을때 이야기지.

나는 손쉽게 개 한마리를 정조준하여 단방에 쏘아죽였다.


다시금 여러발을 나눠쏘아 갈팡질팡하는 개 무리들중 하나는 죽이고, 하나는 심각한 부상을 입혔다.


롭과 나는 조금이나마 손쉽게 이 고지로 올라와 늪으로 향하는 길을 택했었다.

그런데 이미 개들이 이 땅을 점령하고 있었기때문에 피하려고도 했던게, 개들이 하도 빨빨거리고 돌아다니고 있어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컹컹컹!


-크르르르-릉


개들이 두엇 쓰러진 후에야 방향을 잡고 냄새나는 아가리를 벌리고 우리쪽으로 달려들었고, 내 뒤이어 롭이 재빠르게 비질하듯 좌우로 PKM을 쏟아부었다.


-깨개개개개개!


순식간에 개들 대다수가 굵은 총탄에 퍽퍽 터져버렸고 비명도 못지르고 달려오던 속도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탕탕탕!


아직 죽지않고 빌빌거리는 것들은 내가 쉽게 처리했다.


"이거... 그거 엄청좋네요."


그러고보면 롭의 무기는 정말 우여곡절끝에 얻은 무기다.


"나가 괜히 프리덤 제일의 기관총 사수것어?"


프리덤에 기관총을 주무기로 쏘는 사람은 롭 한명뿐이다.

나는 괜히 그의 기분 상할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대충 얼버무렸다.


좋겠수.

그는 괜시리 땅에 수북한 탄피를 발로 걷어찼다.


...




우리가 산성안개 자욱한 아그로그롬 인스티튜트의 늪지를 건너고 있을때 였다.


-삣... 삣...


정말 오랫만에 탐지기에 아티팩트 신호가 잡혔다.


"잠깐만요."


앞서가던 롭이 내 목소리를 듣고 잠시 멈춰섰다.


"빨리 혀. 난 죽것다고."


나는 그나마 이 산성안개가 적응이 되어 있어서 참을만 했다만 롭은 영 탐탁지않은 표정으로 헝겊으로 입과 코를 막고 있었다.


늪지사이로 반쯤 삭은 나무널빤지 길은 산성안개가 나지는 않았지만 주위는 바로 너머가 보이지 않을정도로 진하게 안개가 끓어올랐기때문에 여기까지도 눈이 맵고 따가웠다.


소매를 길게뽑아 코를 막고 물로 들어갔다.


-띳, 띳... 띳띳띳


아티팩트는 가까이 있었고 손쉽게 잡을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떤게 저 진흙물속에 들어있을까.

흐린물속에 썩은 나무둥치라고 생각하는걸 넘어가며 생각해보았다.


그때 약 3m도 안되는 전방에서 거품이 부글부글 솟기 시작했다.


탐지기가 아티팩트방향이라고 알리는 곳에서 약간 옆이었다.

탐지기가 오래되어 고장났나...


그러나 솟아오른건 아티팩트보다 큰 것이었다.

등짝이 먼저 솟고, 뒤이어 진흙물이 뚝뚝 떨어지는 좀비가 물속에서 천천히 일어나고 있었다.


-타다다다다당


"으아! 조심혀!"


도무지 생각도 못한 전개에, 나는 엉겁결에 쏘았지만 좀비는 속수무책으로 맞고 뒤집어졌다.


검붉은 얼룩이 물위로 번지기 시작했고, 나는 그 얼룩이 나에게까지 오지않도록 재빨리 아티팩트를 건져냈다.


아티팩트는 작은 미트청크였다.



...



-바아아아아아아-


멀리서 희미하게 사이렌이 울었다.


"에미션이여! 빨리 가야것어. 바로 이 위로 숨을데가 있응께."


요즘들어 에미션을 안전한 곳에서 맞은경우가 대부분이었기때문에 이런 한데서 사이렌소리를 들으니 여간 불안한게 아니었다.


아마 이 언덕너머 과학자벙커와 듀티기지에서 사이렌이 우는것 같았다.

롭은 잰걸음으로 언덕을 올랐고, 나도 뒤를 따라 걸음을 서둘렀다.


"여기여! 빨리 들어가자고."


분지인 얀타르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꼭대기 옆에, 큰 배관이 쌓여있었다.

내가 먼저 들어가고, 롭이 뒤이어 들어와 쭈그리고 앉았다.


롭의 어깨너머로- 얀타르는 석양같은 에미션을 배경으로 늪지옆에 자리잡은 과학자 벙커와 북쪽으로 공장지대가 보인다.


-쿠르르르르릉


땅이 진동하자, 배관속의 먼지들이 다시금 붕싯 떠올랐다.


"왜 에미션은 지붕이 있는 곳으로 피해야합니까?"


나는 내게 등짝을 보이고 앉은 롭에게 물었다.


"일종의 풍압(風押)이라도 생각하면 된당께. 지붕이 없다면 그것은 일종의 개방공간이 되는것이여.

그것은 바로 유로(流路)의 생성이 -꽈지지지지지지직 플라즈마의 확산으로 -쿠르르르르릉 이랑께."


"뭔소리하는지 모르겠군요."


"숩게 슬명해도 모르네. 허참."


곧 에미션이 얀타르에 쇄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 하늘 저편에 무언가의 시커먼 그림자가 나타났다.


"롭, 저게 뭡니까?"


"설마..."


"뭐라고요? 잘 안들린다고요."


"안돼!"


에미션은 시뻘겋게 달아오른 쇳물처럼 강렬하게 타올랐기때문에 아마 비행기로 추정되는 그것은 단지 검은 실루엣으로만 보였다.


어찌 할 시간도 없이 그것은 이 진동과 광기같은 불길에 휩쓸렸고, 잠깐 경련하는것처럼 덜컹, 하더니 곧바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아니 왜, 저게 지금 오는거야!"


롭이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171.


에미션이 극도로 치달으면서 시뻘건 불폭풍이 휘몰아치며 쇄도하는 걸 정면에서 보고 있자니 오줌을 쌀 지경이었다.


비행기는 에미션에 휩싸여 한방 맞더니 그대로 추락해서 벙커 북쪽, 그러니까 공장의 언덕이 시작되는 곳에 쳐박히고 말았다.


에미션이 동반하는 벼락같은 소리와 진동에 소리는 들리지않았다.

그러나 에미션이 지나간 직후, 언제그랬냐는듯이 하늘이 맑아졌을때 다시금 사이렌이 들리기 시작했다.


비행기는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아마 충격이 대단했을것 같다.

새카만 연기가 하늘높은줄 모르고 솟구치고 있었다.


"가장께!"


롭이 분지 아래로 뛰어갔다.


사이렌은 골이 띵할정도로 멈추지않고 계속 울렸다.

가까이 보이는 벙커에서 사람들이 우르르르 몰려나오기 시작했다.


아마 에미션을 피해 벙커에 대피했던 용병들 같았다.

그들은 나오자마자 사방으로 흩어져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가 도착할때쯔음해서 흩어졌던 무리들이 죄다 북상하기 시작했다.


"빨리빨리! 분대장을 따라라!"


"비상사태다!"


이미 벙커는 제정신이 아닌것처럼 돌아가고 있었고 아무도 우릴 신경쓰지 않았다.


롭은 그러거나 말거나 재빨리 벙커 벽에 붙은 쇠사다리를 타고 벙커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벙커위에는 이미 과학자들이 고용한듯한 용병들이 비행기가 추락한 지점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비행기의 상태가 어떤지 대충이나마 보였다.


비행기는 꼬리부분과 날개부분이 그나마 멀쩡할뿐, 앞부분과 몸체는 땅에 처박히고 쓸리느라고 속엣것이 다 튀어나와 있었다.

거기로 용병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그러나 북쪽에서도 한떼의 무리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하더니

몇명이 수십명으로 불어나는데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후퇴! 후퇴!]


[전대원 전속 후퇴하라.]


"뭐야, 진격도 빠르고 후퇴도 빠르잖아."


용병들이 후다닥 다시 벙커주변의 바리케이트로 몰려들었고 각자의 자리를 잡고나자 한숨돌릴만한 정적이 돌았다.


북쪽에서 나타난 무리들은 어정거리며 비행기주위를 맴돌았다...


"아, 돌아번지겠네..."


롭이 내가 뭐라고 묻기도전에 벙커에서 내려왔다.

그리고는 씨근벌떡 벙커문을 거칠게 열고는 쿵쾅거리며 샤카로프를 찾았다.


샤카로프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어떤 젊고 과학자 방호구를 입은 사람과 언성을 높이며 외치고 있었다.


"이보쇼! 대체 이게 뭔 난리란말요!"


롭이 고함쳐서 그들의 대화를 막았다.


"로마노프! 나도 모르겠네. 에미션 방출파가 주기를 벗어났어!"


"대체 그걸 누가 계산했단말요!"


"날세."


샤카로프는 몇년새에 확 늙어있었다.


"아이구..."


롭이 거칠게 얼굴을 문질러내렸다.


"그람, 내 후배, 내 후배 스크랴빈은...:


"글라이더에 타고 있었네."


"돌아버리것네..."


말인 즉슨,

무동력 항공기인 글라이더를 통해서 존 외부에서 기기들과 약품, 그리고 과학자 인력이 오기로 되어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에미션을 피해야했는데, 벙커의 과학자들이 에미션 주기를 2-3일로 잡고 어젯밤 에미션 방출을 두고 오늘 도착으로 잡은것이었다.


물론 그전의 에미션들과 여타 수치들로 계산하였고, 오늘 오전에 에미션이 올 확률을 0.9%로, 오후에 올 확률을 3.6%로 잡았었다.


물론 확률이란건 위험하다...

에미션이 올 확률이 가장적을때, 그때로 한것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


어쨌든간에 글라이더는 에미션에 맞았고, 그 내부에 탄 세명의 과학자들은 살아날 가망이 없다.


그들도 물론 에미션이 휩싸였을것이었다.

뒤이어 땅에 떨어진 충격까지, 그 안에 들은 사람과 기구, 화학약품들- 롭이 예전에 알고 지내던 후배도 있었다.


게다가 롭의 후배, 스크랴빈은 중요한 연구자료를 지니고 있었다.

예정대로라면 지금쯤 만나서 샤카로프에게 인계되어야 했을 터였다.


그러나 비행기가 추락한 이후로 때를 맞춰 좀비들이 공장지대에서 몰려나왔다.


난 정말이지 그 글라이더라는것이 에미션에 맞아 추락한것과 좀비들이 거기로 몰려든 것에 대해 소름이 끼쳤다.


이건 마치 미리알고 에미션을 쏘아 추락시키고, 근접하지못하게 좀비들을 보낸것 같았다.


존은 역시나 살아있었다.


과학자 용병대장 파우스틴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살아날 가방은 거의 0에 가깝지만, 그는 저격이 가능한 네명을 뽑아 원거리에서 비행기잔해 주위를 청소할것을 명령했다.


다시금 그들을 원호할 용병 네뎃을 붙여주었다.


그를 보고 나는 잠시 예전의 스토커 용병이었던 레프티가 떠올랐으나 이번의 용병대장은 레프티와 닮은 구석이 없었다.


그는 호리호리하고, 눈빛이 날카롭고 기민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용병과 계약직 스토커 용병들은 모두들 그의 카리스마에 그의 지휘를 받았다.


또 그는 휘하들이 죽기를 바라지도 않았고, 또 그랬기에 모두 그를 따랐다.


왼손잡이 레프티, 그는 오른쪽 어깨뒤로 큰 정글도 칼집이 있었다.

공장지대에서 분전할때 그는 끝까지 버티고 정글도로 좀비들을 베어넘겼고,

부상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싸웠었다.


그리고 존의 중심에서 갔었다...




...



이따끔씩 바깥에서 단발의 총성이 울렸다.

이들은 드라구노프같은 저격총을 활용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드라구노프는 이반이 애용했기때문에, 그의 옆에 오래있었던 나는 그 총성을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대부분의 스토커들은 빈토레즈나 여타 총들을 개조하여 쓸것 같았다.

다른 여러가지 훈련이 필요한 이유때문인지.


벙커안에 과학자들, 롭과 샤카로프, 그리고 샤카로프와 언쟁을 하던 젊은 과학자 쿠드린, 구석에 처박혀 있던 라브로프- 이 네명은 풀이죽어서 용병대장 파우스틴이 들어올때까지 아무말도 하지않고 있었다.


저녁이 다되어 파우스틴이 들어와서 보고했다.


"샤카로프. 좀비를 열댓 잡은 모양입니다."


"곧 밤이 되겠지..."


"그들이 살아있을 가망성이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파우스틴은 딱딱 끊어지듯 말했다.

그게 그의 특징인듯 했다.


"글라이더 회수는 내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


"내일 새벽, 정리를 개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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